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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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고백할 때, 누군가를 축하할 때 혹은 마지막 길 인사를 할 때조차 꽃은 늘 함께 하고 있다. 꽃을 선물하는 마음처럼 고운 마음이 어디 있을까? 꽃마다 다른 꽃말은 숨은 마음을 고백할 때 대신 진심을 전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빨간 장미를 사랑을 대신 전하는 것도 꽃말의 힘. 최근 누군가에게 꽃은 선물해 준 적이 언제인가? 꽃말의 탄생을 읽고 사랑한 사람에게, 미안한 사람에게 꽃을 선물해 주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나이가 드는 증거 중 하나가 지나가다 예쁜 꽃이 있으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라는데

30 중반이 넘어서 길가를 가다 꽃 사진을 찍는 나를 발견한다.

화들짝 놀라지만,

엄마들이 카카오톡 프로필을 꽃 사진으로 하고, SNS에 꽃 사진을 올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예쁘고 귀해 보인다.

 

모든 꽃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

 

 

'꽃말의 탄생'은 익숙한 50여 종의 꽃들이 어떻게 각자의 꽃말을 갖게 되었는지 유래를 찾아보는 이야기이다. 신화, 역사, 미신 등 서양 문화를 통해 꽃말의 진짜 의미를 찾는 과정은 신기하다.

 

아름다운 꽃 일러스트가 책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갖게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셰익스피어 작품 등에 비유나 상징으로 등자 하는 꽃, 미신이 생기면서 본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이미 티자 별명으로 불리는 꽃, 좋은 약초로 쓰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독약으로 쓰이는 꽃에 대한 이야기는

 

꽃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알게 해준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 한마음을 표현하거나, 짝사랑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생각했다.

 

또 반 고흐가 사랑하는 꽃으로도 유명하다는 것,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실제로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책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고대부터 약으로 쓰이고 씨앗은 간식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해바라기의 숨은 이야기

 

꽃 하나에도 많은 사연이 있고 역사가 숨어있는 것을 아는 즐거움이 있다.

 

 

꽃의 대표 격인 장미, 사랑을 노래할 때 장미를 왜 선택할까?

 

장미가 여성을 대표하고 장미가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상징성이 장미를 오랜 시간 사랑받은 이유일 것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수국이란 꽃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일본 사람들이 사랑하는 꽃이라는 것과 아마 차로 널리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꽃을 아끼는 사람들

 

꽃은 사람을 향기롭게 만들어 주는 큰 힘이 있는 것 같다

 

꽃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가장 가성비 있는 선물이다.

 

 

꽃을 사진을 찍는 나도 꽃이 주는 그 기쁨을 아는 나리가 되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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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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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배지였던 제주도, 책 제목을 보고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유배 생활이 떠올랐다.

탐라국이라 불리며 내륙과 다른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

부모님에게는 신혼여행, 효도여행지이고

나의 세대에는 수학여행지였고

지금은 한 달 살기, 올레길, 가까운 여행지가 된 제주도.

6년 전 장마 때 제주도를 간 것을 마지막으로 가보지 못한 제주도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

만난 책이 '불량주부 명랑 제주 유배기 '였다.

스스로를 불량주부라 부르고 오십이 나이에 훌쩍 제주도의 여행을 떠난 저자



 

감정지수는 우량하나 생활 지수는 불량하고, 대면 지수는 명랑하나 내면 지수는 황량하며

인성 지수는 선량하나 비관 지수는 치사량인 사람

불량주부 명량 제주 유배기.

사는 건 쪼이고 마음을 펴고 싶어서 떠나기로 한 여행기

한 달 저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며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겨우 얻어낸 쉼표이다

그 한 달의 쉼을 위해 여행 공모전 상금 백만 원을 여행경비로 아껴두었던 전형적인 엄마

그렇게 저자는 세탁기 하나 돌리 줄 모르는 남편에게 세탁기 사용법을 열심히 가르쳐주고

제주로 훌쩍 떠난다.

떠남에는 예약도 없고, 어떠한 목적도 없는 유배기

한 달 동안 그저 걷고, 보고, 쓰는 여행이라니! 순간 부러움 마음만 가득해진다.

내가 오십이 되어도 아직 아이가 어리니, 아이가 혼자서 인생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려면 육십이 되어야 할 텐데

가끔은 어른들이 애는 일찍 낳아야 한다는 충고를 깔끔하게 무시한

과거가 조금은 후회될 때가 있다.

