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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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031. 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0. 언제나 그랬듯이, 어디서 누구에게 추천받은지 모르는 책이다. (산 건 분명 알라딘 중고서점이렸다) 한참 우타노 쇼고의 서술트릭에 빠졌던 때, 서술트릭을 이용한 걸출한 작품으로 추천받은 책이렸다. 거진 2년 전에 사둔 책인데 책꽂이에 박혀만 있다 이번 책정리에서 팔려고 놔둔 책이다. 그러다 요즘 책이 잘 안 읽혀 오랜만에 가볍게 읽으려고 편 엔터테인먼트 소설.


1. 흔히들 할 수 있는 착각일 것 같은데, 도착은 어떤 장소에 다다르다는 뜻이 아니다. 뒤바뀌어 거꾸로 된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제목만 보고 무슨 모험소설인가 싶지만, 실은 서술트릭의 거장이 쓴 도착 시리즈의 첫 권이란 말씀.


2. 이야기는 작가 지망생 야마모토 야스오가 월간추리 신인상에 도전할 원고를 쓰면서 시작한다. 고생 끝에 야스오는 원고를 끝내지만 친구 기도 아키라가 중간에 원고를 잃어버린다. 이 작품은 신인상 수상작이 되지만 당연하게도 수상자는 야스오가 아니다. 상금과 명예를 모두 뺴앗긴 야스오는 분노에 차 수상자를 찾고자 한다. 원작자와 도작자를 둘러싼 진실의 공방. 그 사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3. 1989년 작품임에도 전체적으로 깔끔한 소설이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예전부터 발전해왔기에 전혀 촌티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툭툭 끊기며 빠른 서술과 전개가 강점이다. 서술트릭으로서 그 반전도 매우 충실한 편이다.


4. 서술트릭의 최대 단점은 호불호가 매우 갈린다는 점이다. 단 몇 줄만으로 앞의 수많은 페이지를 단숨에 뒤집어버린다는 점에서 쾌감을 몇배로 느끼는 이가 있는 반면, 단순하고 저열한 속임수로 치부해버리는 이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트릭은 모든 내용을 엎어버리지만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랬기 때문에 그랬답니다, 후훗.


5. 몇은 서술 트릭을 힌트가 없고 바로 답이 나오기 때문에 싸구려 트릭이라고 치부하지만, 근래 추리 소설 대부분이 그렇다. 특히 소년 탐정 김전일 같은 본격 추리가 등장하면서 독자가 추리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줄어들었다. 독자가 끼어들 만한 틈이 없다고 서술트릭을 비하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6. 어쩌다보니 서술트릭에 관한 이야기만 주저리댔는데, 어쨌든 책은 재밌다. 복수에 미쳐 광기로 물들어가는 인물들을 보면 뒤에는 어떤 일과 사건이 벌어질까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덮을 수 없다.(실제로 하루만에 읽었다) 어떤 트릭이든 추리소설을- 특히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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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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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5-029.


0. 원체 읽는 행위에 강박에 가까운 감정을 가졌기에, 박웅현이 말하는 도끼로 머리를 쪼개는 듯한 느낌은 커녕, 재독에 욕심을 전혀 두지 않는다. 척 하기에 능한 나이기에 이미 읽은 책은 그 가치를 잃고 책장에 장식이 되거나 중고서점에 팔리기 일쑤다. 그런 나에게 재독한 책이 생겼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어마무시한 일이다.


