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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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충북 보은 생.


4부로 구성된 시집에서 1부에 수록된 시, '통영'


설거지를 마치고

어린 섬들을 안고 어둑하게 돌아앉습니다. 

어둠이 하나씩 젖을 물립니다.


통영에 가보고 싶다. 안동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3년 못되어서 이루어졌는데 이 바람, 소망도 이렇게 이루어지리라 본다. 시인의 언어로 만들어진, 짜인 통영의 그 골목이 보고 싶구나. 


삶과 죽음, 그 사이의 고통과 기쁨을 오고 가며 시인은 언어들을 뿌린다. 그리고 주어 꿰매나가는 동안 시 한편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그가 만든 세 번째 시집은 바로 '어린 당나귀 곁에서'


삶을 회피하면서도 삶을 향해 돌진하는 느낌을 안는다. 물러서는 듯하지만 그래도 한 마디 던진다. 서정적이면서도 강하고, 부드러운 듯 시골 향 나지만 거침도 없다. 에이 시브럴. 4부에 실린 시들은 다른 것과 달리 사회 지향적이다. '오월유사', '불길한저녁'이 그렇다. 세상의 모순, 불편함을 비꼬면서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민의 삶을 그린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그리는 마음 또한 담았다. 죽음을 멀리 할 수 없는 일이다. 


"꼭 당신을 다시 만나자는 건 아니지만

달아나는 돌들과 자꾸만 뒤로 숨는 풀들과 

봉분 위로 부는 바람 하나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고비사막 어머니' 중 일부 발췌(116쪽)


앞에 내놓은 두 권의 시집은 읽어보지 못했다. 다시 찾아 볼 일이다. 가을에는 시인이 만들어낸, 시인의 경험이 잘 배인 시를 읽는 것, 내 삶을 깊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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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의 재발견 - 센스란 무엇인가?
미즈노 마나부 지음, 박수현 옮김 / 하루(haru)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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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렵고 말하기 어려운 센스, 그러나 아주 평범한 것 그것이 센스다. 이 센스는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평범한 것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하니 쉬운 듯해 보여도 결코 그렇지 않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갖게 하듯, 그 작은 것을 잡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것이 개인의 퍼스낼리티를 다르게 보이도록 하고, 기업의 성과에 차이를 불러온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중요한 갈림길의 키워드가 되는 센스, 센스 있는 사람, 센스 있는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 미즈노 마나부는 센스에 대한 이야기를 갖고 이 책을 구성했다. 평범함이란 무엇인가를 바탕으로 해서 다름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다.


"평범함을 알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20쪽


기술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그 차이를 벌려놓을 수 있는 것이 센스다. 이 센스의 차이가 구매 선택의 기회를 결정한다. 일본 산업과 문화에 있어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 지점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저자는 자신들이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철저히 사용자에게 '기분 좋음'을 선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분 좋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 센스. 


센스는 어떻게 기를 수 있는 것인가. 


"센스를 기르려면 온갖 것에 생각이 미치는 꼼꼼함, 남이 보지 않는 부분도 알아차리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좋은 감각을 지니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높이는 것도 연구가 필요하다."-87쪽


이를 위해서는 지식의 축적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첫 번째 주장이다. 지식이 쌓여야 예측이 되고 새로운 기획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주관적인 생각보다는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센스는 만들어진다. 


그런데 읽다 보니 참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든다. 센스는 필요하고 지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만 그게 전부일까 싶은 생각이다. 다른 것, 다른 방법으로도 남을 넘어설 수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이 구축해 온 센스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필요성을 이끌어낸다. 


1.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남과 다른 것으로서의 센스를 만들어라.

2. 지금 시대의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잡아라.

3. 갖고 있는 제품이 다른 것과 같은 것은 무엇이며, 규칙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생각하라.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점에서 선택을 결정을 하는가. 그러한 기준도 센스가 되고 센스가 돋보이는 제품을 고르게 된다. 일치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지식을 바탕으로 살펴봐라. 


