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핏기 없는 손을 이불 위에 올려놓고 차일을 친 침대위에서 조용히 누워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심장은 짧고 불확실한 중얼거림과 같았다. 그의 사고는 타버린 재처럼 회색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면 그 또한, 러스티 리건처럼 깊은 잠(Big Sleep)에 들게 될 것이다.
Raymond Chandler의 Big Sleep 중에서
불면(不眠): 친절한 나의 국어사전에는 잠들기 어려움이나 수면 지속의 어려움 또는 수면 양상의 장애로 인해 충분한 잠을 못 자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Insomnia: 로마신화의 잠의 신 Somus를 어원으로 소무스의 손 밖에 있는 이란 뜻.
(Somus는 그리스 신화의 Hypnos와 동일한 신이다.)
잠의 신 히프노스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쌍둥이 신으로 그만큼 고대로부터 잠과 죽음은 뗄 수 없는 동일한 것으로 여겨지곤 했었다.
물에 젖지 않으려면 물속에 있으면 되는 것처럼, 잠을 자는 순간만큼은 인간은 반드시 필멸하고야 마는 존재의 공포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잠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현재 나는 불면의 상태에 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잠들지 못하게 하는가?
나로 하여금 느끼고 싶지 않은 필멸하는 존재의 공포를 끊임없이 부여하는 것은 바로 불안이다.
그 불안이 날 잠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 불안이 나를 히프노스가 아닌 타나토스의 손아래 나를 집어던진 녀석이다.
나는 불안하다. 프로이트에 의하자면 지금 나의 상태는 기대 불안(Erwartungsangst)이라고 한다.
기대 불안이란 잠시 동안이라도 새로이 출현한 어떤 가능성에도 결합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별 것 아닌 일에 방방 호들갑을 떨고 있는 상태라는 거다.
날 이런 전형적인 불안 노이로제에 빠뜨린 원흉(?)은 한 여자다.
그녀가 나간지 채 몇시간도 지나지 않았건만..
이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면,
난 그녀가 가는곳마다 쫓아다니거나 아님 그녀를 꽁꽁 매어두어야 하리라.
억압이 불안을 낳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억압을 낳는다라는 말, 틀림없이 진실일꺼다.
내가 불안에 떠는 건 그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믿지 못하는 건 나 자신이 천인(天人)의 눈이 아닌 야수(野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니체가 말했던 사나운 짐승들이 살고 있는 황폐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난 인간이 아닌 야수의 삶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탐욕하며, 의심하며, 증오하는...
그래서 난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난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또다른 야수가 혹은 천사가 날 시기하여 내가 가진 행복을 산산히 부셔버릴지도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가 내 불안의 정체이다.
가련한 포우(Edgar Allan Poe)는 연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스스로를 이렇게 위로했다지.
(Annabel Lee에서 발췌)
She was a child and I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 ;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I and my Annabel Lee-
With a love that the winged seraphs of Heaven
Coverted her and me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죠.
바닷가 왕국에선.
우린 사랑보다 더한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했죠
나와 애너벨 리는
하늘의 날개달린 천사들이 나와 그녀를 시샘할만한
그런 사랑으로...
And this was the reason that, long ago,
In this kingdom by the sea,
A wind blew out of a cloud, by night
Chilling My Annebel Lee
그것이 이유였어요.
오래전 바닷가 왕국에서
밤의 구름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만들어버린건.
So that her hightborn kinsmen came
And bore her away from me,
To shut her up in a sepulchre
In this kingdom by the sea.
그녀의 지체높은 친척들이
나에게서 그녀를 데려가
바닷가 왕국 무덤속으로
그녀를 가두어 버렸죠
The angels, not half so happy in heaven,
Went envying her and me.
Yes ! that was the reason (as all men know)
In the kingdom by the sea
That the wind came out of the cloud, chilling
And killing my Annabel Lee.
천국에서 우리의 반만큼의 행복도 가지지 못한 천사들이
나와 그녀를 시기했기 때문이어요
네! 그래요 그것이 이유였어요
바닷가 왕국의
구름속에서 한차례의 바람이 일어
나의 사랑하는 애너벨리를 싸늘하게 죽여버린건.
난 슬픔으로 나를 위로하진 않을터다.
그것이 야수 아니 천사라 할지라도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 그의 서리같은 피를 마시고 그의 얼음같은 심장을 잘근잘근 씹어줄테다. 그런 후에야 난 나를 위로할 수 있으리라.
여자친구가 지금쯤은 집에 들어왔으려나...
전화질 좀 해야쓰겄다. ^^ 잔소리도 좀 하고 "제발 좀 일찍 좀 다녀! 나 잠 좀 자자."
夜深詞
夜色迢草近五更 밤은 깊어 오경이 가까웠건만
滿庭秋月正分明 뜨락 가득 가을 달을 밝기도 하다
凭衾强做相思夢 이불 쓰고 억지로 잠을 청해도
才到郞邊去自驚 님의 곁에 이르고 깨고 말았네.
아! 이런 Jazz 얘기도 한마디 하고 가야지.
Nils Landgren의
닐스 란드그렌이 현재 제일 잘나가는 Jazz Artists 중 하나라는 건 뭐 설명할 필요조차 없겠다. 내가 그저 말하고 싶은건 이 곡이 실린 가 그가 사랑하는 아내와 바닷가를 거닐다가 문득 그녀에게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로 이루어진 음반을 하나 만들고 싶다라고 그녀에게 속삭였고, 그 결과로 탄생한 음반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하나같이 정말 주옥같은 가사와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것!
그리고 이 음반의 백미라면 바로 이 곡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이 곡 만큼 아름답게 노래부를 수 있을까?
깨어있는자 들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