1. 이 책을 읽은 건 '12년이다. 책 때문에 한참 친해진 친구에게, 강력 추천을 받아 빌려 읽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이 책을 읽고 정말 경탄해 마지않았다고 했지만 나에겐 쏘쏘. 생각보다 읽기 힘든 책이었다. 게다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니.  단순히 제목만 보면 책읽는 척하고 단순히 위기상황을 모면하려는 법을 말하는 책 같다. 축약본, 요약본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2.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가이다. 문학 교수라고 해서 엄청난 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문학과 독서를 정통으로 파고들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신조차 강의 중에 가열차에 언급하는 프루스트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는 문학 비평을 통해 충격적인 논리와 상식에 반하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3. 책에서 저자는 비독서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책에 아예 무관심하며 독서를 쓸데없는 행동으로 여기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비독서의 뜻 그대로다. 다른 하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에서 알 수 있다. '나는 내가 평문을 써야 하는 책은 절대 읽지 않는다. 너무 많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4. 저자는 눈앞에 있는 책을 너무 많이 읽지 않음으로써 책에 완전히 파묻히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한 책을 읽고 거기에 너무 빠져버리면 독자의 가치관은 넓어지지 않고 그 책에 국한될 뿐이다. 그는 무수히 많은 책에 침몰되지 않고 자신 안에 책들의 체계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깊이 읽고 탐독하되 그 책의 위치를 정하지 못하는 사람과, 어떤 책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모든 책 속을 돌아다니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독자인지 자문해볼 수 있다.


5. 이는 교양으로도 이어진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 교양이란 무엇보다 오리엔테이션의 문제다. 독자에게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 저런 책을 깊숙히 읽고 내용을 명확히 파악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이다. 책 사이의 관계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주장이다.


6.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나 대충 읽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뚜렷한 내용은 잊었어도 책에서 느낀 감정이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 기억과 의미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만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7. 3부에서는 모르는 책에 대해 얘기할 때 대처 요령을 말하는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기 얘기를 할 것을 권한다. 어차피 독서는 절대로 객관적이 될 수 없고 개개인마다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르다. 자기와 다른 감상이나 느낌을 말한다 해도 뭐라 할 수 없다. 여러 상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기 얘기를 하는 것 혹은 책을 통해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다.


8. 저자는 오스카 와일드를 언급하며 책을 대한 적절한 독서시간은 6분이고 독서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한다. 또한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책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책을 깊게 읽고 푹 빠져 독선적인 시선을 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독서는 재밌을 뿐이다. 어차피 저자가 말하는대로 읽는다 해도 세상에는 너무 많은 책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은 남들에게서 얻으면 된다. 경계심과 자만을 줄이고 조금 열린 마음만 가진다면 이 문제는 모두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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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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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신입사원 시절, 기흥에서 근무하던 나는 큰마음을 먹고 신촌 한겨레 문화센터에 방문했다. 가는 데만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였다. 수요일 저녁 8시 수업을 듣기 위해 5시가 되면 칼 같이 사무실을 나섰지만 2주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때 그 강의를 들었다면 이 감상도 서평의 형태일텐데. 강의는 김민영 강사의 '서평쓰기'였다.

  신문 지면의 책 서평 시대는 지난 지 한참 됐고, 블로그가 성행하면서 인터넷에서 개인이 간단한 감상을 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미디어가 된 시대에, 독자는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쓰기를 원했다. 글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다들 글을 잘 쓰기를 바랐다. 그런 의중을 파악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인 김민영은 취미로 쓴 서평, 영화 비평, 드라마 리뷰로 네이버 파워블로거가 됐고 도서관, 한겨레문화센터 등에서 서평 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청림출판, 2011)이라는 글 쓰기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다른 저자인 황선애는 숭례문학당에서 독서토론에서 시작하여 꾸준히 코칭과 강의를 해왔으며 김민영과 마찬가지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서평 입문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은 서문에서 서평을 책을 가장 잘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규정한다.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고 뭔가 달라진 것도 없으며 그저 쪽수만 넘기는 독서는 우리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 굳게 먹고 글을 써보려 노력하지만 정리조차 되지 않고 자신의 글이 괜히 부끄러워진다.

 감상이 아닌 답을 쓰는 것을 배워온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간단히 감명깊었던 구절을 하나라도 옮겨적어보라고 조언한다. 거기에 감상 하나를 덧붙이면 금상첨화. 발췌문과 감상이 쌓이다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독후감이 된다.

