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이 사람아

산 채로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한번 더 벗겨내고

그리고 새하얀 알몸으로 자네에게 가네

이 사람아

세상이 나를 제아무리 깊게 벗겨놓아도

결코 쪽밤은 아니라네

그곳에서 돌아온 나는

깜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나는

자네 입술에서 다시 한번

밤꽃 시절에 흐르던 눈물이 될 것이네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이후로 좋아하게된 박라연 시인
병을 앓고 난 뒤 원숙함 대신 처음의 패기를 볼 수 없게 된 것이 약간의 아쉬움.
그러나  숨길 것 없는 알몸인채로 그대에게 가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그 원형의 사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2001년 여름에 들린 선운사 초입엔 분홍 목백일홍이 한창이었다.
남도의 절 마당마다 진분홍, 연분홍 자태를 빛내던 꽃나무
충청이북에서는 제색깔을 볼 수 없는... 배롱나무
예전에는 이 꽃이 다 피고 져야 이팝을 먹을 수 있다고 하였다는 가난한 서민의 바램이 숨어있기도 하는 꽃

우리의 희망도 이 꽃처럼 수없이 졌다가 피어나는구나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모래언덕 2004-07-1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남도땅, 배낭여행 비슷한 것을 하며 눈이 시리도록 본 것이 목백일홍입니다.
제일 처음 출발지인 선운사 초입의 작은 수퍼에 가게지붕을 온통 뒤 덮듯이 서있는 화사한 꽃의 이름을 몰라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답니다. 이팝나무... 어디를 가도 눈에 가득차는 꽃들이 우리가 사는 서울로 올라올 수록 제 색깔을 잃어가더군요.
30여년전에 식수하신 그 꽃나무는 여름이 오면 얼마나 많은 꽃을 달고 있을까요?
책방에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