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손님 -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2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2
에드워드 고리 글.그림,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2 [수상한 손님:The Doubtful Guest ]

추운 겨울, 낯선 존재가 어떤 개연성도 없이 들어 온다?...들이 닥친다. 그 느닷없고, 당혹스런 사건은 곧, 받아 들여지는 그 무엇이 되고, 낯선 그것도, 곧, 낯설게, 존재하고, 나름의 자리를 잡아간다. 흐, 이쯤에서, 쓴 웃음 한자락 나오지 않고는 못 버티겠다. 고리의 그림에서 그 존재는 긴 목도리를 하고, 캔버스 신발을 신고, 시커먼 몸이지만,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무엇인지 알수 없는, 그야말로 수상한 존재에 투사되는 자신의 내면은 결코 귀엽지가 않다. 우리 내면에, 어느날 문득 들이 닥치는 그런 존재는, 혹은 어느날 문득 존재를 깨닫는, 그 존재는 참으로 귀찮고, 지겹고, 문득 문득 낯설다.

윽, 보고 싶지 않은, 환영할 수 없는 늘 낯설고, 지겨운 것. 그렇지만, 그것을 떼어낼 방법을 알지 못하고, 그 제멋대로이고, 불쑥 방해하고,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때론 기이하고, 알 수 없는 일들로 당황스럽게 만드는 그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내가 껴안고, 혹은 등에 달고 갈 짐짝같은 존재다. 어쩌지를 못하겠다. 방법은 하나다. 뭘하든 하게 두는 것. 그 낯설은 존재에 익숙해 지는 것.

첫 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뭉크의 암울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병실 그림이다. 20세기 중 후반을 산 미국인의 손에서 18,19세기 유럽풍의 냄새가 짙다. 더불어, 인간들의 어쩌지 못하는 불행과 외로움, 불안과 고독과 긴장감, 혹은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무모함이 줄줄 흐르는 [수상한 손님]속 인간들. 낯설고 수상한 존재는 인간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기생하는 존재같은 그 손님이 말이다. 이 어쩌지 못하는 지겨운 존재같으니라고.

그 수상한 존재는, 인간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 먹는 것, 듣는 것, 읽는 것, 믿는 것, 보고 싶지 않은,가리거나, 숨긴 어둠, 인간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름의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만을 한다. 흐트리고, 방해하고, 들여다보고, 분해하고, 망치고. 하지만, 잠깐!! 이건, 인간의 시각, 그러니까, 어떤 관념의 시각으로 봤을 경우에 그러하다. 하지만, 그 수상한 존재의 시각으로 돌려버리면, 갑자기 뜨악~하는 기분이 느껴지고 만다. 이 인간들, 우리들의 부질없음이라니. 끝까지 녀석은 무모한 생을 유지하는 인간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앉았다. 윽, 이 낯설고, 사랑스러운 것.

이 작품은 고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Doubleday사에서 책표지를 그리던 초짜 시절에, 사무실에 남아 밤을 지우면서 완성한 초기작들 중 하나라고 그의 사이트에서는 말한다. 그의 그림책들 중에서는 비교적 온화한 편이고, 고리는 이 작품을 어린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그렸다고 한다. 흐. 글쎄다. 어린 독자를 염두하고 그렸다는 것. 믿을 수 없다. 이미, 나는, 고리를 내 식으로만 해독하고 있다. 다른 답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실제 고리는 이 수상한 존재처럼, 긴 목도리와 긴 털코트와 신발을 즐겼다고 한다. 이 책속의 낯선 존재는 고리의 잔영이거나 원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책은 고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울이기도 하겠다. 윽, 이 지독하고도 사랑스러운 고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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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책읽는나무 > 럭셔리한 알파벳(?)
ABC 그림책
안노 미츠마사 구성 그림 / 한림출판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그림책을 발견하여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한창 알파벳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터라 아이는 알파벳 그림책을 보자마자 끼고 산다.
도서대여날짜가 다 다가와 도서관에 반납하고서 또 찾길래 한 번 더 대여를 하였고, 또 보름이 지나자마자 도서관에 반납을 하였는데 아이는 계속 이그림책을 찾는다.
그래서 아예 구입을 하였다.

 도대체 이그림책의 무엇이 아이의 눈을 사로잡은 것일까?

