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나는 어떤 소설을 쓰고 있었다. 두 편의.

첫 번째 것은 일종의 메타픽션 같은 것이었는데 소설 쓰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어느 밤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소설을 쓴다. 그리고 그녀의 소설에 나오는 여자 역시 소설쓰는 여자이다. 그녀의 이야기와 그녀가 쓰는 소설이 문단을 번갈아가며 기술된다. 그러나 내가 꿈에서 쓴 그 소설은 거대한 뫼뵈우스의 띄같은 것으로서 나의 주인공인 그녀의 이야기와 그녀의 주인공인 다른 그녀의 이야기는 그 시작과 끝이 서로 교묘하게 일치한다. 내가 쓰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러니까 그녀가 쓰는 소설의 끝이며, 그녀가 쓰는 소설은 내가 쓰는 소설의 시작인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의 과거가 되기도 하고 미래가 되기도 하는. 참으로 진부한 형식이다. 

내가 꿈에서 쓴 두 번째 소설은 마찬가지로 메타픽션의 구조를 하고 있되 약간의 공포와 스릴을 그 안에 내포하고 있다. 역시 소설쓰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녀는 어떤 사건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 사건의 결말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곤란해 한다. 그러다 우연히 무심코 둘러본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자신이 쓴 사건의 실마리가 있음을 발견하고 서둘러 자신의 소설을 마무리 지으로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악마가 등장한다. 악마는 거래를 원하는 것이다. 그녀의 일상 속에 그녀가 쓰고 있는 소설의 근사한 결말을 제시해 주었던 것은 바로 악마였던 것.

악마는 그녀에게 말한다. 그녀의 소설에 이 결말을 도입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다고. 그녀의 소설에 바로 악마를 등장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갈등한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계약이다. 그녀의 소설에는 놀라운 힘이 있는데 그것은 그녀가 소설에 쓰는 것들이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것이다. 만일 그녀가 소설에서 밀레의 이삭줍기라는 그림을 어루만지는 장면을 쓰면 그 다음 날 그녀는 우연찮게 그와 또같은 경험을 현실에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완벽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 악마와 거래한다.

그리고 그녀는 완벽한 작품을 쓴다.

꿈에서 쓴 두번째 소설은 소설에 대한 나의 이상향을 나타내고 있는 듯 하다. 현실이 소설이 되고 소설이 현실이 되는 그래서 무엇을 현실이라고 혹은 픽션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 애매한 세계의 경계.

가위눌림이었는지 나는 잠이 깨고서도 오래도록 몽롱한 의식으로 팔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한 채 이불 위에서 버둥거려야 했다. 온 몸이 사슬에 묶인 것처럼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래 귤 두 개를 까먹고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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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11-2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 님, 소설 쓰셔요... 잘 쓰실 것 같아요...^^ 요즘 '늦어도 11월에는'을 읽고 있는데, 그 소설 읽으면서 설핏 쥴 님의 문체가 떠오르곤 한다죠. 쥴 님이 소설 쓰면, 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아, 이 소설,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아주 재미나요. :)

(그러구 보니, 신춘문예의 계절이네요. 예전에 소설 써보고 싶었을 때, 비극적인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면, 꼭 그런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죠. 내가 쓴 대로 그런 슬픈 일이 벌어지면 어쩌지? 하는... 전 재능도 물론 없지만, 쓴다 해도 간이 작아서 대작은 못 쓸 것 같아요.)

Joule 2004-11-2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는 재능이 부족하여서 아니되옵니다. 이런 식으로 카이레님이 하셔야 할 임무를 저에게 떠넘기시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 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 열망을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그 메주로 다시 된장을 만들듯이 충분한 누룩이 생길때까지 차곡차곡 잘 쟁여서 숙성시켜 두세요. 그리하여 어느 날 불현듯 미친듯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펜이 움직여지는 날이 오면 그 때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글을 쓰는 거예요. 어때요, 근사하죠. :)

2004-11-21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에 2008-01-31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런 꿈을 꾸신다니 놀랍습니다요. 음.. 4년전 글에 답글다는 거 좀 민망한 일인가요?

