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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두 영화가 떠올랐다. 할리우드의 본 시리즈와 우리나라 영화 마녀.
작가가 한국 영화를 봤을까? 의문이 들지만, 세계 최고의 천재로 사건을 해결하며 한순간 더 높은 지능을
이끌어주는 붉은 캡슐까지 마녀 영화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유럽의 숨겨진 프로젝트 '붉은 여왕'
세계 최악의 범죄자를 찾기 위해 그 들 스스로 관찰자가 되어 범죄를 해결하는 집단,
스페인 지부는 '붉은 여왕'은 세계 최고의 천재로 높은 사건 해결률을 자랑한다.
어떤 난제라도 그녀의 두뇌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3년 전까지.
이야기 도입 자체가 본 시리즈와 비슷하고 특히 주인공 안토니아 스콧이 훈련을 받는 장면은
본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잠을 자지 않고 훈련을 받는 모습이 겹쳐지기도 했다.
그 붉은 여왕은 자신의 사건에 휘말린 남편의 사고로 일은 그만둔다.
그 후 팀을 만든 멘토르는 다른 적임자를 찾지만 안토니아를 대신할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불법 사건 조작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존 쿠티에레스 경위에게 거절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한다.
경찰 직위 해제와 맞바꾼 안토니아를 다시 사건 현장으로 이끄는 일
매일 3분 자신에게 허락한 자살의 시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혼자가 된 그녀는
죽음 대신 죽을 수 있는 상상으로 버티고 살아간다.
그런 안토니아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드린 건 그녀를 지옥으로 끌고 간 그 사건 현장이었다.
스페인 상류층 사회에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유럽 최대 은행 총장의 아들의 납치와 엽기적인 살해 방법
세계 최대 브랜드 상속녀의 납치 사건
이 두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안토니오 스콧과 존 경위는 위험 속에 발을 내딛는다.
이미 죽은 총장의 아들에서 메시지를 발견하고 아직은 살아있을지도 모를 상속녀 '카를라'를 찾기 위한
이야기는 여름을 노리고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한 편처럼 주인공들게 불리한 상황과 고난의 역속으로
이어진다.
비리 경찰로 위험한 존과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안토니오, 그리고 안토니오의 비밀
멘토르는 초기 설정과 다르게 소설 속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원자로 나오는데
만약 영화로 나온다면 어벤저스 닉 퓨리 역에 사무엘 젝슨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소설은 두 주인공과 범인인 에셀키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반전에 반전을 그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말로 떡밥을 너무 많이 뿌려 놓아 작가가 어떻게 회수할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회수 안 한다.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책 마지막 장을 읽었을 테니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장작 6시간을 매달려 읽었는데, 이렇게 끝내다니!!!!
총 3부작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물로 곧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만 해본다.
주인공 안토니오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설은 중반부부터 빠르게 이어나간다. 처음에는 존 경위가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는 카를라(세계 최고의 상속녀)가 중점을 잡더니
점점 안토니오 이야기로 옮겨가 마지막에는 에셀키엘 스토리로 슬쩍 넘어간다.
진짜 잠시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이 끊기고 이야기를 놓치게 되어, 저녁밥도 굶고 읽었다.
에셀키엘이란 인물은 가장 궁금했는데, 비밀로 감추더니 마지막에도 비밀로 끝났다.
(2부작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소설은 자식의 납치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은행 총장과, 회
장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치부를 절대 드러내려 하지 않기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 중간중간 스페인 유머는 덤이니, 혹시나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더욱 재미있을지도
(북유럽 코드는 좋았는데 스페인은 맞지 않았다)
소설 속에는 세계 최고 브랜드의 상속녀를 통해 특별하다고 생각한 그들의 세상이 쉽게 무너지고
결국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계급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삶에는 이런 고통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카를라,
카를라는 특별한 자신 대신 특별하지 않은 누군가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다.
큰 죄책감에 빠지는데 인간의 이기심과 교만 그리고 스스로 잘못된 점을 깨닫고 후회하는 감정들이
저자의 화려한 문체와 어우러진다.
사실 소설의 중점적인 사건을 따로 때 내어 보면 복잡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당신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일단 이것저것 다 준비해 봤어요"라는 식이었다.
친절한 저자는 혹시나 이걸 읽는 독자가 아무것도 모를지도 모르는 걱정에 모든 장면을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려주고 있다.
호텔 문지기의 복장, 카펫의 색깔, 주인공의 양복 주름까지도!
557쪽이다. 정말로 다 읽었다.
마지막 작가의 읽고 나서야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다.
결국 모순과 역설, 창과 방패라는 것을 통해 세상을 유지하려는 힘의 균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악인과 선인, 피해자와 가해자, 죄인과 심판자. 그 모호한 경계에서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고 있는 것들.
하지만 그가 날 찾아냈어, 안토니아 스콧. 그는 나를 선택했고, 나를 더 좋게 만들었지.
그는 나에게 파하르도를 조종하는 법을 가르쳐줬어. 그는 널 위해 에세키엘을 만들어낸 거야.
우리가 선지자의 이름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라고, 선지자는 큰 권능을 말하잖아.
예언자는 오실 분을 선포하는 거라고
붉은여왕 P540
어마어마한 떡밥이다. 슬픈 예감을 틀린 적이 없다.
'에셀키엘'은 안토니오를 세상에 끄집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자신과 범죄에 대해 말한다.
계획된 범죄, 무고한 희생. 희생을 통해 다시 범죄 해결에 세계로 들어온 안토니오.
늘 그랬다. 할리우드의 악당의 법칙 그 들은 늘 같은 편에 있었다.
2부 3부작은 아마 내부에 있는 적들과 싸우는 내용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만 해본다.
소설은 읽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재미를 찾는 것이고,
그것을 넘어 감동과 공감이 된다면 더할 너 위 없이 행복해진다.
어떤 소설들은 삭막하다 생각한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고, 어떤 이야기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만나게 해준다. 간혹, 낯선 외국의 한 도시에 털썩하고 내려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잠깐 여행했던 스페인의 밤 골목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빠른 스페인어 속에서
그 낯선 느낌을 느끼며 차가운 밤공기에 취해 걷던 시간.
정말로 다음 편이 나온다면 하루를 통으로 날려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그 진짜 배후를 찾기 위해 두 번째 책을 읽고 말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