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Call Rate)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회 : 2,048   추천 : 4

“한국은행에서 콜금리를 또 올렸다며? 큰일이구만.. 대출 받아 놓은 게 아주 걱정이야..”
“콜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이자가 올라가나? 그럼 예금이자도 올라가는거 아냐? 나야 좋지뭐..”

우연히 들렀던 삼겹살집의 옆테이블에서 중년의 남자분들이 이런 얘기들을 하십니다.
하루가 다르게 금융시장이나 경제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그 중심에는 ‘금리’라는 단어가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하도 들어서 초등학생들도 들어는 봤다지만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문 게 바로 ‘금리’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콜금리’입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경기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0.25% 인상하여 4.25%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이유는 경기하강의 우려보다는 시중유동성 흡수, 경기 침체기에 대비하여 '금리실탄확보'에 비중을 두었다고 합니다.그리고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추가 금리인상 시사 발언도 영향을 미쳤을꺼라고 합니다.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세에 있으며 일본도 제로금리를 포기했고 미국도 당분간은 금리의 상승에 대한 예상이 지배적인 게 최근의 시장환경입니다.

 

그렇다면 콜금리(Call Rate)가 정확히 무언지 알아보겠습니다.

콜금리는 금융기관간 영업활동 과정에서 남거나 모자라는 자금을 30일 이내의 초 단기로 빌려주고 받는 것을 '콜'이라 부르며, 이때 은행, 보험, 증권업자 간에 이루어지는 초 단기 대차에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콜금리'입니다.

 

콜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콜론 (call loan)', 빌리는 쪽에서는 '콜머니(call money)' 라 합니다.최장 만기는 30일이지만 실물거래에 있어서는 1일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상 콜금리는 1일물(overnight)금리를 의미하며 단기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콜금리 변동이 시중 은행의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전반적으로 금리인상(대출 및
예 적금)을 들 수가 있습니다.여기에 파생되어 시중 은행의 금리가 통화량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인상이 대폭 오를 경우는 통화량이 감소한다고 볼수가 있겠습니다.


예적금 금리가 놓아지므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증가하므로 그만큼 돈이 은행에 묶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나타날 현상을 예측해 보면 대출금리가 인상되어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듯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주택담보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지난 6월말 현재 대출금액이 200조 7559억원 이라고 하고 이중에서 시중금리와 연동되어 금리가 변경되는 변동금리의 대출이 80%가 넘는다고 하니 금리상승에 따른 중산층 이하의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콜금리는 금융기관간 적용되는 금리지만, 사실상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수준에 의해 크게 영향받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매달 한 차례씩 정례회의를 열고 그 달의 통화정책방향을 정합니다. 경기과열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면 콜금리를 높여 시중자금을 흡수하고, 경기가 너무 위축될 것 같으면 콜금리를 낮추어 경기활성화를 꾀합니다.

 

다른관점에서 살펴보면 콜금리에 관한 정책의 변화로 나타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 등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습니다.


콜금리는 재정자금의 동향이나 개인 기업의 현금수요 등을 배경으로 한 금융시장의 수급사정에 의해서 변동하는데, 사실상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통제합니다.따라서 경기과열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면 콜금리를 높여 시중 자금을 흡수하고 경기가 너무 위축될 것 같으면 콜금리를 낮추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세우는 등 매달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통화안정증권이나 국채를 시중은행과 사고 파는 방식으로 시중의 자금량을 조절합니다.


그럼 이러한 콜금리를 이용하여 한국은행에서는 지금 우리의 경기침체 현상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였는데 콜금리의 인하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입장과 그에 대해 반박하면서 콜금리의 긍정적 영향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입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6년 6월 9일기준 콜금리 추이 및 은행별 예*금리 동향)


콜금리 인상의 부정적 영향

 

우선 부정적인 영향들은 금리 생활자들의 고통 가중, 인플레 가능성으로 요약 할 수 있습니다.또한 우리경제가 대외여건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일본의 경기회복이 전제되지 않으면 금리를 인하해도 도움이 안되며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금리 생활자들을 보면 콜금리 인상이 금융권에의 대출금리인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콜금리 인상은 국고채 등 장기 시장금리도 올릴게 분명해 콜금리 인상 이후 3개월짜리 CP(기업어음)금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올라갑니다.시장금리가 올라가면 금융회사는 자금 조달 비용과 운용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지므로 그에 맞춰 여수신 금리를 올리게 됩니다. 따라서 여신금리도 시장금리 연동대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됩니다.이와 같은 각종 금리의 상승은 가계의 저축유인을 높여 소비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임으로써 생산과 투자가 줄어드는 등 경기축소 효과를 나타냅니다.


