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다 아시지만 제겐 한국나이 6살 된 딸과 4살 된 아들이 있습니다.

여태까지 키우면서 보니 어쩜 그리도 다른지, 딸은 정말 거의 범생이입니다. 착한 신랑의 성격을 닮아서 유순하고 불같은 성격을 가진 엄마밑에서 태어난 탓에 엄마 눈치도 잘 보고 알아서 기고 있지요. 밥도 좀 늦게 먹으면 바로 화내는 엄마를 가져서 밥 먹을때 딴 짓 않고 잘 먹고, 아파도 이도 잘 닦고 -아이들은 이닦기를 싫어하잖아요- 하라는 대로 잘 하는 편입니다. 지금뿐만 아니라 어릴때도 어찌나 순했는지, 그 땐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우리 딸 얘기를 하니 다들 그렇게 순한 애가 있냐며 놀랐습니다. 우선 밤에 자면 거의 깨지 않고 잘 잤고, 깨도 젖 물리면 바로 잤습니다. 낮잠도 기본 2시간에서 4시간까지도 잤고, 별로 보채지도 않고 혼자서 잘 뒹굴거리며 놀아 한번도 업어준 적도 없습니다. 그게 순한 애인지도 모르고 저는 어렸을 때 딸이 유모차 타기를 싫어한 것을 가지고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모른답니다..

아들? 말도 마세요. 백일이 되면서부터 약간의 아토피증세가 나타나더니 그때부터 새벽에 하루에도 기본 3번은 깨는 겁니다. 딸과 마찬가지로 아들도 모유를 먹였는데 딸과는 달리 자다 깨서 젖을 물리면 다시 먹다 자기는 커녕 두 발을 힘껏 차면서 울어대는 통에 그때마다 업어야했습니다.  10나 되어서 자서 겨우 아침 7시에 일어나는데 그 사이에 3번을 깬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한 1시쯤 깨고, 3시쯤 깨고 5시쯤 깨는 겁니다. 업으면 다냐고요? 천만의 말씀!!! 집에서 업고 있으면 다리를 역시 힘껏 차면서 보챕니다. 나가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여름이고, 한겨울이고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자다 깨서 바로 업고는 그 위에 망토같은 것을 둘둘 동여매고 말이지요. 나가서 30분여 걸어다니면 다시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면 집에 와서 내려놓고 자다가 또 깨면 또 나가서 돌아다니기를 하루에 3번씩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낮잠은 잘 잤냐고요? 천만의 말씀! 이런 애가 낮이라고 잘 잘리가 있습니까? 겨우 1~2시간 자지요. 밤에도 그렇게 깨면서 잘 안 자놓고.

그럼 잠 트러블만 있냐고요? 역시 속 편한 소리. 크면서 무슨 고집은 그리 센지, 도대체가 제 고집대로 안되면 바로 발 구르고 난리가 나는 겁니다. 이 고집불통 때문에 식당에서도 시끄럽다고 쫓겨나고, 심지어 미국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승무원이 뒷자리에 가 있으라고 제 좌석에서 쫓아(?)내더군요. 여기 와서 미술수업을 하나 듣고 있는데 거기서도 풀이나 그런 것의 사용이 제 뜻대로 안되면 바로 찡얼거리며 화내고 고집을 피워서 제가 밖으로 데려가기 일수입니다. 집에서는 어떠냐고요? 뺀질거리면서 밥을 안씹고 우물대며 한시간이나 걸려 먹고, 이빨을 안 닦으려고 도망다니고 도대체 그 기행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고집 피우는 것이야 솔직히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고집은 좀 있으니까요. 하나 그 뺀질거림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네요. 얼굴에 착함이라고 써 있는 신랑과는 전혀 멀고 먼 얘기이고, 저도 부모나 선생 말에 바로 순종하는 권위복종형의 인간인데 말예요. 그러니 매일 큰 소리가 나고 화를 내게 되고 저도 결국은 울게 되고 이렇게 언해피엔딩으로 끝나고야 만답니다. 그러나 그 기억이 도시 안중에 없는듯 바로 다시 뺀질 모드로 돌아가는데는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들겠습니다. 제 신랑은 얘를 정치인을 시켜야 한다고 매일 그럽니다. 제가 봐도 정말 딱입니다. 변덕도 죽끓듯 해서 먹는다고 했다가 안 먹는다고 하고, 다시 먹는다고 하며 제 약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말입니다. 특별한 태교를 한 것도 없지만 이렇게 뺀질거리는 애가 나올만큼 잘 못한 것도 없는데 말예요. 상품이라야 반품을 하든, 리콜을 하든 하지요.

