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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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제목이 서민적이고 위화감이 없게 친근감이 물씬 풍긴다.비록 만날 수 없고 육성을 들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가미한다면 상상속의 인물이 마치 현실속에 나타난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독자는 저자의 참신하고 살아있는 어조에 푹 빠져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만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인물을 타임머신을 '두리둥실'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본다.

 

 

 조선후기 무인 집안에서 중인 집안으로 전락한 김홍도는 삶의 전성기를 정조시대와 겹쳐져 있다.표암 강세황으로부터 사사를 받은 김홍도는 그림 그리기에 끼가 다분하고 능력을 발휘하면서 20대부터 국가급 화가로 거듭나게 된다.정조 어진을 비롯하여 금강산 유람도,화성능행도,단원도,염불서승도 등을 새롭게 접했다.주로 18세기 후반 조선시대의 풍속도를 그린 김홍도는 화원으로서 정조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수묵화적인 풍경,서민들의 삶의 애환,일상에 더욱 심취하게 된다.그의 내면에는 지체가 높은 사람들의 세계보다는 땀과 눈물,일상의 각고(刻苦),풍자와 해학을 농도짙게 표현하였던 것이다.

 

 

 

 한해영 저자는 실재하지 않지만 단원 김홍도 선생을 상상이나마 마음으로 만난 뒷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각색했다.튀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은 중간 입장에서 그림을 김홍도가 살았던 연대순으로 들려 주고 있다.서민들의 애환과 풍속도,김홍도의 연풍 현감 이후의 삶과 구름같이 살다간 삶의 이력이 고요하고 고귀하며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고 있다.흰광목으로 만든 저고리와 도포,곰방대,갓,상투,짚신 등 전혀 인공의 미가 스며있지 않은 자연의 힘을 살짝 빌린 무공해,친환경 속에서 조선 민중들을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삶을 꾸려 나갔다.단원 김홍도는 자신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술은 파장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네.맑고 선한 파장을 담아야지.광란하고 탁한 파장을 전해 대중을 현혹시킨다면,그 해독을 홍수나 맹수보다도 몹쓸 것이지.그러나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일세." -P66

 

 

 

 

 서민들의 일상과 애환으로 각인되는 김홍도의 그림에는 색다른 분위기,기운을 연출케 하는 그림들이 소개가 되고 있다.노자출관(老子出關),군선도(群仙圖),도담삼봉(島潭三峰),범급전산도(帆及前山圖),표훈사(表訓寺),황묘농접(黃猫弄蝶),송석원시사야연도(松石園詩社夜宴圖),옥순봉(玉荀峰),김홍도 자화상(추정) 등이다.18세기 후반은 탁기(濁氣)아 썩은 내가 진동하는 세상에 선계의 맑음을 전하고 싶다던 정조의 말씀에 의해 금강의 선경을 보여 주고,제2의 금강이라고 하는 옥순봉을 그려 헌상하게 되었던 것이다.그러나 그에게도 삶의 시련이 닥친다.그는 연풍 현감으로 배속받고 누군가에 의해 모함을 받으며 정치적 삶이 끊기며,가난과 고독 속에서 후반생을 맞이하게 된다.단원 김홍도는 정확히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현감에서 일반서민들으로 나락한 김홍도는 탈영증(화병)으로 마음 고생을 하다 기력이 쇠잔해지면서 생을 마친 것은 아닐까 한다.단원 김홍도는 예술의 참된 가치와 진정성을 깨닫고 줄곧 관철해 가고자 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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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 김갑수의 살아있는 날의 클래식
김갑수 지음 / 오픈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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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사회에 접어 들다 보니 평생학습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이다.어떠한 분야이든 모두 적용되는 바이다.비단 조직의 말단에 있든 개인사업을 하든 학창시절 배웠던 전공을 살려 계속 학습과 연구를 해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대개는 전공과 무관한 업무의 심화,자기계발 등을 쉼없이 연마해 나가야 한다.이것이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기에 삶이 녹록치 않다.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도전과 열정의 자세로 꾸준하게 가려는 길을 닦아 나가려는 인내와 의지도 필수불가결한 삶의 요소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어떠한 분야에 미치지 않고서는 주체적이고 전문가적 인간으로서,또는 사회의 리더자로 타인에게 끌려 가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과 고유영역을 확립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대부분 마음 속으로는 몇 년만 도(道)를 닦는다는 심정으로 도전해 보아야겠다는 마음 속으로 계획을 세우지만 빡빡하고 여유없는 시간과 공간적,물리적 제한으로 말미암아 도로아미타불(徒勞阿彌陀佛)이 되고 만다.그대로 몇 년 만 하고 싶은 일에 매달려 미쳐 보면 어떨가 한다.설마 죽기야 하겠는가.오히려 지성은 함양되고 문제해결력은 향상되며 세상과의 소통은 더욱 원활해져 가지 않겠는가.사실 시간이 없다,여건이 안된다 등 별의별 변명이 난무하지만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시간은 짬을 내는 것이고 여건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삶의 경험이고 체득이다.