 이그림책은 여느 알파벳 그림책보다 많이 다르고 좀 특이하긴 하다.
나도 처음 그림책을 펼쳤을때 동공이 좀 커지긴 했었다.
그림책의 첫장을 넘기면 나무로 매끈하게 다듬은 듯한 물음표가 나오고, 다음장을 넘기면 큰 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고, 또 펼치면 도끼로 그나무를 찍고, 톱으로 그나무를 자르는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그나무를 칼과 같은 도구로 그림책 모양의 책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송곳으로 책의 표지엔 'ABC' 라고 새겨져 있다.
그리고 서서히 시작되는 알파벳의 단어가 각장마다 나온다.
그러니까 이책을 만들게 되는 과정을 하나 하나 그림으로 설명을 한셈이 된다.

 또한 이그림책은 알파벳 하나씩만을 표기한 것에 그치지 않고, 각 그림의 테두리에 새겨진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각 이니셜로 시작되는 단어의 그림이 숨은그림처럼 잘 숨겨져 있다.
가령 'A' 페이지에는 ant(개미)가 숨어있고, 'B' 페이지에는 bird(새) 가 숨어있고, 'C'페이지에는  child(아이) 가 숨어있다. 각 페이지마다 서너개씩은 찾을 수 있다. 그림도 찾고, 단어도 익힐 수 있다.
꼭 숨은그림찾기 하는 기분으로 이것은 아마도 연령이 제법 되는 아이들에게 찾아보라고 시킨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각 그림의 알파벳은 각각 나무로 정교하게 잘 다듬어 원목 장난감을 보는 듯하다.
플라스틱 장난감보다도 원목 장난감을 만지거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어른들은 충분히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취할 수 있는데 이그림책에 나오는 나무로 만들어진 알파벳을 보니 꼭 원목 장난감을 보고 있는 듯 알록 달록 색칠되어진 알파벳 글자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고, 친밀감이 든다.

 한 가지 아쉽다면 알파벳의 대문자만 나와 있고, 소문자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이책 한 권으로 우리아이는 대문자 알파벳을 금새 다 떼어버렸다.
우리아이는 글자는 못읽어도 "ㄱ,ㄴ,ㄷ.."은 읽고, 영어단어는 몰라도 "a,b,c..." 는 읽는다. 이렇게 가르치는 방법이 옳은 방법이 아닌 것을 알긴 하지만 모두 다 그림책을 통하여 절로 알게 된 것을 어찌하겠는가!
그림책을 가져와 이건 무슨 글자냐고 물어오는데 대답을 한 두번 해주다보니 아이는 스스로 터득하게 되더란 말이다. 자음,모음을 알고 있으니 좀 쉽게 글자를 익힐 수 있을테고, 알파벳을 알고 있으니 좀 쉽게 영어단어를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는 하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
더 두고봐야 될 일이지 싶다.

암튼.....이그림책은 아이들이 알파벳과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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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 > 추리소설 추천하라니 이렇게 퐝당할때가~

다른분도 아닌 Kel님께 추리소설 추천하라니, 이거 참 교수님앞에 인터뷰하는 학생의 심정으로 몇개 주어 올립니다... 컨셉으로 나가려다가,
                                 그냥 제가 열광하는 추리소설 ( Kel님의 그것과 많이 겹치겠습니다만) 올려보겠습니다. ^^

  보르헤스 전집 중에서 '픽션들 '
  제가 아직 2권까지 밖에 못 읽어보긴 했지만, 3권인 '알렙' 이 가장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추리소설적인 기법의 단편이 가장 많이 들어간건 2권 '픽션들' 이 아닌가 싶습니다.
   '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이라던가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논고' 혹은 '원형의 폐허들' 등의 작품은 충분히 미스테리하면서도 반전도 있는 비록 거추장스럽게 달려 있는 주석이 좀 거슬리더라도, 읽고 나면 오래오래 남아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추.리. 소설들입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제가 워낙 열광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이 단편집은 너무나 알차고, 훌륭하고, 가치있으므로  추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리소설' 단편집으 로 분류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워낙 단.편.집. 이니 단편들 중의 몇몇은 추리소설, 몇몇은 하드보일드( 로저젤러즈니가 후기로 갈 수록 하드보일드한 작품들을 많이 냈지요. 이 작품집은 중후반의 단편들입니다), 몇몇은 SF.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시리게 아름다운 단편들이라 강력추천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역시 '앰버 연대기'를 추천합니다.
하드보일드, 신화, SF 의 스타일.
다섯권을 한권으로 보셔도. 혹은  각 권을 한 권으로 봐도 알찬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의 부부작가가 쓴 추리소설입니다.
 그들 부부가 스웨덴에 '87분서 시리즈' 를 번역해 소개한 사람이기도 할만큼
 에드 맥베인의 팬이고, 이 작품에서도 '87분서' 의 영향을 받았음을 군데군데 볼 수 있습니다.   마르틴 베크를 뉴욕으로 파견하여 스티브 켈레라 형사와 힘을 합쳐 한 사건을 수사하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을정도라고 밝힌바 있다. 고 하니 87분서의 팬인 저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년에 한 권씩 열권을 냈는데, 스웨덴 사회의 변천과 문제점을 그리는등 사회비판적인면도 지니고 있습니다.

