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 세기의 아이콘 현대 예술의 거장
론다 개어릭 지음, 성소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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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나는 샤넬을 통해 ‘패션디자이너’를 꿈꾸게 됐다. 샤넬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몰랐지만, 그녀를 통해 프랑스와 디자이너는 오래도록 나의 별이 되었다. 대학에 진입하며 패션학도가 되어 더욱 그녀를 마음속에 그렸다. 신간 잡지는 비쌌기에 중고 잡지를 모으고, 각종 매체와 자료를 통해 나름 샤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생각했다. 졸업을 하고, 패션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방향을 틀게 되며 잠시 잊고 있던 내게 이 도서는 다시 꿈을 일게 해줬다. 

어린 가브리엘 샤넬은 주변 환경에 쉽게 스며들어서 이웃에 사는 장인들을 관찰하고 손재주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지식을 흡수했으며, 인간의 손이 어떻게 원재료에 형태와 목적을 부여하는지를 감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이해했다.
p.38-40

앞 부분에 나온 그녀의 어린 시절을 다룬 얘기는 나의 어린 시절 또한 떠올렸다. 엄마의 손바느질을 가끔 구경하던 나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었지. 흥미로웠던 부분이 워낙 많은 책으로 한 가지를 꼽기가 어렵다. 굳이 한 개를 뽑자면, 이태까지 샤넬을 잘 안다고 나름 자부했는데 샤넬이 자신의 삶을 감추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모두에게 사소한 문제에 관해서도 거짓말을 끊임없이 했다고 쓰여있다. 지금껏 알지 못했다는 게 신기하고 왜 그토록 자신의 삶을 포장하려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잠시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디오르는 샤넬보다 조금 더 부유한 삶을 살았고, 그는 여성성을 강조한 ‘뉴룩’을 발표하며 인기를 끌었다. 반면에 샤넬은 승마복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활동에 자유를 가하게 됐다. 이렇듯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두 디자이너지만 그들의 스타일은 극히 대조됐다. 만약 이 도서가 단순히 코코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조금 읽다가 닫지 않았을까? 하지만 두께만 봐도 알다시피 샤넬의 은밀한 가정사와 아마도 그녀가 감추고 싶었던 수녀원에서의 성장과정, 정치적 성향과 몇몇은 알고 있는 그녀의 남자들. 또 작은 그녀의 취향들까지 빠짐없이 서술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표지에 그녀가 착용한 진주목걸이처럼 정말 값져 보인다.


샤넬은 그저 옷을 입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내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삶의 방식도 발명해 내고 있었다. 여성들은 샤넬이 마법처럼 불러낸 해방 판타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샤넬의 옷을 입는 일은 샤넬을 입는 일, 코코 샤넬의 개성 자체를 받아들이는 일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샤넬은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았지만, 곧 모두가 샤넬을 닮아 갔다. 샤넬이 사업을 시작하고 4년이 지나자 혁명이 시작되었다. 

p. 145-146  


#크림슨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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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가까운 사이 (스노볼 에디션) -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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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녹일 따뜻한 녹차와 분위기를 띄워주는 노랫소리,

마지막으로 이 감성을 한결 더해줄 도서 적당히 가까운 사이 (스노볼 에디션)


어릴 때부터 무리에 섞이는 게 힘들었다. 학교에 가면 물 같은 친구들 사이에서

작은 기름방울이 되어 혼자 떠다니는 것 같았다.

-프롤로그

오래전 그룹 심리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여러 활동 중 기억나는 한 가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개인적 공간(personal space)’이 있다는 것이다. 허락하지 않은 이에게 나의 공간을 침범당하는 것도 기분 나쁘지만, 나 또한 누구에게 허락 없이 공간을 넘은 경우가 더러 있는 듯하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타인과 관계를 하며 성장한다. 좋든 싫든 간에 유치원, 학교, 직장 등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과 부대껴야 하고 그 많은 사람 사이에서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가 많을 거라 본다. 사람은 좋지만, 조금은 지치는 인간관계에 잠시 피곤하지도, 외롭지도 않은 적정한 거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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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했다 인생그림책 7
이혜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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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사람은 성장하며 ‘어른’이 되어간다고 생각했다. 막상 성인이 되니, 아직도 나는 어른이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은 내게 ‘어른’이라고 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어른이지만, 아직 스스로를 잘 모르는 상황을 설명한다. 비단 작가뿐 아니라 많은 어른들이 스스로를 어른이라 느끼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는 동물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 한 조각들을 제시한다.

제비들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연습 없이 높은 절벽에 둥지를 틀고, 애벌레는 때가 되면 고치를 만들고 나서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인내한다. 제비는 제비로 살아가는 것에, 애벌래는 애벌레로 살아가는 것에 어떤 우아한 노련함을 가지고 있다.
-책 속 한 줄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어울릴 그림책. 요즘같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스스로를 오뚜기가 되려는 내게 빨강과 검정 색연필로 그려진 강렬한 이 책은 내게 적잖은 위로를 건낸다.