 

 나는 음악을 애매하게만 좋아하는 편이다.뚜렷하게 음악의 어느 분야에 미쳐 CD.LP 등을 사 나르는 별종과 같은 행위는 하지를 못했다.국민학교 3학년 시절 외갓집에 자주 놀러 갔는데 (외조모께서 아들을 낳지 못해 이모부를 데릴사위로 들여 옴) 이종사촌형이 1960,70년대 가요 레코드를 틈만 나면 사오는 것이었다.천식이 심했던 외조모께서는 토방에서 10미터를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었기에,심심할 때 들으시라고 트로트풍의 레코드를 사 날랐던 것이다.트로트는 언제 들어도 감성적이고 애수 섞인 곡들이 많아 몇 번만 들으면 금방 입에서 가사가 나올 정도였다.나이가 들면서 현대가곡은 귀에 잘 들어오지를 않고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1970년대 들었던 흘러간 가요가 정착되어 현란하게 빠른 템포나 재즈와 같은 가사는 쉽게 흡수가 되지를 않는다.다만 가곡은 무척 좋아하는 편이어 드라이브할 때 자주 듣는다.

 

 시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가와 함께 한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는 작가 자신이 음악에 완전 미쳐 음악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음악의 애호가요,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글의 내용도 작가의 음악경험과 에피소드 그리고 풍부한 음악역사의 식견을 두루두루 혼입시켜 글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내가 이 글을 읽고자 한 이유는 모짜르트,베토벤,슈베르트,슈만,바흐 등과 같은 고전음악에 대한 정보를 다소나마 얻으려는 차원에서 신청했는데,김갑수 작가의 편안한 친구가 수다를 떠는 것과 같은 어조와 묵직하고 고뇌섞인 삶의 해탈감마저 느끼게 해 주어 음악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왜 음악을 들어야 하는가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다만 작가는 음악에 미쳐 골방에 틀어 박히고 몇 날 며칠을 LP판을 틀어 놓기를 되풀이하는 것이 일상인듯 (작가가 밝혔듯)꾀죄죄한 입성에 치렁치렁한 봉두난발의 모습을 연상하니 마치 도를 닦는 거사와 같은 인상을 안겨 주었다.

 

 누구나 고전음악을 비롯하여 현대음악의 다양한 장르 이를테면 재즈,발라드,힙합,전자음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음악장르가 있을 것이다.내 경우에는 피아노,첼로,교향곡 등을 우선으로 틈을 내여 감상에 젖어 들고 싶다.변화가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과 삶의 권태기일수록 마음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온갖 걱정과 시름,뒤숭숭함 등을 클래식세계와 함께라면 저절로 내려져 가면서 마음은 한결 평온해지리라 생각을 한다.작가는 음악 전문가이다보니 작곡가,연주가들까지 탈탈 털어 독자들에게 소개를 하고 있다.음악을 좋아하고 판을 사 나르는 행위가 계속 이어지다 보면 음악도 중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우려를 해 본다.

