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앞을 서성이다 

물 한 잔 마시고

담배나 피울까 

베란다에 나간다


가을 밤이 서늘하다

바질은 춥겠다

건너편 4층 유리창에 

달이 박혀 있다


다시 침대에 엎드려 

읽다 만 책을 집어든다

면의 밤을 보내는 

별 수 없는 방법


밤은 

저 혼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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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 보는 장님이 눈 앞에 보고 싶은 것을 두고도

어쩌지 못해 먼 데로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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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두 개를 깨어 휘젓다가 

결심이 선다

달걀, 팽이, 소금, 후추

나는 그것을 보기 좋게 부칠 생각은 없다

그저 섞어서 익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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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니 계란 후라이

도시가스 위에 고구마


그렇게 살면 된다고

국수를 삶아 맛있게


오도독 오도독 

울지 마, 아이야

오도독 오도독 

자, 오이


사는 건 너무 어려워요

크리티컬리 매쉬드 포테이토


야야, 모두 잠든 12시에 

안주는 왜 굽니?


하드 투 세이 아임 드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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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개가 저렇게 짖고 있다.

아무도 나서서 항의하지 않는다.

잘 참는 게 미덕이고 인격이라고

이른 아침부터 무례하게 짖어대는 

개를 상대로 다들 점잖은 이웃이다.

밤새 설친 잠과 살살 아픈 배로 

나도 점잖은 이웃이다.

다들 나처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개가 짖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우아한 결말을.

그러나 저 개는 목청이 좋고 끈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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