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키노 > 10명의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2005년 베스트 음반 [2]

달콤쌉싸름한 감성파 포크의 절정, 제임스 블런트 <Back To Bedlam>

원용민/ 대중음악평론가·월간 <52street> 편집장

처음 이 음반이 발매되었을 때만 해도 제임스 블런트는 독특한 팔세토의 목소리를 지닌 신인 가수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2004년 말 첫 싱글 <High>가 영국 싱글 차트 3위에 오르면서, 그가 영국 왕궁 근위대 장교로 복무했고 그 이전엔 코소보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파견되기도 한 직업군인이었다는 특이한 이력 때문에 화제를 모았지만 그건 단순한 이야깃거리 이상의 것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싱글 <Wisemen>이 또다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2005년 7월, 세 번째 싱글 <You’re Beautiful>과 앨범 <Back To Bedlam>이 싱글과 앨범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자 그를 보는 음악계의 시선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단에서는 그에게 ‘벡과 엘리엇 스미스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라는 찬사를 퍼붓기에 바빴고 버진 라디오에서 실시한 ‘역대 최고의 노래 500곡’이라는 설문에서 히트 싱글 <You’re Beautiful>이 당당히 10위에 올랐을 만큼 대중의 호응도 뜨겁다. 제임스 블런트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 킨 등의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일군의 영국 록 밴드들 그리고 배들리 드론 보이 같은 솔로 뮤지션에 이르는 영국 아티스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서정미를 음악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인상적인 노랫말과 듣는 순간 곧바로 빠져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에 포크와 팝, 록 등의 음악적 요소를 가미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덧붙여 강한 흡인력을 지닌 달콤쌉싸름한 목소리 역시 최고의 매력 포인트. 1월 초 현재 <You’re Beautiful>이 여전히 영국 싱글 차트 20위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네 번째 싱글인 <Goodbye My Lover>가 9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등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Beck To Bedlam>은 왜 그가 2005년 영국 음악계가 수확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꼽히는지 잘 보여주는 음반이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제임스 블런트 <Back To Bedlam>(워너뮤직)
2. 존 레전드 <Get Lifted>(소니BMG)
3. 잭 존슨 <In Between Dreams>(유니버설뮤직)
4. 콜드플레이 <X&Y>(EMI)
5. 개빈 디그로 <Chariot Stripped>(소니BMG)
6. 제이미 컬럼 <Catching Tales>(유니버설뮤직)
7. 머라이어 캐리 <The Emancipation Of Mimi>(유니버설뮤직)
8. 두번째 달 <2nd Moon>(라임라이트뮤직)
9. 클래지콰이 <Color Your Soul>(Fluxus)
10. 시스템 오브 어 다운 <Hypnotize>(소니BMG)

팝,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의 절묘한 강약 조절, 파이스트 <Let It Die>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weiv](www.weiv.co.kr) 편집위원

캐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Leslie Feist)의 ‘메이저’ 데뷔 음반이다. 2004년 캐나다에서 마이너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뒤 컬트적 인기와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2005년 전세계로 확대, 발매되었다. 10대 때 펑크 로커로 활동한 파이스트는 성대 이상이란 음악적 금치산 선고를 받기도 했으나, 골방에서 기타를 뚱땅거리다 연주와 작곡에 눈을 뜨고는 세션 기타리스트로, 또 거짓말처럼 성대가 회복된 덕분에 세션 보컬리스트로 활약해왔다.

<Let It Die>는 내밀한 자기고백과 차분한 사운드로 갈무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싱어송라이터의 큰 줄기에 속한다. 하지만 팝, 재즈, 인디 록, 포크, 프렌치 팝, 트립합, 보사노바, R&B, 디스코 등 상이한 장르의 줄기들과 다채롭게 접목하고 있어서 폭넓은 유전인자를 함유하고 있다. 쉽게 비유하면 에바 캐시디 혹은 케렌 앤의 음악을 분방하고 인디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음반이다.

