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의 소설 '뇌'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옥은 우리 머릿속에 있어.욕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지." "고통이 없으면 삶도 없죠.살아있는 존재의 특성이 곧 고통을 느낀다는 것 아닌가요. " 딸을 마약중독에서 구하려 뇌의 쾌감중추를 제거한 어머니와 기자인 이지도르의 대화다.

회복되기는커녕 점점 악화되기만 하는 듯한 경제 위기로 인해 다들 좌불안석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도 이렇다 할 전망이나 해답을 내놓지 못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막연하니 불안하고,불안하니 두렵고 무섭다.

그러나 이지도르의 말처럼 고통은 살아있다는 증거고,살아있는 한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아픈 사람도 하루 스무 번씩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되풀이하면 병세가 호전된다는 에밀 쿠에의 자기암시법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지닌 놀라운 치유의 힘을 전한다.

뜻에 상관없이 간절한 소망을 담아 되뇌는 주문(呪文)이 간혹 뜻밖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이런 자기 암시 내지 최면의 효능과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톱스타 장동건과 정지훈(비)을 내세운 SK텔레콤 이동통신 브랜드의 광고문구 '비비디 바비디 부'(Bibbidi Bobbidi Boo)도 그런 주문의 일종이다.

'비비디 바비디 부'는 동화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요술할머니가 호박과 누더기옷을 마차와 아름다운 드레스로 바꿀 때 쓰는 주문에서 가져온 것.생각과 꿈을 실현시키는 마법의 용어다. 하지만 주문이 통하는 건 쿠에의 자기암시와 마찬가지로 상상과 의지라는 두 에너지가 힘을 합칠 때다.

꿈만 품은 채 주문만 외우면 되는 게 아니라 생각대로 (실천)하면서 주문도 외워야 되는 것이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 불안을 떨치고 긍정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주문은 많다.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말한 대로 이뤄지리라)','하쿠나 마타타(걱정마,다 잘될 거야)' 등이 그것이다.

어려운 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 갑부 사이토 히토리씨는 부자가 되고 싶으면 "노력해서 안되는 일은 없다"와 "하지 않고 저절로 되는 일도 없다"는 주문을 매일 크게 외치라고 조언한다. '명유아작 복자기구(命由我作 福自己求:운명은 스스로 결정짓고 복은 자기에서 구하는 것)'라는 얘기도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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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본인, 일본의 힘 - 선우정기자의 일본 리포트
선우정 지음 / 루비박스 / 2009년 1월
절판


그런데 이런 빚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알거지 정부가 1000조 엔을 빌려 연명할 수 있는 원천은 무엇일까? 알부자 국민의 금융자산 1500조 엔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은 직접 국채를 사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 금융자산을 은행 예금이나 투자신탁, 보험 형태로 금융회사에 맡긴다. 금융회사는 이 돈으로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인다. 일본 국내의 민간 자금이 일본 국채의 90% 이상을 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정부 빛 1000조 엔은 근원을 따져보면 대부분 국민들 금융자산에서 차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금융자산이 없었으면, 일본 정부는 모자란 돈을 외국에서 차입했어야 했고, 결국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국처럼 파국을 맞았을 것이다.-41쪽

일본에서 저축률이 급락한 시기는 앞서 설명한 생산연령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1995년)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기(2005년)와 겹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저축률이란 소득 중 얼마만큼 저금하느냐를 나타낸다. 생산연령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근로소득을 얻는 국민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생산연령 이상(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근로소득을 얻지 못하고 대신 그동안 안 쓰고 모아 놓은 돈, 즉 저금을 부수어 소비하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일본의 저축률 하락은 미국, 영국, 캐나다와 달리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동, 고령화의 결과였다.
즉 고령화를 막지 못하는 이상, 일본의 저축률은 조만간 마이너스로 하락하고 1500조 엔의 든든한 금융자산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령화로 인한 저축률 하락으로, 고령사회를 지탱해 온 저축기반이 와해되는 심각한 모순에 직면한 것이다.-51쪽

실제로 로봇은 새 옷을 갈아입고 공장으로부터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으며, 이런 인간친화형 로봇은 21세기 황금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모' 역시 기술 진보에 의해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 수준이 되었을 때, 인간 옆에서 인간을 도와주는 아톰 같은 로봇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혼다가 꾼 과거의 꿈이 미래의 산업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참고로, 혼다의 공식적인 기업 운영방침 다섯 가지 중 위 세 가지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항상 꿈과 젊음을 유지하는 것, 둘째, 이론과 아이디어와 시간을 존중하는 것, 셋째, 일을 사랑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것.
현대자동차의 공식적인 경영이념 다섯 가지 중 위 세 가지를 열거하면 이렇다. 첫째 상품경쟁력 강화, 둘째 현지화 전략, 셋째 브랜드가치 향상. 경영철학만 보아도 누가 꿈을 추구하고 꿈을 이룰지 알 수 있지 않을까.-90쪽