꿈은 밤에만 꾸는 것이 아니야,
눈으로만 좇는 것이 아니야.
Keep your head in the clouds
and your feet,
firmly on earth
-책 속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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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방 - 우울의 심연에서 쓰다
메리 크리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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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점진적으로 강을 넘어 바다로 흘러가며 깊어진다. 작가의 현재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30여 년 전의 젊은 날을 회상하며 쓴 에세이.

글은 그녀가 옛날 사진을 훑어보다가 오래전 뉴욕의 아파트에서 베이비샤워를 했던 사진을 보며 시작한다. 그때까진 행복했던, 모든 것이 조화로웠던 그녀는 몇 달 후 그녀에게 닥칠 크나큰 시련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의 딸 애나는 심장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그녀는 자신의 품이 아닌, 차디찬 묘에 뭍혀야 했고 이 슬픈 일을 기점으로 그녀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연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이 정상일 사람이 누가 았을까? 하물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그 심정. 가히 상상할 수도 없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그녀의 몸은 조금씩 망가져 갔고, 곧이어 그녀의 정신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해졌다. 현재 50대의 그녀가 20대 때의 일을 다시 꺼내며, 흡사 저자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매우 상세하게 묘사된 정신병원의 이야기와 우울증 병에 대한 이야기. 비록 난 아이를 잃은 슬픔을 알지 못하지만, 나 또한 우울증을 앓던 사람으로 그녀의 묘사와 글에 상당 부분 공감하게 된다. 밝게 쓰이지 않은 글이지만, 딱히 어두컴컴한 병원 복도를 걷는다는 느낌보다는 저자와 함께 병동을 거니는 느낌이다. 놀라웠던 점은 그녀가 우울증에 관한 글을 쓰며 언급한 여러 사례들과 그 역사적 배경들이다. 예를 들자면, ‘멜랑콜리아’라고 익히 듣던 단어가 그리스어를 라틴어로 번역해서 만든 것(melan은 ‘검은, 어두운. 흐릿한’이라는 뜻이고, khole는 ‘담즙’이라는 뜻)이란 것이 내가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이다. 가감없는 그녀의 솔직한 우울증에 관한 심정이 내게 위안이 된다. 나만 그것을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 지구 반대편도 나와 동일한 감정을 느꼈던 사람이 있다는 것.



책 속 한 줄,



광기를 완화하려면 치료보다는 예방에 힘써야 한다.
-p.148

병원, 그냥 병원이 아니라 정신 요양소,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그 기만극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우리가 겉으로 내보이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제 게임은 끝났다.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멀리 표류했는지를 계속 비밀로 숨기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병원은 더 이상 세상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 된 우리를 받아들였다.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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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98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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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지원 당시 종이 가제본을 받을 지, 혹은 링크를 받을 지에 대해 고민했을 때에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이용해보기로 결심했다. 약 한달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매일의 선물을 받듯 하나씩 까보는(?) 작품은 재미를 내게 재미를 더해주었다.

흔히 SF소설은 서양권에서 많이 다뤄졌다.

그런데 이 소설은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놓았다.


당연히 작가가 한국인이니 한국적일 수 밖에 없지만, 배경을 비롯한 설정이 흡사 외국SF를 연상한다면 그 안의 많은 디테일들은 한국적으로 배치해두었다. 예를 들면 야채김밥을 먹는다는 표현 묘사와 기차 노선이 ‘가나다’ 순으로 되어있다는 것 등.

내게 겨울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스노볼’이다. 유리로 된 원 안에 눈가루같은 것이 있어서 흔들면 눈 내리는 것이 보이는 장식품. 이 소설에서는 ‘스노볼’이 장식품이 아닌 특권층이라 할 수 있는 액터와 디렉터, 그리고 스노볼을 만든 이본 그룹이 사는 특별한 곳이다. 스노볼은 돈으로 둘러쳐진 따듯한 지역인 반면, 그 밖은 영하 41도로 혹한의 추위가 머무르는 곳이다.


주인공 전초밤은 스노볼의 액터를 촬영하는 디렉터가 꿈인 평범한 인력 발전소 노동자였다. 그런 그녀에게 그녀가 동경하던 디렉터 차설이 등장하며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초반의 조금 진부한 이야기로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갈수록 휘몰아치는 전개와 새로운 등장 인물들로 여러모로 신선한 소설이었다. 내게 다소 아쉬운 점은 문장력에서 주는 힘이 조금 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특별한 한국식 SF소설은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색다른 SF를 찾는다면, 무조건 이 스노볼을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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