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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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두 영화가 떠올랐다. 할리우드의 본 시리즈와 우리나라 영화 마녀.

작가가 한국 영화를 봤을까? 의문이 들지만, 세계 최고의 천재로 사건을 해결하며 한순간 더 높은 지능을

이끌어주는 붉은 캡슐까지 마녀 영화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유럽의 숨겨진 프로젝트 '붉은 여왕'

세계 최악의 범죄자를 찾기 위해 그 들 스스로 관찰자가 되어 범죄를 해결하는 집단,

스페인 지부는 '붉은 여왕'은 세계 최고의 천재로 높은 사건 해결률을 자랑한다.

어떤 난제라도 그녀의 두뇌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3년 전까지.

이야기 도입 자체가 본 시리즈와 비슷하고 특히 주인공 안토니아 스콧이 훈련을 받는 장면은

본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잠을 자지 않고 훈련을 받는 모습이 겹쳐지기도 했다.

 

그 붉은 여왕은 자신의 사건에 휘말린 남편의 사고로 일은 그만둔다.

그 후 팀을 만든 멘토르는 다른 적임자를 찾지만 안토니아를 대신할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불법 사건 조작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존 쿠티에레스 경위에게 거절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한다.

경찰 직위 해제와 맞바꾼 안토니아를 다시 사건 현장으로 이끄는 일

 

매일 3분 자신에게 허락한 자살의 시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혼자가 된 그녀는

죽음 대신 죽을 수 있는 상상으로 버티고 살아간다.

그런 안토니아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드린 건 그녀를 지옥으로 끌고 간 그 사건 현장이었다.

스페인 상류층 사회에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유럽 최대 은행 총장의 아들의 납치와 엽기적인 살해 방법

세계 최대 브랜드 상속녀의 납치 사건

이 두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안토니오 스콧과 존 경위는 위험 속에 발을 내딛는다.

이미 죽은 총장의 아들에서 메시지를 발견하고 아직은 살아있을지도 모를 상속녀 '카를라'를 찾기 위한

이야기는 여름을 노리고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한 편처럼 주인공들게 불리한 상황과 고난의 역속으로

이어진다.

비리 경찰로 위험한 존과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안토니오, 그리고 안토니오의 비밀

멘토르는 초기 설정과 다르게 소설 속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원자로 나오는데

만약 영화로 나온다면 어벤저스 닉 퓨리 역에 사무엘 젝슨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소설은 두 주인공과 범인인 에셀키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반전에 반전을 그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말로 떡밥을 너무 많이 뿌려 놓아 작가가 어떻게 회수할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회수 안 한다.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책 마지막 장을 읽었을 테니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장작 6시간을 매달려 읽었는데, 이렇게 끝내다니!!!!

총 3부작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물로 곧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만 해본다.

주인공 안토니오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설은 중반부부터 빠르게 이어나간다. 처음에는 존 경위가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는 카를라(세계 최고의 상속녀)가 중점을 잡더니

점점 안토니오 이야기로 옮겨가 마지막에는 에셀키엘 스토리로 슬쩍 넘어간다.

진짜 잠시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이 끊기고 이야기를 놓치게 되어, 저녁밥도 굶고 읽었다.

에셀키엘이란 인물은 가장 궁금했는데, 비밀로 감추더니 마지막에도 비밀로 끝났다.

(2부작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소설은 자식의 납치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은행 총장과, 회

장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치부를 절대 드러내려 하지 않기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 중간중간 스페인 유머는 덤이니, 혹시나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더욱 재미있을지도

(북유럽 코드는 좋았는데 스페인은 맞지 않았다)

소설 속에는 세계 최고 브랜드의 상속녀를 통해 특별하다고 생각한 그들의 세상이 쉽게 무너지고

결국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계급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삶에는 이런 고통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카를라,

카를라는 특별한 자신 대신 특별하지 않은 누군가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다.

큰 죄책감에 빠지는데 인간의 이기심과 교만 그리고 스스로 잘못된 점을 깨닫고 후회하는 감정들이

저자의 화려한 문체와 어우러진다.

사실 소설의 중점적인 사건을 따로 때 내어 보면 복잡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당신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일단 이것저것 다 준비해 봤어요"라는 식이었다.

친절한 저자는 혹시나 이걸 읽는 독자가 아무것도 모를지도 모르는 걱정에 모든 장면을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려주고 있다.

호텔 문지기의 복장, 카펫의 색깔, 주인공의 양복 주름까지도!


557쪽이다. 정말로 다 읽었다.

마지막 작가의 읽고 나서야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다.

