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내 말을 듣지 않는 개.

한 달이 가도록 목소리 한 번을 들어볼 수 없는 개.

내가 어설픈 솜씨로 이발하다 살점을 베어내 피가 철철 흘러도 나의 철없는 의도를 알고 그저 가만 참고 있는 개.

내가 오라면 가고 가라면 오는 개.

기운이 없을 땐 알아서 전기 충전하는 개.

소음을 싫어하는 개.

아무리 배고파도 커다랗게 잘라논 보기 흉한 음식은 일단 거들떠보지 않는 개(남들 잠들었을 때 먹을지언정)

아름다운 음악과 아름다운 사람을 금새 알아보는 개.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얼마나 귀찮은 존재인지 통찰력이 있는 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우면 살그머니 다가와서 가만히 나의 손을 더듬는 개.

30분동안 미모에 찬사를 늘어놓아야 비로소 한 번의 키스를 해주는 개.

나와 똑같은 눈망울을 가지고 나와 똑같은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는 개.

책을 읽고 있노라면 천연덕스럽게 페이지 위에 벌러덩 드러눕는 개.

그래도 밉지 않은 개.

 

내게도 그런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05-28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28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28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7-05-2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9:45님, 제 안에 강 같은 건 없어요. 전 참 변덕스럽기 그지 없어서 모두지 쓸모가 없는 사람이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 블라우스와 치마, 참 예쁠 거 같아요. 눈에 선해요. 그 살구색과 분홍이 섞인 듯한 블라우스도 참 고왔는데. 난 이제 예쁜 것만 가지려구요. 예쁜 것. 살아있는 예쁜 것에는 이제 관심 두지 않으려구요. 그러니 당신이 아무리 예쁘게 차려 입어도 나는 당신보다는 당신 옷에만 감탄하고 말겠어요. 저의 새로운 세계관입니다. :)

11:16님. 또,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려요. 언젠가 저는 그런 꿈을 꾸었더랬어요. 잠을 자다가 강아지가 살금살금 걸어가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아 글쎄 저의 강아지가 제가 눈을 뜨자 화들짝 놀라서는 괜히 민망한 듯한 얼굴을 하고 저에게 슬그머니 다가오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애를 껴안고 털을 손으로 슥슥 문지르며 그랬어요. "야, 내가 얼마나 무서운 꿈을 꿨는지 알아. 아, 글쎄 꿈 속에 네가 죽었지 뭐야. 너무 생생해서 꿈 같지가 않더라구. 그런데 그게 꿈이었구나. 그럴 줄 알았어. 이상하잖아. 네가 없다는 게. 아, 잘 됐어 잘 됐어. 그게 모두 꿈이었어.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다음 날 눈을 떠보면 저는 다시 개가 없는 쥴모양인 거예요. 그런 꿈을 자꾸자꾸 꿔요. 지치지 않고. 마트에 가면 강아지 사료나 개껌을 사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요. 나도 사료도 사고 싶고 개껌도 사고 싶고.

아, 요즘 제 생활신조가 뭔 줄 아세요. 엣헴. "네 이웃의 개를 탐하지 말라." 너무나 못 견디겠는 날에는 가끔 누가 5천원어치만 개를 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13:13님, 저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왜 님은 언제나 제 걱정을 해주시는 거죠? 전 당신에게 그다지 다정하지도 친절하지도 않는데.

2007-05-28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ire 2007-05-2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 님의 새로운 세계관이 너무 멋져서 훔쳐오고 싶어요.
 