"나는 사회적 지식의 서랍을 열어 감각을 꺼낸다. 이 감각을 내가 몰랐던 조사해서 새롭게 알게 된 지식과 섞어서 최종적인 아웃풋을 선택한다. 이처럼 '지식을 쌓으면 올바른 답을 찾게 된다'는 것이 내가 말하는 '누구나 익힐 수 있는 팔리는 물건을 만드는 비결'이다." -137쪽


센스를 망치는 것과 센스를 확장하는 것은 사소하다. 그 사소함이 일을 결정하고 운명을 결정한다면 센스가 주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낯선 곳을 여행하고 나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도 충분히 센스를 기를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인 서점 돌기는 나도 애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뭔가 풀리지 않을 때 책들의 제목을 보거나 책 표지를 통해서 놓쳤던 생각을 잡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보려 애쓴다. 


적은 분량인데도 각각의 소제목에서는 반복적으로 센스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굿디자인 컴퍼니의 대표이면서 게이오대의 특별 초빙 준교수인 저자는 센스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그것이 어떤 다른 것보다 디자인의 질을 차이 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잠재된 센스, 갖고 있는 센스를 끌어내는 지식을 좀 더 밀어 넣어보자. 


미즈노 마나부는 왜 센스에 집착을 했을까. 


강의를 하고 질문을 주고받다 보니 결국 센스의 깊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누구나 갖고 있는 이 센스를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는가를 고민한 것이다. 그 고민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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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로니 구멍의 비밀
하라 켄야 지음, 이정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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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거나 일을 하다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디자인을 생각해 본다. 왜 이렇게 했을까, 저렇게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다. 이것은 최선이었나, 저런 방법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것이 그분들 나름대로는 최선이었을까 생각하면서 나의 방법을 또 생각해본다. 똑같은 기능을 하지만 이왕이면 디자인이 훨씬 우수한 것들을 선택하지 않을까. 물론 각각의 취향대로 고르지만 가격, 기능, 디자인이 선택 기준이라고 하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 


지역적인 환경과 브랜드의 우위에 따라서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디자인의 비밀에 대해서 하라 켄야가 이야기하는 디자인의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에세이 형식으로 써온 글을 묶은 책이다. 가볍지만 그이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통해 그가 기업과 공공시설물에 적용해 온 디자인의 비밀을 따져볼 수 있다. 봐야, 들여다봐야 생각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수 있지 않겠나. 


이 책은 그가 추구해 온 일상의 여행, 관찰 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보는 기회가 됐다. 하라 켄야는 기계 만능의 시대에서 사람의 손과 직접적 대면의 비주얼 소통이 주는 힘을 강조한다. 무인양품(무지루시료힌)을 비롯, 일본 디자인 계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는 하라 켄야의 디자인은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 쪽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레터헤드지, 화장실, 마카로니, 술잔 등 생활 공간에서 마주하는 디자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관심을 갖고 봐야 할 것들이 결코 특별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떠오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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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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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책들은 많고 깊이 있는 시간은 부족하고, 양으로 질로 독서를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만만하게 생각한 것도 아니지만 끊임없다. 읽어야 할 것들이 속속 등장을 하니 말이다. 독서 대장, 독서 전문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이제 먹는 법까지 내놓고 있지 않는가.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쏟아진 후, 이제는 책 읽기에 대한 책들이, '독서 레시피' 마련을 위한 독서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작가들이나 중국 작가들의 독서 예찬을 기록한 책들이 한동안 선을 보였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공부 책 시리즈를 비롯 독특한 분야의 책들을 내고 있는 유유가 이번에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그 한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김이경. 독서 강의를 비롯 독서 경험 20년의 기록을 갖고 있는 저자다. 독서 모임을 비롯하여 독서 관련 강의 등 저자가 책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들이 알차게 모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독서 이력을 이렇게 펼쳐 놓을 정도면 그 부족함이나 빈틈이 얼마나 되겠는가 싶다. 내가 해 온 독서의 방법이나 기록의 형태는 그리 잘 된 것이 없어 보인다.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따라 하지 않은 혹은 족하지 않은 것이 많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저자의 방식을 소개한다. 정답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따라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바닥에서 지상으로 올라가 듯, 안 되는 것,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해낼 때의 그 성취감처럼 독서의 방법들을 하나하나 고쳐가 볼 일이다. 독서 카드도 남기고, 책 속에 메모 남기는 것들을 주저하지 말자.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면서 나는 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라 본다. 자녀를 위한 독서 방법에 있어서는 그간 행한 것들과 반대되는 이야기다. 그렇게 행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후감을 강요하거나, 선택적으로 책을 보도록 했다.