결국 모순과 역설, 창과 방패라는 것을 통해 세상을 유지하려는 힘의 균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악인과 선인, 피해자와 가해자, 죄인과 심판자. 그 모호한 경계에서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고 있는 것들.

하지만 그가 날 찾아냈어, 안토니아 스콧. 그는 나를 선택했고, 나를 더 좋게 만들었지.

그는 나에게 파하르도를 조종하는 법을 가르쳐줬어. 그는 널 위해 에세키엘을 만들어낸 거야.

우리가 선지자의 이름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라고, 선지자는 큰 권능을 말하잖아.

예언자는 오실 분을 선포하는 거라고

붉은여왕 P540

어마어마한 떡밥이다. 슬픈 예감을 틀린 적이 없다.

'에셀키엘'은 안토니오를 세상에 끄집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자신과 범죄에 대해 말한다.

계획된 범죄, 무고한 희생. 희생을 통해 다시 범죄 해결에 세계로 들어온 안토니오.

늘 그랬다. 할리우드의 악당의 법칙 그 들은 늘 같은 편에 있었다.

2부 3부작은 아마 내부에 있는 적들과 싸우는 내용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만 해본다.


소설은 읽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재미를 찾는 것이고,

그것을 넘어 감동과 공감이 된다면 더할 너 위 없이 행복해진다.

어떤 소설들은 삭막하다 생각한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고, 어떤 이야기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만나게 해준다. 간혹, 낯선 외국의 한 도시에 털썩하고 내려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잠깐 여행했던 스페인의 밤 골목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빠른 스페인어 속에서

그 낯선 느낌을 느끼며 차가운 밤공기에 취해 걷던 시간.



정말로 다음 편이 나온다면 하루를 통으로 날려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그 진짜 배후를 찾기 위해 두 번째 책을 읽고 말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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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신 - 절대로 잃지 않는
박성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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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덫에 걸린 순진한 남자 한 명이 있다. 회계사를 꿈꾸며 회사 택시를 모는 택시 드라이버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손님에 이끌러 강원랜드에 들어서고, 그에게는 찬란한 막장 드라마가 시작된다.

10만 원이 360만 원이 되는 달콤한 기적을 맞본 한서는 결국 신체 일부를 팔아야 하는 극한 상황에 빠진다.


강원랜드로 들어가면 송장이 되어야 나온다는 그 말, 틀린 말이 아니라고 했다.

어떤 중독보다 강하고 절대 끊을 수 없는 것이 도박이란다.


도박의 재료는 희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판에 모든 돈을 만회할 수 있을 거라는 그 희망 때문에 도박중독자들은 모든 것을 잃고도

영혼까지 카지노에 저당잡히고 만다.


이야기의 흐름이 매우 빠르다. 한서는 그를 지옥으로 빠지게 만든 다영이를 만나려 하는데

도박쟁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다영은 도박중독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였다.

그날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택시를 탔던 다영은 원인 제공을 한 한서의 몰락에 죄책감을 느끼고 태삼에게 도움을 청한다.


태삼을 통해 '이기는 도박'을 배우고 도박 중독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한서.

도박이 재미있으면 중독이 되고, 재미없으면 끝나는 거라는 그 말


(구슬맞추기 게임이 재미없다고 생각한 순간 나도 깔끔하게 앱을 지울 수 있었는데)


도박이 재미없어지는 방법이 질리도록 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정말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도박으로 이기는 방법을 배우고 더 큰돈을 벌기 위해 시드머니를 마련하려는 그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시드머니를 마련하게 된다.


그 후 우연히 빌라 투자에 성공하기까지.....



영화 타자를 보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도박을 통해 복수하는 스토리라는 점과 주인공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까지 꼭 닮았다.


만약 한서가 한탕을 멋지게 성공하고 이야기가 끝났으면, 영화 타자라고 생각하고 마무리했겠지만


회계사로 변한 한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한서,

 저평가된 아파트를 10채를 구입하는 한서라니

이거? 갑자기 tvn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 같기도 하다.


재테크로 성공하나 싶다가, 마카오로 날아가는 한서..........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갑자기 있는 곳이 서울에서 마카오로 순간이동하니까.



한서의 마지막은 우연히 알게 된 문신이와 창업이다.

드라마 스타트업 요약본 같은 이야기.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와 한서의 만남

그 들의 만들어낸 세븐스플릿에 투자자의 갈등까지

책 한 권에 한 편의 영화와두 두편의 드라마가 동시에 있으니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소설책을 쓰는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 저자였다니,

책에서 만난 작가와 이번 소설로 만난 사람이 동일인물일까 할 정도였다

투자 전문가가 쓴 소설이라니 신박하다고 해야 할까?