보사노바 스타일의 <Gatekeeper>, 사디(Sade)풍의 R&B <One Evening>식으로 얘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이종(異種) 음악 스타일을 개성적으로 소화해 이종(移種)한 곡들이다. 이는 전반부의 자작곡 가운데 팝, 재즈, 가스펠을 발랄하게 결합한 <Mushaboom>이, 후반부의 커버곡 중에서는 비지스의 디스코 넘버를 포크와 재즈로 버무리고 콜레스테롤을 낮춘 <Inside and Out>과 론 섹스미스의 숨은 명곡을 춤추기 좋게 데친 <Secret Heart>가 대표적이다.

크게 싱어송라이터, 보컬 재즈, 로파이 인디를 꼭지점으로 하는 이 음반의 사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파이스트의 보컬이다. 간유리로 덧씌운 듯 다소 탁하고 허스키한 그녀의 보컬은 변화무쌍하면서도 묘한 일관성을 지닌 음반 전체의 무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는 ‘관계’에 관한 가사와 맞물려 마음 깊은 곳의 연한 속살을 건드리며 아련한 통증을 남긴다. 그래서 이곳저곳의 ‘2005년의 음반’ 리스트에 빠짐없이 오르내릴 음반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곁에 둘 만한 몇 안 되는 음반 중 하나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파이스트 <Let It Die>(유니버설뮤직)
2. 피오나 애플 <Extraordinary Machine>(소니BMG)
3. 넬리 매케이 <Get Away From Me>(소니BMG)
4. 몽구스 <Dancing Zoo>(비트볼)
5. 다미엔 라이스 <O>(워너뮤직)
6. 더 짜르 <Goodbye>(파스텔뮤직)
7. 일스 <Blinking Lights And Other Revelations>(서울음반)
8. 스왈로우 <Aresco>(CJ 뮤직)
9. 눈뜨고 코베인 <Pop To The People>(비트볼)
10. 양병집 <넋두리>(리듬온, 재발매), 한대수 <The Box>(서울음반, 재발매 전집)

마침내 완성된 미완성의 전설, 브라이언 윌슨 <Smile>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IZM(www.izm.co.kr) 편집장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와 더불어 대중음악의 천재로 불리는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은 음악적 실험의 결정판 그리고 매카트니과의 음악 경쟁에 방점을 찍기 위해 1966년 하반기 또는 1967년 상반기에 <Smile>이란 제목의 앨범을 기획했다. 작품은 4개월에 걸쳐 만든 곡 <Good vibrations>를 시작으로 잘 진행된 듯했지만 그 무렵 브라이언 윌슨의 심각한 정신분열증과 약물중독으로 중도에 작업은 전면 중단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수록하려고 했던 한곡(<Mrs O’Leary’s cow>)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소방수 모자를 쓰고 스튜디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Smile>은 입에서만 떠돌고 형체는 없는 미완성의 미궁으로 영원히 빠져버렸다. 그는 비치 보이스 활동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40년 가까운 세월이 무심하게 흘렀다. 환갑이 훨씬 넘은 2004년에 브라이언 윌슨은 오랜 세월 묻혀 있던 기획, 하지만 반드시 끝을 봐야 했던 음악적 비전의 실현에 들어가, 마침내 <Smile>은 38년 만에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최고의 ‘역사적 지각’ 작품인 셈. 살기 전에는 죽어도 못 볼 것 같았던 미완성이 완성으로 바뀐 벅찬 감격, 그 최고의 발굴에 음악관계자들은 흥분했다. ‘결코 발표되지 않았던 가장 유명한 팝 음악 앨범’이라고 한 <뉴스위크>는 그 기쁨을 ‘Found!’라는 말로 대신했다. 브라이언 윌슨은 영국에서 먼저 공연으로 작품을 소개,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에 만들어져 이미 소개된 <Surf’s up> <Cabin essence> <Heroes and villains> 그리고 <Good vibrations>를 위시해 <Roll plymouth rock> <I’m in the great shape> <Old master painter/You are my sunshine>은 클래식, 민요, 성가, 블루스, 서프 뮤직 등 브라이언 윌슨의 믿기지 않는 광대한 음악적 팔레트를 웅변한다. 물론 비치 보이스의 특장인 보컬 하모니는 그대로 살렸다. 그것은 대중음악의 지평이 얼마나 넓고 끝이 없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천재성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일정한 도식과 히트 방정식에 감염된 요즘 음악계는 ‘대중음악도 이렇게 만들어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60년대에 대한 추억과 회고가 아닌 지금 음악계에 대한 경고장이다(앨범은 본고장에서는 2004년 가을에 발매되었으나 국내에서는 2005년에 나왔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브라이언 윌슨 <Smile>(워너뮤직)
2. 피더 <Pushing The Senses>(포니캐년)
3. 롤링 스톤스 <A Bigger Bang>(EMI)
4. 부카 킹스 <The Renaissance>(T엔터테인먼트)
5. 원도연 <V.1>(강앤뮤직)
6. 로라 베어스 <Year Of Meteors>(워너뮤직)
7. 토리 에이모스 <The Beekeeper>(소니BMG)
8. 시아라 <The Goodies>(소니BMG)
9. 두번째 달 <2nd Moon>(라임라이트뮤직)
10. 거미 <For The Bloom>(YG엔터테인먼트)