 

 원시시대 인간이 야생의 숲에서 사냥하던 본능이 쇼핑 행위로 고스란히 이전했다는 것이다.그러니까 이런 음반 탐욕은 음악을 사냥하는 행위다. -P82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11월 낙엽이 지는 계절이 찾아 온다.남성의 계절이라고 하듯 쓸쓸하고 고독감을 느끼곤 한다.또한 지금까지 만나고 소통하고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우연찮게 만나기를 시도하기도 한다.내 나이 중년이 되다 보니 고독은 씹을수록 암칡 맛과 같이 달작지근하기만 하다.일부러 만나야 하고 만나지 아니하면 모임에서 퇴출 당하는 극무시당하는 구속된 관계는 이제는 사양하고 싶다.언제 아무 때나 찾아가도 반가워해 줄 사람이 두,세 명으로 족하다.애정이 구속되는 것은 고독보다 더 끔찍한 악몽이라고 하듯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사랑은 기억되는 것이니까.김갑수 작가의 허무주의에 가까운 음악의 인생 이야기는 음악에 미친 사람들끼리 길고 넓은 공간에 모여 음반을 들으며 음악에 미친 사연들을 주거니 받거니 해도 몇 날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편안하고 재치있고 대중성에 부합하는 기억에 남을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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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 - 아파트와 단독주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삶이 깃든 좋은 집 17
강영란 지음 / 한빛라이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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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은 아늑하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곳이어야 한다.거주 공간은 사람의 기를 불어 넣고 일과 행복의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거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역세권,유망가치가 있는 곳들을 찾아 이리 저리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한국의 주거 공간이 대부분 좁은 면적에 다세대를 확보하고 개인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공동체적인 거주 공간은 찾아 보기 힘들다.아파트,빌라,개인주택 등이 위주가 되고 있다.전통적인 공동체 주거 공간은 서로 뜻이 맞지 않는 한 찾아 보기 힘들다.

 

 경제적 여력,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 거주 공간을 리모델링 한다든지 거주 공간을 일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게다가 건축과 인테리어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자신의 성향에 맞는 거주 공간을 직접 설계하여 집이 완성될 때까지 현장을 감독.지휘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며,경제수준,의식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찾아 친환경적인 요소를 가미한 주택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나 또한 구체적인 주거 공간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거주하는 공간이 아파트이다 보니 좋은 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점도 발견되기에 궁극적으로 살고 싶은 집은 아파트가 아닌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고 건강과 재물이 들어 오는 곳에서 살고 싶은 곳이 소망이다.

 

 과연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강영란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이웃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한 집,남과 다르게 살고자 하는 개성을 살린 집,예스러움과 현대적인 감각이 균형과 조화가 어우러진 집,건물을 되살려 추억을 다시 짓는 집이라고 했다.개인의 생각과 시각에 따라 살고 싶은 집이 달라질 텐데,내가 생각하는 집은 베란다가 남향이면서 전통기와집에 내부 구조는 현대식 인테리어로 예스러움과 현대적인 감각을 되살린 집을 희망하고 있다.두 아이들이 아토피가 있기에 공기 맑고 교통 편리한 배산임수형의 자연 속에 푹 파묻혀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곳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건축 설계 전문가들에 의해 설계되고 탄생한 다양한 건축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기존의 건축 패턴을 떠나 참신한 아이디어와 발상은 가히 경이롭기만 하다.매체 및 도서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러 넣어 주는 거주 공간을 많이 접했지만 이번 도서에서는 심플한 건축 모형이 위주를 이룬다.내부는 현대인의 기호와 취향을 고려하여 다양한 실내 인테리어로 장식하고 있다.햇빛이 잘 들고 공기 맑은 친환경적 요소가 부각되고 있다.발품을 팔아 건축용 대지를 구입하여 자연과 환경,공공성을 살린 주택은 타인과 사회를 배려한 돌봄의 철학이 담겨 있어 신선한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코난 하우스 등 건축의 모습은 획일적이 아닌 다양하고 다채롭기만 하다.밋밋하고 정적인 내부를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 넣어 사람의 기와 개성이 넘치는 주거 공간은 단순히 먹고 자는 기본욕구를 넘어 생각과 사유가 배양되는 곳이다.살고 싶은 거주 공간을 전문가와 상담하기도 하고,직접 살고 싶은 거주 공간을 설계하여 경제 여건에 맞춰 삶의 공간을 탄생시켜 가는 행위는 나와 주거 공간이 일체가 되어야 한다.이왕이면 나와 가족,동네 이웃이 더불어 나누며 사는 공간을 지향하면 이기주의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의 각박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살고 싶은 멋진 주거 공간에서 건강과 행복을 되찾아 가는 여정은 바로 나를 따뜻하게 품어 주는 보금자리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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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견문록 - 보르도에서 토스카나까지, 세계 최고의 와인에 담긴 문화와 역사, 반양장본
고형욱 지음 / 노브16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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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은 내게 와인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오붓하게 서로 잔에 ’짠’소리를 내며 시선을 마주하며 '위하여'를 외치며 한 때를 가져 볼 것을 기대한다.멋진 ’와인견문록’을 접하면서 와인의 고장인 프랑스,이탈리아의 포도밭 농장,와이너리 등지를 간접 체험하면서 와인의 역사와 문화,장인 정신,재배법등을 알게 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포도를 재배하는 토양과 일조량, 배수 시설등의 재배 조건과 1년 내내 쉴 새 없는 농장주들의 포도 수확에서 압착기에 집어 넣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오크통에서 오랜 시간 숙성되어 세상에 나올때까지 굴같은 어두컴컴한 샐리라는 곳에서 진정한 와인으로 탄생되기까지 와인을 가꾸는 장인들의 정신은 찬탄해 마지 않을 수 없고,그들의 포도 재배는 몇 대를 이어서 전통 가업으로 계승되고 있다고 한다.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35~40년 정도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고 그 이상이 되면 늙어 건강한 열매를 생산하지 못해 뿌리 째 뽑고 2년 후에 그 자리에 다시 어린 묘목을 심어 포도 재배를 이어 나간다는 것이다.