1990년대 장기불황 이후 일본은 금융권 정규직의 40%가 잘려 나갈만큼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을 겪었다. 경영 용어로 말하면 '회사의 주인'이던 직원이 기업의 이익과 대치되는 재무재표상의 '코스트(비용)'로 전락한 과정이었다. 미라이공업과 창업다 야마다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도요타와 오쿠다가 저항한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극적이었다. 일본은 오쿠다와 도요타에 대한 열광 이상으로 야마다와 미라이에 열광한다. 인간을 '코스트' 취급한 영미식 자본주의를 향해 마치 무대에 선 배우처럼 크게 호통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니면 대체 누굴 위해 회사는 존재하는가?" 라고.-145쪽

'실천적 지혜'란 무엇인가?
(노나카 이쿠지로 일본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선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 지식을 창조하는 장을 만드는 능력, 본질을 터득하는 능력, 터득한 것을 콘셉트화하는 능력, 콘셉트를 실현하는 능력, 이 모든 실천적 지혜를 전승하고 육성하는 능력을 말한다.-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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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한겨레신문에 연재되었을 당시, 내게 이 글들은 상당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연재되었을 당시나 지금이나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운 기사는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웠고, '혹시나' 하는 기대는 언제나 '역시나'로 쉽게 귀결되고 말았다. 이러한 시대환경 때문에 한겨레신문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명작가에게 생활에 (저자 스스로 이 글들의 컨셉을 '유머'라고 말했듯이) 웃음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글들을 요구하게 되었고, 실제로 독자의 입장에서는 적지않은 공감과 웃음을 얻었던 것 같다. 

이제 이 글들이 단행본으로 엮여나와, 그간 놓친 글들을 포함하여 글들의 전후맥락을 다시 훑어볼 수 있게 되었다. 40대 후반을 살아가는 일상의 관계 속에서 뭍어나오는 추억들과 생각들은 진솔하고 생생하다. 단지 아쉬운 것은 작가가 살아온 일상 속에서 마주친 기억들의 공간에서 보다 확장되어, 말 그대로 이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독자들에게 더 큰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표지에 새겨진 문장을 다시 되새겨본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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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품절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살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있었다. 대개는 사고가 일어날 뻔한 일이고 더러는 내가 자초한 일도 있었다. 만일 그때 그 운전자가 핸들을 약간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돌렸거나, 바람이 좀 더 세게 불었거나, 나를 목 졸랐던 괴한이 얼결에 팔을 풀지만 않았어도, 새벽안개 속에서 달려오는 트럭에 뛰어들려는 나를 잡는 누군가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일을 생각하며 나는 겸손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얼마 전 누가 "마음에 새기고 사는 구절 하나쯤 있으세요?" 묻길래 그런 대답을 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내 맘대로 되는 일 하나도 없다. 그래서 순간순간이 재미있다."-154쪽

오늘도 우리 둘째와 셋째는 티격태격한다. 언제나처럼 애들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난다.
"니가 먼저 그랬잖아!"
"형아가 그러니까 내가 그랬지."
그러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억지로,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됐다, 다 에미 탓이다. 내가 너희들을 더 좋은 성격으로 낳지 못해 그렇다. 그러니 그만들 해라." 하면, 아이들은 엄마에게 감동을 받아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라도 해야 하는데 천만의 말씀,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둘이 입을 맞추어 그런다.
"맞아, 엄마 탓이야!"-163쪽

"아이들 우열반 편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대답했다.
"모든 과목에는 아이들 별로 분명 우열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함께 넣어놓으면 다들 힘들어요. 수학을 못하는 게, 영어를 못하는 게 열등하다는 것과 동일어가 되는 게 더 문제가 아닐까요? 김연아라면 어땠을까요? 박태환이라면? 우리 아이는 수학은 아니지만 영어도 아니지만 피겨도, 수영도 아니지만, 그 다가 아니라도 무언가 잘하는 게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게 뭔지 아직 나는 모르지만 저는 그걸 믿어주고 싶어요."
기자는 나를 아직 철없는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느 때처럼 생각했다.
하는 수 없지!-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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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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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출판사서 사재기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하려
 
 
한겨레 김일주 기자
 


주요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가 사재기 행위로 적발됐다.

문화관광부 산하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신고센터)는 밝은세상 출판사가 지난해 10월 이 책을 낸 뒤 사재기 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김형성 신고센터 운영위원장은 “사재기 행위 의심이 가는 책들 가운데 <사랑을…>의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려고 회사의 단체 구매를 빙자해 사재기를 한 혐의가 밝혀졌으며, 출판사 쪽도 이를 시인했다”고 말했다.

밝은세상 출판사는 지난 2005년 말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실시한 사재기 조사에서도 지목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고센터는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사랑을…>을 제외하고 출판사에 과태료 300만원을 물릴 예정이다.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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