Joule 2008-02-0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년 전 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하는 것도 민망할랑가요. 반갑습니다, 누에님. 4년전 글에 다는 댓글이어도 그게 서재 브리핑에 뜨더라구요. 안그랬음 몰랐을 텐데.

누에 2008-02-1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메아리다~
 

새벽 네 시 까지 깨어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전에야 나는 눈을 떴다. 베란다에는 녀석의 진물로 온 범벅이 되어 있었고 녀석은 깨어서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대고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온 방에 녀석의 진물에서 풍기는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나는 헐레벌떡 일어나 녀석을 안고 욕실로 옮기고 베란다 청소를 한다. 보일러를 틀고 밤 사이 다시 똥강아지가 된 녀석을 씻긴다. 날이 밝으니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나는 밤 사이 녀석의 상실된 삶에의 의욕에 전염되어서 나조차 그 무력감을 견디지 못하고 펑펑 울어댔는데 날이 밝으니 모든 것이 명료해진 것이다. 녀석을 숄로 간싸안고 운동화를 꿰어 신고 집을 나서는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명제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죽은 정승보다 산 개가 낫다. 나는 녀석을 산 개로 만들 것이다.

큰 길 가에 동물 병원이 있다. 크기도 작고 어리광스러운 순종견들이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소파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녀석의 질 입구에서는 계속 진물이 흘러나와 온 병원에 비린내를 풍긴다. 내 나이보다 두엇 많아 보이는 비교적 젊은 의사는 권태로워 보였고 조금은 신경질적인듯도 하다. 할머니와 함께 온 늙은 수컷 요크셔 테리어에게 감기약을 먹이려다 개가 이빨을 드러내고 적의를 드러내자 별다른 저항없이 주인에게 약봉지를 내밀며 집에 가서 먹이라고 한다. 주인인 할머니는 어울리지 않게 앙탈처럼 난 못먹여요. 먹여 주세요,한다.  의사는 내 손가락이 부러질 수는 없지 않으냐고 대꾸한다.

녀석의 차례가 되었고 의사는 녀석의 부풀어오른 젖꼭지와 질을 보더니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녀석의 몸 속에는 죽은 강아지의 뼈와 다른 죽은 강아지가 들어 있었다. 녀석은 이삼일 전에 아기를 낳았을 거란다. 다산이었을 것인데 아기를 낳다가 다 낳지 못하고 아기가 자궁 내에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고 뼈도 있단다. 그것들이 안에서 부패를 해서 자궁에 염증이 생겼고 어쨋든 이러저러한 부패로 진물이 나온다는 것였으며 그것을 그대로 둔다면 복부인지 복막인지로 옮겨져 위험하게 될 거란다. 자궁을 드러내야 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나는 그러라고 했다.  당신에게 맡길테니 알아서 최선의 방법을 써달라고 말했다. 상태를 보고 이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과연 나에게 녀석의 자궁을 들어내도 된다고 허락할 권한이 있는 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궁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선불금 10만원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나는 우선 지갑에 있는 3만원을 주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요즘은 병원에 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다면 매우 미안해 하는 얼굴로 나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나는 지갑을 뒤적거리다가 휴대폰 회원카드를 내민다.

ㅡ봐요. 여기에 제 이름이 찍혀 있죠. 여기 회원번호도 있구요. 나중에 여기 휴대폰 회사로 전화해서 이 번호하고 이름대면 저를 추적할 수 있어요.

의사는 쑥스럽게 웃으며 수술동의서에 휴대폰 카드 번호를 적는다. 선불금 7만원을 찾아 병원에 다시 갖다 주러 가야 한다. 의사 말로는 25만원에서 30만원쯤 들 거라고 한다. 쳇 싸게 먹히는 구만. 내가 그토록 탐을 내는 데코 트렌치 코트가 47만원인가 했으니 아무렴 코트값보다 싸다. 다음 주에 실업급여를 타면 그걸로 녀석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하면 되겠다. 아무렴 하루 이틀 쯤 더 병원에 입원시켜 충분한 치료를 더 받게 할 수 있는 비용까지도 가능할 지도 모르지.