새트리아니-바이-페트루치가 펼치는 궁극의 기타 배틀, G-3 <Live In Tokyo>

전영혁/ KBS-FM <전영혁의 음악세계> DJ

최악의 음반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5년은 역으로 내실있는 좋은 앨범들이 많았다. 10편의 리스트 외에도 에릭 존슨, 브라이언 브롬버그, 드림씨어터, 마젤란, 쉐도우 갤러리, 라크리모사, 시구르 로스, 팻 메시니 그리고 일본 아티스트인 히로미와 프라이드 프라이드 등의 앨범이 좋았다. 한편 The Bird, J-Breaker, Prelude, 곽윤찬, 송영주, 서지나 Omega3, 강인오 등의 신선한 국내 앨범들도 많았고 <위대한 손기정>(살타첼로/피터 쉰들러), <독도를 위한 기도>(마이클 호페) 같은, 우리가 해야 할 음악을 부끄럽게도 외국 뮤지션들이 대신 발표하기도 했다.

기타로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G-3는 오래전 퓨전 3인방(존 맥러플린, 파코 데 루치아, 알 디 메올라)이 펼쳤던 <Friday Night In SanFrancisco>의 일렉트릭판이라 할 수 있으며 현존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무림 고수들로 군림하고 있는 조 사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에릭 존슨, 잉베이 맘스틴, 존 페트루치 등이 의기투합하여 펼치고 있는 G-3 시리즈의 3탄이다.

물론 올해의 앨범은 G-3의 <Live In Tokyo>다. 조 사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존 페트루치로 펼쳐진 이 실황 앨범은(베이시스트 빌리 쉬한,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 협연) 기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록기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지망생에게도 출중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두장의 CD에 존 페트루치(2곡), 스티브 바이(3곡), 조 사트리아니(3곡), The G-3 Jam(3곡) 등 총 108분의 러닝타임(콘서트 완판)을 담았다. 앨범의 백미는 당연히 The G-3 Jam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Foxey Lady>, ZZ Top의 <La Grange>,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등 3곡의 잼은 청자를 무아지경으로 안내한다.

<Live In Concert> <Live In Denver> <Live In Tokyo>까지 G-3 라이브는 CD로 들어도 좋지만 AV로 보고 들으면 그 감흥은 배가 된다. CD는 모두 국내 발매되었으며 DVD도 수입되어 있다. 아예 모두 컬렉션해두면 폭발적인 사운드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두고두고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것이다.

BEST MUSIC 10

1. G-3 <Live In Tokyo>(소니BMG)
2. 얀 가바렉 <In Praise Of Dreams>(수입)
3. 사비나 야나토우 <Sumiglia>(수입)
4. 찰스 로이드 <Jumping The Creek>(수입)
5. 아릴르 안데르센 <Electra>(수입)
6. 마이클 갈라소 <High Lines>(수입)
7. 이언 앤더슨 <Plays Orchestral Jethro Tull>(수입)
8. 존 웨튼, 제프리 다운즈 <Icon>(수입)
9. 스티브 헤킷 <Metamorpheus>(수입)
10. 영화 <코러스> O.S.T(워너뮤직)