다들 아들 키우기가 딸 키우기보다 훨씬 힘들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뭔가요? 아들들은 이렇게 다들 엄마 말을 잘 안듣는 존재인가요? 누구는 또 그러더라고요. 5살만 넘으면 의젓하고 점잖아지니 좀 참고 기다리라고. 그러나 뺀질거림은 더해진다고. 정말인가요? 종족의 문제인가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일반화시키면 안되는 제 아들만의 문제인가요? 아들 좋아하는 사람은 왜 아들을 좋아한답니까? 아들때문에 안그래도 성질 더러운 제 성질이 더 더러워지고 있습니다. 저란 인간이 성찰이 안되는 인간이라 수양이 되는 대신 더 나쁜 성질만 갖게 되네요. 아, 알겠습니다. 모든건 수양이 모자란 제 탓인가 보네요. 여하튼 엄마 노릇은 정말 힘듭니다. 남들에겐 모르겠지만 제게는 정말이지 눈물나게 힘든 일입니다. 다 덮어버리고 앙앙 아기처럼 울고만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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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4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리 2007-05-0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우준이가 이 글보면 말 잘 들을거야! ㅋㅋ

미즈행복 2007-05-09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닉네임을 보니 누군지 모르겠네. 누군지 알려주세요. 언닌가? 글쎄, 그런 날이 올까?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서 자꾸 누나는 어쩌고 하는 식으로 비교의 말이 나오곤 하고, 매일 혼나도 캔디처럼 씩씩하고 꿋꿋하게 뺀질거리는걸! 하긴 그런 캔디근성이라도 없으면 매일같이 계속되는 나의 구박에도 저렇게 의연하게 뺀질댈 수는 없겠지. 이 글을 보고 말을 잘 듣는 대신 어려서부터 엄마는 누나랑 나를 차별했군 하면서 반항하려나? 차별은 아니고 그저 좀 힘들다는건데, 쩝~ 그리고 제 누나는 27개월에는 기저귀를 완전히 뗐는데 아직 29개월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도 못 떼고 있어. 말 하자면 하나 둘이 아니라 입만 아프지 뭐.
 

신랑 친구 부인이 어버이날 선물을 산다고 해서 뭘 사냐고 했더니 아울렛 매장에서 옷도 사고 신발도 산

니다. 크기를 잘 모르지 않냐고 했더니 슬리퍼나 샌들은 조금 치수에 차이가 나도 상관없고, 또 미소니나

센존 -아시나요?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꿈의 상표- 옷은 어차피 고무줄 치마, 바지여서 사이즈가 조금 틀

려도 상관없다며 아울렛 매장에서 사면 한 벌은 없어도 치마나 자켓등 단품으로는 살 수 있어서 그런걸

사서 보낸다고 합니다. -참고로 센존은 한국서는 한 벌에 거의 300만원 정도이고, 미국에서는 거의 200만

원에 육박한답니다. 그런데 아울렛 매장에서 한 벌이 아니고 자켓이나 치마 혹은 바지만 따로 돌아다니는

옷들은 10만원정도면 산다고 합니다. 정가에 비하면 완전 껌깞 된 것 아닙니까? 근데 제가 보니 솔직히

그렇게 보여서 그런지 좀 별로더군요. 너무 오래 된 것 같기도 하고. 하긴 값을 보면. 원래 옷들이 매장에

서 신상품으로 잘 걸려있어야 좋아보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게 사이즈에 관련된 상품은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서 별로라고 했더니 이베이에서 지갑 같은것