집에 돌아와 보니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다. 그것도 '목욕'으로. 세상에 내가 미쳤지. 보일러도 안 끄고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니는 거야. 부질없이 돌아가고 있었을 가스값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칠칠맞다.

 

 

여러분이 걱정해 주신 덕분입니다. 녀석이 건강해져서 시골에 내려가게 되면 사진도 찍어서 보여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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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30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4-10-3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칫, 카이레님, 그 5만원이 어떤 돈인지 제가 알잖습니까. 푸훗. 안그래도 실업급여 법이 바뀌어서 그 전에는 실업급여 대기기간이 이주였는데 일주더라구요. 그래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일주일치분의 실업급여를 더 받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게다가 그 전 회사의 사장님이 맘이 좋으셔서 제가 아직 취직이 안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최종 3개월 임금을 고스란히 써서 제출해주셨대요. 보통은 세금 같은 것 때문에 조금 깍아서 써내거든요. 아마도 녀석에게 돈이 쓰일 것을 알고 하느님이 그런 모든 조치를 사전에 해두셨던 모양이에요. 카이레님의 그 고마움 마음에 괜히 제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고맙습니다. 녀석에게 카이레님 안부도 전해드릴게요. :)

2004-10-30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0-30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4-10-3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의 아가가 더 이상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
기룬것은 다 중생이고, 생명은 다 소중한 것이지요.
쥴님의 보살심을 봅니다.

에레혼 2004-10-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은 정승보다 산 개가 낫다.... 자궁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
쥴님, 아아, 쥴님.......

뭔가 녀석에게 도와줄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이 일어나지만, 그 마음의 動함이 오히려 유난스럽고 부끄러운 듯해 그저 쥴님 이름만 몇 번 불러 보다가 물러갑니다.....

2004-11-05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보라빛우주 2004-11-0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멍든 사과님 서재에서 넘어와 들러봤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 지나치지 않고 돌봐주시는 마음에 숙연해졌습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와서 고생이 많으실 텐데요. 아이가 얼른 나았으면 좋겠네요...

아영엄마 2004-11-06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글을 미처 못봤는데... 처음엔 아가가 아픈 건줄 알았어요. @@; 어쩌다 새끼를 다 못낳아서 병을 얻다니... 그래도 님 덕분에 생명을 건진거잖아요. 님은 이 다음에 천당가실 거예요.. 정말루..(아, 그리고 예의상 거절도 안하고 넙죽 받는다고 하고 보니 민망함이... 부디 좋은 책 골라서 연락주셔요!! -저 마일리지 벌어 놨어요~^^*

Joule 2004-11-0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 누추한 서재에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요, 이게 병이에요, 병. 사람마다 태어날 때 어떤 부분은 조금 과하게 태어나고 어떤 부분은 조금 부족하게 태어나고 하는데 제 생각에 저는 '측은지심'만 왕창 받아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인간성과 별개의 문제라는 말씀이지요. :) 어쨋든 염려해주신 덕분에 녀석은 이제 아주 건강한 말괄량이가 되었답니다. :)



아영엄마님, 아이참, 우리 사이에 무슨 체면치레인가요. :) 그냥 시골집에 넘치는 것 조금 보내드리겠다고 한 건데요. 책은 찬찬히 구경하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저도 넙죽 받겠습니다. :)

