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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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은 「환희의 인간」과 「그리움의 정원에서」에서도 모호하고 알쏭달쏭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파티 드레스」는 한발 더 나아가 책의 소재와 화자 또는 대상이 누구일까 계속 생각했다. 책에 대한 건지 사랑에 대한 건지, 화자가 자신인지,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경계가 모호한 느낌을 받았다.

중간에 잠시 책읽기를 멈추고, 몇 번을 같은 문장을 읽고, 메모했다. 책을 읽은 후 남는 것은 ‘얼굴’이라고 했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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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당신의 삶으로부터 삶 자체로, 단순 현재에서 완료된 현재로 건너간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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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 건, 고통이 제자리를 찾게 하려는 거예요, 라는 진정한 답변을 이해할 사람이 누굴까.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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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전혀 혹은 거의 쓸모가 없다. 사랑이 그렇고 놀이가 그런 것처럼. 그건 기도와도 같다. 책은 검은 잉크로 만들어진 묵주여서, 한 단어 한 단어가 손가락 사이에서 알알이 구른다. 그렇다면 기도란 무얼까. 기도는 침묵이다. 자신에게서 물러나 침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는 제대로 기도하는 법을 모르고 있는지도. 우리 입술은 언제나 너무 많은 소음을 담고, 우리 가슴속은 언제나 너무 많은 것들로 넘쳐난다. 성당에서는 아무도 기도하지 않는다. 촛불을 제외하고는. 초들은 피를 몽땅 쏟아낸다. 자신들의 심지를 남김없이 소모한다. 자신의 몫으로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는 그들이 자신을 고스란히 내어줄 때 이 헌신은 빛이 된다. 그렇다. 기도의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 독서의 가장 명료한 이미지가 그것이다. 싸늘한 성당 안에서 서서히 타들어 가는 초.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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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금요일 저녁에 책을 읽기 시작해 일요일 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른다. 이제는 책에서 나와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무용한 독서에서 유용한 거짓으로 건너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작을 읽은 다음이면 어김없이 왠지 모를 불안과 불편한 감정에 빠진다.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속을 읽을 것만 같다. 사랑하는 책이 당신의 얼굴을 투명하게 - 파렴치하게 - 만들어놓지는 않았는지. 그런 헐벗은 얼굴로는, 행복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을 하고서는 길에 나설 수 없다. 잠시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낱말들이 먼지처럼 햇빛 속에 흩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책을 읽은뒤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두 문장 기억이 날까?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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