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눈 - 3단계 문지아이들 11
다니엘 페낙 지음, 최윤정 옮김, 자크 페랑데즈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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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니엘 페낙이 너무 좋다.
이 글을 번역한 최윤정님이 옮긴이의 말에서 쓴 첫 문장이 다니엘 페닥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나도 이 책을 덮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다니엘 페낙에 대한 존경과 무한한 애정을 담아서....

동화책을 읽다보면 내가 읽어온 많은 책들이 미사여구나 복잡하고 어려운 표현, 아니면 에둘러 실체를 곧바로 짐작할 수 없게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하지 않아도 될 고행을 하게 만든 글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동화책은 단순하다. 이 단순함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많은 생각과 느낌과 상상력과 경건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것이고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도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 작가가 바로 다니엘 페닥이 아닌가 싶다.

외눈박이 늑대를 알기 위하여 한쪽 눈을 감아버린 아프리카 은비아
세상을 냉소하다가 이제는 먹기를 거부한 푸른 늑대, 그리고 스스로 그가 되어 보는  아프리카...
그 아이의 주위 사물에 대한 편견 없는 바라보기와 접근은 아주 단순하지만 마침내는 늑대의 눈을 뜨게 한다. 마음의 문을 엶으로서 둘은 하나가 되고... 아프리카가 알던 모든 것이 하나가 된 동물원에서 난 참 행복하였다. 미움과 증오와 사랑, 용서가 공존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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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6 0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합
한창훈 지음 / 한겨레출판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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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뒷장의 눈웃음이 예쁜 작가의 얼굴에는 정겨운 눈매와는 달리 거친 바닷바람이 배어있는 듯하네요.
이전부터 명성이 자자한 홍합을 이제야 읽고 전 이 동갑내기 작가에게 푸욱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저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일을 겪고 이제는 달관한 듯한 얼굴로 웃고 있는 작가에게 말입니다.

홍합을 가공하는 공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속  여인들의 삶은 어찌 그리 신산한지...
하기야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야 한달에 돈 60여만을 벌 수 있는, 그것도 몸이 아프거나 일이 있어 빠질 때는 일당을 제하여야 하는 생활이고 보니 그 삶이 편한 삶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성격도 제각각, 모습도 제각각인 그 엄씨들의 입을 통하여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삶의 모습에 빨려 들어서 수면제 삼아 조금만 읽고 자려고 펴들었다가 다음날 출근인데도 새벽을 꼬박 새우고 말았지요.
욕이 태반인 대화와 바다 것을 만지면 살아가는 고달픈 삶들을 담고 있는 내용인지만 왜 그렇게 친숙하고 정겨운지 참 이상합니다.
전 경상도 출신 부모님을 두어서 경상도 사투리를 듣고 자랐고 저도 모르게 사투리를 쓰기도 하지만 전라도 특히 남도의 사투리는 참 징하게도 정답네요.
장편소설인데도 전혀 지루함을 못 느끼는 이유가  작가의 삶의 전력이 그대로 반영된 세밀하고 현장감 있는 묘사와 눈물과 한탄과 활기가 얽혀 생동감 있게 그려지는 공장 사람들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나타나기 때문이겠지요.

마지막 주인공인 정을 떼고 가는 김씨이야기가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허무하고 인정하기 힘든 이별이지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사람은 다시 아픔을 보듬고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삶의 지혜겠지요.
그래 이것이야말로 지극한 사랑의 한 방법일 것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우리네 드난한 삶에 있어서 절망이나 좌절은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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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의 소설을 뭔가 하나는 읽었다고 생각했는데...읽다가 만 것이 한 권 있군요..그 책은 좀 지루했는데. 홍합 재미있겠어요..

모래언덕 2004-11-2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창훈 소설은 홍합 밖에 읽지 못했는데 재미있었어요.
 
미사고의 숲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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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뚜렷이 다가오지 않는다. 온 몸에 초록색 칠을 한 처녀이야기꾼이 전해주는 전설은 지나온 길을 자꾸만 되짚어 가게 만들어서 어느새 처음부터 다시 읽곤 하였다. 일상의 분주함이 집중력을 헤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의 전설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그 숲에 그렇게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 마치 형을 찾아나선 스티브가 떡갈나무 숲 속 깊이 들어가지길 거부당하고 같은 길은 헤매어 다니듯이

귀네스... 스티브와 크리스찬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의 미사고는 처녀지 원시림에 대한 동경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의 미사고는 어디에서 탄생하여 어떻게 사그라져 갈까? 나는 더듬거리며 그 숲으로 어렵게 다가간다. 너무나 완벽하게 그려진 귀네스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혹은 더욱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옆에서 숨쉬듯이 생생하게 그려진 귀네스만이 이 책 속에서 뚜렷한 생명으로 존재하는 듯 하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풍기는 야성의 냄새가 손에 잡히는 듯하다. 결코 사그라질 수 없는 생명의 원형인 그녀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이 책 속에 있다. 내가 갈망하는 것, 나의 미사고... 그 것이 무엇인지 잠시나마 생각해보길 원한다면 그를 찾아서 떡갈나무 숲속을 헤매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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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
쓰지하라 야스오 지음, 이정환 옮김 / 창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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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별 다섯개에 현혹되어 이 책을 구입하였다. 물론 다른 북사이트의 서평도 괜찮은 편이었고... 그런데 저자 자신도 언급했듯이 마빈 해리슨의 문화의 수수께끼 등에서 상당부분을 옮겨놓은 듯한 내용은 세계의 음식문화에 대한 독창적인 관점이나 해석을 기대했던 나에게 상당한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주제별로 단락진 글을 읽다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말을 시작하였는지 모호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 뭐 거창하게 햄버거에 대한 고찰이나 커피에 관한 명상... 이런 정도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제목과는 달리 상식을 뒤엎는 내용은 그리 많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들을 조합하여 나열한 듯 싶으니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분야의 책을 처음 접하는 경우는 가볍게 재미삼아 읽어보면 시간낭비는 아니겠다는 생각도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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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골무가 가져온 여름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2
엘리자베스 엔라이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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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최대의 가치를 지니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는 어린이들의 동화에서도 무엇 하나를 건져내려고 애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조용하고 아련한 산안개같은 추억이 깃든 이야기를 요즘의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잘 읽어낼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1930년대 미국 시골마을의 가넷이라는 소녀의 성장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딸아이의 나이가 주인공의 나이와 비슷해서 읽어보길 권하였는데 아직 어린 우리 딸아이는 낯선 문화의 주인공과의 감정교류를 느끼지는 못한 것같다. 마치 우리들이 어렸을 적 개울에서 미역감고 고무신으로 미꾸라지 잡고 사루비아를 따먹었던 이야기를 즐겁게 이야기하여 주어도 요즘의 아이들은 그 상황조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말이다.

하지만 문화의 차이를 떠나서 사춘기에 다다르는 소녀의 미묘한 설레임과 감정의 변화, 따뜻한 주위 사람들의 삶이 과장없이 담담하면서도 속도감을 가지고 묘사되어 있어서 한 번 책장을 펼치니 노래처럼 저절로 술술 읽혀졌다. 또한 삽화도 수채화처럼 아름다워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소녀들은 이 책을 통하여 책읽기가 주는 즐거움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바쁘고 복잡하게만 살아가느라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이책을 통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주인공 가넷이 그토록 기다렸던 여름비처럼 시원한 휴식과 평화를 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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