이 소설은 저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노하우를 녹아내는데 목적이 있는 글이다.

본인의 경험한 도박의 기억, 부동산으로 자산을 만들고, 주식, 달러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결국에는 경제적 자유를 이룬 스토리를 한서에 투영하여 그려내고 있다.

 

경고! 이 책은 분명 소설이다.

강원랜드에서 우리가 도박으로 돈을 딸 확률은 제로이다.

만약 소설을 읽고 도박 공부를 미치도록 해서 강원랜드에서 돈을 벌었다면 당신은 진정한 천재이거나, 신이다!

만약 멘사 만점자가 아니고 신도 아니라면 절대 도박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말길.

도박할 돈이 있으면 비싼 한우 투뿔 일등급 먹는 게 훨씬 남는 장사이다.

 

권선징악, 인과응보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벌을 받고 착한 주인공은 상을 받는 이야기.

 

투자의 신은 신(믿을 신, 매울 신, 귀신 신)등 다양한 의미를 표현한 제목이라고 한다.

투자의 매운 경험 때문에 투자 자체를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투자를 믿을 만한 수단으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투자의 신


투자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투자를 통해 부를 창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한서'

신체를 도려내는 고통을 이겨내고 도박으로 돈을 벌고, 투자로 부자가 되는 인생 역경 스토리!


만약 투자가 어떤 것인지 정말로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소설을 통해 가볍게 이해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마지막으로 다시 경고하지만,

절대 도박하지 마세요. 그냥 한우 사 먹고 주식 사세요!!

존리님이 지금 주식 사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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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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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소설가들 중에 일본 작가들이 많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오쿠다 히데오, 무레 요코

에쿠니 가오리, 다지이 오사무, 나스메 소세키 등 사람 이름 잘 못 외우데 일본 소설가 이름은 곧잘 외우고

신작이 나올 때마다 먼저 찾아 읽었다.

각 작가마다 장르도 문체도 이야기 흐름도 많이 다르지만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 무레 요코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 소설이 되어 내 머리 안에 잔잔한 그림을

그려 낼 때가 많았다.

사진첩을 보니 2018년 겨울 도쿄에서 찍은 사진들이 보였다. 꽤 추워진 날씨에 도쿄를 걸었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에 묵고, 지하철 요금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 걸어 다니며 온전히 느꼈던 도쿄의

거리와 사람들.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소설에 나온 오래되었지만 잘 가꾸어진 일본 호텔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묶은 저렴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가꾸며 돌보는 그런 곳

돌멩이 하나도 애정을 주고 매일 가꾸면 빛이 나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오잔호텔'의

색깔은 얼마나 따뜻할까? 그 안에서 즐기는 애프터눈티에서는 어떤 위로를 맏을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소설에서 주인공의 갈등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오후 3시, 오 잔 호텔로 오세요'에서의 갈등은 다른 소설처럼

극 박하거나 막장이거나 혹은 범죄는 아니지만 주인공에겐 넘어야 할 큰 산이었고 우리 모두 흔하게 겪는

일에서 시작한다.

정말로 오잔호텔에 취업을 하고 싶어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취업 뽀개기를 성공한 스즈네, 그럼에도 가고 싶은

애프터눈 티가 아닌 팀에서 일을 하다 임신을 한 선배가 자리를 비운 덕분에 꿈에 그리던 팀으로 이동하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맡았다는 기쁨과 성과를 내고 싶다는 욕심에 의한 노력은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왜 그러는지 몰라도 이상하게 욕심을 내더라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p27

 

스즈네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저주의 문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를

소심하고 주늑들게 만든다. 그래, 그런 경험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누구는 한두 번, 어떤 사람은 평생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응원하기보다 뒤에서 비난하고 헐뜯는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모두 다 알고 있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그런 사람들 비난하며 험담하는 것은

얼마나 쉽고 재미있는가?

예전 인터넷에 돌던 '쾌락'지수에 관한 조사에서 험담이 꽤 높은 점수라는 것에 놀란 적이 있다.

담배, 도박, 마약 만큼 끊기 힘든 게 뒷담회라고 말하던 회사의 누군가 생각난다.

스즈네를 중심으로 애프터눈 티에 근무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이야기는 다들 자신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숨긴 채 묵묵하게 살아간다.