2004-11-10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고라면 사고이고 업이라면 업이다. 연신내에 갔다가 녀석을 만났다. 녀석은 흔한 하얀색 발바리인데 며칠을 먹지 못했는지 척추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털에는 온통 초록색 설사똥이 범벅이 된 채 망연한 눈빛으로 인도를 흐느적거리며 배회하고 있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소세지 다섯 개를 사서 녀석을 불렀다. 그러나 녀석은 힐끗 나를 한 번 쳐다 볼 뿐 차들이 쌩쌩거리며 지나가는 도로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간다. 흡사 술이 곤하게 취한 주정뱅이의 걸음이다. 녀석이 도로로 선뜻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부우웅하고 빨간 버스 한 대가 녀석의 코 앞을 지나간다. 녀석은 놀라서 뒤로 한 걸음 주춤하다가는 다시 도로 쪽으로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나는 소세지를 코트 주머니에 쑤셔 놓고 달려가 녀석을 불끈 들어올려 인도 안쪽으로 들어왔다.

소세지를 내밀어도 그냥 고개를 돌려버리는 녀석은 그 와중에도 온 몸을 경련이라도 일으키듯이 부들부들 떨며 나오지 않는 설사를 억지로 한 두 방울씩 쏟아낸다. 녀석의 머리를 들어  눈을 마주 보았지만 녀석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이미 이 곳을 떠나 있는 눈이다.

녀석을 억지로 눕혀놓고는 코 앞에 소세지를 잘게 잘라 놓고 나는 일어선다.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한 참을 가다 뒤를 돌아보니 녀석은 딱히 할 일이 없어 나를 따라온다는 듯이 그러나 딱히 나를 따라온다고만은 할 수 없는 걸음걸이로 내 뒤를 따르고 있다. 맞은 편에서 오던 아줌마와 사내아이 하나가 녀석을 힐끗 쳐다본다. 녀석의 안쓰러운 몰골은 누구라도 한 번 쯤 눈을 돌려 쳐다봄직하다. 아줌마의 말소리가 희미하게 내 귀에 들려왔다.

ㅡ저 사람이 주인인가봐.

나를 가리키며 아줌마는 그렇게 말하고 사내아이와 함께 제 갈 길을 가버렸다. 녀석은 지하철역 부근에 도착하자 어두운 골목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비틀비틀 휘청휘청 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닌 나는 문득 견딜 수 없이 화가 나고 슬퍼졌다. 그래 지하철 역 앞에서 마친 군밤을 팔고 있던 할머니에게 나는 검은 비닐 봉다리 하나만 살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작은 검은 비닐 봉다리를 그냥 주셨고 나는 그건 작아서 안되니 큰 비닐 봉다리로 주십사고 말했다. 백원짜리를 내미는 내 손을 할머니는 내 쪽으로 밀어내셨고 나는 할머니에게서 얻은 검은 비닐 봉다리를 들고 녀석이 사라진 어두운 골목길로 뛰어갔다.

녀석의 걸음은 느려서 골목이 시작되는 오르막길을 녀석은 이제야 막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녀석을 불끈 들어올려 한 쪽 구석으로 가서는 녀석의 초록색 설사똥이 범벅된 뒷다리를 봉다리 안에 잘 밀어넣었다. 처음에는 몇 번 버둥거리던 녀석은 이내 검은 비닐봉다리 안에 싸인채 내 품에서 얌전한 숨을 쉰다.

택시를 잡아야 한다. 똥냄새가 진동을 해서 녀석을 데리고 지하철을 탈 수는 없다. 택시도 과연 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검은 비닐봉다리로 감싸인 녀석은 얌전하게 고개만 내밀고 내 품에서 나와  함께 택시가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택시 한 대가 와서 멈췄다. 택시에 타려는 순간 문득 고개를 돌리니 저 쪽에서 군밤 할머니가 우리 쪽으로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서 계시는 것이 보였다.

택시에 냄새가 배일까 싶어 활짝 열어놓은 창문을 녀석은 얌전하게 내 품에 안긴 채 바라본다. 집에 도착해 녀석을 샴푸로 박박 씻기고 베란다에 이불 하나를 꺼내 녀석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녀석은 아직 어린 여자애인것 같은데 질입구가 검붉게 부어올라 있고 연한 황토색의 진물같은 것이 그곳에서 조금씩 흘러나왔다. 타월을 엉덩이 부분에 깔아주고 패드처럼 화장지를 말아서 그 곳에 대주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내일 녀석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보아야 겠다.