 나아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DRC(Domaine de la Romanee-Conti) 와인 중에 로마네 꽁띠는 국내 출시 가격이 400만 원이 넘으며 라 따슈도 100만 원가량 나간다는 것...아무리 비싸도 선택받은 소수는 음미하고 감상하며 목을 축이면서 서로의 감정과 이성을 조율하고 나눌 것이다.세계 정상급들이 만나면 의례 값비싼 와인들이 정상들의 목을 멋지게 타고 넘어가는 와인이야 말로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국위선양을 톡톡히 하는 명예대사쯤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봤다.

 와인 명산지와 브랜드 아래와 같다.

 

보드로 : 무똥 로칠드.라피뜨 로칠드
부르고뉴 :
루이 라뚜르.도멘 드 로마네 꽁띠
샹파뉴(샴페인): 모엣 샹동.루이 로드레 
토스카나 :
안티노리
피에몬테 :
가야.라 스피네타


 페르시아에서 시작된 와인 문화가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지만 프랑스.이탈리아는 그들의 고유한 전통 숙성법,저장법을 고집하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포도 재배지는 이미 관광지가 되어 해외 각국에 견학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특히 와이너리(와인을 숙성시키는 공간),빈티지(와인으로 만들어진 해)등을 보면서 섬세하고 치밀한 장인의 손놀림에 의한 와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끔은 좀 더 느리면서도 차분하게 와인을 즐기는 여유로운 삶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 보았다.와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권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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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 조선 화가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삶
이일수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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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화,조각,건축물 등의 예술작품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시각과 관점이 판이하게 다르다.이러한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 능력은 그 작품 자체만으로는 해석이 완벽할 수가 없다.작품을 완성한 작가가 살았던 당대의 사회상과 사회의 정체성 그리고 작가가 누구로부터 작품 계보를 전수받았는지 나아가 심리적 내면세계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해 내려면 작품에 대한 세밀한 분석력은 물론이고 작가가 살았던 시대상과 작가의 내면세계까지 통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화원에 속했든지 속하지 않았든지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서를 통해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는 내게 또 다른 감상법을 안겨 준 도서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옛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이다.사실 학창시절에 소개되었던 조선시대의 그림과 화가는 김홍도,신윤복,정선 정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과 당대 사회상,화가의 계보 등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의 단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학창시절 미술부에 속했던 나는 대학을 마친 뒤에는 그림과 담을 쌓고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갖을 여유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에 대해서는 잊고 살았다 해도 거짓이 아니다.요즘 개인시간이 어느 정도 주어지다 보니 도서를 통해서나마 동.서양의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서를 통해서 나름대로 그림을 감상하는 법부터 당대의 사회,문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역사,문화,예술 등에 대한 맥락을 조금이나마 갖출 수 있어 다행이다.