을 이월상품을 싸게 판다고 그것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어버이날이 얼마 남지 않은고로 백화

점에서 사기 보다 한번 싸게 사볼까 생각하고 이베이에 들어갔지요. 근데 우리나라 옥션은 새 물건이 많

잖아요? 근데 이베이는 중고가 많더라고요. 같은 경매싸이트인데 말예요. 그래서 검색 조건에 선물용을

달아 지갑으로 검색했는데 글쎄 또 한국여자들이 엄청 좋아하는 루이비통 지갑과 가방이 나와있는 것입

니다. 그것도 경매 마감시간이 12시간 정도 남았는데 겨우 지갑은 16불, 가방은 30불에 경매되어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게 왠 떡이지 하며 경매를 신청했지요. -평소라면 그 비싼 상표를 어찌 어버이날

선물로 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신랑에게 호들갑을 떨며 경매 마감시간이 밤 11시 30분정도여서

만약 제가 그 전에 자면 꼭 11시에 깨우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오후에 다시 경매 들어가서 잘 보니 아까와는 달리 의심이 드는것이예요. 다른 상표들을 보니 구찌

지갑 같은것은 내놓은 사람이  첫 가격을 150불정도로 제시했는데 제가 경매 신청한 루이비통 가방과 지

갑은 그런게 없는 것입니다. 수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다시 잘 문구를 봤더니 다른 소위 명품들은 이것

의 진위를 논하지 말라고, 보증한다고 나와있는데 제가 신청한 물건들은 진품이란 얘기는 없고 marked

이런 단어로 표현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제서야 아까의 흥분과는 달리 좀 수상하다고 여겨 신랑에게 다

시 진위가 의심된다고 말하고 애들을 돌보다가 잤습니다.

 

11시가 되어 신랑이 깨워 일어났더니 신랑의 첫마디 - 그거 가짜야!-

 

어떻게 알았어? 저도 의심은 했으나 심증만 있어서 긴가민가 했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너무 싸다니 좀

이상하죠? 신랑이 말하기를 제가 안 본 단락 중에 -설명 단락중 빠뜨린게 있었나봐요. 안빠뜨렸어도 영어

실력이 딸려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몰랐겠죠- inspired 라는 단어가 있답니다. 한마디로 영감을 받아 만든

가짜라는 것이지요.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빨리 저 아닌 다른 사람이 이것을 경매신청했는지 살펴

봤더니 글쎄 다행히도 가방은 누군가가 50불에 신청했고, 불행히도 지갑은 제가 20불에 경매신청해 놓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 비싼 상표를 어찌 이런 껌값에 내 놓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미쳤

지, 그걸 조금이나마 진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니 말예요. 사기 당하는 사람은 그럴 기질이 있어서 -

공것을 바래서- 사기당한다는 말이 제게 적용될 줄이야!!!

 

그래도 가방은 다른 사람이 신청해서 제 돈이 굳었으니 피해액이 20불임에 만족해야 하나요? 여기는 한

국과는 달리 물건 사면 배송비가 엄청난데 -세일한대서 딸 수영샌들 하나 샀더니 샌들 10불에 배송비가

4.5불이더군요. 많이 산다고 배송 무료인 것도 아닙니다. 그런 싸이트도 있고 아닌데가 더 많아요. 애들

부피 큰 리틀 타익스 장난감은 가격 200불에 배송비 100불 이런것도 있어요. 그리고 한 매장에서 두개

사면 당연 배송비는 한번만 받아야지 않습니까? 근데 아니예요. 물건 갯수대로 배송비를 받아요. 웃기죠?

아닌 싸이트도 있겠지만요- 이 짝퉁 지갑은 배송비도 없네요.