아울러 시중의 부동자금의 안전한 예적금등의 자산으로의 이동으로 인해서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콜금리 인상의 긍정적 영향

 

한국은행에서 콜금리를 인상해서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연 5%대 초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이자소득세(16.5%)를 떼고 소비자물가상승률(5%선)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가 완전히 마이너스 상태인 현재의 상황에서 그나마 예적금 가입자들에게는 힘이 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이러한 상태에서는 노령층의 이자생활자의 소득이 늘어나게 되는 희망적인 예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듯이 콜금리 인상에 대한 기사나 뉴스를 접했을 때 이런 생각들을 할 수가 있습니다.
최소한 대출을 지금보다도 더 늘리거나 새롭게 무리한 대출을 받아서는 안되겠습니다.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구입할 때도 신중해야 하고 신용대출도 가급적 줄여야 한다는 뜻입니다.만약 대출을 줄여나가지 못한다면 가계의 수지가 악화되거나 현금유동성이 떨어져 삶의 질이 상당 부분 저하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이렇듯이 콜금리 인상 하나에 여러 가지 현상들이 이어지면서 금융,경제상황들의 변화가 나타납니다.따라서 어떠한 금융관련 기사나 현상에 대해서 현재의 상황대비 각 분야별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가지고 항상 고민하는 습관을 갖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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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와 한반도 정세
이희옥 |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교수, 정치학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라는 카드를 실행에 옮겼다. 이를 두고 북한은 '자위적 국방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군사훈련의 일부'이며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즉각 '북한위험'을 부각시키면서 다양한 제재에 착수했다. 나아가 미국과 일본은 이 사태를 미사일방어체제의 당위성을 강화하는 구실로 내세웠으며, 그나마 유지되던 남북관계의 동력도 크게 떨어지면서 동북아는 군비경쟁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선택은 현명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면서도 북한은 왜 미사일을 발사했을까? 몇가지 측면에서 추정해보자. 첫째, 미국의 '악의적 무시정책'으로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보다는 핵운반 능력을 과시하면서 상황을 스스로 벼랑끝으로 몰고가 국면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여기에는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페리 프로쎄스를 통해 미국과 협상했던 경험도 고려됐을 것이다.

둘째, 중미간의 균열대(fault line)를 좀더 넓혀 자국의 입지를 확대하고자 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미사일 문제에서 이익상관자(stake holder)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회피한 채 중국을 활용해 자신의 부담을 줄이는 전략(burden-cut strategy)을 구사해왔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은 1/6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현재의 불리한 6자회담의 틀을 흔들어보려고 한 것이다.