힙합의 최전선이 들려주는 물 흐르는 듯한 사운드,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

최민우/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weiv>(www.weiv.co.kr) 편집장

오늘날 미국의 힙합 신은― 예전 로큰롤이 그랬듯― 가장 야심만만하고 건방지며 탁월한 감각을 지닌 뮤지션들이 군웅할거하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유행이 빠르고 경쟁도 치열하며 그들이 겪는 성공과 몰락의 일대기는 고드름처럼 뾰족한 그래프를 그린다. 시카고 출신의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니예 웨스트는 그 살벌하고 화려한 경쟁 속에서 2004년과 2005년을 온전히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제이-지(Jay-Z)와 같은 유명 힙합 뮤지션의 곡을 프로듀스하면서 인정받아온 그가 2004년 자신의 첫 데뷔 음반 <Collage Dropout>을 발매했을 때 사람들은 이 음반이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음반의 내용물은 출중했다.

그러나 <Late Registration>을 듣다보면 <Collage Dropout>이 마치 습작에 불과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만약 좋은 음반의 조건이 다양한 시도를 일관성있게 조직하면서 그것들을 대중적 감성과 조화하는 것이라면 <Late Registration>은 2005년에 발매된 음반들 중 이 조건을 가장 만족스럽게 구현한다. 그를 유명 프로듀서로 만든 재기 넘치던 ‘샘플 장난’이 줄어든 대신 이른바 ‘클래식 솔’(classic soul)에서나 느낄 수 있던 느긋하고 흥겨운 감흥에 만화경처럼 화려한 사운드와 비트가 정교하게 맞물린다. 듣는 이들은 행복해진다. 랩·힙합의 영역을 넘어서는 거대한 팬을 거느리기에 모자람이 없으며, 힙합이 우리 시대의 가장 창의적이고 생기 넘치는 음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음반.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유니버설뮤직)
2. 시스템 오브 어 다운 <Mezmerize>/<Hypnotize>(소니BMG)
3. 블록 파티 <Silent Alarm>(서울음반)
4. M83 <Before The Dawn Heals Us>(와우뮤직)
5. 콜드플레이 <X&Y>(EMI)
6. 디페시 모드 <Playing The Angel>(EMI)
7. 하드-파이 <Stars Of CCTV>(워너뮤직)
8. 고릴라즈 <Demon Days>(EMI)
9. 피오나 애플 <Extraordinary Machine>(소니BMG)
10. 시구르 로스 <Takk>(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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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All About Jazz 선정-2005년 BEST


 
Let Freedom Ring!
Denys Baptiste
(Dune)

 
Amazon River
Hendrik Meurkens
(Blue Toukan Music)

 
Leaves of Grass
The Fred Hersch
Ensemble
(Palmetto)
New York School
Tom Christensen
(Playscape Recording)

 
Day Is Done
Brad Mehldau Trio
(Nonesuch)
The Way Up
Pat Metheny Group
(Nonesuch)

 
Flow
Terence Blanchard
(Blue Note)
Shelf-Life
Uri Caine
(W&W)

 
Una Nave
Guillermo Klein
(Sunnyside)
Bebo de Cuba
Bebo Valdes
(Call 54 Records)

 
Oceana
Ben Monder
(Sunnyside)
The Relatives
Jeff Parker
(Thrill Jockey)

 
Shade of Jade
Marc Johnson
(ECM)
Check-In
Roberto Magris
Europlane
(Soul Note)

 
Notes from the Heart
Ulf Wakenius
(ACT)
Keystone
Dave Douglas
(Green Leaf)
Mosquito/See Through
The Necks
(ReR Megacorp)
Into The Barn
Manuel Mangis
Gruppe 6
(Hat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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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존재가 희미하면 희미할수록, 그리고 당신이 생명을 적게 표현하면 표현할수록,

당신은 그만큼 더 소유하게 되고, 당신의 생명은 그만큼 더 소외된다.

Written by Karl Marx


오후 2시, 입안이 텁텁해지고, 갈증이 느껴진다.

뒤늦은 포만감과 나른함을 떨쳐버리고자 난 한 잔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는...