  그런데 독후감과 서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전자를 책 읽은 소감으로 나의 느낌을 표현하는 글로, 후자를 객관적인 정보나 책 내용이 주가 되는 글이라고 구분하였다. 물론 서평도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나 전체의 1/3 정도만 주관적 평가가 들어간다고 말한다. 이 책은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간단한 로드맵과 일정한 틀을 소개한다.

  시중에는 글 자체나 소설, 산문 쓰는 법을 말한 책은 많으나 서평쓰기를 다룬 책은 처음 보는 듯하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소개한 이 책이 보물같은 이유 중 하나다. 책에서 보여준 몇 가지 틀을 이용해 글을 써보니 이전보다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저자가 쓴 좋은 서평도 몇 편 소개되어 어떻게 써야 매력적인 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6장에서 초보부터 시작해 어엿한 서평가가 된 여섯 명의 인터뷰는 첫 글자를 쓰기 힘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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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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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성 샘터 외국소설선 6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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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3부작의 마지막에 다다랐다. 기나 긴 여정이었다. 시리즈의 외전격인 <조이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말에 시리즈의 첫 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소설적 상상력이 줄어들었는지 3부작 중 앞 두 권은 영 재미없게 읽었다. 과연 시리즈의 마지막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마지막 행성>에서는 위트 넘치는 할아버지 존 페리가 다시 돌아왔다. 특수부대 장교이자 그의 아내 캐시의 DNA로 태어난 제인 세이건도 그와 함께다. 거기에 <유령 여단>에서 인류를 배신했던 샤를 부탱의 딸- 조이 부탱까지, 셋은 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 CDF 전역 후 개척지에서 살던 그는 새로운 개척지 로아노크로 파견된다. 출발 전부터 개척 일로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긴다. 그런데 우주선이 도착한 곳은 그들이 알던 로아노크가 아니었다. 무슨 함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은 로아노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두번째 책 <유령 여단>이 <노인의 전쟁>보다 다소 김이 빠졌던 이유 중 하나는 위트 넘치는 할아버지 존 페리가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오고 그 대신 농담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특수부대원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딱딱한 분위기에 드디어 존 페리가 돌아온 것이다. 존 페리는 여전히 위트 있고 농담을 좋아한다. 다만 미국식 농담이어서인지 그리 재밌지는 않지만 아예 없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특스부대원이었지만 이제 인간의 몸을 갖게 된 제인 세이건도 나이를 먹어서인지(그래봤자 열 살 남짓이다) 특수부대에 있을 때보다 말과 감정이 늘었다. 제인 세이건은 존 페리보다 강한 육체와 정신을 갖고 있어 존 페리가 정신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다. 조이 부탱은 <마지막 행성> 이야기에서는 큰 영향은 없지만, 지구에서 온 인간(존 페리)과 우주에서 만들어진 인간(제인 세이건), 인류의 배신자의 딸(조이 부탱)이 가족으로 지내는 것이 사랑과 화합을 상징한다. 특히 제인 세인건과 조이 부탱의 케미가 잘 맞는 편이다.


<노인의 전쟁>은 우주개척연맹(CDF)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유령 여단>은 인류에 대항하는 외계종족연합인 콘클라베의 존재를 언급한다. <마지막 행성>에서는 로아노크를 둘러싸고 인류와 콘클라베 사이의 정치적 투쟁을 그린다. 로아노크는 CDF가 콘클라베의 자존심을 긁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만 존재하지만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은 개척민과 힘을 합쳐 로아노크를 지키려 한다. 이야기는 로아노크를 개척하고 지키는 이야기, CDF와 콘클라베 사이의 정치적 이야기의 두 갈래로 나뉜다.