 

이 짝퉁 지갑의 생산지는 어디일까요? 미국에서도 이런 짝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공장이 지하조직에 숨

어있나요? 아님 판매자가 어디 동남아나 중국에서 헐값에 사다가 다시 파는 것일까요? 한국산은 짝퉁도

비싼데 이 가격에 파는걸 보면 한국산 짝퉁은 아닌듯도 하고...-사진 올린것을 보면 정말 진품같거든요. -

 

여하튼 이날의 소동이 저는 정말 너무 웃겼습니다. 제 바보같은 행동도 그렇지만 미국서도 짝퉁을 이렇게

버젓이 경매싸이트에서 사게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한국서도 평소 돈 없으면 말지 왜 짝퉁을 사면서

까지 있는척하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평범한 소시민인 제가 이렇게 명품에 환장한 사람처럼 짝퉁

을 사게 되다니요? 더구나 선물용으로!!! 그리고 웃기지 않습니까? 제가 검색어에 조건을 gift로 넣었는데

도 이게 버젓이 올라오다니요. 그럼 새것이기만 하면 다 선물용이 된다는 말입니까? 짝퉁도? 한국서도 옥

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옥션에서 사 보지 않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평소 흉보던 그 사람이 바로 제가 되어 바보처럼 끝난 이날의 해프닝!!!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도

그저 너무 제가 웃겨서 배꼽을 잡고 웃었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베이에는 접속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지

요. 어버이날 선물요? 그냥 백화점에 가서 제 수준에 맞는 적당한 가격의 물건으로 사서 보내야지요. -속

옷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가볍고 크게 비싸지 않고 파손의 위험도 없고 -신랑 친구 부인의 말에 너무

혹해버려 마치 여기서는 모든게 헐값인양 착각한 제 어리석음이라니!!!

웃기시나요? 아님 제 속물 근성을 비웃으시나요? 어쨌건 웃으셨음 그만입니다.

다음에도 제 좌충우돌 시카고 기행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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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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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서경식씨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 를 읽고 참 좋았던 기억은 있으나 서경식씨의 다음 작품으로 손길이 가기까지는 이렇게 오래 걸렸다.  그런데 읽고 난 느낌은 정말 너무도 가슴이 아리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글이구나, 삶이구나, 사람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어쩜 이 형제들은 이렇게도 나를 매료시키는 것일까? 서준식씨의 옥중수고를 읽고 이렇게 고결하고 강직한 인품의 소유자가 있다니 하고 감동했는데 -나같은 속물이 어찌 그 발치라도 따라갈까-  서경식씨의 이 책은 또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일본의 재일조선인 차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책의 글귀에서 보면 재일조선인은 명문대를 나와도 국립대학교에는 자리를 얻을 수 없는 등 많은 제약이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두 형을 감옥에 사상범으로 보낸 서경식씨가 일본에서 자리 잡기란 매우 힘들었던가 보다. -지금은 그가 대학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요즘은 규제가 덜한지, 사립학교라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차별속에서 조국에 대해 알고자 한국으로 유학을 택한 서승과 서준식 형제는 조국에 의해 간첩으로 몰리고, 환대는 커녕 오히려 일본에서보다 더 큰 차별과 핍박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더구나 서준식씨는 7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보안관찰법으로 인해 17년을 복역한다. 이 말도 안되는 조국의 횡포라니!!!

작은형과 막내형과의 성장기의 추억들 -서준식씨의 옥중수고에는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가 매우 많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서경식씨의 이 책에는 여동생에 대한 언급은 없다- 과 글을 모르는 어머니에 대한 회고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냥 보통의 어머니, 특별한 게 아닌 그저 보통의 일본인 어머니였으면 하고 어렸을 적 바랬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어찌나 뭉클하던지!!! 어렸을 적에는 누구나 그런 바램이 있었을 것이다. 너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에 겁이 나면서도 한편 그게 사실이어서 더 멋진 어떤 존재가 나를 데리러 오길 바라는 그런 바램...

어렸을 때부터 무척이나 많은 책을 읽은 서경식씨는 그 머릿속에 든 생각만큼이나 글이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그 글에 배여있는 뭐랄까 우울은 아닌 그런 처연한 감정은 정말이지 그 글에 너무도 잔잔히 잘 드러나 있다. 그가 인용한 에리히 케스트너의 말을 나도 인용하고 싶다.