 

1 Roseanna, 1965 로즈애너
2 Mannen som gick upp i rök, 1966 연기로 올라간 남자
3 Mannen på balkongen, 1967 발코니의 남자
4 Den skrattande polisen, 1968 웃는 경관
5 Brandbilen som försvann, 1969 사라진 소방차
6 Polis, polis, potatismos!, 1970 사보이살인사건(원제: 경찰, 경찰, 으깬감자!)
7 Den vedervärdige mannen från Säffle, 1971 세플레에서 온 추악한 자
8 Det slutna rummet, 1972 잠긴 방
9 Polismördaren, 1974 경찰살인범
10 Terroristerna, 1975 테러리스트

위의 리스트는 알라딘의 모님께서 알려주신 리스트.입니다.
저는

요렇게 3권을 더 가지고 있는데, black lizard vintage crime 시리즈. 이 책 정말 때깔도 고운거 아시죠?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에 비해 더 생생한 캐릭터에 조금 덜 우울하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favorite 인 에드 맥베인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죽어라고 이것만 번역되죠? -_-+ cop hater 
 이 외에 '10 +1' 과 '잃어버린 시간' 을 읽어 봤지만, 그닥 강력추천하긴 조심스럽습니다.

 에드 맥베인에 열광하는건
 87분서 형사들. 범죄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담고 있는 '아이솔라' 때문입니다.
 맨해튼을 보고 그려낸 가상도시 ' 아이솔라' 는 어찌보면 이 시리즈에서 가장 비중있는 역이 아닐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위의 책 외에도 구할 수 있는한 체할 정도로 많이 사 놓았습니다.
역시나 절판되는 것들이 많은지라.
책들이 얇아서 후딱후딱 넘어가지만 꼭꼭 씹어 읽게 되는 글입니다. 에드 맥베인의 글은.

제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아이솔라'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 뒤로 항상 말하는 것이
메글레 경감입니다.

 

 

 

 

꼴랑 두 권밖에 못 찾겠네요. 언젠가 원서로 읽을 날이 올까요?
동서미스터리중에 뒤에 단편 붙어 있어서 아싸 했던적 있는데, 무슨 책인지 기억이 안나요 ㅜㅜ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심.리.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메그레 경감의 인간적인 면이 가식적이지 않게 와 닿습니다. 역시나 파리라는 배경 역시 심농의 책에서는 살아있구요.

 그리고 이 책.
 아, 제가 추천하는 책마다 혹시나 싶어 리뷰를 보면 켈님의 리뷰가 있군요. 흑.
 아무튼 엽기발랄한 이 이야기 전 너무 재미있었는데, 
 켈님도 재미있다고 강추하신 것 보면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가 보다. 다시금 깨달은 것에 그냥 만족하렵니다. ㅜㅜ

 아마존에서 원서라도 찾아서 붙여 놓으려고 했더니 안 나오네.
 

 

 그리고 뭐, 누구나 좋아하는 매튜 스커더

 

 

 

그리고 뭐, 또 역시 누구나 좋아하는 챈들러의 말로우

 

 

 

 

 저는 요거 두권밖에 안 읽었지만
 브라운 신부 시리즈도 너무 좋습니다.

 아까 맨 위에 보르헤스가 추리소설기법 사용한다고 했지요?

 그가 위의 책에서 자주 언급하는 작가중 하나가 바로 체스터튼입니다.
 훌륭한 작가인거 알지만, 보르헤스가 말하니 왠지 더 훌륭해 보입니다.
 또 다른 작가는 실비아 오캄포(이름 헷갈림 -_-;;)와 버지니아 울프.

 요거는  사랑타령 소설이구요.
 난 우리나라 작가가 쓴 '상복'이가 주인공인 소설인줄 알았다우.  ^^;
 

 다 읽고 나면 정말 말도 안 되는데, 
 윌리엄 아이리쉬의 소설에서 범죄는 어쩜 그렇게 완전범죄이고, 카오스 이론에서 벗어나 있는걸까요? 아무튼 너무 재미있으니깐, 뭐, 아이리쉬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다 용서가 되지요.