셋째,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한국은 2005년 '경주선언' 이후 미국과 조건부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한미FTA 조기협상에 착수하는 등 흔들렸던 한미관계를 빠르게 복원하고 있다. 반면 남북관계는 해상경계선 재설정, 역사문제, 한미연합사 훈련 등 '근본문제'에 대한 아무 진전 없이 교착국면이 넓게 형성되어온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6월부터 괌 인근에서 '용감한 방패' 작전을 실시한 데 이어 사실상 북한을 가상적국으로 상정한 채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의 '2006 환태평양' 훈련을 시작한 상황을 환기시키고자 한 측면도 있다. 그리고 미사일 국면이 한창 고조되는 동안에도 주변국가들이 '(북한이) 합리적 행위자라면 미사일 발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론에 경도되자 군부의 요구를 수용해 의표를 찔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활은 시위를 떠났다. 하지만 미사일 정국은 북한의 의도대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나쁜 행동에는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북한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아무 일이 없던 것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언급도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국면을 군비증강과 팽창주의의 호기로 삼고자 하는 일본은 유엔에 대북제재 결의안을 내고 선제공격까지 주장하는 등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한편 중국은 '예방외교'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외교적 체면'을 손상한 뒤로 나름의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북한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한국정부는 5.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치적 추진력에 한계를 노출하면서 입지가 더욱 위축됐으며 이로 인해 남북관계의 동력도 제약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 국면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성찰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위기의 고조는 종종 설계가 아니라 사고에 의해 발생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서 '대화'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이 말해준다. 물론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대화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통일부 성명처럼 "북한이 그들의 행위로 인해 실질적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조치를 검토하여 추진"하는 것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부 여론에 떠밀려 인도적 지원이나 대북경협의 축소와 쉽게 연계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고스란히 우리의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구나 중국이 미일 경제제재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은 상태에서 대북 강경책을 고수한다면 향후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크게 제약당할 것이며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제1차 북핵위기 당시 북미간 제네바합의로 화해국면이 조성됐으나 남북관계는 4~5년간 냉각기간을 거쳐야 했던 선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북 강경책은 동북아판을 흔들어 체제안전을 확보하려는 북한 강경세력의 입지를 확대해줄 뿐 아니라, 남북관계를 다시 악화시켜 한미관계를 재조정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국제사회는 위기의 고조보다는 외교적 해법에 동의했다. 특히 중국은 "현재의 국면을 긴장시키거나 복잡화하는 행동을 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유엔의 대북한 제재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미 비공식 6자회담을 제의하고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6자회담의 계기를 살려나가는 외교적 노력을 강조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물론 외교적 해결에 대한 각국의 인식차이는 크다. 그러나 그 핵심은 긴장국면을 협상국면으로 바꾸는 것이다. 강한 사람의 양보는 유연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약한 사람의 양보는 굴복으로 비치는 것이 오늘날 국제관계의 현실이며 북미관계도 이러한 구도 속에서 작동한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회담장으로 강제로 불러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다양한 협상의 통로를 마련하는 현실적 고민이 필요하다. 출구를 마련하지 않은 강경책은 정치적으로는 무책임한 행위다. 상대를 추측하거나 상상력으로 문제를 풀게 될 때에는 해법이 없다.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고위 접촉창구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이번 파국은 서로에 대한 가치관과 문법이 달라 예견된 일이었다. 이 기회에 끊임없이 '당신은 누구냐?'고 물으며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일방주의로는 국제관계의 민주화가 불가능하다는 교훈도 새겨둘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이희옥
한신대 교수. 저서로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 탐색》《동북아 신질서의 모색》(공저)《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공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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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툰] 에휴~ 또 본심을 드러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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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책꽂이에서 뽑아볼까
한겨레
» <백수생활백서> 표지에 실린 이정은씨의 일러스트레이션
[관련기사]

책 권하는 휴가

여름은 덥다. 제대로 된 여름나기는 더위와 더불 때 완성된다. 더움의 저 끝은 차거움 또는 서늘함. 그 거리가 짧을수록 더위는 제맛이다. 그래서다. 바다로, 산으로 떠남은 잠시의 서늘함을 거쳐 더위로 돌아오기 위함이다. 그때 더위는 비로소 더위가 된다.

굳이 몸을 옮겨야 맛인가. 책의 그늘은 깊어 그 속에 접어들면 더위는 아랑곳 없다. 에게해, 에베레스트 이야기는 어떤가. 에스에프, 팬터지, 호러는 아예 더위가 없는 세계다. 전문가가 권하는 스물 네권을 모았다. 아무거나 골라잡아도 좋다. 책의 뒷장을 덮고나서 더위세계로 귀환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거다. 그리고 참더위다.

만화평론가 박인하씨가 권하는 만화는 어떤가. 명불허전 <바람의 파이터>, 배꼽잡는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등등. 여기에 음악이 있다면 금상첨화.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해바라기의 ‘뭉게구름’, 아니면 디제이독, 팻보이 슬림도 더위맛을 돋운다.

단숨에 읽히는 1800쪽짜리 ‘국산 스릴러’

» 팔란티어(전3권)
김민영 지음. 황금가지 펴냄. 각권 1만3000원
책이 안팔리면 가장 손해보는 사람은? 경제적 측면으로 보면 작가가 아니라 출판사다. 따라서 책이 권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출판사가 위험을 감수했다는 이야기다. 곧 일단 책의 재미에서는 자신있어하는 책이라고 보면 대충 맞는다.




