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신랑이 술을 친구랑 한잔 했다,

술을 원래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리고 주로 집에서 일요일에 가끔 친구랑 마신다.

그런데 그날따라 류가 오빠들이 왔다고 아주 좋아라 하고 달려가서는 어울려서 놀았다,

혼자노는것에 익숙하고 아니면 나랑 노는것에 익숙한 아이다.

요즘 아래층 친구들이랑 어울리더니 그래도 함께 놀아가는 것을 배운모양이다,

그리고 신랑친구 아들이 류를 잘 보아주었다,

그모습을 보던 신랑이 "저런, 모습을 보면 류에게 동생이 있었으면 해"

하고 말을 꺼낸다,

당연히 친구는 하나 더나라고 이야기 하지...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둘째이야기는 작년에 끝난 이야기이다. 작년에 한참 고민할때 신랑이 단칼로 끝어버린이야기이다. 그날 말을 꺼냈다가 얼마나 무안했는지..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임신중에 너무 힘들어서 한말 때문에 신랑이 내린 걱정이란다.

그리고 류를 낳고 내가 그랬던것 같다.  우리 "우리 이 아이만 잘 키우자고"

아마 그랬을것이다. 하지만 난 요즘 더 절실하게 느낀다 많은 맘들이 말하는것을 들으면 아!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나 걱정이다. 저렇게 투자하고 언제 집을 사지..아니 지금부터 또 돈도 모아두어야 하는데 다 가능한가.

난 그래도 이렇게 서울에 작은집이라도 있으니..집걱정은 덜었지만 아직도 ..

그런데도 아이들의 교육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맘들이 많다 ,,누구나 같은 생각일것이다. 내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고 ,,더 먹이고 싶고 남하고 똑같이는 하고 싶은 마음..

친정엄마랑 이런 이야기를 하면 웃으신다.

그런데 류를 보고 있으면 동생을 만들어 주는것이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겁이난다. 내 나이도 있고..

아무리 노령화 출산이 유행이라지만 요즘 너무 너무 희귀한 병도 많고. 그리고 내가 몸이 아프고..

그래서 선뜻 신랑보고 우리 둘째 낳자를 못한다.

아마 낳으려고 했으면 작년이나. 재작년에 나앟어야 하는데 ..

기분이 하루종일 우울하다.

신랑은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데 ..

이럴땐 나이 많은 내가 너무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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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3-2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서 내린 결정이 아마 가장 현명할 거예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지요. 그런데 몸이 아프세요? 저런...

울보 2005-03-2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동생은 언제나 너무 늦게 아이를 나아서 그렇다고 해요//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건아닌데 아마 너무 류를 낳을때 몸이 부실했었나봐요,,
그래서 신랑에게 항상미안하지요..

미설 2005-03-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가 저렇게 튼튼하게 태어났는데 뭐가 걱정이랍니까.. 님 몸 챙기시는 것은 중요하지만서두요..저도 늦은 출산을 했지요.. 그런데 요즘엔 다 그러니까 그냥 신경안썼는데 앞으로 알도 학교하고 대학가고 그 시점을 생각하면 좀 빨리 낳았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지요..그냥 느낌엔 저보단 젊지 않으실까 하는데...저는 둘째를 낳을 생각인지라..

울보 2005-03-2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40이 되어서 둘째를 낳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내일 모래면 인데,,,얼마나 겁난다고요,,,,제 욕심이지요 뭐..

미설 2005-03-2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낼모레? 정말이시랍니까?^^
 

류가 감기기가 있는것 같아서 마트에 갔다가 병원에 들려서 왔다,

그런데 비염이 있다고 한다,

아이고 속이 상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어하는데 먹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고집을 부려서 의사선생님에게 네가 가서 여쭈어 보라고 하니 아이가 성큼성큼 진료실로 들어간다.

그러더니 조금있다가 류의 울음소리..

와서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되냐고 해서..

감기나거든 먹으라고 하니까 류가 울어버린것이다,

그런데 난 왜 웃음이 나왔을까?

아마 혼자서 의사선생님에게 가서 물어본것이 대견해서 일것이다,

아이를 잘달래서 집에 왔다,

그리고 기운없이 아빠옆에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화가 난것 같기도 하고 기운도 없어보인다,

신랑은 염색을 했는데 너무 밝은 갈색으로 된것 같기도 하고...

류가 빨리 감기가 나아야지..지금은 옆에서 혼자서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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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술을 한잔 하셨군요..

제기분은 살피지 말아주세요.

저는 괜찮답니다,

당신은 그곳에서 혼자이지만 전 둘이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요즘 기운이 없어보여서 너무 슬퍼집니다,

기운내세요..

지금 우리사는 모습이 어떻다고 조금 외롭고 조금 그립다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언제나 이럴것도 아니고....

그리고 전 이사문제만 나오면 기분이 그래요..

이곳에서 산지 3년이되어서 인지,,이곳에 정이들어서,,,별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없답니다,

글쎄요,,재테크좋지요..

그런것에 관심이 별로 인나..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도 미래는 걱정을 하지요..그래서 궁리도 하고..

하지만 누구처럼 겁없이 달려들지는 못해요..그러다가 지금 이집을 홀라당하면 어쩌나요..

전 겁장이랍니다,

추친력도 있고 닥치면 겁없이 하지만 그렇게 큰일을 ..

전 그래서 형님을 대단하다 하지만 그래도 겁이 너무없어서 겁도 납니다,

글쎄 이런 저를 바라보면 답답은 하겠지요..

하지만 저도 생각은 많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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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태준

김천으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마무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서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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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벽증이 강한 식물이랍니다...

누군가.. 혹은 지나가는 생물체가
조금이라도 몸체를 건드리면
그날로부터 시름 시름 앓아 결국엔 죽고 만다는 식물.
결벽증이 강해 누구도 접근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던 식물..

이 식물을 연구한 박사가 있었다는데,
몇십년을 연구하고 또 그만큼 시들어 죽게 만들었답니다..

결국 박사는 이 식물이 어제 건드렸던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면 죽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한번 만진 사람이 계속해서
애정을 가지구 만져줘야만 살아갈수 있다고 합니다..

한 없이 결백하다고 생각했던 이 식물은
오히려 한 없이 고독한 식물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우츄프라 카치아는 아프리카 깊은 밀림에서
공기중에 소량의 물과 햇빛으로만 사는
음지 식물과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이식물은 사람의 영혼을 갖고 있다고도 합니다..

당신은 누구의 우츄프라 카치아 입니까?
혹은..누가 당신의 우츄프라 카치아 입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다는것..
또는 누군가 나에게 지속적으로 애정과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리기 전엔..
그 애정과 관심의 소중함을 잘 모릅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 관심과 애정을 부담스러워 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것이 어느날 사라졌을때
그때서야 우리는 그 소중한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것..
그러나 너무나 평범한 일상 속에 있어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것..
이젠 그런 것들을 찾아서 좀 더 아끼고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우츄프라 카치아를 위해서..
혹은.. 당신을 우츄프라 카치아로 둔 누군가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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