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노인으로 인정 받을려면 만 65세이상이 되어야 한다.65세 이상이 되어서도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 궂이 일을 하지 않아도 매월 나오는 연금에 자식들이 쥐어쥐고 보내오는 생활비로 생계를 이어갈 수가 있겠지만 주위에는 의외로 극빈층이 많다.계속 허드렛일을 감당해야 겨우 하루를 이어갈 수 있는 분들도 많다.그런 분들 역시 젊은 시절 자식들을 위해 험한 일을 감당하고 감수해 왔건만 이런 저런 사유로 혼자가 되어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는 분들도 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시골에선 마음이 넓고 자애가 넘치는 집으로 사람들이 몰려 와 추운 밤을 녹이고 '새마을 회관'이 세워지면서부터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긴긴 겨울 밤을 술놀이 화투 및 바둑,장기를 두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지금은 시내 어디를 가나 경로당이 있어 약간의 회비를 내고 같은 또래들끼리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때가 되면 돈을 모아 관광도 떠나기도 한다.자식,손자.손녀들과의 소통과 대화의 단절,무료함을 경로당에서는 지난 이야기,지금의 애환,앞으로의 일들을 서슴없이 나누고 막혔던 울증도 풀어내기도 한다.노인분들이 편하게 살아가고 자식들로부터 따뜻한 보살핌과 배려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텐데 자식들도 먹고 살기 바쁘기에 부모님과 자상하고 느긋하고 인간미 넘치는 화목한 가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그만큼 세대간의 의식의 차이와 생활경제가 각박하기 때문일 것이지만 그보단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갖추기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한다.
'경로당 폰팅사건'은 제목만 들으면 노인들끼리 외로움과 무료함을 달래려 마음에 맞는 이성들끼리 나누는 '사랑의 속삭임'으로 오감을 자극케 한다.나도 그런 생각이 없진 않았다.서울 대학가 명륜동에 자리 잡은 소극장에서 노인 5명과 부녀회장 1명,택배기사 1명이 공연하는 마당은 실감나는 연기력과 개개인의 개성과 무대 음악,관객의 열띤 호응 속에서 1시간 40분이 부족할 정도였다.5막 속에서 웃기고 울리고 하기를 반복하면서 구성진 사투리와 실감나는 폰팅 연기,폰팅 소개소의 적나라한 폰팅에 대한 교육,거액의 경로당 전화비로 불거진 전화 사용자 추적 과정 등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현대를 쓸쓸하고 무료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의 세태와 생각,감정을 읽어가는 시간이 되었다.젊은이들 나이드신 분이든 누구나 혼자는 외롭다.내 마음을 들어주고 읽어주고 배려해 주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가 있다면 여생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특히 헤어지고 사별해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겐 힘겹게 살아왔던 지난 시절만큼 여생도 막연한 불안과 고독,외로움이 마음 속으로 '쓰나미'마냥 물밀져 올때가 있을 것이다.그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과 공간을 많이 만들어 가야할 의무가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연극을 관람하면서 무대 위에 올라온 7인 7색의 멋들어지고 개성이 넘치며 사연을 갖고 있는 분들의 스토리텔링이 소극장을 내내 확 휘어잡았다.나도 모르게 몰입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나도 시간이 흐르면 '저렇게 머리가 허연 노인이 되고 경로당으로 갈텐테'라는 생각이 들었다.영혼이 썩지 않고 고독하게 살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어떻게 노후를 준비해야 할까도 내내 생각케 했다.또한 핵가족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층과 노년층의 세대간의 대화의 벽,원활치 않은 소통문제를 연극을 통해 시사해 주고 있으며 풍자(諷刺)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 연극이 끝나고 연극 배우들과의 멋진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