일찍 결혼하고 이제는 아이를 많이 키워낸 친구들도 부러워지고,



 

딸아이가 영국에서 입었던 초록 치마를 용기 입게 입으며 찍은 사진이 명랑한 저자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한 달 동안 생활하는 여행

도미토리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고 김밥 한 줄로 식사를 하면서도 꼭 마시는 막걸리 한 병

그 인간적인 여행의 이야기가 참 사람 맛이 나서 반갑웠다.

최고급 호텔에 비싼 음식 사진을 위한 여행이 아닌 온전히 삶을 쉼표를 주기 위한 여행.

6년 전 혼자 겨울 한라산 등반을 위해 도미토리 숙소에 머물려 씩씩하게 오르던 성판악이 길이 생각났다.

나의 제주, 혼자 훌쩍 떠나 다녀왔던 제주가 그리워졌다.

배낭 하나 가볍게 메고, 시내버스를 타며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던 여행은

혼자여서 좋았고 혼자여서 외로웠었다.

 

저자의 재미있게 편하게 읽히는 것은 독특하고 재치 있는 문장 때문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책이란 유산을 물러준 아버지 덕분에 저자는

읽고 쓰는 생활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활화했을 듯

저자의 문장을 보면 바로 글에 대한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 글은 글쓴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보면 저자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어떠한 태도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저자의 떠남은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출발점이었다.

항상 함께 할 것 같았던 이의 부재, 그 부재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떠난 곳에서

채우는 것보다 비어내는 것을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잘 녹아낸 여행에서 이었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절대 죽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감정은 몰래 숨어있을지 모른다.

저자의 유배는, 여행은 숨어있는 감정을 마주치는 길이었고

담담한 토로와 고백을 통한 치료 과정이었다.

유배, 무엇으로부터 유배였을까?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삶으로부터 유배, 오십이란 나이로부터 유배, 나 자신과의 유배.

제목을 유배기로 지은 이유를 마지막에서야 조금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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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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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은 어떤 것일까 며칠을 생각해 보았다.

하루에 적게는 3시간 많게는 여섯 시간 이상 책을 읽고, 두세 시간 자판을 두드리면서

과연 내가 쓰는 글이 어떠한가를 고민하는 일이 많아진다.

아, 정말로 서평 쓰는 거에 진지하구나. 남들에게 취미에 불과한 것인데 왜 이토록 집념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요즘 고민은 더 잘 쓰고 싶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정말 잘 쓴 글을 보고 싶었다.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어서 여러 번 읽어야 하는 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이런 감성은 어디서 파는 거지?

혹은 이런 사건을 통해 작가는 이러한 세계를 만들어 내는구나 하는 글을 만나야 했다.

그러다 읽은 책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호미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꾸준하게 읽었는데 산문집은 처음이었다.

한때 온 국민이 다 읽었을 거라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라는 두어 번 읽었을 정도로

선생님 작품을 좋아했었다.

어쩌면 내가 쓰는 문장도 그분의 것처럼 오랜 시간 생각해서 골라낸 빛나는 것들이면 좋겠다

싶었을 때도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이 좋은 원단을 골라 정성스러운 옷을 짓는 것이라면, 선생님 옷은 마치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지어낸 가장 귀한 옷, 그래서 입는 사람이 편안하고 핏이 살아나며 평생을 입어도 질리지 않는 명품 같은 것이다.

이에 반해, 요즘 공장에서 드르륵드르륵 미싱으로 박아 만들어 낸 옷 같은 책들이 볼 때가 있다.

읽다가 혹여 나 또한 그러한 편안함에 길들여 질까 봐, 아주 훗날에 내가 쓴 글도 그렇게 될까 봐 경계하게 된다.

 

#이치울 노란집의 생활을 담은 산문집

『호미』는 박완서 선생님이 2011년 80세로 삶을 마무리하기까지 마지막 13년을 보낸 ‘아치울 노란집’에서의 소박하고 정겨운 생활을 담은 산문집이다. 출간 15주년을 맞이하며 백일홍 에디션으로 재출간된 책은 표지만큼이나 참 어여쁜 글들이 가득 담겨 있다.

선생님의 전원생활을 담은 이야기부터 종교, 유년 시절과 전쟁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글들은

그 한편이 소설 같고 드라마 같았다.