장편 스릴러 소설 <팔란티어>(김민영 지음·황금가지 펴냄)의 두께 때문에 겁먹을 분들을 위해 미리 드리는 말씀이다. 이 책은 ‘겨우’ 세 권짜리지만 그 두께가 책 읽을 용기를 가로막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원래 6권짜리였던 것을 3권으로 펴냈기 때문에 권당 600쪽씩인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같은 쪽수의 다른 소설에 견줘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정도면 충분할만큼 진도가 잘 나가는 소설이기 때문에 컨디션만 좋으면 하루만에도 모두 읽을 수 있다. 적어도 여름철 읽을 거리 특유의 긴장감과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는 줄거리의 속도감면에서 이 책은 단연 최고 수준이란 평을 듣고 있다.

<팔란티어>는 ‘게임중독 살인사건’이란 부제를 달고 있듯이 게임이란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속 살인의 관련을 추적하는 내용이 줄거리다. 독특한 점은 스릴러와 팬터지가 절묘하게 절반씩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팬터지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접할 수 있을만큼의 팬터지인데, 그나마 팬터지 부분이 길어진다 싶으면 바로 현실의 살인사건 추적장면이 바톤을 이어받아 교대로 펼쳐진다. 게임속에서 벌어지는 팬터지 줄거리와 실제 현실의 줄거리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묘미다.

기발한 발상이나 치밀한 줄거리의 정교함이 스릴러의 생명이라고 할 때, 아직 스릴러의 제 맛은 외국 소설들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여기는 독자들이 많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분명 뛰어난 국내 작가의 스릴러는 있다. <팔란티어>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에 이른 정말 몇 안되는 ‘국산 스릴러’라고 볼 수 있다. 1999년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나왔다가 새 이름을 달고 다시 돌아왔다. 당시 여러가지 사정으로 책의 재미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한 열성팬들이 이 책의 ‘부활’을 출판사에 독촉해 이번에 되살려낸 것이다.

여름 한철을 책 하나에 빠져 보내고 싶은 분들께는 같은 이름의 소설을 그린 일본 역사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AK펴냄)을 추천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의문에 대한 다양한 답을 제시하는 듯한 만화다.

반대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으로는 요즘 인기 높은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지음·문이당 펴냄)가 어떨까. 월드컵은 끝났지만 축구의 여운을 잠시 더 음미할 수 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SF가 싫다고? ‘편견의 두개골’을 후려칠걸

»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북스피어 펴냄. 1만2000원
도서관 지하창고에서 먼지에 덮인 낡은 고문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문서를 어렵게 해독해 보니 ‘영생불멸의 비밀’이라는 황당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 즈음 지역신문에 났던 조그만 기사가 얼핏 떠오른다. 어떤 수도사 집단이 사막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들이 채택하고 있다는 문양이 고문서에서 묘사된 신비스런 상징과 똑같은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전율한다. 이건 그 누구도 알아채기 힘든, 오로지 역사의 더께에서 우연과 탐구의 결과로만 마주칠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인다. 실로 삶에서 한 번도 마주치기 힘들 법한.

그래서 미국의 남자 대학생 네 사람은 애리조나 사막으로 결말을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난다. 스무 살, 스물 한두 살의 파릇파릇한 청춘들로서 각각 갑부의 아들, 시인 지망생, 모범적인 의대생, 그리고 언어학 장학생이다. 그런데 그들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맴돈다.

영생은 그들 중에서 단 두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 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동료들에 의해 생명을 빼앗겨야만 한다. 물론 누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미리 정해진 바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위와 같은 설정이라면 으레 떠올릴 법한 액션 어드벤처나 암투, 갈등과는 거리가 멀다. 젊은 지성들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자 탈피의 성장담으로서, 끝 부분에 가면 독자의 내면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자기반성의 클라이맥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어느 출판평론가가 몇 달 전에 이런 글을 썼다. 그동안 ‘SF’ 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솔직히 부정적인 선입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는데, 텔레비전의 어떤 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계기로 <빼앗긴 자들>(어슐러 르귄 지음) 등을 읽어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두개골의 서>도 인문학적, 주류문학적 감성에 익숙한 독자 대중들의 왜곡(?)된 ‘SF’관을 바꾸기에 충분한 멋진 작품이다. 작가 로버트 실버버그는 숱한 SF문학상들을 휩쓸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로, 저명한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오늘 실버버그가 간 길을 내일 다른 SF작가들이 간다’ 라고까지 평했던 인물이다.