내가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둘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일주일쯤 녀석을 데리고 있으며 치료를 받게 하고 우리 시골집에 데려다 주거나 녀석이 준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슬플 것도 없고 안타까울 것도 없다. 조금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일 뿐 녀석의 삶과 나의 삶이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쩌면 이 전 생에서 나는 녀석같은 떠돌이였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언제를 녀석이 지켜주었었는 지도 모르지.

녀석은 이제야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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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4-10-2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가 아픈 건지, 아니 이런 걸 아픔이라고 해도 좋은 건지, 잘 모르겠는 채로...... 마음이 멍해 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그 어리고 아픈 녀석에게 님이 해줄 수 있는 두 가지의 길 중 어느 쪽이 되더라도, 앞으로 녀석과 쥴님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요...... 녀석이 쥴님의 눈에 뜨인 것이, 아니 쥴님이 녀석을 '보고' '품에 안은' 것이 지워지지 않는 방점처럼 서로의 삶에 '한 순간'으로 남는 것말고는......

오즈마님의 쥴님에게 이런 중얼거림으로 첫인사를 건네네요.
독특하고 고집스런, 날카롭게 다정한 쥴님의 내음이 제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맘대로 좋아해도 될까요?

Joule 2004-10-2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병원에 다녀와서 녀석은 어쩌면 일요일쯤 시골에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녀석도 나도 서로를 기억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라일락 와인님의 안부는 녀석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아까는 베란다에서 기척 소리가 나 문을 열어보니 물을 마시고 있더군요. 쉬야도 했구요. 색깔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녀석이 어느새 일어났는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는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녀석의 눈빛은 늑대의 그것을 닮은 듯도 합니다.

녀석 들으라고 지금은 인랑에 나오는 음악 프라이드를 틀어놓고 있습니다. 녀석은 지금 고개를 이쪽으로 빼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chaire 2004-10-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꽤 몸집 큰 개 한 마리가 절 좇아온 적이 있어요. 대로에서부터 우리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어귀까지... 어디가 아파 보이진 않았지만 무지하게 더러웠고 한쪽 다릴 약간 저는 것도 같았지요. 인상이 나빠 보이진 않았습니다만... 근데 저는, 무턱대고 절 따라오는 그 녀석을 뒤돌아보며 겁에 질려서는, 가, 가란 말이야... 했다죠. 속으로는 정말 겁을 집어먹고 있기도 했고, 우리집까지 오면 어쩌나 했지요... 그래도 그 친구는 더 똑똑해진 눈망울로 마구 따라오는데... 아, 이럴 때는 뛰면 안 돼, 하면서 다시 뒤를 돌아보고, 널 데려갈 수 없으니 제발 그만 오라구, 하고는 잰 걸음으로 더는 뒤돌아보지 않고 집에 도착. 현관에서 살몃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군요. 그제서야 좀, 아니 많이 미안해지고, 그러면서 안심도 되고, 그 녀석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핫튼, 복잡한 심경에 잠깐 휩싸인 기억이... 그때 그 녀석이 쥴 님 같은 좋은 마음밭을 만났다면 그 다음 생이 좀 나았을지도 모를 텐데... 사람이든 개든, 통하는 마음 찾기가 쉽지 않은가 봐요... 어찌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쥴 님과 오늘밤을 함께하는 동안만이라도 그 발바리 꼬마는 행복해하겠지요...^^

Joule 2004-10-2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레님, 방금요. 저는 마구마구 웃었답니다. 왜 그랬냐면요. 카이레님 글을 읽고 있다가(녀석이 심심해 하는 것 같아 베란다와 방 사이의 유리문을 열어 두었거든요. 그리고 그 열린 문 바로 옆에 제컴퓨터와 의자가 있구요.) 무슨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녀석이 말이죠. 저 쪽 방향으로 누워서 저를 쳐다 보려니 고개가 아팠나 봅니다. 그래 비틀거리며 뒤뚱뒤뚱 꼼지락 꼼지락 제 쪽을 향하여 몸을 돌려 눕는데 기운이 없는지 돌다가 픽 넘어졌지 뭡니까. 그래 저는 그게 우스워서 캭캭캭,하고 마구 웃어댔어요.