#꽃과 나무에 말을 거는 작가 이야기

미안하다고, 너를 죽이려 한 것도, 너의 꽃을 싫어한 것도 사과할 테니 내년에는 꽃 좀 피우라고 자꾸자꾸 말을 시켰다. 그랬더니 그 이듬해는 시원치는 않지만 꽃이 몇 송이 피었고, 지난봄에는 더 많은 꽃이 피었다. 아마 오는 봄에는 더 장하게 꽃을 피울 모양이다. 벌써부터 여봐란듯이 자랑스럽게 준비하고 있는 솜털 보송보송한 수많은 꽃봉오리들을 보니. 그래서 나는 요새도 나의 목련나무에 말을 건다.

용서해 줘서 고맙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

호미, p14

선생님은 베어버린 목련이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다시 자라나는 것에 미안함을 표현한다. 지는 모양이 흉물스럽다 싫어해 베어버린 목련 나무는 밑 둥만 남은 채로 긴 계절을 이겨내어 기필코 다시 자라났다. 가지를 뻗어 온전한 나무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죄책감을 안고 사과를 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사과하는 마음이 안쓰럽고 애잔해졌다.

아파트의 편안한 삶이 싫어서 텃밭을 가꾸기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 간 삶은

그녀가 백여 가지 꽃과 나무를 가꾸며 고단한 정원일을 하는 이야기 중심으로 그려진다.

봉숭아, 복수초, 매실, 살구, 자두, 목련 잔디와 각종 일년초들. 텃밭의 크기는 알 수 없지만 이른 새벽

흙을 고르고 더운 여름 목마른 꽃과 나무에 물을 주며 떨어진 잎을 쓰는 가을이 온전히 담겨 있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마치 선생님의 정원에 초대받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여행이야기도 종종 나오는데 중국 여행에서 불편한 다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게꾼을 이용했다는 일화와 산 위에 세워진 호텔을 미안한 마음에 이용하기 죄스러웠다는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예전 치앙마이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인력거를 한 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여간 불편한 마음이 들어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전혀 이해하지 못해 난감한 적이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그게 직업인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도와주는 길이라며, 미안한 마음을 갖는 나를 꾸짖기도 했는데 선생님도 같은 경험을 했다니!

진솔하다는 말이 진솔하지 않아서 쓰이는 것 같아 대화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는 글은

입버릇처럼 "솔직하게 말해서"를 사용하는 나를 반성하게 하였다.

진짜로 솔직하게 말할 때는 저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종로 서적, 개성 이야기 그리고 38선

책 안에는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다녔던 초등학교 일화와 고등학교 기억,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시어 미니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전쟁을 겪고 마흔이 되어서야 소설가로 데뷔한 선생님의 일화를 산문을 통해 보게 되니

한국 근현대사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기도 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 많은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이젠 돌아가신 지 20년이 지난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 또한 북한이 고향이었고 일사 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왔으며 오 남매를 키운 사람이었다.

전쟁 이야기,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하면 잡아갈까 무서워 많이 듣진 못했지만

가끔 일본어를 하는 할머니 모습과 금강산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일화가 떠올랐다.

우리의 할머니 세대는 정말로 어려운 시절을 견디어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시대와 호흡하는 문장들

각 문장들은 공간과 시대를 잘 표현해 준다. 유년 시절의 그리움이, 여행에 대한 고단함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들을 읽고 있을면 왜 작가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였는지 알 수 있다.

호미는 따뜻한 저자의 삶의 태도와 담백한 생각들, 자연을 사랑하고 아꼈던 마음들을 잘 알 수 있었던

이야기로 어떤 글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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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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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다고 생각한 책장을 한 장 넘기는 순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이라 그 많은 책들을 거뜬하게 읽고 서평 활동도 지속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뒷장에 누가 무거운 납덩어리를 붙여놓은 것처럼 넘기기가 어렵다.

바로 읽었던 문장들이 자꾸 머리에 남고, 입속에 거슬리어 몇 번이나 다시 읽어야 했다.

이어령 교수님의 글들은 대부분 그랬다.

쉽게 쓰인 글 같고 표현 같지만 어느 하나 무겁지 않은 것이 없다.

문장 하나를 지어내는데 가장 귀한 실을 골라 짜인 옷처럼 혹은 이불처럼

귀하다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었다.