"하나의 진리를 믿고 싶다면 많은 책을 두루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믿는 진리로 남을 설득하면 그만이고 설득되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우리의 완강한 몰이해를 낳은 원인이 궁금하다면, 괴롭더라도 그와 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와 대화하기 위해 그의 말을 듣고 그의 글을 읽어야 합니다. 낯선 책, 읽기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지요."(89쪽 중에서)


다양한 책을 읽지만 깊이 들어가 읽는 그 꼼꼼함과 세심함 또한 버릴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책에 나온 내용을 카드 형식으로 정리하는 등 책 읽을 읽고 나서도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찾아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과 정독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짧지만 굵게 이야기해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좀 더 나은 독서 시간을 가져봐야 함을 느낀다. 


책 먹는 법, 오해와 왜곡이 없는 독서생활을 위한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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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잡문
안도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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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내가 내 마음을 풀어내는 길이기도 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함을 갖게 하거나 때로는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을 제공해줘야 한다. 글은 그렇게 나의 글이지만 다른 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게 할 때 또 다른 가치를 얻는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그들 마음가짐에 변화를 갖거나 생각의 단초를 마련해준다면 그것으로 인한 나의 영향력이 미쳤음에 마음 뿌듯함을 갖는다. 이기적인 인간 같으니라고...


안도현의 잡문, 잡문이다. 시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트위터 140자 공간에 하루하루의 삶을 이야기했다. 사회를 향해, 때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향해 글을 던지고, 마음을 퍼트렸다. 그것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위안을 삼고, 이웃들과 혹은 동료들과 마음을 나눈 일상을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았다. 


글은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다. 무엇을 담고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느 정도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지난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올해까지 오면서도 봤을 때 마음 편한다 하는 느낌을 받아 본 일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인 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삶을 돌아 볼 여유 없이 일에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런 차원의 고민이 무슨 따위 필요하겠냐고 할 수도 있겠다. 


시를 쓰는 시인은 세상을 향해 작지만 때로는 강하게 글로 마음을 내놓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사람을 대하고, 세상을 대하여 하는지를 묻는다. 직접적인 질문은 물론 없다. 책이 주는 좋은 영향 중 하나는 그런 질문을 받고 읽는 이가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낙엽을 보며 배우는 것 한 가지. 일생 동안 나는 어떻게 물들어가야 하는 것. 떠날 때 보면 안다."(17쪽)


콘크리트 냄새 없는, 도시의 그 답답함은 어디로 빠져나가 있고, 자연 속 친구들, 바람과 나무와 숲과 공기의 풀숲의 그 냄새들이 함께 그의 시를 엮었다. 그러기에 보면 어디에서 머무느냐 하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모든 대상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닌가. 작은 생명체들도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에서 삶의 희망을 다시 다짐해보는 것이다. 


"꽃이 입이 없어서 말 못하는 줄 아나? 꽃은 향기로 말하지. 입이 있어도 말 못하는 건 뭐지? 그건 말귀를 못 알아들었다는 뜻이지. 그런데 말을 들었는데도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뭐지? 그건 들키고 싶지 않아서야. 숨기고 싶은 게 많다는 뜻이지."(31쪽)


가을 햇살에 빛나는 이슬처럼 맑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무엇으로 나를 물들이며 살아가야 하나. 물들고 싶은 것이나 있기는 한지. 가벼운 것들을 가벼이 보지 않으며 세세히 들여다보고 달리 말할 줄 아는 방법을 배워보고 싶다. 그게 쉽게 되겠냐마는...


"바람이 나무를 한 번 두 번 쓰다듬을 때마다 가을 색이 깊어간다." 이건 좀 어떤가? 아직 좀 뭔가 갔다. 


친구도 그립고, 시골 그 초가집 마루도 생각난다. 꽉 막힌 삶에 열린 문이 필요하다 느껴질 때 '잡문'이 한 길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의 머리와 가슴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분명히 어두운데 왜 어두운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어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데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과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136쪽)


그의 시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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