지금은 인랑을 들으며 실 눈을 뜨고 이 쪽을 쳐다보고 있구요.

카이레님, 제가 카이레님이었다면 저 역시 카이레님처럼 그랬을 거예요. 저는 시골집이 있잖아요. 게다가 저희 엄마는 '개를 아주 사랑하는 혼자 사는 맘씨 좋은 아줌마'도 많이 아시고.

안그래도 아까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ㅡ엄마, 나한테 욕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나한테 소리도 안지르겠다고 약속해줘. 안 그러면 말하지 않을테야.
ㅡ알았어. 뭔데?
ㅡ엄마 약속했다. 나한테 절대로 욕하면 안돼. 소리도 지르지 마.
ㅡ알았으니까. 뭔데.
ㅡ엄마, 나 일요일에 개를 한 마리 데리고 갈 건데. 잘 키워줘. 오늘 길에서 만났어. 근데 아파. 많이. 그래서 치료하고 안정을 좀 찾게 한 다음에 데리고 갈거거든.
ㅡ미친년. 너 왔다갔다 고속버스비 가지면 개를 한 마리 사고도 남겠다.
ㅡ엄마!!!!

뭐 그랬어요. :)

코코죠 2004-10-3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가 부자가 되면 개껌 삼백만원어치를 사드려야지.

그 녀석, 그 녀석 그거 어쩌면 좋아요. 그래도 오즈마처럼이나 운이 좋은 녀석인 거에요. 그 무시무시한 찻길에서 쥴님을 발견했으니까요.

쥴님은 천사인가요. 저한테만 말씀해 보세요. 아님 그 녀석이 천사인가요. 그도 저도 아니라하시면 군밤 할머니가 천사인가요.

2004-10-30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4-10-3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이 어서 부자가 되면 좋겠어요. :)

hanicare 2004-10-30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군밤할머니의 미소가 은은히 화면을 지배하는군요. 추천만 드리고 가겠습니다. 뭐라고 보탤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2004-11-21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4-11-2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분. 감사합니다. 중요한 건 마음이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염려해 주신 덕분에 녀석은 많이 행복한가 봅니다. 저희 시골집에서요. 그러나 말입니다. 저는 님처럼 명확한 분별력이 많이 부족하답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나의 가족들이 나를 바라볼때 언제나 그렇게 짠하게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고. 제가 많이 어수룩해 보이나 봐요. 제가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때 제 나이 스물아홉이었는데 자주 다니던 포장마차 아저씨는 저를 앞에 앉혀 놓고 눈물을 지으셨다지요. 애를 강가에 내놓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제길할. 이렇게 모질게 잘 사는 인간인데 말이죠. 어머낫, 제가 상스러운 말을 했나요. :)
 

 

 

 

 

 나는 한숨을 쉬어제꼈으면서도, 내가 가진 전표의 액수보다도 마흔 배 쉰 배도 더 될 지 모를, 그렇게나 많은 물건을, 유리의 내 계집을 위해, 그냥 눈으로만 샀다. 그렇게도 풍성한 물건을 본다는 것 또한 일종의 기꺼움이었는데, 그것들이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며, 호화롭게 하는 데 동원될 그런 모두였었다. 그것에 대해서 어째서 육신을 가난 가운데 가둬 두려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그래야 하는가.

