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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스케치 노트 ㅣ 스케치 노트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도시산업화에 따라 도회지이든 농촌이든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고 관찰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삭막하고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을 한다.자연의 생태계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인간에게 무한한 영감과 감성을 주었던 시절이 마치 오랜 옛날처럼 여겨진다.대부분 건축물 주변에 인공으로 심고 가꾼 것들이 대부분이라 진정한 감성과 멋을 연출하기에는 흡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어린 시절 산과 들,개울가,저수지 등에 자주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던 동.식물들이 자연과 친화적으로 교유했던 시간이 그립기만 하다.
봄이 되면 제비들이 남국에서 날아 와 초가집 처마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먹이를 물어 다 주는 모습,뒷간에 심어진 호박 넝쿨,옥수수 잎사귀에 앉아 이슬과 빗방울로 목을 축이던 청개구리의 모습,따사로운 봄날 담벼락과 텃밭에 어미닭과 병아리가 종종 걸음질치고 뒷다리로 흙을 헤치며 먹이를 찾던 모습,개울가 수초 사이로 날렵하게 헤엄치며 달아나는 물뱀의 모습,처서가 가까워질 무렵 잔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창공을 훨훨 날던 고추잠자리는 자주 봐왔던 생물들이다.
나아가 가을날 벼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에는 벼 잎사귀 사이로 기고 나는 메뚜기,늦가을 새벽 산 속에서 울어대는 부엉이의 소리,하얗게 변한 산비탈에 푸드덕 날다 다시 먹이를 찾아 종종 걸음을 치는 까투리와 장끼가 있으며,장미,산딸기,창포,진달래,감나무 꽃,수련,해바라기,민들레,씀바귀,강아지풀 등 셀 수도 기억해낼 수도 없을 정도로 자연에서 성장해 가는 동.식물들을 해마다 보기를 반복해 왔던 것이다.어린 시절 친숙하기만 했던 것들이라 좀 길게 나열했지만 인간에게 영감과 감성,인간과 자연의 생태계들과의 교호작용이 무한하게 순수했다.그렇게 동.식물과 자연,사람이 무구한 모습으로 일체가 되어 살아가던 시절의 추억이 그립기만 하다.
이제는 개발이 덜 된 오지나 시골마을을 일부러 가지 않는 한 위에 나열한 동.식물들을 보고 관찰해 나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다행히도 자연에 서식하고 있는 갖가지 곤충,조류,파충류,초식,육식동물,나무와 풀 등의 특징과 관찰을 거쳐 종이에 그려 보는 스케치 시간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친숙하기만 하다.어린 시절이 상기되면서 고향의 산과 들,초목과 동.식물들이 계절에 따라 생장소멸해 가는 모습이 선연하기만 하다.아가트 아베르만스가 쓴 <자연 스케치 노트>를 쭉 읽어 보니 취미 삼아서라도 그림 도구를 준비하여 하나 하나 그려 나가는 연습을 해 보고 싶다.
초보자도 쉽게 배우고 따라할 수 있도록 스케치의 기본자세와 전반적인 드로잉 과정이 세밀하게 나타나 있다.야외에서 그린든 실내에서 그리든 그리려는 대상에 대한 충분한 특징과 관찰이 필요하다.모든 생물에게서 찾을 수 있는 형태와 볼륨은 공,원통,원뿔 등 세 가지 기본 형태가 있고,빛의 각도에 따른 음영,기본 원색(빨강,파랑,노랑)과 대비되는 보색(補色)관계를 주지한 다음 단계별 스케치 요령을 터득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스스로 직접 스케치북에 연필로 형태를 그리고 구체적인 모습을 담아 내도록 주의를 기울인 후에 물감과 물의 배합을 잘 맞춰 농담(濃淡)을 충분히 살린다면 살아 있는 동.식물들의 모습을 그려낼 수가 있을 것이다.사람이 근접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동물들을 관찰하기는 쉽지 않기에 '은신처'를 만들어 그들의 생태를 사진으로 담아 묘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케치하려는 대상을 머리,몸통,손과 발 등의 순서로 얼개를 그린 뒤에 세밀한 부분을 완성해 나간다.그리고 색을 칠하면서 농담과 대상물의 전반적인 질감과 구조에 맞춰 그려 보도록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이 글은 전문가의 솜씨,표현이어서인지 살아 꿈틀거려 생동감까지 안겨 주고 있다.처음 스케치하는 사람들은 쉬운 표현법부터 익히고 점점 난해하고 복잡한 대상물을 표현하는 연습을 길러야 할 것이다.
취미로 하든 전문적으로 하든 자연에 사는 동.식물들의 생태를 예리하게 관찰하여 특징과 질감,구조 등을 먼저 파악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리는 공간.장소도 야외가 될 수도 있고 작업실 및 가정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동.식물과 사람이 일체가 되어 스케치 하는 시간만큼은 집중과 몰입에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대상에 대한 묘사력은 날로 증가할 것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동식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행동으로 관찰하고 전문가가 그려 놓은 작품들을 많이 모방해 보는 것이 스케치를 잘하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학창시절 잠깐 데생(드로잉)을 해 본 적이 있어 그리 낯설지 않은 시간이었다.다만 오랜 세월 그리는 감각과 연습을 방기한 탓에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스케치 연습을 해 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