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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시 향 - 밤새 서성이는 너의 잠 곁에
나태주.한서형 지음 / 존경과행복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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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시집은 시대를 반영하고, 어떤 시집은 사랑을 노래하며, 또 다른 것은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살면서 시 하나 마음속에 품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우울할 때마다 힘들 때마다 꺼내 읊조릴 수 있는 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교과서에 나오는 시 한두 개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시입니다. 술집 벽 면에 쓰여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은 시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글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쓰는 시, 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주는 시, 그리고 힘들 때 따뜻한 위로가 되는 시입니다. 이번에는 한서형 향기 작가와 함께, 시집 전체에 향기 은은하게 퍼지는 책을 함께 했습니다. 겨울과 어울리는 향과 언어들로 참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습니다.


 

 

몇 년 만인지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아침에 문을 살짝 열어보니 온 거리가 하얗게 물들었습니다.

산타클로스는 믿지 않지만 괜히 설레는 마음입니다.

멋진 풍경과는 반대로 길이 미끄러우니 오늘은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장난감 놀이를 하며, 저는 맛있는 라떼와 향기로운 시집과 평화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냅니다.


겨울 시집, 잠시 쉼


인생은 잠시 행복한 것이라고,

그게 착각이라도 믿고 사는 마음이 참 귀합니다

지금 행복한가 묻습니다.

머뭇했던 얼마 전과 다르게 바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감사하게 행복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잠이 책이 되고/책이 내가 된다/드디어

나는 책 속으로 들어가/책 속의 길을 걷는다

우거진 나무 수풀이다/수풀을 따라 길이 나 있다/길 위에 별들도 떴다.

---「독서」중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속에 들어가면 작가가 만든 거대한 숲과 마주합니다.

그 숲에 무엇이 있을지, 끝에 다다르면 마침내 무엇인가

나를 기다릴지 모를입니다.

그 모를 일을 기다리며,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하나님,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박힙니다.

가지지 못한 것들을 열망하며

가진 것들을 보지 못하는 요즘입니다.


 

숙면이 도움이 주는 향이 나는 책

책에서 정말로 잠시 긴장감을 풀어주는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잠 시 향

잠시, 향을 맡으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잠자리에서 읽으면 좋은 시들이 가득한 책

아무 페이지를 읽어도 휴식의 시간을 선물해 줄 수 있는

나태주 시인과 한서형 향기작가의

신작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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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알베르 카뮈 소설 전집 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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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이제서야 만났을까요? 한 장 넘기기가 무거웠던 책이라서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얇은 책은 꽤 짧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현재의 제 모습을 반성하게 하였습니다. 주인공의 독백이, 제 목구멍에 걸려있는 가시와 닮아 흠칫 놀라며 읽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디인가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하고 살아갑니다. 착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폭력적인 속 마음을 감추기도 하고, 거친 언행 속에서 약한 마음을 숨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던 주인공은 스스로 왜 전락을 했을까요? 이 책을 보며, 우리나라 유명했던 소설 이상의 날개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현실에 벗어나기 위해 뛰어내렸지만 실패한 주인공의 무기력한 모습이 가장 정상에서 절망으로 들어간 주인공과 닮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한편에 멀뚱하게 서 있는 저도 있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부조리한 현실, 잘못된 신념과 갈등, 세대 간 다툼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서 읽었습니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으면서도, 내가 그리 잘 아는 게 사는 거였는데 그걸 그만 한 부분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아요. 그래요, 지금 생각해 보면 바로 그때 모든 것이 시작한 것 같아요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재판관 겸 참회자”인 변호사 클라망스의 일련의 고백으로

이루어진 소설 전락은 카뮈 소설 중 자전적 요소가 진한 이야기입니다.

이방인으로 유명한 카뮈의 작품, 한 번쯤을 읽어보았겠지만 그 소설과 사뭇 색깔이 달라서

저는 읽는 내내 카뮈가 맞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전직 변호사였던 잘나가는 엘리트 클라망스는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에게

자신의 삶을 독백처럼 이끌어갑니다.

바에서 강에서 다리에서 쓸쓸하게 이어나가는 이야기는

한 사람이 어떻게 전락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 대상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어요




 

변호사 클라망스는 정말로 잘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관대하고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아끼며

주변인의 칭송 또한 몹시 사랑했습니다.

밖으로부터 오는 인정과 사랑이 그의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스스로 만든 높은 도덕의식

그 덧에 갇힌 클라망스는 어떻게 스스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을까요?


