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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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가 최근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였다. 저렴한 가격대의 디스플레이와 나인봇 미니를 발표했다. 스마트폰 제품 라인에서 벗어나 다양한 액세서리용 제품들을 선보여 국내 이용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가볍게 여긴 중국산 제품들이 아니다. 디자인, 성능, 가격 등에서 기존 제품 라인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회사 설립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이런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 그 원인을 샤오미는 참여감에서 답을 찾고, 꾸준히 그러한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해왔다. 


"창업 후 4년 동안 샤오미는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경영에서까지 참여감의 깊이와 범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우리는 샤오미의 모든 직원들과 사용자들의 마인드에 참여감을 새기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본문 40페이지 중에서)


샤오미는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이용자의 참여를 통해서 그들이 보내주는 의견들을 제품 업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그들의 입소문을 통해 다른 고객들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샤오미 제품의 이용자는 6천만 명에 달한다. 


'애플의 짝퉁'이라는 비난에도 중국 시장에서 꾸준히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 확대를 지속해왔다. 이전과 다르게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 SNS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된 것으로 본다. 이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참여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인재 중심의 경영으로 창업자들은 샤오미를 이끌어왔다. 


2000년 창업한 샤오미는 광고에 투자하는 대신 게시판 서비스 등을 통해서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대 노력했다. 사용자들의 제품 선택 기준이 어디에 있는가를 따졌을 때 그중 하나가 입소문이라고 판단한 것.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남들이 무시하고 가볍게 여기는 그 부분에 집중했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디자인 디렉터로 이전 기업에서 활약했던 리완창은 샤오미에서 시장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총괄하며 샤오미를 지휘하고 있다. 


"참여감은 샤오미 브랜드 이념의 영혼이다. 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 참여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고 만져볼 뿐 아니라 참여를 통해 그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한다."(본문 97페이지 중에서)


이 책은 이렇게 샤오미 탄생의 과정과 성장배경 등 샤오미가 추진해온 제품 개발 전략과 디자인,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샤오미가 외부에 공개할 만큼의 것들만 들어 있을 것이다. 


제품 홍보와 마케팅 채널이 다양화 됨으로 해서 기존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야만 했던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대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전략으로 접근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이 책은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뿐 아니라 브랜드 홍보에 고민하는 조직에게 디자인, 광고, 마케팅, 제품개발 등에 기업의 경영전략을 비롯 운영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제공해 줄 것이다.


샤오미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샤오미는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서는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저자 리완창은 "샤오미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콘텐츠를 운영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활자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운 이미지 디자인을 뉴미디어 콘텐츠 운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주도적으로 전파할 만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웨이보, 웨이신, 샤오미 전자게시판 등의 운영팀에 전문 디자이너를 배치하고 있다."(본문 169페이지 중에서)


이 책 디자인 역시 그러한 샤오미의 전략에 맞게 포스터 디자인이 배치되고 집중적으로 한 가지 주제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되어야 하듯 샤오미 내외부 서비스 운영 전략의 일치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나. 


자사 서비스 이용자들의 반응을 끊임없이 살펴, 서비스와 제품에 반영하는 샤오미는 제품 개발에 앞서 설문조사를 하거나 반응을 미리 알아보지 않는다. 거기에 신경 쓰면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최고의 제품, 우수한 인재, 수평적인 조직 운영 등을 통해서 샤오미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태도는 역시 사람이라는 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들이 말하는 참여감 3.3법칙을 인용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3개 전략 : 폭발적인 인기 상품을 만든다. 직원들이 먼저 제품의 팬이 된다. 기업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 

3개 전술 : 참여의 미디어를 개방한다. 상호 교류 방식을 디자인한다. 입소만 사건을 확산시킨다.


