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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는 광대다 - 얼음 같은 세상, 마음을 녹이는 현장예술가 최병수
박기범 외 지음, 노순택 외 사진 / 현실문화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그동안 현장을 돌아 다니며 작업한 것들을 작품집으로 만들자는 주의 분들의 권유를 핑계 삼아 현장미술 이십 년을 정리해볼 겸 해서 작품집을 세사에 내놓게 되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작품집이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보는, 그러면서 우리들이 함께 사는 세상을 고민하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제대로 사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아주 작은 길잡이라도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본문 17쪽, '책을 펴내며' 중에서
그의 말대로 지난 20년의 현장미술을 정리한 작품집이다.
<목수, 화가에게 말걸다>(http://blog.naver.com/jinirock78/50780312)를 읽고 그의 생과 호라동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그리고 중간 중간 책에 삽입된 그의 작품들이 너무 좋아서, 인터넷에서 작품 검색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었다. 외국에 사는 관계로 지난 여름에야 책을 손에 넣었고, 지금에야 읽고 말았지만.
이 작품집은 작품만 나열한 게 아니라, 그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사건을 함께 풀어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따 온 신문 기사와 여러 사람이 '증언'하는 최병수의 삶과 작품들. <목수, 화가에게 말걸다>에서 발췌 인용한 문구들이 작품의 의미를 증폭하고 있다.
사실 최병수의 작품은 작품만으로 그 작품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작품은 '맥락' 안에서 소통되어야 하는 '현장미술'이자, '미술운동'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위한 예술' 따위의 배부른 소리는 할 수 없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애초에 '해석'될 필요가 없다. 그의 작품을 통해 '현실'을 읽고 해석해야지, '현실'을 통해 그의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게 아니다. 최병수 작품의 메시지는 언제나 쉽고 명료하다. 오히려 어렵고 복잡한 것은 그가 싸우는, 우리가 함께 싸워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이다.
작품집은 시간의 역순(?)으로 구성되었다. 최병수의 가장 최근 활동과 작품인 '얼음팽귄조각'에서 시작해 80년대 '걸개 그림'으로 회기한다. 자신이 태어난 강가로 힘차게 역류하여 생을 마감하는 '연어(최병수의 작품 주제이기도 한)'처럼 '환경 현장 미술가'라는 현재 타이틀에서 공권력에 의해 목수가 얼렁뚱땅 '화가'가 되는 사건까지 최병수의 작품과 삶이 역동적으로 재구성되었다.
그래서 이미 '다 아는' 이야기와 작품을 보는 나도 재밌게 흥미롭게 빠져들 수가 있었고, 최병수를 처음 만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최병수란 현장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앞서 인용한 최병수의 바람처럼 '함께 사는 세상을 고민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집이다.
"나의 작품이 그저 전시장에만 내걸렸다면,
내 작업이 작업실에서만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그건 죽어 있는 것을 그린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내가 현장에 달려가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그 현장에서 내 작품이 생명을 얻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그림으로 민중과 만나고 소통한다.
독재정권에 항의하는 학생, 자본의 불합리와 싸우는 노동자,
농토를 빼앗기고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농민과 어민,
나는 나의 그림을 그들과 함께 나눈다.
그들의 고통을 눈으로 확인할 때마다
내가 가진 작은 재주로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따뜻한 희망 세상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면서
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본문 11쪽
2008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