오늘 말씀하신 'phantom lady' 와 I married a dead man'
둘 다 읽으셨을테지만, 이 사람 책 원서 읽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전 뉴욕의 중고서적 http://www.strandbooks.com/home/에서 샀습니다. 아마존에서 두달 기다리다 -_-v
 

 

 

 

 

More Info

표지는 겁나게 촌시럽습니다.

단편중에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는걸 고르라면

 스텐리 엘린의 '특별요리' 와 로알드 달의 '당신을 닮은 사람' 을
 꼽곤 합니다. 내용과 결말 다 아는게 대부분이지만 역시나 다 알아도
 재밌는걸 어떡해요!

 

 

 

이건 정말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동서미스테리에 포함되어 있으니 한번 들이밀어 봅니다.
 뭐, 켈님이 앞으로 전쟁소설 추천해라. 하는 일은 없을 것 같기도 하구요.

 미국에서는 '남자라면 읽어야할'  로 분류되는 모양입니다만,
 그 어떤 거장의 전쟁소설보다 더 맘에 와 닿고 전쟁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 책이었습니다.
 겁나게 멋진 남자주인공 나오구요.
 두껍고 재밌습니다.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 중에서는 루아처 시리즈 첫번째인 '움직이는 표적'을 권합니다.
 그의 소설중 가장 드라이하다고 생각하는데요.
 800만가지 죽는방법만큼 재밌습니다.

 

 

 


다 아시는 책들이라 민망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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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 > 이 특별한 책
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간만에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
오늘 오후 도착한 푸른빛의 예쁘고 작은 책을 점심시간과 집으로 오는 귀가시간을 투자해서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덕분에 지하철에서 눈물 가득 머금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이걸 흘려야 하나, 마를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냥 닦아야 하나 고민해야 하긴 했지만서도.

표제작이기도한 '앰 아이 블루'는 내가 이 책 받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우울한' blue 가 아니였다. 그러기는 커녕 경쾌하기 짝이 없다. 호모로 불리며 반친구들에게 얻어맞고 진흙탕에 엎어져 있는 빈센트 앞에 '요정(fairy : 속어로 남성 동성애자를 뜻하기도 함) 대부' 멜빈이 나타난다. 맞다.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대모 아니고 요.정.( fairy) 대부. 즉. 게이수호천사가 나타난다. 빈센트는 본인이 호모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지만, 이야기조차 꺼내기 힘든 현실이다. 그런 그에게 요정대부는 하루동안 '게이더(gaydar : 게이 레이더 : 동성애자가 다른 동성애자를 식별하는 능력) ' 를 쓰게해주고 3가지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이 단편은 무지하게 경쾌하고 절로 웃음 삐져나오게 하면서 동시에 유익하다.

'어쩌면 우리는'  은 커밍아웃하는 앨리슨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앨리슨 할머니가 옛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때 스위스에 있는 학교를 다닐때 독일의 친구 집에 놀러갔다. 마을 어귀에 '유대인 사절' 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친구는 다 정치적인거라며 새총리 히틀러 때문에 그러는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잘 차려진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쩍 마른 하녀하나가 " 저 시중 못 들겠어요. 남자든 여자든 어린애든...' 그러더니 날 쳐다보더니 이러는 거야. ' 유대인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것들한테는 두 번 다시 시중 못 들어요.'  .... 그러니까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이 어떤 건지 말하지 않아도 안단다. 편견이 어떤 건지도 말이야. 앨리슨, 네 자신에 대해서 이 할미한테 말해줘서 고맙다. 나한테 맨 먼저 얘기해줘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구나'  이 단편의 제목인 '어쩌면 우리는' 이란 제목은 어쩌면 이 뒤에 나오는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해와 몰이해.  '모든 커밍아웃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남남이 서로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특히 그 남남이 가족이라면. '

다른 장르의 다른 색깔의 다른 시대의 이야기들이 '동성애' 란 주제 아래 묶여있다.
몇가지 공통되는 것들이 있다면, 첫째 청소년 소설들이니만큼, 성정체성에 고민하고 죄의식을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죄가 아니고, 선택도 아니며,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소외받는 자' 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성애자일수도 있고, 동양인이나 흑인 혹은 혼혈일 수도 있다. 유대인이기도 하고, 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 이다. 가장 가까운 남남인 가족. 가족의 이해와 사랑은 어느 경우에도 가장 중요하고 힘이 된다. 마지막 이유로 나의 눈물을 쏙 빼놓은 작품이 ' 학부모의 밤' 이다.

이 단편집의 소재는 동성애일지라도 위의 것들이 주제일 것이다.
성정체성에 고민하거나 혹은 주위의 그런 이들을 색안경 쓰고 보지 않기 위해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사랑' 과 '이해' 그리고 '평등' 의 의미에서 이 책은 참으로 아름답고 또 유익하다.