<우주전쟁>같은 SF의 전통적인 설정을 다루면서도 깊이가 있는 괜찮은 작품을 원한다면 <스타쉽 트루퍼스>의 안티테제격인 <영원한 전쟁>(조 홀드만 지음·행복한 책읽기)을 권하며, 인문학과 과학이 결합된 정말 반짝반짝하는 SF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지음·행복한 책읽기)를 놓치지 마시길. 특히 후자는 ‘당신 인생’에 오래오래 여운이 남을 것이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반전도 트릭도 없다 하지만 무지 재밌다

» 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노블하우스 펴냄. 1만2800원
얼마 전에 지인들과 드라마와 탤런트의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이 나왔다. “정말 대단한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면, ‘저 배우 정말 연기 잘 한다.’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아요. 그런 말들이 나온다면 배우의 연기가 아직 부족한 거죠. 정말 훌륭한 연기 앞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 캐릭터에 몰입되어서 그가 연기하는 시공간 속으로 완전히 빠져버리기 때문이에요.”

훌륭한 작가 또한 그렇다. 훌륭한 작가들은 독자들을 이야기 안으로 붙잡아 들여 놓치지 않는다. “이 소설 멋진데.”라고 말하는 순간 작가는 패배하기 때문에. 미야베 미유키는 그런 의미로 훌륭한 작가에 포함된다. 그가 하루키와 함께 일본 최고의 대중작가로 꼽혀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이야기’를 다룰 줄 아는 흔치 않은 작가이며, 중간에서 책에서 손을 떼게 만들 만큼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용은 잠들다>는 사물이나 사람에게 접촉하는 것만으로 대상의 사념이나 기억을 읽을 줄 아는 초능력자(사이코메트러)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미야베 미유키는 초능력이라는 비일상적인 소재에서 오락적인 면을 걷어내고 오히려 대단히 상식적이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자신 안에 자신도 모르는 엄청난 용을 키우고 있다면, 그리고 그 용이 만약 깨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식은 스티븐 킹의 <캐리>와 닮아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캐리>가 호러의 길을 따랐다면, <용은 잠들다>는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의 장르 안에서 따뜻한 시선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사건과 등장인물의 행방에 정신없이 뒤를 좇다 보면 어느새 뭉근한 감동이 곁에 남아 있다. 이렇듯,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는 매우 독특하다. 결말을 위한 반전이나 독자들의 예상을 깨는 트릭 같은 잔재주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가 갖는 진정성에 호소하여, 장르소설이 갖는 재미를 담뿍 담고 있으면서도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는 “휴우” 하는 작은 한숨을 내뱉게 만들고는 한다.

<용은 잠들다>를 너무 빨리 읽어 치웠다면 <라비린토스>(케이트 모스 지음·해냄 펴냄)에 도전해 보자. 몰입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성배 전설과 미궁 신화를 결합한 신선한 설정과 비밀의 책을 둘러싸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들은, 지적 만족감과 말초적 자극을 동시에 선사한다. 복잡하게 뒤얽힌 머리를 쉬게 하고 무작정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탈선>(제임스 시겔 지음·비채)도 훌륭하다.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고전적인 미스터리의 재미와는 또 다른, 온몸을 뒤흔드는 흥분을 만끽할 수 있다.

임지호/서평사이트 readordie.net 운영자

접기 아쉬우면 등장인물이랑 ‘결말 놀이’

» 암살 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김이선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1000원
내가 가장 먼저 소개할 만한 피서용 책은 잭 런던의 <암살 주식회사>다. 일단 책이 가볍고 작아서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며 읽기 딱 좋다. 이야기도 구차한 군더더기 없이 빨리 읽히는 편이고.