영어 난독증이라는 콤플렉스를 숨기고 파티 시 에로 살아가는 다쓰야, 그레이존에 있다는 주문은 종종

그의 실력과 무관하게 그를 무능력하게 만들고 만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뛰어난 언어 능력과 접객 능력을 가진 스이린, 중국이란 유리장벽으로 정규직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이직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한다. 비록 좋지 않은 꼼수를 썼더라도.

고전 과자를 만들었던 제법 진지했던 히데오의 과거나 파티족으로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루디까지

각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한 편이 짧은 드라마처럼 속이 옹골지게 꽉 차있다.

그중 가오리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었다. 얼마 전 나도 겪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능력 있고 인정받는 멋진 선배였던 가오리, 스즈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육아로 인해 다른 사람이 된 모습은 일 년 전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로 산후 도우미도 쓰지 못한 채 아이와 둘이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던 매일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절망은 차올라 아픈 젖가슴 보다 더욱 힘들었었다.

이미 지나친 과거이지만, 가오리가 마치 나인 것 같아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어졌다.


 

이야기를 전반에 걸친 애프터눈 티에 대한 역사, 구성, 먹는 방법까지 한 편의 애프터눈 가이드

다큐멘터리 같기도 한 이야기는 우리가 왜 애프터눈 티를 찾는가?에 대한 다양한 답을 보여준다.

자신은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면 밖에 보지 못한다 스이린이 본심을 숨김없이 털어놓았을 때부터 계속 그런 생각이 시달렸다

그러나 자신에게 유리한 면을 보는 것과 사물에 아름다운 면을 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

가오리가 자신에게 좋은 선배고 스이린이 든든한 동료였던 것 또한 틀림없이 진실이다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p27

스즈네가 성장이 돋보이는 이야기는 유리한 면을 보는 습관을 아름다운 면을 보는 것으로 치환하며

멋지게 마무리된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그녀가 기특했다.

어쩌면 우리는 솔직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옆에 있는 것을 두려워하여 폄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올곧은 행동과 태도가, 바른 선택들이 나를 더욱 초라하게 하거나 비참하게 만들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즐겁게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교코와 그를 비웃으며 공격하는 여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아, 그렇구나 자신은 불행한데 누군가 그 불행을 탈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꼽구나 하는 인간의 단면을

보게 되었다.


 

과거 전쟁고아에서 범죄자로 이후에는 작은 공장을 꾸리는 평범한 할아버지로 늙어가는 시게루에게

과자는 "상" 이다. 그가 범죄자의 삶에서 평범한 세상으로 건너 올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준 달콤한.

그 달콤함은 그에게 어떠한 보상보다 귀하고 값진 것이었다.

그러한 경험은 스즈네를 애프터눈 티에 빠지게 하는 유년 시절의 바탕이 된다

과자는 상

과자가 상이라는 두 단어가 소설 전체를 말해준다고 생각이 들었다.

각자는 이야기를 거쳐 자신의 찾는 것들을 깨닫게 되고, 트라우마를 인정하며

과거 잊었던 가족들과 재회를 한다.

말끔하게 정리되는 이야기의 끝은 결국 해피엔딩이다.

좋다, 해피엔딩이라니! 따뜻한 오후 3시 아름다운 오잔호텔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 해피엔딩이 어울 릴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과자는 결코 필요불가결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즐겁고 아름답다.

앞으로도 향기로운 차와 보석 같은 과자를 즐기는

애프터눈 티의 시간은 힘겨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에 색채를 더해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겉모양이 예쁜 가토나 귀여운 프티 푸르의 단맛을 돋보이게 하려면 짜디짠 소금 약간이나 씁쓸한 술이 소량 필요하다니,

세상은 이 얼마나 만만치 않단 말인가.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p330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삶을 위해, 내 시간을 조금 비워두어야겠다.

사랑하는 가족, 그리운 친구 아니면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하는 나를 위해

조만간 비싸도 좋으니 애프터눈 티를 온전히 즐기는 시간을 예약해야지.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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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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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그린란드를 살아가는 철학자 이야기

덴마크 베스트셀러, 안데르센의 후예 요른 릴의 소설이라는 설명에 먼저 읽어 보고 싶었던 책

최근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소설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무척이나 좋았다.

아마도 살면서 가지 않을 것이고,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글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소설이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신나게 개 썰매를 타고 돌아다닌다.

아, 그리고 밸프레드는 여전히 검은 팬티를 갈아 입지 않고 있다.


#북극에 모여둔 사냥꾼의 이야기

문명과 단절된 공간 북극. 전화기도 없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만나야 하는 친구는 개 썰매를 타고 며칠을 가야 한다.

겨울이면 해가 뜨지 않은 긴 밤이 시작되고, 또 백야를 견뎌야 하는 혹독한 환경

눈보라와 추위는 일상이라 아무렇지도 않다.

