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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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없으면 빛이라는 상태도 존재하지 않듯 모든것은 극과 극이 맞닿아 있었다. 일상에서는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버리지만 말이다.

나 또한 작가와 같이 자진퇴사를 했지만, 대단한 작가와는 전혀 다르게 별볼일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달라진 일상은 생각만큼 조용했고 누군가의 스트레스도 없이 평온한 일상을 기대했던것과는 상반되게 평소에도 아무런 일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무척이나 어색하다. 홀로 조용히 지내는 날이 많아져서, 듣지도 않던 라디오를 꺼내 듣고 관심을 두지도 않던 시사프로를 집중해서 보기시작했다. 무료함과 평온함이 시간을 채워나가는데, 마음의 평안함은 어디로가고 어쩐지 조금은 어정쩡한 불안함이 하루를 완성했다.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작가로써의 작가가 된다는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작가의 자아반성문을 읽어 내려가는 듯한 오묘한 부끄러움이 들었지만 이만큼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또 어디 있으려나 했다. 야식과 체중으로 평가될 정도로 작가는 무능하지도 열등하지도 않은 선택받은 존재였다. 나는 최근 무료한 일상의 빈공간을 채워내려는듯 삶을 사는것이 좀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었다. 계획이나 미래라는 가정의 생각으로 인생을 컨트로 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오랜 유물처럼 잊혀진지 오래이다. 하루를 살고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고 맞닿은 현실에 직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지금의 나이에 겨우 알게 되었다. 지나치고 모른척했던 삶의 자세는 늦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질 수 있을까. 대부분의 우리는 퇴사라는 일생의 몇 번의 이벤트로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만들게 된다. 그게 뭐 대단한것이라도 되는것 마냥 특별하게 생각할 수도 아닐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에있어 주체적으로 서고자하는 아련한 마음 한켠의 작은 아이때문에 오늘도 고민하고 있지않으려나.

삶은 살아갈 수록 어렵고 안정과 평안이라는 존재하지도 않을 가상의 원더랜드를 향해 맹목적으로 습관적인 오늘을 우리는 또 살아간다. 그 가운데 조용하고 시덥지않게 옆에서 떠들어주는 누군가가 필요로 할때 생각나는 작가, 그리고 그런 에세이가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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