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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역설 - 슈퍼 달러를 유지하는 세계 최대 적자국의 비밀
정필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불황의 시대는 언제쯤 끝날까, 경기 불황이라는 말이 이제 입에 붙어버린 듯하다. 기업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대학 졸업생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백화점은 연일 세일을 한다고 선전하지만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소비 불안심리의 지속으로 경기가 상승곡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시장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친기업 정책을 내놓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왜 시장은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까. 어디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걸까.
이 답을 찾기 위해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세계화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볼 때 우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세게의 기축통화라고 할 수 있는 달러화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온 KBS 정필모 기자의 분석은 적절하다.
유로화나 엔화, 그리고 위안화가 있지 않은가, 왜 달러화인가.
세계경제의 문제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흐름에 좀 더 집중해서 봐야 한다. 그리고 달러는 문제를 푸는 열쇠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지금, 미국과 세계 경제는 통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모든 흐름은 개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일이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들이 생기고 있으며, 어떤 해결책이 없는지 궁금했다. 경제경영이나 마케팅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실제 '화폐'에 대한 개념이 나는 부족하다.
늘 접하는 책보다는 좀 더 다른 분야의 책도 읽고 싶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달러의 역설'은 KBS 경제전문기자로 활약 중인 저자가 미국 달러화의 저력에 대해 밝힌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정부는 이처럼 빚이 늘어날 때마다 부채 한도를 늘려야만 업무의 중단을 막고 부도 위기를 넘기를 수 있다. 실제로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그러나 늘어난 미국 정부의 부채는 해마다 갚아야 하는 이자만 2,000억 달러를 넘을 정도다. 빚이 빚을 낮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미국 정부가 세금을 더 걷든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버티는 것은 여전히 기축통화인 달러가 가진 특권인 세뇨리지 효과 때문이다. -143페이지 중에서
미국이 채무국이면서도 오히려 더 힘이 센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달러화에 있다. 설마, 달러화가 무슨 문제가 있겠냐 하는 심정은 왜 생긴 걸까. 달러화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지지의 원인은 무엇인지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각국의 통화정책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순간순간 결정해야 한다. 환율을 끌어올림으로 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저자는 후반부 말미에서 몇 가지 조언을 남긴다. 달러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외화보유액을 줄임으로 해서 안정적을 확보할 수 있는 국제적 금융협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더불어 보유 외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미국이 버틸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세계 국가들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지지도 있지만 더불어 주변 국가들의 통화가 약해지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통화전쟁의 승자는 이번에도 미국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70년 이상 지속해온 달러 제국의 시대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달러 기축통화와 그것을 바탕으로 구축된 국제 금융 질서가 갖는 역학관계의 속성을 꿰뚫어 보면, 그 체제가 미국에 얼마나 절대적으로 유리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176페이지, '달러의 역설' 중에서
미국 중심의 경제구조를 벗어나는 일이면 그러면 답이 되지 않을까. 그건 실현 가능한 일일까.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자본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과연 정답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미봉책일까. 금융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저자는 금융자유화와 자본 시장 개방은 대내외 경제 환경의 악화로 투기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몇 차례의 기록적인 사건들은 오늘날 경제정책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미국의 경기가 요동 침으로 해서 타국에 미치는 영향들이 결코 작지 않다. 미국 경제의 불안함은 오히려 미국을 더 지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대마불사의 신화를 믿고 있다. 미국 스스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그 같은 신화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이 파산하면, 당장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도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달러가 휴지조각이 되면,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한 달러 표시 자산도 역시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결국 미국의 파산은 미국의 교역상대국, 즉 대미 수출 의존 국가들에게도 파국을 의미한다. 역설적이지만, 대마불사의 믿음이 깨지지 않는 것도 그와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현실이 된 셈이다.
144페이지, '달러의 역설' 중에서
공황과 석유파동,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었으며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얼마나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책 본문 전반에 걸쳐 미래 화폐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저자의 스펙트럼이 돋보인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미 달러화의 통화전쟁 움직임에 대한 대응과 경제상황 해설도 괜찮다.
돈을 풀어도 성장률이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경제가 활기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돈의 흐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화폐 유통 속도는 2008년 위기 전의 4분의 3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화폐유통 속도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금리를 낮추는 것도 모자라 양적완화로 돈을 풀고 있지만, 상당 규모의 돈이 실물경제를 살리는 데 쓰이기보다는 금융권에 잠겨 있는 셈이다. 이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전조다.
52페이지, 달러의 역설 중에서
미국이 내놓는 통화정책에 따라서 미국은 혜택을 누리지만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피해를 입거나 부담을 더 지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각국이 처한 상황과 더불어 그 모순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각국 나름대로 고심한 정책들을 알아본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및 양적완화정책을 펴기 시작한 미국, 미국의 선택은 일본이나 중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저자는 책 말미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IMF의 움직임과 이 조직이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이루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언한다.
각국이 이익을 주장하는 터이니 누가 손해를 보겠는가.
이 책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금융 세계화를 주장하는 쪽과 이를 견제함으로 해서 일방적인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현실에서 우리의 선택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다시 묻는다.
그럼,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제한했던 브레튼 우즈 체제로 가는 것이 정답일까. 무엇보다 미국이 도덕적 양심을 갖고 자신의 부채 해결과 더불어 성숙한 자세로 국가 간 금융협력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국제 금융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