두 가지 이야기가 얽혀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아무것도 없는 로아노크를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알 수 없는 맹수로부터 지키는 개척 이야기와, 로아노크를 단순한 정치적 장치로만 이용하려는 CDF를 규탄하고 콘클라베의 침략에 맞서는 이야기가 모두 조금씩 부족한 편이다. 분명 둘 다 매력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콘클라베와의 범우주적 정치 세력 충돌에 비해서 너무 소소하고 큰 연관점이 없다. 개척 이야기는 존 페리와 제인 세이건이 죽을 힘을 다해 로아노크를 지키는 이유를 말해주지만 설득력이 크진 않다.(오히려 CDF에 배신당했다는 감정의 영향이 더 큰 듯하다) 더 큰 이야이여야 할 콘클라베와의 전쟁은 말로 하는 전쟁과 소소하고 국소적인 전투만을 보여준다. 오히려 <노인의 전쟁> 후반부 액션이 더 시원하다고 느껴질 정도. 시리즈는 끝인데 아직 회수되지 않는 떡밥도 존재한다.


글쎄, 이 책을 어떻게 평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노인과 전쟁> 3부작을 모두 보기러 했다면, 거기다 <유령 여단>까지 재밌게 봤다면 이 책도 펴보라고 권한다. 단, 의무감에 책을 펴서는 않았으면 한다. 참, 시리즈의 외전격인 <조이 이야기>는 <마지막 행성>을 조이 부탱의 시선으로 그렸다. 매우 재밌다고 하니 <조이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3부작은 꼭 완주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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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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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인간 과학자였던 샤를 부탱의 배신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새로운 몸으로의 의식 전이, 통신 수단인 뇌도우미 개발 등 우주개척방위군의 가장 큰 비밀을 알고 있다. 이런 그가 인류를 배신하면서 인류의 팽창을 막기 위해 연합한 우주종족 연합에게 정보를 준다. 부탱이 왜 인류를 배신했는지 알기 위해 샤를 부탱의 DNA를 이용하여 재러드 디랙을 만든다. DNA 안에 숨겨진 샤를 부탱의 기억을 알아내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디랙은 유령여단에 속하여 여러 전투를 벌이는데, 그 와중에 인류와 대척점에 있는 우주 종족 간의 외교적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직전에 읽었던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후속작이다.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노인의 전쟁>과 완전히 다른 노선을 취한다. 유머감각이 넘치는 주인공 할아버지 존 페리가 여기선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75살이 넘어 CDF에 입대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인공이었던 전작과 달리 <유령 여단>은 말 그대로 전투 스페셜리스트인 유령 여단 특수부대의 인물들이 주가 된다.

유령 여단은 CDF 입대 기준인 75세 이전에 죽은 사람들의 DNA를 새로운 신체에 주입해 만든, 전투만을 위해 만든 군인이다. 그들은 이전의 생애도 없고 태어나자마자 전투에 대해서만 배운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존 페리의 위트는 기대할 수 없고 인간의 단순한 농담에도 공감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분위기는 매우 우중충한 편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전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유령여단이기에 모순적이게도 전작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더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유머가 넘치는 인물보다, 명령에 따라 무조건 움직이는 기계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감정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감정적 카타르시스는 더욱 증폭된다.

스토리적으로는 전작에 비해 조금 아쉬운 편이다. 전작도 CDF에 입대하는 과정이나 훈련이 주가 되어 아쉬운 편인데, <유령 여단>은 전작보다 액션의 비중은 꽤나 늘었으나 간단히 적을 쓸어버리는 유령 여단의 시원한 액션이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린다.(SF에서 현실감을 운운하는 것이 우스워보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SF도 결국 현실의 이야기다) 전작보다 나아진 점은 특수부대원끼리 뇌도우미로만 소통하는 것을 세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그 대화 안에 들어가니 그들의 수많은 암묵적 연산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어서 읽는 맛이 쏠쏠하다.

책은 우주 연합 동맹의 비밀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마무리되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찝찝하다. 이어지는 3부 <마지막 행성>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 느낌이 들어 아쉽다. 대놓고 속편에 이어집니다, 두둥, 수준이다. 전작을 평할 때  마지막 전투를 칭찬했는데 <유령 여단>은 그에 미치지 못한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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