오후의 권태로움을 잊고자 몇 장의 CD를 뒤적였다. 한 참을 뒤적이다, 그동안 소유만 했을 뿐이지 그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가련한 중생들>을 발견해내었다. 표지가 맘에 들어서 소유했던 Yamamoto Tsuyoshi의 <Autumn in Seattle>과 남들이 다들 좋다 하기에, 무작정 집어 들었던 Simple Acoustic Trio의 <Habanera>. 내가 기억하기론 아마 내 수중에 있은 지가 1년은 족히 되었으리라. 헐! 이렇게나 무심했다니.


그러고 보니 집에도 이런 <가련한 중생들>이 무척이나 많을 터였다. 소유만 했을 뿐이지 그 존재조차 망각해버린 채 방치해 버린... 그런 존재들이...

Wagner의 니벨룽의 반지의 경우, 게르기에프 내한공연 얘길 신문에서 흘려듣고,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에 명반이라 손꼽는 Karl Bohm판과 Hans Knappertsbusch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오르그 솔티의 반지를 또 소유했었더랬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칼뵘의 니벨룽의 반지는 무려 14장의 CD를 자랑하는 눈에 띄게 큰 덩치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Charlie Parker의 VERVE 박스 세트는 어떠한가? 난 그 큰 덩치를 자랑하는 녀석이 던지는 눈물어린 시선을 애써 무시하지 않았던가.


한 음반을 정말 닿고 닿듯이 들었던 때가 분명 있었다. 정말 미칠 것 같이 좋아했을 때가 분명 나에게도 있었더랬다. 그 불타오르던 열정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지금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의 열정은 빌어먹을 과 더불어 사라져버린듯 하다. 그 책을 샅샅이 훝으며 장미꽃(로제트)만 열심히 꺾다보니, 어느새 내 열정은 시들어버리고 만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명반은 어찌 그리 많은지...

또 비교해서 들어봐야 할 음반은 또 어떻고? 태산이 높다하나 음반산 만큼 높으랴?

게다가 좀 안다니 척하려면 Maniac한 것도 좀 있어야 할 테고.

이러다보면 듣지도 않을 음반만 수북이 쌓이고, 하얗게 타버린 열정만이 남게 된다.

지독한 자신에 대한 경멸감과 공허감과 함께...


한 100장 정도였을 때가 가장 음악이 좋았을 때 였던거 같다. 그 때는 하루에 3장씩 한 달 간격 로테이션이 착착 돌아갔을 때였다. 음악에 맞추어 발도 까닥거리고, 때로는 알 수 없는 격정에 사로잡혀 눈물이 나기도 하고, 신이 나서 나 혼자 지랄발광 춤을 추기도 했었다.

1000장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들은 음반보다는 듣지 않은 음반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더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만이 남았을 뿐, 그곳에 존재에 대한 사랑은 없었다. 내 앎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 깊이는 얕았다. 음반을 몇 장 안 가지고 있었을 때에는 그 음반의 곡명뿐만이 아니라 그 순서까지도 꿰뚫고 있었다. 이 곡이 어떻게 음이 시작하는지, 그리고 어떤 악기의 음이 마지막으로 연주되고 끝이 나는지, 실황음반일 경우에는 기침소리나 의자를 삐꺽 이는 소리가 어느 때쯤 나올 건지 환히 알고 있었더랬다. 그랬었는데... 정말 그랬는데...


더 많이 소유하면 할수록 그 존재는 더욱 희미해지기 마련이고, 그 존재가 희미하면 희미할수록 그 생명은 더욱 소외되고 마는 것이 세상의 진리인 것이다.

이제 지름신의 간악한 손길에서 날 해방시킬 때가 온 것이다.


혁명의 탄환은 이미 쏘아졌다.

ps> 음반수집욕은 사그라드는듯 한데, 책에 대한 욕구는 좀체 사그라지지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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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핏기 없는 손을 이불 위에 올려놓고 차일을 친 침대위에서 조용히 누워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심장은 짧고 불확실한 중얼거림과 같았다. 그의 사고는 타버린 재처럼 회색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면 그 또한, 러스티 리건처럼 깊은 잠(Big Sleep)에 들게 될 것이다.


