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부터 독서 방식이 조금 변했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전리품처럼 책꽂이에 꽂아두고 이내 잊어버리고 하던 것이 이제는 책장을 덮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아 한 번 더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는 특히나 그러했다. 줄리안 반즈의 <플로베르의 앵무새>와 함께 각각 두어 번씩은 더 읽어줘야 그 맛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은 미련에 손에서 책을 떼내기가 쉽지 않다.
죽어버리고 싶었고 동시에 파리에서 살고 싶었다.
엠마의 성향을 압축적으로 가장 잘 드러낸 문장.
사람의 말이란 깨진 냄비나 마찬가지여서 마음 같아서는 그걸 두드려서 별이라도 감동시키고 싶지만 실제는 곰이나 겨우 춤추게 만들 정도의 멜로디 밖에 없는 것이다.
줄리안 반즈가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그토록 수없이 인용했던 플로베르의 명언.
말이란 언제나 감정을 길게 늘이는 압연기 같은 것이다.
루앙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된 엠마와 레옹이 서로에 대해 느꼈던 은밀한 감정들을 고백하는 대목에서.
이윽고 마음이 가라앉자 엠마는 자기가 그를 터무니없이 비방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바아다 보면 우리는 늘 그들에게서 어느 정도 멀어지게 마련이다. 우상에는 손을 대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칠해 놓은 금박이 손에 묻어나는 것이다.
엠마와 레옹이 서로에게 시들해져 가기 시작하는 대목에서.
속된 부르주아도 젊음의 피가 끓어오르면 단 하루, 단 일 분 간일망정 자기가 위대한 정열을 바칠 수 있고 드높은 일은 해낼 수가 있다고 믿는 법이니 말이다. 가장 보잘 것 없는 바람둥이도 동방의 황후를 안아보는 꿈을 꾸어본 적이 있는 법이고 일개 공증인도 가슴 속에는 시인의 잔해를 간직하고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그런 분에 넘친 꿈들을 접었다.
레옹이 엠마와의 사랑을 정리하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