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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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아도(않는게) 좋다. 인문학과 에세이의 사이 어느 정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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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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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편의 카프카>를 한 10년 전에 읽었을까? 그 책을 겨우 읽어내고 나서 다시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참 괴상한 이야기다... (그때의 나로서는 해석이 전혀 불가능했기에)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에잇. 나하곤 안맞아. 하고 포기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중간중간. 에잇. 하는 생각을 했다. 이데아라니? 메타포라니? 흠.. 하며 나의 부족한 해석력을 절감한 것도 전과 같았다. 그런데, 왠지 전보다 훨씬 재미가 있었다.  조금 지루한 구석도 없진 않았지만, 좋은 문구들을 노트에 옮겨 적어가며, 끝까지 즐기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사람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하나의 분수령이다. 그 고개를 넘어가면 더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고 하루키는 말하는데, 올해 내가 마흔이 되었기 때문인가. 하루키를 읽는데도 '시간만이 배양할 수 있는 무게'가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면 하루키씨가 전보다 더 잘 쓰게 된 것일까. ㅋㅋ)

 

내가 이 수수께끼같은 소설에 대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아마도 그가 얘기하는 것이 그의 '예술론'일 것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하루키를 해석하기 좋아하는 여러 비평가들이 써놓은 내용을 이제부터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다만 나는 툭툭 던져놓는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좋았다.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 한들, 가슴속 어딘가가 욱신거린다 한들 일에는 구체적인 시작이 필요한 법이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것은 예전부터 내게 중요한 의미였다.

반복이 리듬을 낳는다.

 

참을성있게 기다리려면 나는 시간을 믿어야 한다. 시간이 내 편이 되리라고 믿어야 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사람은 처음부터 타고난 것에 크게 좌우된다.

그렇다고 연습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야. 어떤 재능이나 자질은 연습하지 않으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거든.

 

귀를 잘 기울이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날카롭게 벼려두는 것.

 

머리를 비우고 손에 익은 기술을 구사하며 불필요한 요소는 일절 내안에 끌어들이지 않는 것.

 

..... 나는 이런 말들에서 감명 같은 것을 받았다. 하긴 10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 느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같은 톤으로 써나가는 사람으로부터 감명을 받지 않고 어쩌겠는가.

 

그런데, 하루키를 못 읽겠던 나와 1000페이지가 넘는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어낸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것일까. 그동안 못읽었던 하루키의 소설들을 모아놓고 하나하나 차분히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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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공 - 육아 100단 엄마들이 오소희와 주고받은 위로와 공감의 대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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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제적 자립을 육아보다 우선순위에 놓는 것(돈벌어야 해서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사이다같은 조언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죄책감은 한뼘 줄고 행복감은 한뼘 커진 엄마가 된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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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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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지막 한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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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했다
오드레 베르농 지음, 유정애 옮김, 목수정 / 한빛비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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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사탕 봉지에서 그 작은 주먹으로 사탕을 한 움큼 꺼내면, 보통 다시 내려놓으라고 충고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돼!"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혼자 다 먹어버리면 안 돼.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어야지. 옷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오직 수익만 생각하고 공장 문을 닫으면 안 돼!

 

당신들 빼고는 전 세계 모두가 다 가난해요. 지금까지 구슬치기를 해오다 이제는 구슬을 몽땅 다 따서 더 이상 상대가 없는 꼴이예요.

이제는 더 이상 훔쳐올 것도 없어요. 이제 그들은 원시시대 때 사용하던 기술로 살아남고 있어요. 그들은 당신한테서 냉장고를 사지 않을 거예요. 휴대폰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좋은 해답이 있죠. 이윤을 덜 남기고 사람들에게 보수를 더 주는 것. 이게 해답이예요. 사람들, 피플이 뭔지는 알아요? 그들도 머리가 있고 두 팔, 두 다리가 있는 존재라는 거 알죠?

 

이렇게 아름답고 유머러스하며 세련된 표현력으로 자본주의와 재벌(억만장자)들을 깔 수 있다니!

 

또한 그녀는 아무 반항없이 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다른 노동자들의 억압에도 둔감한 우리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우아하게 날려준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어쩌면 아이폰을 가졌던 것 자체가 반인류적 범죄로 간주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은 자유가 없고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다 모욕이 난무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는 휴대폰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희토류를 위해 광산 채굴로 파괴되고 있어요. 망가진 전자 제품들은 해안가를 나뒹굴면서 지구를 오염시키죠.

 

역사가 우리 세대를 평가할 때, 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세대라는 이유로 책임이 면피될 것이라고, 저를 괴물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여전히 일터에서 사람이 죽고 있어요. 우리는 유일하게 나치 시대의 학대자들에게 그 어떤 배려심도 갖지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에 대해서는 누가 배려심을 가져줄 것인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 어떤 현명한 경제학자보다도, 그녀는 억만장자들의 해로운 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여러분들 가운데 일하는 사람들 있나요? 당장 그만 두세요! 일을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일은 우리의 깊은 생각을 방해해요.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무언가를 샀다가 그것을 적어도 백배 이상으로 비싸게 다시 파는 겁니다. 이건 도둑질이 아니라 이윤 창출이라니까요! 불법이 아니라고요!

 

아, 세금, 그 세금 내는역할을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꼭 있어야 해! 우리가 그런 것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잖아. 그리고 낙수 효과도 있잖아? 부자들이 부를 늘리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거야. 고물이라도 떨어지잖아. 식수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흘러내리는 물도 감지덕지지.

 

워런 버핏이 사후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하며 그녀가 내린 결론은 그 통찰력이 놀랍기만 하다.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에 빌붙어 살아온 사람이, 그것도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줄까 고민하며 아등바등 살아온 사람이, 그런 면에서 세계에서 세번째로 성공한 사람이, 마지막에 와서야 가난한 사람들에게 뭐라고 한다고요? "서프라이즈~! 지금까지 다 장난이었어!"라고요? 꼭 자신은 낚시를 재미로 한다며 잡은 물고기는 다시 놓아주는 사람 같잖아요. 워런은 스포츠 삼아서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던 거예요.

 

프랑스어를 1도 못하는 나이지만, 언젠가 파리에 간다면 그녀의 연극을 꼭 보고싶다.

이런 얘기를 무대위에서 던지는 그녀의 모습을 꼭 봐두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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