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OO 님 지인의 '미모로운 개 루시' 이야기를 읽다가 얼마 전에(라고 써놓고 날짜를 확인해 보니 한 달 전) 본 쌍둥이 개가 떠올랐다. 태어나서 처음 본 쌍둥이 개였다. 일란성인지 하는 행동이 똑같았다. 똑같이 생긴 개 두 마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미리 합이라도 맞춘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깔깔깔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의 느닷없는 웃음소리에 쌍둥이 개들이 고개를 똑같이 갸우뚱했는데 그게 우스워서 나는 또 깔깔깔. 4대륙 피겨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던 빙상 경기장 앞이었다. 김연아가 나와 1km 이내에 있던 날.




댓글(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수철 2017-03-1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팩 하고 있었는데 떨어질 뻔했네요.ㅎㅎ 졸귀 둘.^^

Joule 2017-03-15 09:16   좋아요 0 | URL
실제로 보면 한수철 님도 정말이지 기분이 급 명랑해지고 말 거예요. 남의 불행은 찍지 않는다를 원칙 중 하나로 삼고 있어서 갇혀 있는 개들은 대체로 잘 안 찍는데 저 둘은 그런 생각이 1도 안 들 만큼 귀엽고 압도적이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은 뜻밖에 정말로 그럭저럭 살아나가는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방금 막 드네요.

hanicare 2017-04-03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얘들은 순진하게 생겼네요. 가끔 보면 초등 때 부반장 여학생같이 새침하고 도도하고 왠만한 사람은 깔아보는 듯한 거만한 견들도 보이는데...(그런 견들은 분수를 좀 가르쳐주고 싶다는.)

Joule 2017-04-05 17:28   좋아요 0 | URL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저는 다 좋진 않더라고요. 인간처럼 싫은 개도 고양이도 엄청 많아요. 동물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던데... 잔머리 굴리는 개, 욕심 많은 개, 이기적인 개, 멍청한 개, 한심한 개, 질투 많은 개, 거들먹거리는 개,... 인간이 천차만별이듯 개들도 천차만별이어서 절대 다 좋지도 멋지지도 마음에 들지도 않아요.

저랑 살았던 我佳(아가)라는 개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다른 개들이 짖거나 떠들면 정말 개짜증 부림), 높은 곳을 좋아하고, 샘이 약간 있고, 정은 도무지 없고, 바람끼는 좀 많고, 고집은 조금 세고, 가끔 혹은 자주 사람 말을 실제로 알아듣는 듯한 인상을 주곤 했어요. 디게 의연하고 쿨하게 구는데 겁은 의외로 많고요. 그러나 저를 조금은 음...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주 잘생긴 남자가 눈앞에 있을 때는 절대 저를 아는 척하지 않았지만서도... (지금은 죽었어요. 음, 죽었다고 분명히 말해야 해요. 11년이 지났는데도 저는 아직도 꿈속에서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거든요 ㅋㅋ)

Joule 2017-04-05 17:41   좋아요 0 | URL
아참, 저는요 ㅋㅋ 하니케어 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개들 보면 참지 못하고(인간이랍시고 개들이 만만한가 봐요 ㅋ) 실제로 말해요. 양손을 허리에 짚고서, ˝야 너, 너 말야 너, 너. 그래 너. 너 개. 네가 좀 크다는 건 알겠는데 뭐 그렇게 거만하게 나를 쳐다볼 필요까지는 없잖아!˝하고 말해요. 그러다 컹 하고 저를 향해 짖기라도 하면 물론 완전 깜짝 놀라서는 금세 쪼그라들긴 하죠 ㅋ 그러고 보니 개들은 좀 인간보다는 수월하네요. 음... 제가 하위 레벨의 인간이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아이폰으로. 사진 찍는 솜씨가 영 별로여서 남산공원 특유의 비현실적 느낌이 전혀 안 난다. 남산공원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다가 어, 산이 있네. 하고 올라갔는데 눈 앞에 떡 하니 이런 풍경이 펼쳐져서 좀 놀랐던 기억. 녹색으로 된 저 보도를 사람들이 빙글빙글 걷고 군데군데 벤치에서는 노인들이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 현란한 단풍들과 어울려 기분이 이상했다. 천국에 근린공원이 있다면 꼭 이런 풍경일 것 같은 느낌. 남산공원은 무슨 큰 공원 아니고 주택가 옆 작은 근린공원이다. 강릉은 서울처럼 남대천을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는데 서울과 달리 북쪽이 중심지이고, 남쪽은 좀 변두리 느낌. 남산공원은 남대천 남쪽에 있다.