늦게까지 일하고 자기 10분 전에 밥까지 착실히 챙겨먹고 도저히 더는 피곤해서 일을 못하겠다 싶어 잠자리에 들었다. 꿈 속에서 조금 부대꼈는데 이 나라에 황태자와 나는 그의 얼굴도 모르는 채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학 졸업때 나는 단지 졸업하기 위해서 하루 만에 졸업논문을 써야 했는데 10년 전의 나를 기억하는 담당교수는 그 논문을 보지도 않고 졸업선물이라며 A를 준 적이 있다. 명백히 옳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가 OK를 하지 않으면 나는 수업료 2백만원을 내고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하거나 아니면 휴학을 너무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영원히 학교에서 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내 좋을 대로 원래 미인은 이 정도의 특혜 쯤 받아도 되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겠 생각했었다. 그런데 꿈에서 그 교수가 나와 황태자비에 걸맞는 직업으로 나를 대학교수 시켜주기 위해 그 때 그 가짜논문을 교육청에 내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자신조차 내용도 잘 모르는 내 논문을 일일히 첨삭한 종이를 건네며 나를 자랑스럽게 쳐다 보았다. 식은 땀이 났고 그에게 뭐라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실은 그에게 당신은 왜 그 때 논문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기억을 못 하느냐고 항의하면서 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싶었지만 정말 입 안만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등에서는 식은 땀만 났다. 더욱이 우연히 보게 된 황태자의 사진은 내 맘에 정말 꼭 들었기에 나는 황태자비가 되고 싶은 욕심과 그를 갖고 싶은 욕망과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므로 그 전에 내가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휴대폰 알람이 아니었으면 나는 꿈 속에서 얼마나 더 오랫동안 진실을 말하는 문제로 부대꼈을까. 잠깐 수영장에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수영복을 챙겨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켰다. 수영장에 도착해 스포츠 센타에서 가장 잘 생긴 담당 수영 강사를 보니 기분이 제법 상쾌해진다. 그러나 역시 사심이 있어서인지 그가 옆으로 다가오거나 물 속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바쁜 내 옆에 다가와 손이며 발이며 허리를 잡아줄 때면 나는 소스라치듯 놀라 그자리에서 그야말로 우뚝 멈춰서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영강사가 너무 매력적이어도 연습에는 도움이 안 되는 거다. 물론 그 꽃 같은 얼굴을 보는 낙에 수업을 빼먹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그가 자기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려줬고(나는 사실 진작에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며 그가 나와 같은 성씨를 가졌다는 그 대수롭지 않은 공통점 하나만으로 상당히 흡족해했다.) 수영장에서 가장 신참 강사이며 아직 학생이라고 했다. 그 새를 못참아 어느 못말리는 아줌마(왜 아줌마가 되면 뻔뻔해지고 성적인 긴장감이 떨어지는 거지. 역시 육아에 도움 안 되는 요소라 퇴화하는 건가.)가 선생님이 이 곳에서 가장 잘 생겼다고 말해 한 차례 왁자하게 웃었다. 그는 외모가 워낙 훤칠해서 털털하고 다소 남성적이며 편한 스타일의 연인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 여자는 참 좋겠구나. 저 잘 생긴 얼굴을 보면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을 거 아닌가.뭐 이런 생각을 하며 물에서 나왔다.

내가 공원을 지나가는 시간은 10시 반이 조금 지나서인데 그 시간이면 공원은 텅 비어있다. 자전거 페달을 되도록 천천히 밟으며  그 넓은 공원을 지나가다 보면 공원이 아닌 지구를 내가 통째로 임대한 것 같은 행복감에 젖는다. 고개를 조금 들어 아파트들 사이로 걸려 있는 하늘을 보면 그래 꼭 이만큼만 행복해도 되겠다라는 마음이 든다. 그러니까 이 정도면 좋은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 잘 생긴 수영강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10분쯤 지구를 임대하는 행복. 과한 것도 아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haire 2006-11-1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얼마전에 꿈을 꿨어요. 아마 쥴 님의 꿈 얘길 들은 그날이었던 거 같아요. 근데, 나참, 쥴님 꿈엔 황태자라든가, 하다 못해 김주혁이라든가, 유지태라든가, 에릭이라든가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헉, 제 꿈엔 누가 나왔는지 아세요? 이선균이라고.. 얼마전에야 겨우 이름을 알게 된 그 조연배우 있잖아요. 그 사람이 나온 거 있죠. 뭐 별일은 없었어요. 그냥 출연을 했다뿐이죠. 내용도 기억이 안 나는데, 쨌든 왜 하필 내가 좋아하는 꽃 같은 배우들(죠나 강동원, 하다 못해 천정명이라도)은 안 나오고 저 사람이 나왔을까 싶었더라는... 미스 프로이트 님, 분석 좀 해바요. ㅎㅎ :)

Joule 2006-11-1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견물생심이라고 혹 들어보셨나 몰라요. 일단 남자의 외모에 심히 집착하는 바가 있고 현실에서 그러한 므훗남들을 열심히 탐색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지 않다면 이선균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한 마디로 자료가 많아야 한다니까요. 꿈이란 현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님도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아우,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선균은 너무 했다. 정말 없는 성욕도 감퇴하겠는걸요. 아참, 꿈에서 봤는데 황태자 동생이 김영하더라구요. 하하하. 재미있죠. 올해 목표는 수영장 밖에서 수영강사를 한 번 만나보는 것입니다. 언제나 벗은 몸만 봐서 옷을 입은 자태는 어떨지 심히 궁금하지 않나요. 카이레님께도 한번 선보여주고 싶은데. 하하.