Raymond Chandler의 Big Sleep 중에서


불면(不眠): 친절한 나의 국어사전에는 잠들기 어려움이나 수면 지속의 어려움 또는 수면 양상의 장애로 인해 충분한 잠을 못 자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Insomnia: 로마신화의 잠의 신 Somus를 어원으로 소무스의 손 밖에 있는 이란 뜻.

(Somus는 그리스 신화의 Hypnos와 동일한 신이다.)

 

잠의 신 히프노스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쌍둥이 신으로 그만큼 고대로부터 잠과 죽음은 뗄 수 없는 동일한 것으로 여겨지곤 했었다.

물에 젖지 않으려면 물속에 있으면 되는 것처럼, 잠을 자는 순간만큼은 인간은 반드시 필멸하고야 마는 존재의 공포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잠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현재 나는 불면의 상태에 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잠들지 못하게 하는가?

나로 하여금 느끼고 싶지 않은 필멸하는 존재의 공포를 끊임없이 부여하는 것은 바로 불안이다.

그 불안이 날 잠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 불안이 나를 히프노스가 아닌 타나토스의 손아래 나를 집어던진 녀석이다.

 

나는 불안하다. 프로이트에 의하자면 지금 나의 상태는 기대 불안(Erwartungsangst)이라고 한다.

기대 불안이란 잠시 동안이라도 새로이 출현한 어떤 가능성에도 결합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별 것 아닌 일에 방방 호들갑을 떨고 있는 상태라는 거다.


날 이런 전형적인 불안 노이로제에 빠뜨린 원흉(?)은 한 여자다.

그녀가 나간지 채 몇시간도 지나지 않았건만..

이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면,

난 그녀가 가는곳마다 쫓아다니거나 아님 그녀를 꽁꽁 매어두어야 하리라.

억압이 불안을 낳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억압을 낳는다라는 말, 틀림없이 진실일꺼다.

 

내가 불안에 떠는 건 그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믿지 못하는 건 나 자신이 천인(天人)의 눈이 아닌 야수(野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니체가 말했던 사나운 짐승들이 살고 있는 황폐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난 인간이 아닌 야수의 삶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탐욕하며, 의심하며, 증오하는...

 

그래서 난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난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또다른 야수가 혹은 천사가 날 시기하여 내가 가진 행복을 산산히 부셔버릴지도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가 내 불안의 정체이다.

가련한 포우(Edgar Allan Poe)는 연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스스로를 이렇게 위로했다지.

(Annabel Lee에서 발췌)

 

She was a child and I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 ;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I and my Annabel Lee- 

With a love that the winged seraphs of Heaven 

Coverted her and me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죠.

바닷가 왕국에선.

우린 사랑보다 더한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했죠

나와 애너벨 리는

하늘의 날개달린 천사들이 나와 그녀를 시샘할만한

그런 사랑으로...


And this was the reason that, long ago, 

In this kingdom by the sea, 

A wind blew out of a cloud, by night 

Chilling My Annebel Lee


그것이 이유였어요.

오래전 바닷가 왕국에서

밤의 구름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만들어버린건.


So that her hightborn kinsmen came 

And bore her away from me, 

To shut her up in a sepulchre 

In this kingdom by the sea.


그녀의 지체높은 친척들이

나에게서 그녀를 데려가

바닷가 왕국 무덤속으로

그녀를 가두어 버렸죠


The angels, not half so happy in heaven, 

Went envying her and me. 

Yes ! that was the reason (as all men know) 

In the kingdom by the sea 

That the wind came out of the cloud, chilling 

And killing my Annabel Lee. 


천국에서 우리의 반만큼의 행복도 가지지 못한 천사들이

나와 그녀를 시기했기 때문이어요

네! 그래요 그것이 이유였어요

바닷가 왕국의

구름속에서 한차례의 바람이 일어

나의 사랑하는 애너벨리를 싸늘하게 죽여버린건.


난 슬픔으로 나를 위로하진 않을터다.