 

 다양한 갤러리 및 박물관 전시 기획자인 이일수저자는 그림을 통해 지적 유희와 감성적 치유를 경험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하에 이 도서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나아가 일제 식민사학이 날조한 역사에 대한 왜곡과 폄하가 예상외로 심각하다 보니 조선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불편할 것이며,조선 역사 속의 한부분인 회화 역시 식민사학이 교묘하게 끼워 맞추다 보니 후학들이 조선시대의 화가들이 남긴 그림을 바라보는 인식과 시각도 당연 올바르지 못한 것이다.그러한 차원에서 이일수저자는 조선 시대 그림의 특징을 사의화(寫意畵)에 두고 있다.화가 자신의 정신세계를 담은 정신에 무게를 둔 그림이 대부분이고 화가 개인의 삶과 사회적인 사건이 마음을 동하게 하여 이루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미 알고 있는 화가,그림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화가,그림도 제법 소개를 하고 있다.저자에 따라 화가와 작품에 따라 해석이 조금씩 다른데,이일수저자는 매우 꼼꼼하고 자세하게 해설을 해 주고 있어,조선시대 사회상과 연결하여 화가의 정신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다행이다.우선 그림 한 폭을 놓고 전체적인 해설을 한 뒤 간과하기 쉬운 미세한 부분을 다시 오려내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설을 하고 있는 점이 저자의 섬세하고 전문가다운 해설에 찬탄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선시대의 사대부든 평민이든 일상의 모습이 타임머신을 타고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 한다.생활의 방편은 오늘날과 비교하여 천양지차이지만 지금보다는 그 시절이 더욱 인간적이고 순수함 그 자체이다.또한 기다림과 인내 속에 진실한 애정이 묻어나 있고,사람과 사람의 온기가 가득 배여 나오기도 하며,먹고 살아 간다는 차원에서는 생계의 수단만 다를 뿐 그 시대 사람들의 애환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당시에는 유교적인 사회분위기이다 보니 최고 어른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힘겹지만 수분지족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인간의 삶은 죽도록 노동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랑,가무,음풍농월,송백상열의 깊은 우정,강한 개성을 보여 주는 화가 등이 겹치기도 하고 홑겹마냥 단초롭게 소개가 되기도 한다.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화풍을 담으려 했던 화가도 있고,효종부터 숙종대에 성했던 사색당파의 스토리는 언제 접해도 가슴 답답하기만 하다.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색당파가 세도정치로 이어지고 일제강점기,남북분단에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위정자의 국정운영능력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새삼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이전투구의 사색당파의 시기에 남계우가 그린 《화접도》는 침울한 사회상을 일신해 주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특이한 점은 한국 전통에서 홀수와 짝수를 음양의 원리로 보았는데,홀수는 양수이며 길수(吉數)라고 여겨서인지 명절은 홀수날인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그러한 의미에서 남계우는 꽃과 곤충을 홀수로 그려 넣었다는 상서로운 느낌이 든다.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꿈 속에서 도원(桃園)을 보고 그린 그림인데 지금은 일본 덴리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약탈된 것이다.이와는 장한종의 《책가도》는 오늘날의 서가로서 사대부 계층에서 책을 읽고 책을 소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문방사우와 함께 생각과 논리를 질서정연하게 정리하고 통합.분석해 줄 책가도의 모습을 보니 고색창연하고 책을 좋아했던 조선 사람들의 인문정신이 갸륵하기만 하다.

 

 화가가 그림을 그렸던 시기와 화가의 정신세계 즉 내면세계를 씨줄과 날줄로 잘 직조하여 꼼꼼하게 해설하고 있는 이 글을 통해서 폭넓은 그림 감상능력을 비롯하여 역사,문화,인물에 대한 지식도 더욱 관심을 갖고 넓혀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화가는 갔지만 그림 속에서나마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화가의 내면세계를 해설을 통해 반추해 보노라니 당대 내 직계조상은 어떤 계층에서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내 본관이 경주O씨이기에 족보를 찾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몇 세기 몇 년대 어느 화가가 살았던 시대와 크로스체크 하다 보면 대략 조상의 신분과 직업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저자의 말대로 조선 시대 그림의 해설을 들으면서 지식과 감성적인 치유가 몰라보게 바뀌었다는 자족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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