제목의 <암살 주식회사>가 가리키는 건 이반 드라고밀로프라는 러시아 이민자가 만든 살인청부회사인 ‘암살국’이다. 이 회사는 돈만 받으면 아무나 죽이는 곳이 아니다. 직원 모두가 엄격한 도덕주의자이고 철학자인 이 단체에서 암살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몇 년 동안 완벽하게 운영되던 이 단체에 위기가 닥치니, 드라고밀로프의 정체를 알아낸 사회주의자 윈터 홀이 드라고밀로프 자신의 암살을 의뢰한 것이다. 며칠에 걸친 토론 끝에 자신의 유죄를 인정한 드라고밀로프는 동료들에게 자기 자신의 암살을 지시하고 사라진다. 그 뒤로 그와 암살국의 1년에 걸친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런던이 미완성으로 남긴 원고를 추리작가 로버트 L. 피시가 완성한 이 소설은 박진감 넘치는 서스펜스 소설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노골적인 사변소설이기도 하다. 모든 암살자가 철학자인 이 소설에서 정치적 암살과 사회 정의는 진지한 토론과 분석의 대상이다. 이들은 동료들을 죽이고 암살하는 동안에도 토론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그러는 동안 자기네들이 세운 규칙과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는 것도 물론이다. 교묘하게 가슴을 잘라내고 머리만 남겨놓은 미치광이 소설이랄까.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자기만의 결말을 새로 쓰고 등장인물들의 토론에 주석을 달며 남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 다음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랄프 게오르그 로이트의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 꽤 무겁고 큰 책이니 방콕족들에게 추천한다. 국내 번역 제목에 속지 마시길. 이 책은 그냥 성실한 전기일 뿐 괴벨스의 대중 선동 테크닉을 따로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호러물로 근사하게 먹힌다. 비교적 멀쩡하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똑똑한 청년이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던 일련의 자기기만의 과정을 거쳐 피투성이 독재자의 혓바닥이 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종종 소름이 끼친다.

마지막 책은 산토 실로로의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 거의 초현실적으로 여건이 나쁜 몰바니아라는 가상의 동유럽 국가를 소개하는 가짜 여행안내서인 이 책은 여행자들과 방콕족 모두에게 맞는다. 여행자들은 아무리 형편없는 피서지에 가도 몰바니아보다는 낫다며 자신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방콕족들은 가봐야 몰바니아 같을 게 뻔한 피서지에서 돈을 날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고 안심할 수 있을 거고.

듀나/영화평론가·소설가

해수욕장의 그대여 에게해로 오라

» 에게:영원회귀의 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스다 신타로 사진. 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1만5000원
때는 1982년 여름,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진작가 스다 신타로는 렌터카와 배를 갈아타며 40일 동안 에게 해를 종횡으로 일주했다. 렌터카에 찍힌 주행거리는 8천㎞. 여행의 목적은 에게해 주변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유적을 답사하는 것. 유적 답사를 제대로 하자면 반드시 역사지식이 필요할까?

‘유적을 즐기는 데 꼭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 자리에 잠자코 잠시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잠자코와 잠시이다. 가능하다면 두 시간쯤 잠자코 앉아 있는 것이 좋다. 그러면 2천년, 혹은 3천년, 4천년이라는 까마득한 시간이 눈앞에 굴러다니는 것이 보인다. 추상적인 시간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간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수도원 자치공화국인 아토스 반도. 동물도 암컷은 입국이 금지되는 곳으로(암코양이를 좋아하는 수도사들이 많아져서 암코양이만은 예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20개 수도원이 흩어져 있다. 이 각별한 성산(聖山) 다음으로는 아폴론의 신역(神域) 델피, 델로스 섬 등과 디오니소스 신을 숭배하는 신전들이다. 다치바나는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마땅한 관계는 ‘공존과 보완이지 한쪽만의 일방적인 해방은 아닐 것’이라 말한다.

다치바나는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지중해 세계가 공통적으로 숭배하던 여신의 ‘무서울 만큼 강한 흡입력’을 느끼고 지모신(地母神)의 계보, 곧 여신상을 더듬는다. 성(聖)스러운 신의 계보가 근원적으로 성(性)스러운 신에 닿아있다는 것. 이 대목에서 다치바나는 인류학, 역사학, 고고학, 종교학 지식을 푸짐하게 베푼다.

스다의 사진과 다치바나의 글이 서로 완강하게 자기를 주장하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는 이 책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청어람미디어 펴냄)에서 다치바나가 결코 ‘책상물림의 먹물’이 아니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해수욕장에 갇힌 피서의 상상력을 책을 통해서나마 문명사적 차원으로 넓혀준다고 할까. 그 상상력은 영원에 닿아 있다. ‘인적없는 바닷가 유적에서 잠시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것이 바로 영원이라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아무런 의문도 없이 똑똑히 느껴지는 때가 있다.’

한여름 밤 심심파적으로는 귀신 이야기가 제격이니, <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임방 지음·성균관대출판부 펴냄)에서 기이하고 다채로운 조선의 환타지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하인들에게 주는 지침>(평사리 펴냄)에서 일급의 풍자를 즐길 수 있다. 18세기 하인들의 이기심, 사리사욕, 기만은 바로 오늘날 우리들의 것이기도 하다.