누가 쫓아버리지만 않는다면 그 안에 불이 꺼질 때까지라도 서서 나는, 그 안의 풍경을 즐기고 싶었다. 전에, 대단히 어렸을 때 스승이 짊어져준 장작짐을 팔아, 몇 푼의 돈을 손에 쥐고, 하필이면 큰 상점도 말고 구멍가게 앞에 서서, 나는 저 크기도 큰 눈깔 사탕들을 부러움으로 바라보고 서 있노라면, 뭘 사려느냐고, 주인 아주머니가 물어오곤 했었다. 그러면 내 목구멍에선, 거진 울음이 된 소리가 "이 돈만큼만 보리쌀을 좀 주세요"하고 나온다.

 

왜 그렇게 목이 메어왔는지 모르겠다. 코를 훌쩍거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고 있는 나를 보며 나의 동무는 나에게 두루마리 화장지를 건네주며 그런 농을 했다. 죽음의 한 연구가 무슨 하이틴 로맨스가. 와 그렇게 아가 찔찔 짜노. 그래 나는 동무에게 목이 메이며 목이 메이며 코멩멩이 소리로 천천히 그것들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읽어면서 다시 복받쳐 올라오는 울음을 어쩌지 못해 머리가 띵하도록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

이 돈만큼만 보리쌀을 좀 주세요.

이 돈만큼만 보리쌀을 좀 주세요.

이 돈만큼만 보리쌀을 좀 주세요.

 

늙은 동자승의 울음을 삼키고 안간힘 쓰며 말하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내 귀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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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서늘해지니 날것들이 기력이 쇠한지 나는 모양에 힘이 없다. 늦은 밤 읽던 책을 잠시 덮어두고 주방에 서서 밥 한 숟갈을 뜨려 하니 배가 무거운 모기 한 마리가 눈 앞으로 낮게 비상하여 간다. 그래 내 내 남은 숟갈을 뜨고 단판을 지어볼 심산에 일단은 그의 존재를 무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수채통에 그릇을 물 담아 놓고 녀석을 찾으려니 자기네 종에 대한 범상치 않은 살기를 느꼈는지 이미 몸을 피하고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 너도 살고 싶은 게지. 살고 싶은 것이야.

그러다 두둑해진 위장을 따순 방바닥에 대고 다시 책장을 넘기려 하니 위잉, 하는 그 종족의 표나는 날개짓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한 번은 살려보냈으나 두 번은 아니된다. 한 번은 나의 배려였으되 두 번은 너의 불찰이다. 몸이 무거워 그리 멀리 날아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책을 덮고 가만히 몸을 일으켜 세워 방 안에 정승처럼 우뚝 서 그가 있음직한 행방을 눈으로 더듬거리며 쫓으니 나와는 불과 얼마되지 않는 거리의 천장에 그가 있다. 천장에 엎드려 있는 것 같기도 그가 천장을 떠받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딴에는 내 손이 요원해 보이는 그 곳을 이미 거처삼은 듯 하다.

휘적휘적 녀석을 내 키 닿는 곳으로 유인해 볼 양으로 몇 번 손을 휘저었더니 녀석은 굼뜨게 날개를 펴고 일어나 커튼 뒤로 다시 몸을 감춘다. 거듭말한건데 두 번은 아니된다고 했다. 커튼을 흔들어 나는 녀석을 내 팔 닿는 곳으로 다시 유인해 볼 작정을 한다. 굼뜨고 느린 날개짓으로 그러나 그다지 급할 것도 없다는 듯이  녀석은 천천히 나를 향해 날아오고 나는 뜸을 들여 눈가늠한 곳에 정확히 내 손바닥을 가져다 찰싹, 댄다. 아뿔싸, 손바닥은 얼얼하되 그 손바닥을 부딪친 보람은 없다. 나는 녀석이 이고 있다 날아간 천장 밑에 서서 이제는 도무지 그 행방을 알 길 없는 녀석을 두리번거린다.

