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평점 :
정성스럽게 오니기리를 만들고,
빵을 굽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련을 하는 모습을 사랑했던 영화
카모메 식당. 영화라면 마블 것 아니면
재미없다고 느꼈지만 이 영화는 몇 번이나 봤을 정도로
좋아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빵을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인근 회관에서 제방 실기 코스도 신청해 들었을 정도였다.
특히 주인공 사치에의 생활 습관,
그녀가 입는 옷, 말투와 근사한 음식 솜씨를 닮고 싶어 했다.
카모메 식당 책 이후 무레 요코 에세이는
꾸준히 찾아서 읽었는데
읽을수록 단단하게 느껴지는 삶의 태도가 늘 보기가 좋았다.
이번에 신간이 나온다고 하길래,
이 책은 어떤 저자의 모습을 알 수 있을까 설렘으로 책장을 펼쳤다.
저자가 먹고, 자고, 입고 생활하는
물건에 대한 아니 물건 취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생을 고르고 골라 선정한 아이템,
그 물건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쓰고 있으며 결국에는
현재 남아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말한다.
어떻게 물건이 한 편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싶다가도
물건이 아닌 취향에 관한,
삶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각 물건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실제 물건을 찾아보고,
얼른 장바구니에 넣고 있는 날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 잡지에서 한창 스타들의
가방 안을 보여주는 코너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동경하거나 좋아하는 연예들이 쓰는
물건들은 그의 팬들에 의해 품절이 되기도 했다.
이번 책도 무레 요코의 핸드백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하나하나 신기하고 재미있다.
알아서 주인의 입맛에 따라 밥을 지어주는 밥솥이 나온 요즘에도
굳이 냄비밥을 하는 저자의 고집스러운 정성과
1초 안에 쉽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핸드폰과 노트북이 있는데도
감사한 마음을 꼭 편지나 엽서로 보내야 한다는 마음
더위를 피해 찾아낸 삼베 이불 세트와 잠옷
플라스틱 제로를 실천하기 위해
물건 하나하나마다 성분과 유해함을 찾아내는 집념
먹는 식기류를 간소화 하기 위해
친정엄마가 발우 식기를 가져갈 때 기뻐하던 모습들!
저자가 갖고 있는 물건 중에 하나도 허투루 구매한 것이 없고,
어느 하나 그녀의 삶 속에 필요하지 않는 것들이 없었다.
가장 필요하고 맞는 것을 찾기 위한
여정들과 수고스러움은 저자가 얼마나 삶을 아끼고 소중하고
가꾸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또 다른 미니멀리스트의 모습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가장 큰 화두는 미니멀리즘이었다.
집 안에 가득 쌓아 놓은 물건들이 지진 상태에서는 흉기가 되었고, 경험을 통해서 간소하게 사는 방법이
훨씬 안전하다는 문화를 만들었다.
세계적 미니멀리스트들이 많고 관련 책들도 많다.
집 안에 총 30개의 물건도 갖고 있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저자 또한 미니멀리스트로
꼭 필요한 물건만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잔뜩 모으고 쌓아 놓은 편지지와 엽서, 북 커버도 포함이다.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라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들이지만,
"행복하고 설레게 해주는 것"이 물건 소유 가치 기준이라면
얼마든지 서랍장에 가득한 우표, 편지지, 엽서는 보관할 수 있다는 것!
모기 패치 하나도 성분 하나하나 살펴 가며
구매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과연 쇼핑을 하면서 신중하게 생각해 본 적 있었을까?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일까?
내 취향이라고 확고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며칠 전 읽었던 에세이에서는 물건이 나를 말해준다고 했다.
내가 입은 옷, 신발, 가방 그
안에 소지품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고.
그것은 비싼 옷, 명품 가방 화장품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떤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브랜드를 선택하는지,
갖고 있는 물건들을 소중히 하며 잘 관리하는지
좋은 물건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제대로 소비 행위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비싸다고 좋은 것도 싼 것이라고 나쁜 것은 아니다.
잘 찾아보면 저렴한 것들 중에 평생을 간직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내 물건 중에도 20년째 함께 하고 있는 파우치와 가방이 있고,
머리끈은 끊어지지 않아 10년째 사용 중이다.
지금 쓰고 있는 안경테도 11년 전애 맞춘 것이니,
오랫 동안 갖고 있는 것들이 내 취향이구나 생각이 든다.
편안하고 넉넉한 사이즈의 옷을 좋아하고,
안경은 무조건 가벼운 것을 선호하며
신발은 무조건 굽이 낮아야 한다.
속옷은 면이 좋고,
더위는 많이 타지 않아 삼베로 만든 이불세트는 필요 없다.
청소는 대충 하는 편이라 아직 어떤 청소도구가 좋은지 알지 못하지만
행주는 삶아 사 쓸 수 있는 소창을 여러 장 구매하여 쓰고 있다.
세제는 천연 제품만 구매하고,
선물 받은 욕실 제품들을 다 사용하면 올인원 비누로 바꿀 예정이다.
평소에는 꼭 갖고 다니는 것은 없지만 손수건을 되도록 챙기고 있다.
이렇게 취향을 생각해 보니,
저자가 사는 방식 중에 꼭 닮고 싶은 것들이 알게 된다.
단정해 보이는 삶 속에 스며든 물건들을 구매하면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경쾌한 에너지로 시종일관 삶을 잘 가꾸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이걸로 살아요'였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