코코죠 2006-11-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뜸) 쥴님은 수영복도 까만 색이죠. 반질반질한 돌멩이처럼 까만 색. 혹시 물안경에는 빨간 줄 하나 정도는 들어가 있을지는 몰라도.

2006-11-20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27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28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28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28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사람은 엽기 작가다. 이 작가의 과거가 그렇다. 그러나 때로 어떤 작품은 그 작품으로서 그 작가의 과거를 모른 척 하고 싶어 하게 하기도 한다. 나는 처음 그이에게 묻고 싶었다. 어쩌자고 이토록 많은 복선을 깔아두시는 겁니까. 그대는 정녕 이 호흡을 유지할 자신이 있기는 하신 겁니까. 애당초 그에게 스토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감수성 풍부한 열 세살의 아이가 세상의 진실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 사실, 뭐 그리 대단하고 새로운 사실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오도방정은 떨지 말 일이다. 그의 장점은, 아니 그가 쓴 이 소설의 장점은 조바심내는 내 안의 오도방정을 두툼하고 까칠하지만 상당히 섬세한 놀림으로 어루만지는 그의 손가락의 차분함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나는 아직도 그가 나를 통곡하듯 울렸던 10월의 어느 가을 아침 9시를 기억한다. 새벽 2시에 눈을 뜨고 일어나 나는 밀린 마감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책을 다 읽어야 했다. 그리고 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그 문장을 읽을 때 이미 날은 밝았고 나는 그 날 하루종일 입을 꾹 다물었다. 옆에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 때마다 나는 문자 그대로 걸핏하면 울었다.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다른 말은 다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견딜 수 없었다,는 것. 그거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6-11-0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 책이 님을 눈물짓게 했단 말이군요. 저 역시 죄가 많은 놈인지라...함 읽어봐야겠군요.

chaire 2006-11-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어제 이 책 사버렸는데, 좀 일찍 올리셨음, 님께 땡투를 했을 거 아닙니까..^^ 암튼, 이제, 제가 울 차례인가요? 울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쎈연필 2006-11-0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마두 한양문고 가기 전에, 카페 루카라고 하는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거래처에 가자마자 사야겠는 걸요.

2006-11-07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6-11-0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 소설이 저에게 그런 감흥을 준 것은 어쩌면 제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오해'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열 세살의 여자아이 브리오니의 망상과 독단은 흡사 제 자신의 모습과도 비슷한 듯 하여 읽는 내내 조금 섬찟했답니다. 그러나 또 제가 별 다섯개 줬다고 선뜻 읽어보겠다고 하면 것도 쫌 무서워요. ㅡㅡ' 내가 혹 오버해서 반응한 건 아닌가 갑자기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니까요.

카이레님, 그러니까 님과 저는 워낙이 울고 웃는 코드가 달라서 말이죠. 나중에 돈 물어내라고 해도 저는 쌩깔겁니다. 아셨죠!

또마님, 다음에 그 부근에 오실 일 있을 때 전화주시면 제가 못 타는 자전거지만 바람을 가르고 달려가서 따뜻한 짜장면(짜장면은 따뜻한이라는 형용사가 참 안 어울리는군요)을 사드리지요. 일산에 맛있는 짜장면집을 새로 발견했거든요. 짜장면 2천원. 짜장면 곱배기 2천오백원, 탕수육 3천원, 짬뽕 3천원. 맛도 아주 좋아요. 카페 루카 거기 맞은 편에 있는 스포츠센타로 제가 아침 9시에 수영 다니잖아요. 장래희망이 바뀌었거든요. 인어공주가 되려구요!! 아참, 그리고 미모의 여인께서 또마님께 문자를 보내셨다던데. (아, 물론 저는 아닙니다. 자기 입으로 자기자신에게 미모의,라는 말을 쓸 만큼 아직 뻔뻔하지는 못 해서 말이죠.) 수신된 문자목록을 잘 한 번 확인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속삭이신 님, 어제 바람이 조금 셌잖아요. 흠, 평소 하우스를 열심히 시청하는 한 사람으로서 추리해보자면 그 강풍에 당신의 레터가 날아가버린 게 아닐까요. (.. ) ( '') 요즘 날씨가 좀 썰렁하긴 하죠. 핫하하. 흠ㅡ.