그것이 야수 아니 천사라 할지라도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 그의 서리같은 피를 마시고 그의 얼음같은 심장을 잘근잘근 씹어줄테다. 그런 후에야 난 나를 위로할 수 있으리라.

 

여자친구가 지금쯤은 집에 들어왔으려나...

전화질 좀 해야쓰겄다. ^^ 잔소리도 좀 하고 "제발 좀 일찍 좀 다녀! 나 잠 좀 자자."

 

夜深詞

夜色迢草近五更  밤은 깊어 오경이 가까웠건만

滿庭秋月正分明  뜨락 가득 가을 달을 밝기도 하다

凭衾强做相思夢  이불 쓰고 억지로 잠을 청해도

才到郞邊去自驚  님의 곁에 이르고 깨고 말았네.


아! 이런 Jazz 얘기도  한마디 하고 가야지.

Nils Landgren의

닐스 란드그렌이 현재 제일 잘나가는 Jazz Artists 중 하나라는 건 뭐 설명할 필요조차 없겠다. 내가 그저 말하고 싶은건 이 곡이 실린 가 그가 사랑하는 아내와 바닷가를 거닐다가 문득 그녀에게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로 이루어진 음반을 하나 만들고 싶다라고 그녀에게 속삭였고, 그 결과로 탄생한 음반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하나같이 정말 주옥같은 가사와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것!

그리고 이 음반의 백미라면 바로 이 곡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이 곡 만큼 아름답게 노래부를 수 있을까?


깨어있는자 들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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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1-12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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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es have a hole and bird of the air have nets.

but The Son of Man has no place to lay his head.

written by Jesus Christ


Whoo! 그래 오늘 크리스마스다. 근데 나 지금 혼자가 돼 버렸다. 뭐 그렇게 됐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혹은 그것이 일시적이든, 잠정적이든, 영구적이든 간에 이 험한 세상에 달랑 혼자 몸으로 내팽겨질 때가 있는 법이다.


누구하나 불러주는 사람 없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불러주는 사람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서는 거다.

모비 딕의 이스마엘(아브라함의 버림받은 아들, 방랑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처럼 입술이 근질근질해지고 텁텁함을 느낄 때, 동짓달의 장마를 만났을 때처럼 마음이 울적해질 때, 울적한 마음으로 괴로운 마음을 참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남의 모자라도 벗겨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는 한시라도 빨리 문을 박차고 나가는 거다.


난 곧 나갈 준비를 했다. 준비물은 별거 없다. 혹독한 밤의 기운을 잠시나마 막아줄 캐시미어 목도리 하나, 등산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선물해 드렸다가 내가 다시 빼앗은 손난로 하나, 랭보의 시집하나, 그리고 몸을 데워줄 와인 한 병! 아 음악도 빠질 수 없지. CDP도 챙기자.

달랑 은전 2개로 대서양을 거쳐 일본해까지 가버린 이스마엘에 비하면 난 꽤나 준비가 투철했다. 크흐흐흐 자 이제 방랑의 시간이 왔다.


아! 막상 나와 보니 무지 춥다. 젠장할! 이런 날씨라니 나온 지 5분 만에 투철했던 내의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벌써 코끝이 찡하고 귀때기가 아프다.

휘파람을 불어볼려 했으나 입이 얼얼하니 벌써 굳었다. 나지막하게 랭보의 나의 방랑을 읊조려본다.


 

 

 

 

 

 

나의 방랑


쏘다녔다. 터진 주머니에 두 주먹 쑤셔 넣고,

짤막한 외투도 이상적으로 헐었고,

하늘 아래 걸어가던 나, 시의 여신이여 나는 그대의 충복이었다오.

오, 릴라! 내가 꿈꾸었던 찬란한 사랑들이여!


내 단벌 바지에 커다란 구멍 하나,

꿈꾸는 엄지동이, 이 몸은 발걸음마다

시를 뿌렸노라, 내 여인숙은 큰곰자리에 있었다오.

하늘에선 내 별들이 부드럽게 살랑대고,


길가에 앉아 내 별들의 몸짓에 귀 기울이곤 했다오.

9월의 이 멋진 밤, 나는 이마에 떨어지는

이슬방울등 속에서 정력의 포도주를 느끼곤 했다오.