편리한 도시 생활에 익숙한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과 공간들을 맞닥뜨린다.

긴 밤이 싫어 결국 팬티만 입고 뛰기 위해 뛰쳐나간 안톤,

긴 겨울을 이기는 방법으로 잠을 자는 것을 선택한 밸프레드

알렉산드레라는 수탉을 친구로 삼고 키운 헤르베르트

등 뒤에 용 문신을 새긴 비요크켄

사냥꾼의 몸에 멋진 문신을 새기고 가죽을 잔뜩 얻어낸 미스터 요엔손

전쟁놀이를 하다 허리에 개 줄을 묶고 틈에 빠진 한센 중위

그리고

죽은 친구의 시체를 의자에 앉히고 밤새 장례식을 즐기는 모두들!

각 일화들은 유쾌하고 다소 엉뚱하며 자유로운 그들을 삶을 온전하게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다.

 

닭과 돼지를 친구로 삼아 외로운 겨울을 이겨내는 일화

상상 속 여자와 바람이 나서 자신의 새 총을 결국 넘겨주고 마는 바보 같은 행동

친구의 고독을 달래주기 위해 며칠 밤을 감금당해 듣는 괴로움을 견디는 사냥꾼까지

모든 일화가 재미있어서 읽은 내내 키득키득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 북유럽 유머가 재미없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유머 코드를 내가 가지고 있다니! 분하지만, 내 유머가 이쪽 동네에 어울린가 보다.

 

았던 종기가 이제야 터진 것 같거든. 몇 년간 갈비뼈 밑에 넣고 살던 걸

싹 쓸어내려면 무엇보다 많은 귀가 필요할 거야

북극허풍담, 순방, P62

쌓아놓았던 말들을 모두 쏟아내는 로이비크는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의 귀를 찾았으나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헤르베르트의 허탈한 모습이 자꾸 그려진다.

그의 귀에 피난 거 아닌가 모르겠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써온 역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백을 메우는 일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을 거야.

수다를 떠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도 알게 될 테고, 배울 게 하나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겠지.

그때는 북극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거야.”

북극허풍담, 역삭 속으로 들어가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진짜 역사라는 것,

과거의 조상들이 살았던 그대로 자연에 순응하여

가장 자연과 닮음 모습으로 걸어가는 것이 역사라는 것.

 

식사 당번이 돌아오자 죽은 친구, 친구의 죽음에 화가 난 로이비크

로이비크는 그럼에도 얄의 입에 파이프(담배)를 묶어 주고 썰매에 매달아

친구들에게 마지막 만남을 기회를 준다.

사람들에게 얄의 죽음을 전하며 장례식을 함께 준비하자고!

각자는 장례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내 놓고

죽은 얄과 함께 장례식을 한다.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지만,

원래 상상의 범위란 내가 겪은 경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법이다.

그린란드, 북극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장례식과 이별의 방법이 있겠지.



죽음과 고독에 대한 글

북극 허풍담 1은 결국 북극에서 샤낭을 하며 살아가는 사냥꾼들의

지독한 고독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가 들지 않는 겨울, 사냥도 쉽지 않은 긴 시간을 견디기 위해

거짓 애인과 사랑에 빠지고, 바람을 가르며 뜀박질에 매달리며

닭과 돼지를 사람처럼 키우는 사냥꾼들이 어떻게 고독을 이겨내는지

그려내고 있다.

시종일관 가볍고, 통통 튀는 단어들도.

어디 하나 슬픔에 빠지지 않게 단단하게 유머라는 밧줄로

글을 엮어내고 있다.

죽음조차도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

긴 겨울 혹독한 추위 죽음이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자살률 1위의 나라, 그린란드

예전 다큐멘터리에서 그린란드의 자살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씁쓸하지만, 해가지지 않는 백야 알코올중독 가난이 이유라고 했다.

책 속에 종종 드러나는 자살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볍게 느껴 지 않는 것은

진짜로 그 들의 삶 속에 죽음이 너무 가깝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소개 중에 1편을 읽고 나면

나머지 3권 모두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문장이 있다.

맞다. 정확히 예측했다.

1편을 보고 나처럼 낄낄 웃었던 사람들이라면

다음 편도 곧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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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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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그 재미없는 유럽의 유머 코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번 분했지만 분명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깔깔거렸다. 화성도 가고 로봇이 바둑도 두고, 하루 반나절이면 지구 반 바퀴도 돌 수 있는 요즘 북극에서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그 들의 삶이 정말로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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