2006-11-07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11-0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말이죠, 쥴님이 리뷰를 쓰신 다른 작품들은 읽을 엄두가 안나는데요, 이건 용기를 내서 읽어볼까봐요. 그래서 일단 땡스투를 누르고~보관함으로.

이야~ 쥴님이 글(리뷰)을 쓰셨구나!
이러면서 들어왔어요, 여기. :)

쎈연필 2006-11-0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연신내문고에 들러서 책 샀습니다. 근데 읽고 있던 <인 콜드 블러드>가 너무 재밌어서 <속죄>는 몇 장만 넘기다가, 더 읽기를 참았어요. 왜냐면 제가 옛부터 영국을 싫어했거든요. 파라솔 같은 치마 입고 다니는 여자들 나오는 오스틴인가 하는 사람의 청춘 소설도 싫었구요. 그래도 존 쿳시는 남아공에 살아서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이언 매큐언은 제 선입견을 깨줄 수 있겠지요?...

거기 스포츠센터, 카페 루카에 앉아 있다가 노트북 만지면서 슬쩍 간판 보았더랬지요. 3층인가 4층인가에 있는 거기 맞지요? 그 지하에 꽃집을 끼고 있는 서점도 나름 괜찮아요.

Joule 2006-11-0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실은 얼마 전에 제게 소설 책도 읽느냐고 물으셨죠. 저는 그 질문을 읽었던 소설 중에 혹 괜찮았던 소설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로 이해했더랍니다. 그래서 안 그래도 이 책을 다락방님께 추천해 드리고 싶었지만 워낙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책이라 이성적으로도 이 책을 권해 드려도 좋을 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더랍니다. 그래서 궁금해요. 다락방님은 이 책을 읽고 어떨지. 알려 주세요. :)

또마님, 어제는 한양 문고시라더니 오늘은 또 연신내 서점 이름이 나오니 갑자기 님이 홍길동이라도 된 것 같네요. 하하. 그게 그러니까 제가 다니는 스포츠 센타는 엄청 커요. 올림픽 스포츠 센타거든요. 제가 수영하는 곳은 6층이구요. 실은 어제 써놓고 제가 긴가민가했어요. 왜냐면 제가 가끔 그릇이나 컵을 사러 자전거 타고 가는 카사미아라는 그릇 가게 앞과 혼동한 건 아닌가 싶어서요. 그런데 가만 한양 문고는 저희 스포츠 센타에 지하에 있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하, 제가 좀 상당히 방향치거든요. 가끔 동떨어진 건물들이 제 머릿속에서는 한 자리에 모여 있곤 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주말에라도 자전거 타고 한 번 그 부근을 돌아보고 건물들 위치를 재정비해야겠는걸요.

저는 개인적으로 일산에서는 지산문고가 쫌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서점 크기에 비해 실속 있고 알차요, 그럭저럭. 아, 그리고 <속죄>에는 묘사보다는 서술이 더 많아요. 그래서 장식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인 콜드 블러드>는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또마님 따라쟁이잖아요.

바람이 차서 요즘에는 서점 다니시는 일이 힘드시겠습니다. 그러니 장갑을 꼭 장만하세요. 장갑은 그러니까 양말만큼이나 따뜻하답니다!!


Joule 2006-11-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2006-11-07 21:57님, 그거 아세요? 저 두 줄 짜리 댓글보고 저는 님이 소녀처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움이 넘친다는 생각이 불쑥 든 거 있죠. 왜 그랬지. 갸우뚱.

2006-11-08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9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9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0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1-1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았다가 이제야 땡스투하네요. 무서워하실 거 없어요. 모든 책은 가르침을 주니깐요. 참고로 전 쥴님 덕분에 좋은 책을 읽은 경험이 아주 많답니다.

2006-11-13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12-0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쥴님. 제가 이걸 이제야 다 읽었어요. 읽는 내내 쥴님 리뷰의 제목 [아가야, 그렇게 해서 속죄가 되겠니] 가 떠올랐어요. 게다가 책장을 덮고서는 이보다 더 제목을 잘 지을수 없겠구나, 라고도 생각했답니다.
게다가 말이죠 전, 에필로그를 읽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물론 어쨌든 읽긴 했겠지만). 에필로그 까지 읽고 나니 그야말로 먹먹, 해졌어요. 가슴이.

