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웅진지식하우스)-전자책 대여
에세이는 매우 매우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잘 안 읽는 분야의 책을 왜 읽었냐고 묻는다면, 책 제목이 재미있어서였다. 열심히 살지 않겠다는 글쓴이의 신념(또는 결심)이 드러난달까.
‘노력이 우리를 배신할 때‘.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노력하지 않고 얻은 성공은 비겁한 거야.˝(10쪽) 라는 교육, 나도 지금껏 받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열심히 안 했다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11쪽) 노력을 하는 것은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 사람들의 인식임을 보여준다. Give & Take. 입력이 있으면 산출이 있는 법이다. 적어도 대학생 때까지는 이 원리가 통했다. 공부하면 공부하는 대로 점수가, 학점이 나왔으니까. 하지만 이후로는 가끔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서 보상에 대해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2012년에 요엘을 묵상하면서 보상에 관해 정리했던 게 생각났다.
1. 내게 있어 보상과 하나님께 있어 보상은 다를 수 있는데 그 점을 간과.
2. 꼭 보상이 있지 않더라도 하나님을 볼 수 있는 믿음(=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이 있는데 그걸 놓침.
3.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말씀으로 사는 건데, 떡(보상)에 집중.
8년 전이 지금보다 훨씬 생각이 깊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느낌적인 느낌일까. 어쨌든, 그때 보상에 대해 진하게 묵상했음에도, 그 뒤로는 말씀을 잊고 산 건지 책을 보면서 노력이 우리를(나를) 배신한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묵상을 떠올리면서 생각을 다시 가다듬는다.
‘내가 이 나이에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20쪽) 이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나 역시 그러하니까.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매우 인본적이었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봤다. 소유의 문제보다 ‘나만의 가치나 방향‘이 없었다는 게 더 다가온다. 이 글은, ‘나만의 가치나 방향‘에 따라 내가 소유하는 것도 달라진다고 말하는 것 같다. 또,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나의 가치와 방향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힘이 들어간다는 건 경직된다는 것, 유연하지 않다는 것,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34쪽) 힘이 들어간다는 것을 겁을 먹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에(그 통찰력에) 놀랐다. 늘 긴장 상태에 있는 나는 늘 겁을 먹고 있구나.
이외에도 좋은 글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들은 많았다.
최선의 선택,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해. 물론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었다.(32쪽)
무언가를 해야만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더 큰 의미가 있다. 나에겐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47쪽)
자신만의 취향이란 어쩌면 무수히 많은 실패를 통해 만들어지는 건 아닐는지.(65쪽)
그것(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찾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었다.(83쪽)
한 가지 분명한 건, 영원히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모두 퇴사를 한다.(90쪽)
혹시 지금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면 아마도 뒤처진 게 맞을 거다. 하지만 뒤쫓을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속도와 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느린 건 창피한 게 아니다. 인정하자. 우린 뒤처졌다.(126쪽)
나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자존감이 가장 낮았고, 나 자신이 별거 아니라고 인정하고 나서야 자존감이 지금의 ‘보통‘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니 인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143쪽)
속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내 욕망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의 삶은 불행한 것일까?‘
‘나는 세상에 속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148쪽)
무언가를 얻었을 땐 얻은 것에 집중하느라 잃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무언가를 잃었을 땐 잃은 것에 집중하느라 얻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154쪽)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결과만으로 어떤 사람을 평가 내리는 습관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내 삶을 평가한다.(158쪽)
그러나 나는 결과에만 관심이 있었고, 과정은 그 결과를 얻기 위해 견뎌야 하는 인내의 시간 정도로 생각했다. 과정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다. 그러니 쉽게 지칠 수밖에. 재미없는 걸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부러워했던 사람들은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164쪽)
이 글들 하나 하나 곱씹으면서 글을 쓴다면 서평이 매우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에서 멈춘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은 다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하나?‘를 생각한다. 노력에 대한 ‘보상‘, 나의 가치와 방향에 따른 ‘소유‘, 얻고 싶은 ‘결과‘. 무언가를 얻고 싶은 욕망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니까.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가치와 방향, 그것을 찾기 위해 지금껏 분투해왔던 것 같다. 나는 욕망에 흔들리는 것을 죄악시했고, 현대사회는 마음껏 욕망에 흔들리라고 말한다.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나열해보면 내가 어떤 욕망에 흔들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정리가 된다. 욕망이 가치와 방향이다.
보상에 대한 이전의 묵상들을 다시 읽어보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2013.8.13. 유일한 보상, 하나님나라
1. 요즘은 양용의 교수님의 ‘하나님 나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2. 하나님 나라라고 하면,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말씀이 먼저 떠오릅니다.
3. 문득, 저에게 ‘더해주실 이 모든 것’을 얻기 위해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이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수고한 만큼 그에 상응하게 보상하는 정비례의 원리로 셈합니다(물론, 불법이 난무하기도 합니다.). 이 원리에 익숙한 저는 하나님 나라에서도 그렇게 셈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상이든 벌이든 모든 갚아주심이 다 은혜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주신 것과 주실 것의 (눈에 보이는) 양과 질을 따져보고 있었던 제 모습을 봅니다.
5. 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누구에게나 그 수고보다 못하지 않은, 그리고 사실은 수고보다 훨씬 더 많이 보상해 주시는 은혜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6. 또, 이 세상에서 제자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남보다 많이 포기하고 수고할 때,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하나님이 주실 보상을 바라고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7.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의 모든 소유권을 포기하고 주님을 따르는 것의 유일한 보상은 하나님 나라 그 자체라는 사실이며,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소유하기 위해서 애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8. 레위인에게 기업은 하나님이었습니다. 그 어떤 더해주실 것보다도 유일한 보상 하나님 나라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3.9.8. 결과는 하나님의 것
1. 학습지도 연구대회 예선 전 일주일 동안 연습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 정도로 대회에 나가기 싫었습니다.
2. 예선대회 전날에도 본선대회에 안 나가고 싶어 대충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충 쓰는 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3. 원하진 않았지만 예선에서 붙고, 본선을 준비하면서 결과를 놓기로 했습니다. 이미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4. 본선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선하신 것을 믿었기에 아쉽지 않았습니다.
5. 이 대회를 겪으면서 최근 몇 년간의 대회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노력한 대로 주어지지 않았던 평가 결과에 적잖게 실망하고 분개했었습니다.
6. 그동안 하나님께서는 제가 노력하는 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부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노력하면 따라오는 결과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7. 대회의 결과를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는 사라지고, 그 대회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지 않고.
8. 순종과 함께 하나님의 것으로 돌려드리는 것,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는 것. 이것이 어떤 상황에서든 잊지 않아야 할 지표임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