매일매일이 최후의 심판이니까요

그러니, 선생, 너무나도 간단한 이 발상이 가히 천재적이었다고 해야겠지요. 날이면 날마다, 전신이 마비된 채 옴짝 달싹 못하는 수인은 자기가 죄인이라는 것을 바로

시원하게 사진을 뻗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지요

어느 평범한 날 저녁, 다리에서 떨어지는 여자의 죽음을 묵인한 사건으로

스스로 죄인을 길을 걷기로 한 주인공

카뮈는 아마도 시대의 부조리 속에 기대어 살아가는 자신에게 죄를 내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지식인들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거리에 뛰어나가 변화시키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클라망스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많은 지식인들은 클라망스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깊은 죄의식은 있던 용기는 부족했던

혹은 미필적 고의로 죽음을 묵도해야 했던

주변의 불행한 사건을 무시해야 했던

우리 모두를 대변하고 있는 클라망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심판는 재판관 겸 심판인이 됩니다.

그의 재판의 유일한 죄인은 그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하게 만든 책

이 책은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첫 장부터 깨달았습니다.

아마 몇 년에 한 번씩 꺼내 읽어야 하는 책 목록에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카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고전 소설의 매력에 빠지고 싶은 분이시라면

꼭 한 번 정독을 하시길 추천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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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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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테트! 바스테트! 바스테트!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고양이, 용맹하며 지혜롭고 멋진 고양이

머리에 USB 단자를 인식하고 인간과 소통이 가능해지며 문명의 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게 된 고양이

멍청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싸우는 인간을 대신해 멸망을 막기 위한

바스테트의 영웅기는 흥미진진하다.

본래 『고양이』에서 출발한 이야기인 행성은 『고양이』에서 시작해 『문명』으로 이어진 모험이 이 책을 통해 대단원을 맞는다. 그렇다고 전작을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각의 세계관이 연결되어 있지만 이번에 읽은 '행성' 자체만으로도 SF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베르베르, 그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개미를 시작으로 신, 고양이, 천사 같은 인간이 아닌 전혀 다른 존재의 세계관을 그려내는 작가의 상상력은

다른 작가와의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중 베르베르의 팬이 되게 한 책은 '천사들의 제국'이었는데 처음 그의 책을 읽고 나서

책이 나오기 무섭게 구입해 읽다가 최근에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어두워지는 세계관을 받아들이지 못해

최근에는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다시 만난 이번 책은 잊고 지냈던 그의 소설의 맛을 다시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저자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지구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책은 인간 간의 싸움으로 황폐해진 도시에 쥐들이 등장한다.

쥐들은 거대한 조직을 만들고 모든 종족들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그 중심에 있는 주인공 바스테트, 머리에 제3의 눈을 인식하고 인간의 지식을 갖고 있으며

소통이 가능해진 고양이는 프랑스에서 인간들을 이끌고 뉴욕으로 이주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개발한 쥐약이 뉴욕의 쥐를 몰아냈다는 뉴스에 대한 희망을 안고.

그러나 언제나 슬픈 예감을 틀리지 않는 법

뉴욕에 도착하기도 전에 뉴욕 쥐에 공격을 당한 바스테트는 가장 사랑하는 연인과 인간들을 잃고

겨우 뉴욕에 도착하게 된다.

 

통치자가 되려는 여왕 고양이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쥐를 제외한 모든 종의 해방과

행성의 미래를 위해 싸운다

책은 인간보다 지혜로운 바스테트가 어떻게 인류를 구하게 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과정이다.

한 마리의 위대한 고양이!

 

당신은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실수할 일도 없죠

당신만의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나요?

행성 1

자신 스스로 인간의 대표가 된 힐러리의 등장은 소설을 보는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전작의 소설과 연결되는 가문과 사람들의 등장은 저자의 팬들이 알 수 있는 소소한 발견이다.

프리덤타워,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높은 빌딩에 모여 102인의 부족들

그리고 103인 부족 대표가 되고 싶어 하는 바스테트의 계획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바스테트는 이토록 용맹할 수 없다.

적의 중심에 돌진하여 리더를 죽이려고 했고, 인질을 생포하였으며

적과의 협상을 통해 인간들을 구하기까지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용서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자만이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바스테트의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난다.

타무르의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 육체와 의식을 분리하는 과정

고양이 영혼이 둥둥 떠돌아다니며 우주와 하나가 되기 위한 장면을 그려본다.


 

 

그러면 왜 바스테트는 인간의 편을 드는 것일까?

왜 이 암고양이는 인간을 구원하고 지구 미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일까?

"무지한 인간에 대한 사랑"

그는 인간이 무지하기 때문에 존경한다고 했다.

자신의 무지함을 아는 유일한 종이기 때문에 존경하며 사랑한다는 바스테트의 이야기는

저자가 인간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폐허가 된 뉴욕을 지키기 위한 고양이의 영웅기를 꼬박 이틀에 걸쳐 읽었다.