Joule 2006-12-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다락방님과 저는 2006년 가을이 저물어가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 동시에 속죄할 수 없는 가슴아픈 소설 한 권을 읽은 셈이군요. :)

사야 2007-07-1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상에 뭐 서재 없는 저나 글 안올리시는 건 쥴님도 마찬가지시네요..ㅎㅎ
저는 무진장 독한년이라서 나쁜 기억을 안 까먹어요..^^;;;;

속죄는 저도 별 다섯개를 줍니다.
아직도 그 느낌이 남아있어요...
 

오래 전 친구의 남동생을 사랑한 적이 있다. 내가 스물 아홉이었고 그 애가 스물둘이었다. 나는 그애에 대해서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누나의 감시를 피해 나를 만날 쯤에는 언제나 지나치게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 모기 한 마리, 개미 한 마리 살생하지 못하는 성품이었다는 것. 그리스 조각처럼 매끈한 얼굴과 체격이었다는 것. 웃는 모습이 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것. 나를 보면 언제나 나를 두고 금방 떠나는 사람처럼 눈물지어서 나를 의아하게 했다는 것. 그랬다. 그 애는 나를 보면 언제나 눈에 눈물이 먼저 고였다. 그러니까 그 애에게 나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멜로드라마 같은 존재였던 걸까. 하긴 그 애를 보며 너무 완벽하다 싶긴 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 애에게 매혹되지 않는 사람은 없었으며  그 애가 얼굴 찡그리거나 화내는 모습 한 번 기억나지 않고 지금도 그 애를 떠올리면 보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자한 미소를 젊은 남자애가 가지고 있었다.

삼일 쯤 전 뜬금없이 그 애의 누나에게 몇 년만에 전화할 일이 생겼다. 그리고 소식을 들었다. 그가 죽었다고 그의 누나이자 내 친구는 울음을 참아가며 말했다. 나는 친구가 뭔가 거친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래도 믿지 못하자 친구는 버럭 저 세상으로 갔다고!하며 소리를 질렀다.

물론 언제나처럼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고 가슴이 미어지지도 않았으며 지나치게 마음이 평온했다. 내가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요한 거 말이다.

어젯밤, 꿈을 꾸었다. 꿈에 그 애가 나왔다. 그 애와 나는 마치 6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둘 만이 있을 장소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미로 같은 골목과 들길 어디를 쏘다녔다. 그러던 중 내가 뭔가를 정신없이 읽고 있는데 나직히 그 애의 목소리가 건너왔다.

"공부 끝내려면 아직 멀었어?"

나는 문장을 쫓아가던 눈을 들어 그에게 방긋이 웃어주며 대답했다.

"왜애?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 잠깐만 기다려. 금방 끝나니까."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런게 아니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6-09-0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댓글이란건 이런 의미예요. 그러니까, 나는 늘 당신의 글을 읽지만 오늘은 이렇게 댓글을 남길만큼 가슴에 뭔가 '특히' 와 닿았다, 라는 의미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제 글에도 댓글이 달려도, 달리지 않아도 누군가는 그것을 읽었을거란걸 알아요.

제가 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아도, 쥴님은, 제가 와서 이 글을 읽고 뭔가 와 닿아서 돌아갔을거라고 짐작했을거라 믿어요. 그렇지만 제가 저 위에 쓴 것처럼 오늘은 '특히' 더 뭔가 와 닿아서 댓글을 남기고 싶은데 말이죠, 이런 페이퍼에는 어떤 댓글을 달아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아직 모자라서, 많이 부족해서, 지금 이시간, 이 공간에 적합한 어떤 코멘트를 달지 못하는것이 부끄러워요. 내가 달아놓은 댓글이 쥴님한테 '특히' 어떤 감정을 꼬집어냈으면 좋겠는데 말예요.

그래서, 미안해요, 쥴님.
이렇게 보기만 하고 가서.
이렇게 보기만 하고, 혼자 느끼기만 하고 가서.

chaire 2006-09-0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아마 여러 분이 그러셨을 듯한데..), 몇 번을 서성이다가, 몇 번이나 자판을 두들겨보다가, 포기하고 나가곤 했어요, 오늘. 신중현이던가요. 한대수던가요. 그런 노래를 부른 적 있다지요.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없는 말뿐이에요' 하는... 결국, 추천이 어울리지 않는 글이라 미뤄뒀던 추천만 꾸욱 누르다가 이렇게 멋쩍은 말만 적게 되는군요.