남산공원의 흔한 낙엽.jpg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7-03-1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 꽃잎 한장 한장 떨어져 땅을 덮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예술적으로 구워진 고구마칩 같기도 하고.

남산 공원이 있는 남산도 그러니까 산인거죠? 경주에도 남산이 있고 서울에도 남산이 있고, 강릉에도 남산이 있는건 처음 알았네요.

Joule 2017-03-13 14:26   좋아요 0 | URL
예술적으로 구워진 고구마칩, 같네요 정말! 음, 맞아요. 경주에도 남산이 있었죠 참. 남산이라는 게 한국 사람에게는 지영이나 은숙이처럼 무난무난한 이름인가 봐요.

moonnight 2017-03-1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낙엽이라기보단 정말, 꽃잎 같아요@_@;;; 천국에 있을 것 같은 근린공원이라니 강릉에서 살아보고 싶네요^^

Joule 2017-03-13 14:27   좋아요 0 | URL
왜케 다들 표현력이 좋으세요! 꽃잎 같다는 말 참 예뻐요.

hanicare 2017-04-0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릉 인근에 사는 동안 자주 갔었는데 저렇게 숨어있는 곳은 못 봤군요.
색감이 역시 가을답게 깊고 짙네요.

Joule 2017-04-05 17:14   좋아요 0 | URL
곧 또 여기를 떠날지 어떨지 몰라 좀 많이 다니고 싶은데 좀처럼 여력이 안 나네요. 경포대의 벚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 하니 다음주에는 시간을 또 내보려고요^^ 하니케어 님은 올해 벚꽃 놀이를 어디서 하실지 궁금합니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석탑을 좋아하게 되었다. 몇 시간이고 보고 있을 수 있다. 신복사지 3층 석탑은 바우길 15구간에 있다. 바우길 15구간에는 솔향 수목원과 신복사지 3층 석탑이 있는데 길이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서 솔향 수목원을 한 바퀴 돌고 나와 마침 종점에 들어온 버스를 타고 석탑이 있는 내곡동으로 갔다. 햇볕 좋은 날 손님 적은 시내버스를 타고 둥실둥실. 


예전에는 이곳에 신복사라는 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야산에 덩그러니 이렇게 기도하는 불상 하나와 석탑이 있다. 이중 기단 3층 석탑은 신라 시대 양식이니까 고려 초 만들어진 모양이다. 고려 시대 탑들은 키가 다들 큰 것 같던데 이 탑은 아담하니 균형감 있는 게 참 보기 좋다. 늘 절에 있는 석탑만 보다가 이렇게 홀연히 산 속에 있는 석탑을 보니 분위기가 좀 다르다. 딱 무덤 자리여서인지 묘하게 숙연해진달까. 주변을 빙 둘러싼 소나무 때문인지도. 소나무가 우아한 나무라는 것을 나는 강릉 와서 처음 알았다. 


부근에 남산공원이라고 조경이 좀 묘한 느낌을 주는 근린공원이 있다. 특별히 아름답거나 조경이 특별히 훌륭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천국에 있을 것 같은 공원 느낌이다. 남산공원은 특히 단풍이 아름답다. 압도적으로.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7-03-1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떡하다 탑을 좋아하게 되셨을까요? 석탑은 일본에도 중국에도 별로 없는, 우리 나라에 주로 있는 탑이래요.
절터는 없지만 저렇게 부처님이랑 마주 하고 있으니 석탑은 심심하지 않겠어요.