역시 저자의 상상력을 받아들기 위해서는 나 또한 꽤 많은 상상력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고양이라는 진실!

그래 고양이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자 전사가 분명하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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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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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마라" 어머, 책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애쓰지 말라는 당부, 애쓰며 사는 삶이 당연하다는 암묵적 합의와 종용

그 속에서 버둥거리며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입니다.

우리는 코로나팬터믹이라는 상상도 못한 힘든 터널을 건너왔습니다. 아직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이젠 출구 끝에 다다른 것 같다는 안도감이 생깁니다.

시인은 힘든 시간을 지나, 다시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총 176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시는 하루에 대한 안녕에 대한 바람, 행복을 비는 간절함,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이

담겨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1부 '그래도 괜찮아'를 통해 오늘에 대한 감사한 마음에 대해 노래합니다. 2부 '너무 애쓰지 마라'라는 인생의 고달픈 여정에 힘이 되는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3부 '지금도 좋아'라는 시인이 만난 이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마지막으로 4부 '천천히 가자' 일상에 대한 성찰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는 그러지 마시길 바라요

자기 자신을 미워하더라도 끝까지 미워하지 마시길 바라요

실패한 당신을 위해, 나태주 시인

실패한 하루를 곱씹으며 결국에는 모든 탓을 자신으로 돌리고 괴로워하는 사람들

비난의 화살을 안으로 쏟아내는 것이 버릇이 된 우리들에게 시인은

끝까지 미워하지 말라고 위로해 줍니다.

세상일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것, 나의 탓이 아니라 원래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시인 당신은 알고 계실까요?


 

이번 시집에는 특히 코로나에 관한 시들이 많습니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짧은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발견하는 비범한 능력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코로나 시대에 모두가 미인이 되는 마법을 깨달아 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닐 작정입니다.


 

인생의 배움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간에 있거나 혹은 여행지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멀리멀리 돌아 돌아 배우는 것이 아닌 일상의 깨달음!

시인의 네팔 히말라야로 떠나는 동안 아버지가 그만 더 먼 곳으로 떠난 게 된 일

시 안에 담겨 있는 아득한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지도에도 없는 아주 먼 곳, 그리움이 거기까지 닿을 수 있을까요?

시를 보다 BTS에 대한 시와 이어령 교수님에 대한 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시인과 스쳐지났던 많은 인연들에 대한 시도 있습니다.

특히 이어령 교수님의 시에서 만난 "정말로 아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만이"라는 표현이

소크라테스의 가장 현명한 사람이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라는 철학과

닿아있었습니다.

시는 다가가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도 교과서에서 읽었던 시들은 내포한 의미부터 음률, 시적 표현, 시적 허용까지 외워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읽기 편한 시도 있습니다.

그중에 나태주 시인은 시를 접한 적이 없는 분들도 시에 대해 알아가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시인의 편지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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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이진 지음 / 해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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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것들 정확히 말해서 부여받은 것들이 있다.

성별, 부모, 피부색, 국가, 사는 지역 등. 선택권이 없이 출발하는 우리들은 주어진 것들에

순응하며 사는 법을 가장 많이 배운다.

"여자아이가 조신하지 못하게"

"여자애가 사방팔방 뛰어다니니?"

"여자애답게 집에서 인형놀이하고 놀아"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여자애답게" 기존 사회가 만들어낸 여자애라는 이미지는

전혀 여자애스럽지 않은 어린 나를 옭아매는 밧줄 노릇을 했다.

뛰어놀고 싶고, 칼로 싸우는 놀이가 더 재미있고,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싶은 아이에게

전혀 여자애답지 않아 걱정이라는 어른들의 말은

'내가 잘못되었나? 나는 잘못된 사람인가?'라는 부정적 스토리를 심어준다.

나중에는 정말로 여자애 다운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그렇지 못한 나와 비교하기도 한다.

여자답다. 남자답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미 남성성과 여성성을 부여받고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함을 요구받는다.

우는 남자애는 씩씩하지 않고, 활발한 여자애는 여자답지 않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수정 없이 계속 답습된다.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가끔 나도 모르고 딸아 아이에게 여자다움을 강조하는 말을

할 때면 흠칫 놀란다.



# 조금은 다른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 언노운 UNKONWN

수림문학상과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이진 작가는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으로 고민하는 주인공 ‘우현’이 온전한 자신을 알아가고,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을 발표하였다.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성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자도 남자도 아닌 제3의 성을 선택한 우현과 또래 문화에 섞이지 못해 아싸가 되어 어른들의 문화를 동경하여 쫓는 지예라는 두 아이의 이야기.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 애매한 나이에서 성장통을 겪어간다.