어쩌면 그 소년을 위해, 늦게나마 한바탕 울어줘도 좋겠다 싶은데...

코코죠 2006-09-0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는 순간
가슴에서 버쩍, 하고 쪼개지는 소리가 났어요.






잘 가요, 아름다운 소년
부디 잘 가세요... 그 곳에서는.... 따뜻하시길.


2006-09-05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06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06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2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4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4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5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의 발견
조안 B. 시울라 지음, 안재진 옮김 / 다우출판사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일을 참 많이 하는데 일에 대해서는 참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잠 자는 것 말고 나의 시간을 가장 많이 들여서 하는 게 일인데, 책 읽는 것보다 일에 나는 더 몰두하고 연연하고 집착하는데 가끔 내가 왜 그렇게 일을 '해대는' 건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내 몽상의 대부분은 일에 관한 것인 경우가 많고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많은 말들은 이미 나의 몽상으로써 진작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다. 그러나 어차피 삶은 복습에 복습 아니던가. 공부에는 예습이 더 효과적이다만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는 술 먹고 남자에게 수작 거느라 예습할 시간이 없었으니 복습이라도 해야 할 밖에.



이 책에는 일에 관한 많은 자료와 많은 의견과 많은 이야기가 있다. 체계적으로 썰을 풀어놓는 책들 특유의 지루함이 그래서 다소 덜한 반면 어쩌면 이것저것 주워담을 이야기가 참 많기도 해서 다소 어수선하다고 느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쯤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지 싶다. 생각해 보면 커피의 역사니 독서의 역사니 심지어 광기의 역사까지 읽으면서 정작 일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안 읽는 게 아닐까.



dog's ear. 밑줄 대신에 내가 책에 표시하는 방법인데 이 책에는 내가 이렇게 손에 침 발라서 정사각형으로 접어줘야 할 페이지가 참으로 많았다.

 

사족. 아참, 알라디너 중 어떤 분 서재 이름이 'sanuk을 찾아서'인데 이 책에 바로 그 sanuk의 뜻이 나온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aire 2006-08-3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쥴 님, 돌아오셨군요! 보고 싶었어요! 와락! 눈물 찔끔.

Joule 2006-08-3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 안 맞는 건지 가난하고 고단한 여행이 안 맞는 건지. 일을 떠나서는 일의 발견을 읽고 있는 내가 조금 웃겼어요. 낯선 사람 만나는 게 힘들었던지 돌아와서는 며칠째 좀 우울하기도 하고. 난 날씨따라 변하는 사람 맞나 봐요.

쎈연필 2006-08-3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저 방식 제가 하는 방식이랑 흡사하네요. 저는 오자나 비문이 거슬리는 페이지는 눈꼽만하게 접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면 저런 방식으로 손톱보다 조금 크게 접어두거든요. 근데 책 아래 부분이면, 아래 부분을 접고, 양면 다 접어야 하면, 학 날개처럼 두 번 접습니다. 그리고 자료를 정리하면서 페이지를 폅니다.

근데 <커피의 역사>란 책 정말 재밌더라구요. 이 책도 함 봐야겠어염.

다락방 2006-08-3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맛있어요, 쥴님의 글.

Joule 2006-08-3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면을 다 접어야 할 때는 아래쪽을 접어요. 예전엔 또마님처럼 학날개방식을 썼었는데 책이 두툼해지는 게 조금 눈에 거슬리더라구요. 자료를 정리하면서 접힌 페이지를 편다는 것은 조금 새로운데요. 그냥 접어두면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에 그 책의 그 페이지를 펼쳐들었을 때 나로 하여금 강아지 귀를 접게 했던 문장을 찾는 재미가 좀 쏠쏠해야 말이죠. 그래도 책을 읽고 '자료를 정리'한다는 또마님의 방법은 저도 한 번 재고해 봐야겠어요.

다락방님, 다락방님의 사진처럼요.

2006-08-31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6-09-1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참 잘 찍으셨어요 읽고 싶은 기분이 모락모락~~

Joule 2006-09-14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마린님, 제가 좀 리뷰를 리뷰같지도 않게 헐렁하게 써서 그렇지 굉장히 좋은 책입니다. 읽어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걸요. :) 반갑습니다.

2006-10-28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