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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아끼는, 아니면 나를 대변할 수 있는 나만의 물건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의 물건은 그 사람의 일생 혹은 지금 순간의 또다른 표현이다. 갖고 있는 것들,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물건이다. 어떤 이는 그것을 명품에서 찾기도 하고 어떤이는 그것을 자신의 삶의 기록에서 보여주기도 한다.
유명인사들이 간직해온 그들만의 물건을 통해서 오늘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저자의 인맥 혹은 그가 갖고 있는 인간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가볍지만 친밀한 이야기들을 더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그의 노력이 오늘의 그의 모습을 만들고 그의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독특한 스타일과 언어구산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간다.
스마트폰과 터치를 통해서 오늘날 사람들에게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저자의 필력이 활기차다. 애정결핍과 같은 우리 시대, 왜 사람들은 아이폰에 만족하고 그것을 찬양하는가를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저자가 만난 인물들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은 느리게 걸어야 할 이유를 물건을 통해서 대변한다. 벼루, 책상, 스케치북 등 아날로그 적인 물건들이다. 멈춰 생각하고 다시 기록하는 일상을 통해서 쉼과 절제가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전한다.
삶의 속도가 급변하게 생기는 문화병의 치료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걷기’다. 수백만 년에 이르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걷는 속도’에 적응해 발달해왔다. 감당하기 어렵게 빠른 삶의 속도는 불과 지난 몇백 년 동안의 일일 뿐이다. 인류 역사를 하루로 보면 겨우 몇 초 전에 시작된 변화라는 이야기다. 요즘 그래서 다들 ‘올레길’ 등을 찾아다니며 걷느라 난리다. 아주 오래되고 익숙한 삶의 속도를 회복하고 싶은 까닭이다.
내가 최근에 찾아낸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맨발로 걷는 거다. 얼마 전, 가까운 산을 찾았다가 맨발로 걸어봤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흙의 느낌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그저 한 시간 남짓 걸었을 뿐인데 그날 밤 더 없이 깊은 잠에 빠졌다. 잠이 들 때, 잠의 나락에 한없이 떨어지는, 아주 기분 좋은 느낌도 되살아났다. 아침 신문보다 일찍 깨는 새벽이 자꾸 늘어나 괴로운 이들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꼭 권하고 싶다. 맨발로 걷기, 온천보다 더 좋다. 새벽에 자꾸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는 것 것처럼 행복한 일은 세상에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