책을 읽음으로써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면, 이 책 추천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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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히피드림~ >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
아버지
다니구치 지로 지음, 신준용 옮김 / 애니북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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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생시절, 나는 도어즈를 무척 사랑했다. (물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이지만) 그들의 음악을 듣고, 올리버 스톤이 만든 영화도 보고, 드러머 존 덴스모어가 쓴 그들 밴드의 일대기이자 그 자신에 대한 자서전이기도 한, [Riders on the Storm]도 열심히 읽었다. 짐 모리슨은 1945년 생인데, 스물 일곱 되던 해인 1971년에 죽었다. 그러니 나의 기억 속에서 그는 언제까지나 스물 일곱일 것이다. 그는 히피 세대 뿐 아니라 우리 세대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내 마음 속의 진정한 시인이자, 영원한 젊음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짐 모리슨이 살아있었다면, 그래서 흐르는 시간 속에 나이를 먹어 현재에 이르렀다면, 그와 나의 아버지가 동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이 십대 초반이던 나에게 그것은 왠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기이한 일처럼 여겨졌다. 늘 말이 없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투르며, 그래서 더욱 권위적이고, 모든 일에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아버지가, 처음부터 그저 나의 아버지였을 것만 같던 아버지가 진정한 시인이자, 록커였던 짐 모리슨과 같은 세대의 사람이라니, 그것도 동갑이라니...

 이제 나는 아버지가 어린 나이에 전쟁을 겪고, 갓 태어난 동생을 잃고, 다음 순간 어머니마저 잃고, 인색하고 사랑표현에 서툰 아버지 밑에서 컸으며, 나이 열 살에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어린 동생들을 돌보느라 늘 애쓰고, 열 여섯에 서울로 가서 자기 힘으로 벌며, 겨우 야간 중, 고등학교를 마쳤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에게도 한때 젊음이 존재했다는 것, 희망과 야심이 있었다는 것,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강박적으로 책을 읽고, 영어를 잘 해보려고 무던히도 애썼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버지는 소위 말하는, 자수성가한 사람이 되었다. 형제들은 물론, 가까운 친척들도 모두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했다.  예컨대, 아버지에게도 젊음이 있었고, 다정다감한 면이 있었으며, 청년다운 야심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 다양한 곤란과 고난을 겪으며, 인생의 어느 시점, 어디에선가 그것들을 거의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젊은이에게 남은 것은 이제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벗어버릴 수 없는 무거운 짐과, 구부정한 어깨, 깊은 주름살과 흰 머리칼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신과 닳고 닳은 처세뿐이었다.

 나는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이 결국 내 아버지의 이와 같은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투르고, 결국은 그것이 깊은 오해로까지 발전한다. 젊을때는 아내와 자식들 앞에서 소리도 좀 지르고, 센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 속의 아버지는 조심스럽고, 소심하며 기가 죽어있다. 아버지도 늙은 것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으셨는데 말이다.

 다니구치 지로도 그런 우리세대 아버지의 자화상을 이 책, <아버지> 속에서 그렸다. 자식을 무척 사랑했고 그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자식은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다. 그는 가족을 거부하고 멀리떠나 버린다. 아버지는 떠나버린 자식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고향을 떠나 먼 도시로 가버린 자식은 그렇게 자기 생활을 하느라 아버지따윈 까맣게 잊어버리고 아예 아버지를 보지 않으리라는 결심까지 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만화라는 장르를 잘 몰랐는데, 다니구치 지로를 통해 만화에도 작가주의라는 칭호를 붙일만한 예술만화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는 이 책, <아버지>와 <열 네살>외엔 그의 작품 중 읽어본 것이 없지만,  마치 한편의 소설을 대하는 듯, 잔잔하고 격조있는 그의 이야기 세계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책을 다 읽고 덮고나니, 마치 한 편의 단막극을 본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다만 구성이 좀 상투적이고 뻔하다는 생각이 약간 들기도 했지만, 단 한권의 만화책 분량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렇듯 성실하게 잘 구현되었다는 것에 더 높은 의의를 둬야하지 않을까 싶다.

 로저 달트리던가 ㅡ "서른이 넘은 사람은 절대로 믿지 말라"고 하던 히피세대의 록커가. 그는 오래전에 서른을 넘겼고 이제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서른 전에 꼭 죽을 것처럼 굴던 이가  손주의 재롱에 즐거워하는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짐 모리슨이 계속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도 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리슨도 나의 아버지처럼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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