환상적인 그림자들 사이에서 운을 맞추고,

내 가슴 가까이 한쪽 발을 치켜들어,

상처 난 내 구두의 고무 끈을 나는 리라처럼 잡아 당겼노라!


톨킨의 호빗이라도 된 양, 시를 읊다보니 노래도 절로 나왔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차디찬 대기가 내 허파로 들어오자 짜릿하면서도 아린 통증이 느껴졌다.

차디찬 공기가 뜨거운 내 심장과 폐를 만나 증발무(蒸發霧)라도 만드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허파에 공기방울이 차면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죽는다면 기네스에 오를 수 있을지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벌써 고지는 눈앞에 섰다.

여긴 내가 좋아하는 장소다. 난 시추를 한 마리 키운 적이 있었다. 그녀석이랑 종종 오르곤 했던 동네 야산 아니 언덕 쯤 되려나? 나무벤치가 하나있고, 레몬빛 가스등이 하나 서 있다. 그 녀석은 종종 여기서 소변을 보곤 했었는데... 문득 그 녀석이 그리워졌다.


품안에서 어느새 따뜻하게 데워진 와인 한 병을 꺼냈다.  Bottle by bottle! 여기서 오줌을 싸곤 했던 그 녀석을 향해 건배!

꺼내든 와인은  Jacobs Creek Chardonnay Pinot Noir. 바로 요 녀석이다.

 <사이드웨이>란 영화에서 피노-누아 품종에 관해 주워듣고,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 사 놓았었다. 마일즈란 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피노는 까다롭고 재배하기 어려운 품종이지만 그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와인이지. 신경 안 써줘도 아무데서나 자라는 카베르네와는 달라. 끊임없이 신경 쓰고 돌봐줘야 하는 골치 아픈 녀석이지만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맛을 지녔거든.”


헹! 정말 멋지지 않아? 난 풍류라고는 전혀 모르는 따분한 녀석이지만, 이런 소리를 듣고도 그냥 지나치는 무감각한 놈은 아니다. 한때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읽고, 사과향 칼바도스를 사기위해 온 동네 주류shop을 뒤진 적도 있었다. 결국 아직 못 먹어봤지만...


파아란 침묵은 어느새 나랑 레몬빛 가스등이랑 지금은 곁에 없는 그 녀석에게도 내려왔다.

지금 모두가 고요하다.

인간은 침묵 속에 있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어떤 말이든 애써 하려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자신의 내면으로 가만히 침잠해 들어가 나를 바라봐야 할 그 시간이 인간에게는 필요하다.


피카르트는 말했던가.

음악의 소리는 말의 소리처럼 침묵에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침묵과 평행하는 것이며, 음악은 꿈꾸면서 소리하기 시작하는 침묵이라고 말이다. 음악의 마지막 소리가 사라졌을 때보다 침묵이 더 잘 들릴 때는 없다고 그는 말했었다.

난 그가 말했던 그 절대의 침묵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난 가만히 CDP 를 꺼내어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Gerry Mulligan의 <Night Light>!


회색빛 콘크리트 도시의 밤에도 정취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바로 제리 멀리건의 이 음반만큼 그 정취를 잘 말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Bee Bop이나 Hard Bop의 통렬하고도 찌를 듯한 열정은 여기엔 없다. 이른바 Westcoast Jazz라고 불리는 Cool의 무덤덤함에 별 매력을 못 느끼는 사람도 있을 법 하지만, 저항과 반역이 항상 들끊는 열정과 분노로만 나타낼 수 없는 것처럼, 무서우리만치 차갑고 날카로운 냉소 또한 저항과 반역의 한 방법인 것이다.


메마른 잿빛 도시의 밤!

밝지만 따스한 온기를 줄 수 없는 네온의 불빛처럼 그렇게 Cool은 찾아온다.

그것이 쿨의 진정한 매력이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있을 때 찾아오는 법이 아니던가. 지금 혼자 있는 나보다 함께 있을 그대들에게 고독이 찾아오지 않을는지...

지금 고독을 느끼는 그대들에게도 건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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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2-2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