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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왜 하지? - 꼼꼼하게 들여다본 아홉 개의 수업 장면
서근원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수업을 왜 하지? 책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교사로서 이런 책 정도는 읽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집어들었다. 대충 훑어봤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번주 내로 다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했다.
1장 분교 수업에 대한 내용이다. 학년이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애쓰는 선생님의 모습이 엿보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난 분교 수업이면, 다른 학년의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실무실습까지 마치고 온 지금, 정말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ㅡ_ㅡ
2장 국어 중 특히 어려운 시 수업. 이 선생님은 수업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국가 수준에서 볼 때 이 선생님의 수업은 문제투성이였다. 하긴, 국가 수준에서 본다면 문제투성이 아닌 선생님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시는 이 선생님처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 시들은 너무 중구난방이야..
3장 역시 국어 수업. 글감과 주제의 구분이다. 이 선생님도 역시 맨손수업이긴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해서 아이들을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 국어 수업이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난 맨손수업으로 이 정도까지 할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교과서대로 가르친다는 데 대한 논쟁점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건가.. 글을 요약하는 능력이 짧은 나로서는 잘은 모르겠다.
4장 업무 때문에 수업에 신경을 쓰지 못해 진도를 왕창 나가려고 했던 과학 수업이다. 이 선생님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에, 나 역시 수업을 뒤로 미루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업무를 위한 교사인지 수업을 위한 교사인지. 수업 때 아이들이 충분히 사고하고 느낄 수 있으려면 업무를 좀 줄여야 되는 게 아닌가..
5장 사회 수업. 뭐 나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뒤에 저자가 해석해 놓은 것을 보니, 저자가 쓴 방법이 훨씬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선생님의 문제점은 아이들을 획일화 시키려고 했다는 것. 내가 가장 눈여겨 본 것은 그것이었다. 나도 교직에 나서고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생각을 묶어두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6장 이번에도 역시 사회 수업이다. 이 수업을 보면서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생각났다. 경쟁심리를 좀 자극시켰기 때문이다. 하긴 나도 6학년 때 공부가 전과를 베끼는 정도였다. 그래도 그 선생님 덕에 수업 시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는데.. 행동주의 수업모형은 좀 조심해야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내면화시킬 수 있을까.
7장 국어 수업이었는데,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선생님이 쓰고 있는 용어가 내가 평소 쓰지 않던 용어였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대한 자각이 있는 선생님이어서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고자 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수업 시간이 쉴 틈이 없었다. 창의적인 아이들의 생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객전도가 된 것 같았다고나 할까.
8장 수학 수업인데, 개념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수업 시간까지 오버할 정도로 가르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았다. 수학은 정말 개념이 중요한 것 같다. 지난 번 실제수업실습 때 수학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났다. 개념을 가르쳐야 했는데, 난 그게 어려웠다. 실무실습 때 수업을 할 때는, 공개수업에서 본 대로 해서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말이다. 수학은 생각 외로 가르치는 게 힘든 것 같다. 솔직히 내가 가르치는 것을 가장 좋아했던 건 수학이었는데 말이다. 정말 아이러니다.
9장 저자의 수업을 공개했다. 내 생각에는 저자의 수업이야말로 국가가 정말 원하는 수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는 그렇게 명시하고 있으니까. 나도 저자처럼 교과서를 다시 재배열해버리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교과서대로 수업해야 하나...
애초부터 이 책이 어떤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더 혼동되는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수업을 해도 되는가라는 데 대해 계속 생각하게 했고, 가르친다는 데 대한 부담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임용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교사는 많이 알아야 하고, 많이 아는 만큼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