1장 참여감을 시작으로 제품, 브랜드, 뉴미디어, 서비스, 디자인과 아리의 노트 등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저자는 샤오미가 추진해 온 제품 개발과 서비스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그런 반짝 기업이 아니라 성장 과정의 흐름을 보니 우리 IT기업들의 좀 더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바짝 드는데 정작 관련 기업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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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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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다 가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더 가깝게 느껴지고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한 영화를 보고 나서 다른 것을 봤는데 그것이 같은 감독의 영화였던 것이다. 두 영화도 좋았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관에서 본 것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다. 개봉 당시 많은 관객들이 입소문을 타고 보기 시작했다는 말에 이끌리기도 했지만 영화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기대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고도 이야기를 충분히 잘 끌어간다. 영화를 보며 배우들뿐만 아니라 영화 속 배경과 소품들도 관심을 갖는다. 그러한 물건들도 감독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연계고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내 출간된 걷는 듯 천천히는 2013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다. 2011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신문에 연재한 글을 중심으로 해서 엮은 책이다. 자신이 많든 영화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비평이 담겨 있다. 화제를 모은 영화 3편은 감독 자신이 갖고 있는 삶의 주제를 놓치지 않고 연결해 만들어낸 영화다. 


소개된 내용 중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영상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 그리고 그의 작업 방식이 영화를 찍을 때 자신의 의도보다는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태도와 이야기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건 아마 그가 영화감독 이전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삶의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특히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이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5장에서는 미디어의 틈새에서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미디어가 어떤 태도로 시민들을 향해야 하며 무엇을 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한다.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는 유목민이어야 한다. 그들의 가장 큰 역할은, 주민들이 사는 세상이 성숙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비평하는 것이다. 그것이 저널리즘이 서야 할 위치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166페이지, '걷는 듯 천천히' 중에서


보여주어야 할 것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미디어라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삶의 에피소드는 잔잔하다. 3.11 일본 지진으로 인한 그의 생각 등 영화와 삶을 중심으로 한 그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복잡한 날에 마음을 정돈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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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 때로는 빛나고 가끔은 쓸쓸하지만
김재연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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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함께 있는 사람들과 충분히 사랑을 나눠라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작가가 꼭 결론은 이것이다라고는 하지 않지만학교 시험식으로 잡을 찾는다면 사랑이다아니면 말고인생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대로 나아가도록 두는 것이다그러다 다시 돌아와서 좌절하고 그러다가 다시 에너지를 얻고 일어서는 것이다내가 아는 사람들과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나 나를 둘러싸고 있는 그 모든 사람과 사물들을 둘러쌓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감사함을 또한 잃지 말아야 할 일이다.

 

외롭고 쓸쓸해지는 날씨 속에서 사랑과 기쁨과 설렘을 맞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사진 그리고 글남을 들여다보지 말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을 더 많이 갖게 한다.

 

라디오 작가로 이름을 알린 김재연이 우리의 하루를 향해 안녕을 묻고밤삼킨별 김효정의 사진은 그 글과 함께 지금 머물고 있는 자리에서 잠시 떠나 여행 속 풍경 안으로 들어와 달라 손 내민다. ‘당신은 슬픈가요를 시작으로,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도 외로움을 품고 있을까?’, ‘또 다른 해피엔딩’, ‘사랑은 그런 것’ 등 이렇게 다섯 파트의 차례로 구성된 책으로 삶 속에서 우리가 무심하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들을 다시 손에 담아 펼쳐 보인다. ‘이거당신 것이 아닌지’ 묻는다길지 않은 글이지만 던지는 질문은 약하지 않다편안하게 읽히지만 마음의 두께를 깎아 낸다.

 

두근두근설렘이 없는 삶은 단팥빵에 단팥이 없는 삶과 같다내가 만들지 못하면 그것들을 갖고 있는 것들과 짝이라도 해야 할 일이다과거의 아름다운 혹은 불편한 것들을 현재를 살아가는 디딤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걸림돌이기도 하다어떤 돌로 쓸 것인지는 우리 삶의 대토에 달려있다그 돌의 활용법을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느낌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바라보아야 할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등 뒤엔 무엇이 있을까.“

-66페이지

 

고독기쁨나눔희망미래사랑행복상실그리움이별웃음울음기억,약속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그냥 흘려버렸던 것들그중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들은 없었는지 다시 챙겨 본다결핍미완성상처고독과 같은 단어들을 누가 좋아하겠냐만은 일상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이 단어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좌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다시 일어서기를 할 수 있음을그것이 오히려 기회는 아닐지 묻는다.