두 아이는 다르다. 우현은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거부한다. 트랜스젠더로서 여자를 선택한 것도 아닌 새로운

논바이러니. 아이돌과 남자 배우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이해 못 한 채 물 위에 떠있는 기름처럼 자신을 섞이지 못하는 존재라고 규정짓는 지예.

이 둘은 트위터라는 세계에서 진짜 자신을 인정해 주고 받아들여준다는 믿고 하루 종일 SNS 세계에 갇혀 지낸다.

바로 옆에 있는 오프라인 사람들과 소통이 아닌, 보이지 않는 익명의 존재와의 소통이 유일한 삶의 창구이자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인 아이들을 보며 현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잔인하고 아이들은 SNS라는 세계를 더욱 간절하게 받아들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민찌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우현, 자신의 성소수자임을 인터넷에서는 이야기하고 성소수자의 트윗을 옹호하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음에 안도한다. 사소한 질문들을 익명에게 묻고 선택에 안심하는 모습,

타인의 시선과 낯선 평가에 점점 익숙해지고 당연해지는 문화가 무서워졌다.

지정성별 남성 청소년, 고등학교 1학년 키 174.5CM, 몸무게 61kg라는 정보들은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우현에게 진짜 자신은 어떠한 존재일까?

예전 태국에 살면서 다양한 젠더들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한국에 살았을 때는 남자, 여자 외에는 그 많은 젠더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트렌스젠더, 바이, 게이 그 밖에 자신을 남성과 여성이 아닌 새로운 성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왜 우리는 두 가지성으로 사람을 구별하며 그 밖의 것들을 차별하는지 고민도 해봤었다.

종교적 이유? 정치적 이념?

태초에 신이 인간을 아담과 하와로 만들어서? 아니면 여자 남자로 나뉘어 관리해야 편하니까?

아주 옛날부터 그렇게 정해진 자연의 순리니까 따라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종교일 수도, 순리일 수도 아니면 더 많은 이유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들이 소리 내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진지하게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소수에 대한 권리는 다수에 의해 쉽게 무너지지만, 늘 세상을 변화시킨 건 그 소수의 작은 목소리들이었다.


지예는 친구들을 앵무새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대화를 지저귐이라 한다.

또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지예를 보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그래서 자신이 어리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예가 그렇게 된 것은 부모와의 갈등 때문이었을 것이라.

화목하지 않는 가정, 엄마와의 갈등. 그 속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이 스스로 어른이 되어 그곳에서 나아가려 한다.

그럼에도 지예는 아직 아이이다. 어른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

어리숙하며, 자신을 돌와달라고 늘 소리치고 있다.

트위터에서 온갖 전시회를 다니며 자신을 다르다고, 예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라며 표현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어린 자신을 봐달라는 처절한 신호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영주, 우현의 엄마인지 경력 단절 여성.

그녀는 전업주부의 삶에서 다시 사회로 복귀하고 위해 애를 쓴다. 그녀가 선택한 천 원 숍 비정규직 자리.

나이 오십을 바로 보는 그녀에겐 고된 노동의 자리도 감사하다.

그녀 또한 새로운 사회로 나와 그곳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성장 중인 어른이었다.


우현은 자신을 비상 정적인 개체, 혼자서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그 펭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북쪽을 향해 이동을 할 때 다시 남쪽으로 되돌아가는 외로운 펭귄 한 마리.

얼어 죽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더욱 빠르게 뛰어가는 펭귄의 삶은

우현이 선택한 새로운 젠더의 삶의 모습을 예상하듯 안쓰럽다.

아이들에게 오프라인도 온라인도 안전한 곳은 없다.

우현은 트위터에서 익명의 계정에게 끔찍한 테러를 당하고, 자신의 삶 자체를 부정하기 이른다.

지예 또한 평소 존경하던 트위터 우상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겪고 회복할 수 없는 사처를입니다.

어른들은 왜 그렇게 아이들에게 잔인할까.

소설 속에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자신을 이상향이었던 어른들에게 실망한다.

그 실망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딜 때마 겪어야 하는 허들이다.

두 명의 아싸.

자신의 성체성을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는 아이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

아직도 아이는 두 명을 온전히 보살펴주고 올바른 길로 안내할 어른의 부재는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그 세계를 독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고

그려낼 수 있는 것인가를 숙제로 시작한다.

마치 옆집에 있는 이야기처럼 혹은 내가 겪었던 과거처럼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며

그 이야기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다.

이번 소설은 한 번쯤은 인생에 아싸의 경험이 있던 우리들에게, 아팠던 기억 하나를 끄집어 내어

밖으로 나와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그냥 우현이가 살기에 안전한 세상

다시 학교로 돌아가 그 시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지예의 세상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어른들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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