표정훈/출판칼럼니스트

‘불량남자’ 내 인생에서 골라내기

»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마라
김지룡·이상건 지음. 흐름출판 펴냄. 1만원
여자의 인생에서 남자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에 휴가철에도 남녀관계에 관한 책을 읽으라는 건 절대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책으로 엮이기보다는 여성잡지의 밀봉 페이지로 적당했을 법한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가 실감나게 재미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에게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가 사기당한 친구, 잘나갔던 과거에 갇혀 사는 남자와 사귀는 후배, 새끼재벌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30만원자리 월세에 사는 선배 등 싹수가 노란 남자를 만난 주변 사례(더불어 나의 경우까지)를 크로스오버하다 보면 책은 단숨에 읽힌다. 동창회에만 갔다 오면 양말짝을 집어 던지며 신경질을 내는 엄마와 바보같은 남자 때문에 고민하는 동시대의 여자들이 모두 모여 공부할만하다.

지금껏 남녀관계를 다룬 책들은 남자가 방향감각이 좋은 반면 여자가 주차를 못하는 건 생리학적 이유라고 하거나 스킨십을 원하지 않는다면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며 남자의 본성을 들이대는 식이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는 남자를 돈으로 설명한다. 저자 김지룡과 이상건은 “돈은 가치가 없다. 그런데 사람에게 돈이 붙으면 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평소에 남자가 돈을 어떻게 다루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싹수가 있는 인간인지 혹은 평생 여자 고생만 시킬 놈인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입만 열면 아버지의 돈만 이야기해대는 남자라면 술이나 같이 마실 놈이지 함께 뭔가를 도모할 놈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책에는 남자친구가 돈을 꿔달라고 하면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거나, 남자친구의 이번 달 신용카드 값이 얼마인지 물어보라거나, 비싼 선물을 하는 남자라면 조심하라거나 하는 등 돈에 관한 습관을 체크하는 조언이 가득하다. 남자가 이야기하는 만큼 남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남자의 시각에서 남녀관계를 보기 때문에 치명적 약점 또한 지니고 있다. 마초적 입장에 근거한 발언과 태도가 책 속에 여기저기 등장한다.

살아보니 인생은 의외로 길다. 남자의 진정한 매력이 단지 젊은 날의 외모에만 있는 건 아니다. 긴 안목으로 남자를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즐겁게 귀기울일만하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로 우리에게 친숙한 가네시로 가즈키의 신작인 <스피드>(북폴리오 펴냄)에서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분신이자 힘과 지성을 갖춘 소설석 인물 박순신의 수줍은 모습을 살필 수 있다. 백수라 자처하는 이들이라면 <백수생활백서>(박주영 지음·민음사 펴냄)와 놀아봐도 괜찮겠다. 이 정도라면 백수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시인은 스물한 살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 가수는 스물 네 살에 죽지만 스물 여덟 살이 되어도 아무것도 아닌 이들의 이야기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에베레스트’에 오르진 못할지언정

» 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황금가지 펴냄. 8000원
‘초모랑마’, ‘사가르마타’ 등 경외의 대상이었던 산. 지상의 잣대로 높이가 재어지면서 에베레스트(식민지 인도의 측량국장)라는 인간의 이름이 붙여졌다. 당연히 그 산은 식민주의자들에게 정복의 대상이 되었다. 에드먼드 힐러리는 맞춘듯이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사흘 전에 등정하면서 영국의 콧대를 부풀렸고 자신은 양봉업자에서 기사로, 국민적 영웅으로 변신했다(1953년). 그로부터 53년이 흐른 지금, 몬순이 불기전 잠깐 그 속살을 드러내는 5월 초에는 등산로에 체증이 생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쓰레기를 더하고 있다.