 

눈높이를 달리하면

도처에 숨어있는

행복 꾸러미를 발견할 수 있다.

-8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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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루 -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1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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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다니는 길도 새롭게 보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보지 않던 것들, 그냥 지나쳤던 것들 속에서 보지 않았던, 무시했던 것들을 다시 보게 됨으로 해서 생활의 기쁨을 찾을 수 있다. 즐거움이 있지 않으면 생활은 단조롭다. 지하철을 타면서 사람들의 표정이 단순하지만 그 면면에서 어떤 삶을 사는가 하는 모습을 추측도 해보고 나의 삶을 돌아본다. 가급적 손에 책을 들고 다른 책들을 꺼내 읽으려고 한다. 지루한 삶을 거부하고 싶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때로 좌절감도 들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또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뭔가 달라진 것이 업는지 찾아보고, 같은 자리에 있던 것들을 다른 자리로 옮겨 놓아보기도 한다. 계절이 바뀔 때는 그런 일을 하기 아주 적합하다. 


그래도 그중 잘 바꾸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라디오 채널이다. FM 클래식 채널은 바꾸기 어렵다. 가끔 다른 채널도 돌려보지만 다시 바꾼다. 광고라는 것이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좋은 음악을 듣고 나서 바로 분위기를 깨는 광고가 나와 시끄럽게 그러면 재미없다. 다시 삶의 즐거움을 찾아내고 싶다. 지치지 말고 걷고 싶다. 오늘도 나의 삶을 시작한다. 


어느 날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하재욱 작가의 그림을 봤다. 그리고 팔로잉을 했다. 얼마나 타고 가길래 저런 그림을 그렇게 쓱쓱 그려낼까 싶다. 언젠가 나도 작은 스케치북을 사서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다. 꺼내 그리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하루를 기록해보고 싶었다. 1년 전 일인데, 몇 장 되지 않는다. 행여 상대방이 눈치라도 채면 어쩌냐 싶어 살살 그리다가 채 그리지 못하고 놔두기도 했다. 하 작가는 어떤가. 지금도 매일 그는 기록하며 산다.

 





안녕 하루는 직장생활의 애환과 가족 간의 사랑과 삶이 담겨 있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그렇게 사는 삶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 아이의 아빠로서 그는 만화가로서의 꿈을 이렇게 풀었다.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스케치는 1년 우리 삶의 길이를 재 볼 수 있다. 아버지, 아이들은 있는대 다만 아내가 보이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슨 이유일까. 사람은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는 특히나 상대의 그 빈자리가 커 보이는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렇게 인생 하루는 시작되었다. 작가 자신도 이제 아버지가 되어 보니 무심히 지나쳤던 아버지의 어깨를 다시 느꼈다.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이제야 그 심정을 헤아려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는가를 말이다. 


"아이들은 이제 곧 자라서 자기만의 인생을 살겠죠? 저는 언젠가 지금 이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을 거고요.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알겠더군요. 저를 묵묵히 지켜봐 주던 그 눈빛이 오로지 사랑이었다는 것을. 아버지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겁니다. 저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의 어깨에 검붉은 눈물 말고 찬란한 별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이라도."-13페이지 중에서


그렇게 지친 가장들의 삶을 자신의 하루를 통해서 돌아보고,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 가장들의 이야기와 사랑과 휴식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에서 셋째와 함께 어우러진 가족들의 삶에서 가장의 삶을. 작가가 기록한 하루의 삶을 보면서 나 자신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들과 같이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음을 새삼 느끼고 미안한 감정이 들게 만든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 대화와 포옹 등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을 더 늦지 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확 밀려온다. 