저자는 “내 개인의 신변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사적 체험이면서도 보편적인 우주를 담”은 이야기들로 “한 권의 책을 엮었으면 하는 생각”과

‘어머니의 귤’처럼 일부만 공개되었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의 “전문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소망을 위해

“여섯 살 때 ‘메멘토 모리’의 배경이 되는 고향 이야기를 담”아 이 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내 환상의 도서관이었으며 최초의 시요

드라마였으며 끝나지 않는 길고 긴 이야기책이었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글을 쓴다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밤새 쓴 글들을 다음날 보면 부끄러워 과제로 제출하지 못한

날들도 있었다.

특히 정말 뛰어난 작품이나 문장을 만난 날들은 그 일들이 더욱 많아졌다.

이번에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최근 꽤 많은 책들을 읽고 짧은 글을 남기며 스스로 세운 자만심과 자신감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하찮게 만들어진 내 단어들은 견고하게 쌓아올린 문장에 넋이 나갔고, 어느 하나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선명하게 그려지는 저자의 문장과 문단들에 부끄러워졌다.

글을 이런 사람들일 써야 하는구나.

우물이 깊어서 살짝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았는데 깊은 어둠이라서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 기분!

 

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는 사람과 악수도 하지 않겠다는 저자는 감기를 통해 어머니와 사랑하는 이들의

관심과 따듯함을 그려낸다.

그냥 한 번 앓고 지나가는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감기는 살아가면서 꼭 지나쳐야 하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 안에는 밤새 뜨거워진 이미라를 식히는 분주한 어머니의 손이 있었다.

감기를 걸려본 사람만이 사랑을 알고, 배운다는 저자의 말에

아플 때마다 나를 끌어안고 밤새 등을 토닥여주던 어린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이 이런 것이겠구나, 좋은 옷, 신발 같은 것이 아니라

뜬 눈으로 어린아이의 열을 지켜 보가 새벽부터 직장에 나가던 엄마의 고단함

없는 살림에 몰래 바나나를 사와 앓고 있는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미안함

그런 것들이 자꾸 떠올랐다.

 

사람의 기억은 부정확하다기 보다 무책임하다는 말,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에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겨 있을까? 기억을 기록이라고 하지 못하는 것들은

선명하지 않고 정확하지 않아서 하지만.

그 기억이란 게 각자의 소망대로 바뀌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을 만들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가위바위보를 하면 언제나 나는 나의 고향에 간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면 어린 시절 고향으로 돌아가는 저자에게 고향은 어떤 의미였을까?

10리만 걸어가면 갈 수 있는 외갓집이 있고, 그 외갓집에는 늙은 어머니의 어머니가 있는 곳.

한 살 더 먹는 아이가 불쌍한 아버지의 부성애는 두 개의 생일을 만들었고,

그렇게 저자는 삶의 모든 순간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리며 글로 나타낸다.

나의 문학은 어머니의 땅에서 탱자처럼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노랗게 노랗게, 그리고 둥글게 둥글게 나의 언어들이 울타리를 만들어간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p229

 

탱자나무에서 9월에 열리는 탱자는 향기는 좋으나 그냥 먹기에 쓰고 시어, 즙을 내거나 말려 약재로 쓰인다.

설탕에 절여 음용하기도 한다.

그래, 탱자 같은 책이다. 어찌나 향긋한지 그 향에 반하지만 함부로 먹으려 드니 시고 쓰다.

쉽게 넘어가지 않은 글에 영양이 가득하다고 하니 나는 잘 말리어 필요할 때마다 약으로 쓰거나

달달한 설탕을 넣어 올여름 시원한 에이드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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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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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럽게 오니기리를 만들고, 

빵을 굽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련을 하는 모습을 사랑했던 영화

카모메 식당. 영화라면 마블 것 아니면 

재미없다고 느꼈지만 이 영화는 몇 번이나 봤을 정도로

좋아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빵을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인근 회관에서 제방 실기 코스도 신청해 들었을 정도였다.

특히 주인공 사치에의 생활 습관, 

그녀가 입는 옷, 말투와 근사한 음식 솜씨를 닮고 싶어 했다.

카모메 식당 책 이후 무레 요코 에세이는 

꾸준히 찾아서 읽었는데

읽을수록 단단하게 느껴지는 삶의 태도가 늘 보기가 좋았다.

이번에 신간이 나온다고 하길래, 

이 책은 어떤 저자의 모습을 알 수 있을까 설렘으로 책장을 펼쳤다.

 


 

저자가 먹고, 자고, 입고 생활하는 

물건에 대한 아니 물건 취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생을 고르고 골라 선정한 아이템, 

그 물건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쓰고 있으며 결국에는

현재 남아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말한다.