모기란 모름지기 자신이 피뽑고자 했던 이에게 반드시 다시 나타난다는 말도 있거니와 모기를 잡다 놓쳤을 때에는 손바닥을 날릴 때의 그 단호함 만큼의 의연함을 역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모기잡는 자의 자세이리라. 나는 다시 방바닥에 내 부른 배를 가볍게 압착시키고 몇 페이지의 책장을 넘긴다. 이제 모기같은 것은 더 이상 나의 안중에 있지 않다. 나에게는 오늘 밤 넘겨주어야 할 책장들이 연지곤지 찍고 호롱불 곁에 살포시 앉아 이미 술에 곯어떨어진 어린 신랑이 그저 옷고름 풀어주고 비녀 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새색시마냥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깟 모기 한 마리 놓친 것이 무슨 대수이겠느냐.

그러나 연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불과 이십분 후에 화장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는 나 역시 생각지 못했다. 아픈 배를 슬슬 문지르며 책장을 넘기고 있으매 그가 예의 둔중하고 느린 날개짓으로 유유히 내 눈과 책장 사이를 천천히 비행해 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내 손이 넉넉하게 닿을 만한 곳에 자신의 무거운 몸을 내려놓고 고요히 숨을 멈추고 나를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거칠게 그의 몸 위로 손바닥을 내리쳤고 얼른 화장지를 풀어 그의 흔적을 손에서 닦아냈다. 그리고 남은 책장을 천천히 넘긴다. 그러다가 나는 흠칫 놀란다. 손가락 사이에 선혈한 핏자국이 두 어방울 배어있는 것이다.

그때였을 것이다. 내가 모기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모기가 나를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내가 막 그를 향해 손을 내려치기 전 그 침묵의 순간에 얼핏 느끼기는 했다. 어쩐지 그 시간이며 장소며 상황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인 것 같다고. 이 모든게 녀석이 준비해 놓은 시나리오 같기만 하다고. 녀석은 나라는 인간의 습성을 오래도록 관찰한 후 자신의 죽음을 천천히 준비해놓고 정해진 수순대로 내가 따라오기를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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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9-2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고 자는 한밤에 윙윙 모기 소리
요즘 더 심하더이다.
약이라도 먹일까 생각중이외다.

하얀마녀 2004-09-2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잡은 이야기가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

chaire 2004-09-2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와 함께하는 늦은 밤의 쥴 님이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정밀한 묘사... 게다가, 모기를 통한 타자에 대한 이해의 시선까지, 참 멋진 글이어요. 실은, 이 모기와 쥴 님의 관계가 어찌 마무리될지 두근반세근반 하며 읽었다지요... 모기의 인생, 그 인생도 참 쉽진 않을 거 같아요. 쥴 님이 느꼈듯이, 저도 가끔 모기를 잡고 그 애가 내놓은 선연한 핏자국을 보노라면, 그것이 어찌나 생명스럽던지 돌연 살생의 후회도 밀려들고... 하더이다.

hanicare 2004-09-2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후의 만찬을 끝내고 쥴님을 유인한 모기에겐 명복을.기어코 모기를 잡고 난 뒤 묘한 전율에 휘감긴 쥴님에겐 위로를.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고 잘 깎아낸 글이었습니다.마지막 문단에서 생의 피곤함과 체념과 비의가 번득거리는. 김영하의 자살청부업자보다 그 모기는 더 교묘하군요.절경에서 자살자가 많다던데 그 모기는 미인의 손에 죽고 싶었나 봅니다.

Joule 2004-09-2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들, 저는 이제 맥주를 마시러 갈랍니다. 어디루요? 헤헤, 저기 방바닥으로요. 원래는 이 시간쯤 서재에서 좀 노닥거릴려고 했는데 갑자기 어제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가만 그러고 보니 그제도 안마셨구나) 생각이 번쩍 들지 뭡니까. 그래 의기양양하게 수퍼에 가서 감자깡 한 봉다리와 맥주를 사들고 왔습니다. 뭐 마시다 영 심심하면 이곳에 와 맥주 냄새를 솔솔 풍겨댈란지도 또 모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