Joule 2017-03-12 10:12   좋아요 0 | URL
우와 그렇군요! 몰랐어요. 우리나라에만(은 아니지만) 있는 탑이라니 더 많이 보고 다녀야겠다 싶은데요. 경주에 가서 석가탑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근데 경주는 택시비가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나네요. 여북하면 도로 한중간에서 스톱!하고 내렸겠어요 제가 ㅋㅋ. 부여에 있다는 정림사지 석탑도 보고 싶고. 하긴 그전에 가까운 양양에 진전사지 석탑부터 봐두는 것도 좋겠네요.

그러니까 그게 신기해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석탑을 보고 있는데 눈에 콩깍지가 씌인 것처럼 그저 낡고 허름하게만 보였던 석탑이 너무너무 말도 못하게 아름다워 보이는 거예요. 심봉사 눈이라도 뜬 것처럼.

moonnight 2017-03-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탑도 좋고 기도하는 불상도 좋아요. 솔향이 맡아지는 것만 같네요. 강릉이로군요. 가보고 싶다♡

Joule 2017-03-12 09:52   좋아요 0 | URL
달밤 님은 걷는 거 좋아하시나 몰라요. 저는 하염없이 걷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강릉은 걷기 좋은 골목길 숲길 물길이 많아요. 강릉 5수라고 혹시 들어보셨어요? 강릉에는 5가지 물이 있는데요. 바다, 호수, 하천, 습지, 줄모^^

하나 2017-03-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이 편언해지는 사진이네요. 저에게는 석탑에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져서요..

Joule 2017-03-13 08:34   좋아요 0 | URL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경천사지 10층 석탑이나 탑골공원에 있다는 원각사지 10층 석탑은 보면 키가 커서 그런가 엄청 화려하고 으리으리하고 막 그러더라고요. 마치 활짝 편 공작새 꼬리처럼요. 층이 많은 석탑과 층이 적은 석탑은 만드는 마음부터가 전혀 다르지 않은가 싶어요.

한수철 2017-03-1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얼마만의 페이펍니까그래?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영어로 그 인스피... 어 인스피 그게 불러일으켜지는 기분입니다.

더불어 도래솔이라는 단어도 떠오르고.

직접 가서 보면 훨씬 더 의미롭겠단 생각입니다.

Joule 2017-03-13 08:40   좋아요 0 | URL
저는 inspiration보다는 inspired를 좀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빠이어ㄹㄷ‘하면서 발음이 후련하게 터져서 그런가 봐요^^; 얼른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건 사진쪽인데, 직접 실물로 보면 묘하게 마음을 흔드는 분위기랄까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석탑은 절 마당 한가운데보다는 절 뒤편이나 아무데나 툭 그렇게 있는 편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hanicare 2017-04-03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런데 저 불상 능청스럽게도 살아있는 거 같아요.
불손한 제 눈엔 기도가 아니라 내기바둑두는 사람처럼 보이니 ^^;

Joule 2017-04-05 17:18   좋아요 0 | URL
말씀 듣고 다시 보니 정말 그래요! 정말 둘이 내기바둑 두는 것도 같고요^^ 하니케어 님은 정말이지 별거별거를 다 보시네요 큭. 저는 저 석탑 볼 때마다 절편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던데 (ㅋㅋ 머릿속에 먹을 것만 보이나 봐요 돼지같잌ㅋ 아님 할머니같이^^;;)
 

싸웠니? 예.

 

물었니? 예.

 

죽었니? 아니요. 


해질녘쯤 빗방울이 떨어지겠구나. 짐을 챙기렴.


돌아올 수 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잎이 떨어질 때,


꽃잎이 떨어지는 이유를,


꽃잎은 모른다

바람은 안다


자주 봐서 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