1996년 5월도 다르지 않아 39개 등반대가 쇄도해 힐러리가 밟은, 가장 무난한 코스인 동남능선은 미어터졌다. 10~11일 뉴질랜드의 로브 홀이 인솔하는 등반대는 7명이 정상을 등정하고 내려오다 대장을 포함해서 4명이 죽었고, 스코트 피셔가 이끄는 등반대 역시 대장 이하 11명이 등정하고 하산하다 대장과 대원이 사망하는 등 8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황금가지)는 로브 홀 팀의 일원이었던 미국의 주간지 <아웃사이드>의 기자 존 크라카우어가 그 사태의 전말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 사고를 당한 로브 홀 팀은 한사람 당 6만5000달러를 낸 고객 8명을 정상에 올리기 위한 상업등반대. 고객들은 돈을 낸 만큼 본전을 뽑으려 했고, 로브 홀은 정상에 올리는 것이 장사 밑천인 만큼 기를 썼다. 함께 사고를 당한 피셔 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안전하게 마지막 캠프로 돌아갈 수 있는 반환점 시간을 훨씬 넘기도록 등산을 계속한 것은 그들이 상업등반이었고, 비슷한 패거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벌어진 체증에 기인한 것. 갑작스레 닥친 강풍, 고산증으로 인한 리더의 판단미숙이 겹치면서 최악의 참사를 빚었다.

우체국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어렵게 참가한 사람, 커피기계를 셰르파한테 지워 커피향을 즐긴 여성 백만장자, 일곱 봉우리 정복을 목표로 했던 일본의 중년여성 등 고객의 사연이 갖가지인 만큼, 영하 60도, 70노트의 바람 등 극한상황에서 보여준 맨살의 인간이 보여준 행태 역시 갖가지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마음의 눈으로 오르는 나만의 정상>(시공사)은 세계 4대륙 최고봉에 선 시각장애인인 에릭 와이헨메이어의 인생이야기. <돌아오지 않는 봄>(평화출판사)은 5대륙 최고봉에 섰고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인생. 더워서 느른할 때,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 오싹할 만큼 긴장하게 만든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잠시 멈춰서서 ‘죽음’을 떠올린다면

» 강산무진
김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1000원
김훈 소설집 <강산무진>은 드물게 완성도가 높은 책이다. 그렇지만 <강산무진>에 대한 <한겨레>의 최초 기사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름 휴가에 읽을 만한 책으로 이 책을 꼽는 일이 마냥 모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강산무진>에 대한 비판은 작가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강산무진>에 대한 불만은 무엇보다 그것이 철저하게 작가 자신의 허무주의적 세계관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 말미암은 것이었다. 소설집에 수록된 여덟 단편에 하나같이 ‘김훈 표’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 듯한 형국이 아니었던가. 그렇지만 달리 보면 그것은 그만큼 소설집의 집중도와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허무주의적 세계관은 그 자체로 세계에 대한 하나의 의미있는 태도로서 존중해야만 옳다. 다만 <한겨레>의 기사는 <강산무진>에 관철된 작가의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다는 취지였다.

<강산무진>이 죽음과 소멸에 바쳐진다는 사실은 익히 지적되어 왔다. 많은 작품들이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그러할 때 작가의 어조는 냉정하기 짝이 없다. 죽음이란 기절초풍하거나 안달복달할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목숨 받아 태어난 것들의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귀결이라는 것, 그렇다면 생명이니 존재니 하는 것도 궁극적 소멸의 운명 안에서 잠깐 반짝이는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 작가의 굳은 믿음이다. 가령 이상문학상 수상작 <화장>에서 작가는 주인공 아내의 죽음과 부하 여직원 ‘추은주’의 싱싱한 젊음을 대비시켜 서술하고 있는데, 사실을 말하자면 죽은 아내란 곧 추은주의 필연적인 미래라고 해야 옳으리라. 이처럼 인간의 근원적 조건으로서의 허무를 인정하고, “내가 혼자서 가야 할 가없는 세상과 시간의 풍경”(<강산무진>)을 직시하기 위해서라도 소설집 <강산무진>은 한번쯤 읽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중국 출신 프랑스 여성 작가 샨사가 얼마 전 방한했다. 그의 가장 최근작인 장편 <음모자들>은 중국의 여자 첩보원과 미국인 남자 첩보원이 자신들의 본분을 잊고(?)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황동규 시집 <꽃의 고요>를 추천한다. <강산무진>에 비해서는 한결 촉촉하고 따뜻하게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만날 수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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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금의 나라 땡땡의 모험 24
에르제 글 그림, 류진현 이영목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땡땡에 대한 나의 생각 : 땡땡은 사람의 성격을 잘 안다.

땡땡은 행동할 때는 하고, 난 그 성격을 닮고 싶다.

땡땡의 친구는 거의 다 엉뚱하지만 아독 선장은 땡땡의 성격을 거의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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