작가는 '아버지'를 시작으로, '일상', '가을', '추억', '셋째', '지하철', '겨울'과 '가족'을 여섯 장에 걸쳐 한 장의 그림과 글로 하루하루의 삶을 기록했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오늘 하루에 위로와 삶의 고단함을 거두어 주는 포근한 감성의 스케치가 좋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래도 마흔의 가장이 주어진 삶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떨어진 낙엽 주어 담듯 하루 하루 한 장 한 장 그리고, 글로 기록했다. 담았다. 기록이 주는 힘이 어떠한가, 기록하는 삶을 시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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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세운 집 - 기호학으로 스캔한 추억의 한국시 32편
이어령 지음 / arte(아르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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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언어로 세운 집은 모두 32편의 시가 다섯 파트로 나누어져 소개된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시험문제로 우리를 시험이라는 괄호 문제 속에서 주제를 찾아야 했고 소재를 골라야 하는 등 '끊임없이 괴롭히던' 아름다운 시들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 책에서 이어령은 이육사, 윤동주, 서정주, 김소월 등 암울했던 시절, 고난의 시절을 뚫고 나오는 빛나는 단어들을 모아 만든 시를 통해 삶의 한 날을 굵고도 짧게 그리고 진하고도 여리게 자연과 사람을 이야기한 시인들의 시들을 이어령 선생의 언어로 다시 해석된 시들이 모여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 후반부에서는 별도의 주석을 달아서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저자 이어령은 시험지 답안을 채우는 시로만 공부했던 것을 그의 기호학으로 분석, 이념적인 정답을 제하고 다시 시를 깊이 들여다봐야 함을 강하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학교 다니면서 답안지를 채우기 위한 문제로 민족, 통일 등 그들이 쏟아내놓은 가슴 깊은 시들을 단순하게도 그렇게 연결 짓고 해석을 하는 것으로 시를 배웠었다. 


시를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선을 보인 이성복 시인의 시론집을 통해 시인은 시와 글쓰기에 대한 강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성복 시인은 '무한화서'에서 시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드러내는 게 이이고, 부분을 떼어 내면 전체가 무너지는 게 시에요. 토씨 하나에도 희로애락이 실리게 하세요. 묻어나는 말, 번지는 말이 시에요. 시이거나 시 아니거나 어느 하나일 뿐, 시 비슷한 건 없어요."-36페이지, 이성복 시론, '무한화서' 중에서


이러한 그의 시에 대한 생각과 관점을 놓고 이번 이어령이 해석한 우리나라 대표시 32편을 보니 시가 새롭게 다가왔다. 무작정 국가, 나라, 민족을 연결해 해석하고 단정 지었던 것들에서 벗어나 시인의 삶과 사랑, 자연을 돌아보니 그 아름다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다시 해석됨으로 해서 바위에 갇혀 있던 단어들이 새롭게 빛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대체 우리는 뭐냐. 만해가 애써 찾아서 갈고 닦아낸 님이라는 그 귀중한 한국말, 열려 있는 말, 모든 계층과 그 영역을 횡단하는 말, 어느 대상에 가 붙든 그것을 끝없이 새롭게 변형시키고 심화시키는 말, 우리를 목마르게 하는 말, 침묵 속에서 노래를, 어둠 속에서 빛을 그리고 타다 남은 재를 다시 기름이 되게 하는 기적의 말, 그 입체적인 시의 말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망치로 두들겨 펴서 납작하게 만들어놓았는가. 자유롭고 아름다운 한국말의 그 님을 정치와 종교의 울 안에 가두어 가축처럼 길들이려 했는가."-121페이지, '언어로 세운 집' 중에서


누구나 한 편 정도는 외우고 있을 법한 시, 그러나 어처구니 없이 해석하고 재단했던 시들은 단어와 단어 사이, 행과 행 사이를 통해서 시인이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세밀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본 저자의 노력과 집념으로 우리 시를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정쩡한 9월은 이제 가고 가을 빛 찬란한 그 한때가 올 것이다. 책 읽기 좋은 시간, 시 한편 써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는 시간에 다시 만나는 이 대표적인 한국 시들이 잠자고 있던 영혼을 다시 들썩거려놓는다. 


지친 하루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권해주고 싶다. 다시 보고, 다시 읽어야 할 한국 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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