어떻게 물건이 한 편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싶다가도

물건이 아닌 취향에 관한, 

삶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각 물건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실제 물건을 찾아보고,

얼른 장바구니에 넣고 있는 날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 잡지에서 한창 스타들의 

가방 안을 보여주는 코너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동경하거나 좋아하는 연예들이 쓰는 

물건들은 그의 팬들에 의해 품절이 되기도 했다.

이번 책도 무레 요코의 핸드백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하나하나 신기하고 재미있다.

 

알아서 주인의 입맛에 따라 밥을 지어주는 밥솥이 나온 요즘에도

굳이 냄비밥을 하는 저자의 고집스러운 정성과

1초 안에 쉽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핸드폰과 노트북이 있는데도

감사한 마음을 꼭 편지나 엽서로 보내야 한다는 마음

더위를 피해 찾아낸 삼베 이불 세트와 잠옷

플라스틱 제로를 실천하기 위해 

물건 하나하나마다 성분과 유해함을 찾아내는 집념

먹는 식기류를 간소화 하기 위해 

친정엄마가 발우 식기를 가져갈 때 기뻐하던 모습들!

저자가 갖고 있는 물건 중에 하나도 허투루 구매한 것이 없고,

어느 하나 그녀의 삶 속에 필요하지 않는 것들이 없었다.

가장 필요하고 맞는 것을 찾기 위한 

여정들과 수고스러움은 저자가 얼마나 삶을 아끼고 소중하고

가꾸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또 다른 미니멀리스트의 모습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가장 큰 화두는 미니멀리즘이었다.

집 안에 가득 쌓아 놓은 물건들이 지진 상태에서는 흉기가 되었고, 경험을 통해서 간소하게 사는 방법이

훨씬 안전하다는 문화를 만들었다.

세계적 미니멀리스트들이 많고 관련 책들도 많다.

집 안에 총 30개의 물건도 갖고 있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저자 또한 미니멀리스트로

 꼭 필요한 물건만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잔뜩 모으고 쌓아 놓은 편지지와 엽서, 북 커버도 포함이다.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라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들이지만,

"행복하고 설레게 해주는 것"이 물건 소유 가치 기준이라면

얼마든지 서랍장에 가득한 우표, 편지지, 엽서는 보관할 수 있다는 것!


모기 패치 하나도 성분 하나하나 살펴 가며

 구매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과연 쇼핑을 하면서 신중하게 생각해 본 적 있었을까?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일까?

내 취향이라고 확고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며칠 전 읽었던 에세이에서는 물건이 나를 말해준다고 했다.

내가 입은 옷, 신발, 가방 그

 안에 소지품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고.


그것은 비싼 옷, 명품 가방 화장품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떤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브랜드를 선택하는지,

갖고 있는 물건들을 소중히 하며 잘 관리하는지

좋은 물건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제대로 소비 행위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비싸다고 좋은 것도 싼 것이라고 나쁜 것은 아니다.

잘 찾아보면 저렴한 것들 중에 평생을 간직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내 물건 중에도 20년째 함께 하고 있는 파우치와 가방이 있고,

머리끈은 끊어지지 않아 10년째 사용 중이다.

지금 쓰고 있는 안경테도 11년 전애 맞춘 것이니, 

오랫 동안 갖고 있는 것들이 내 취향이구나 생각이 든다.

편안하고 넉넉한 사이즈의 옷을 좋아하고,

 안경은 무조건 가벼운 것을 선호하며

신발은 무조건 굽이 낮아야 한다.

속옷은 면이 좋고, 

더위는 많이 타지 않아 삼베로 만든 이불세트는 필요 없다.

청소는 대충 하는 편이라 아직 어떤 청소도구가 좋은지 알지 못하지만

행주는 삶아 사 쓸 수 있는 소창을 여러 장 구매하여 쓰고 있다.

세제는 천연 제품만 구매하고, 

선물 받은 욕실 제품들을 다 사용하면 올인원 비누로 바꿀 예정이다.

평소에는 꼭 갖고 다니는 것은 없지만 손수건을 되도록 챙기고 있다.

이렇게 취향을 생각해 보니, 

저자가 사는 방식 중에 꼭 닮고 싶은 것들이 알게 된다.

단정해 보이는 삶 속에 스며든 물건들을 구매하면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경쾌한 에너지로 시종일관 삶을 잘 가꾸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이걸로 살아요'였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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