"어째서 어른들은 자기가 어렸을 때의 일을 그렇게도 새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아이들도 때로는 지극히 애처로운, 가엾고 불행한 존재라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 아이들의 눈물은 결코 어른들의 눈물보다 가볍지 않으며, 오히려 그보다 무거울 수도 있다는 말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서경식씨는 말한다. 어른의 눈물을 아는 자가 아이의 눈물은 안다고, 아이의 눈물을 이해하는 자가 어른의 눈물까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나는 드러나지 않는 서경식씨의 눈물을 이 책속에서 본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눈물을 흘린다.

재중동포를 왜 조선족이라고 부르냐는 누군가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는 과연 그토록-서승과 서준식 형제를 포함한- 조국을 갈망하고 -그것이 현재 존재하는 곳에서의 차별에 기인할지라도- 사랑하는가? 조국에 대해 알고싶어 조국행을 감행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행한 행동은 무엇인가? 우리는 재일동포를, 재중동포를 차별없이 대하고 받아들일 수 있나? 나 역시 그럴 자신이 없기에 서경식씨의 글은 더욱 슬프다. 처연한 아름다움... 그리고 나에 대한 실망감... 그들은 왜 그곳에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더 슬프게도 이곳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별 다섯개로는 도저히 이 책이 주는 느낌을 표현할 수 없다. 별로는 모자라다. 우주로도 모자라다. 나는 이들 형제를 정말이지 깊이 사랑한다. 이들은 내게 있어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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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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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의 죽음' 을 연상시키는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신간소개가 요란해서 골라들었다. 다 읽은 지금, 전체적인 느낌은 다빈치코드를 연상시킨다. 물론 다른점도 많지만 빠른 전개와 긴박감의 조성,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 사건등은 아무래도 다빈치코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 역시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음모론이나 신화적인 그런 이야기들은 없지만-

책 소개에서는 프로이트와 융이 미국에 방문했을 때, 마침 일어난 살인사건의 해결에 연루된다고 나와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영거박사가 피해자의 정신분석을 맡고 프로이트가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프로이트와 결별하게 되는 융의 전조도 이 책에서 나타나고 있다.

새디즘과 미국 상류층의 이야기들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오이디프스 컴플렉스를 자식이 아닌 부모가 느낀다는 해석은 새롭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내 느낌은 이제 이런 소설들이 더 이상 재미있지도 흥미롭지도 않다.지난 20년간 너무 소설만 읽은 나의 편향적인 독서습관에 기인한 것일까? -이젠 소설이 좀 지겨워진다. 특히나  가벼운 내용들은. 반전이 없어도 밋밋하지만 매번 반전을 보여주는 소설과 영화탓에 이젠 왠만한 반전으론 반전의 묘미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느낌일 뿐, 전체적으로 보면 괜찮은 소설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도 뒤에 장문의 글을 붙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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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이 2007-04-2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재미있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건, 책 탓이지 네 탓은 아닌 거 같아. 나도 읽어 봤는데 영 재미없더라구. 내 생각엔 살짝 거품이 끼어 있지 않나 싶어. 이 정도로 각광받을만한 작품이 아니란 생각임. 암튼 넌 이 책을 어떻게 읽었니? 미국 갈 때 들고 갔어? ^^

미즈행복 2007-04-26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이삿짐 부칠때 엄선된 책들이 보내지고, 나중에 약 두어달의 시간동안 읽을 책들을 산 뒤 읽은것들은 두고오고 못 읽은 것들은 가져오는 바람에 마지막에 산 것들은 엄선되지 않았지. 근데 엄선된 책의 목록은 소설은 은희경이랑 김형경정도이고, 나머지는 에세이나 신영복, 서준식, 김규항, 마종기, 황지우 등이야. 육아책으로 신의진씨것이 조금 있고. 요즘은 정말 소설은 별로 안땡겨. 덕분에 마지막에 사서 들고 온 '캐비닛'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자정의 픽션' 등의 책들이 아직 그대로 있어. 하도 선전이 요란하고 수상작들이라 샀는데 읽어보기는 하겠지만 글쎄, 요즘 전체적으로 소설들이 시틋해져서 어떤 감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지금 읽는 것은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를 보고싶었는데 못봐서 책이라도- 나는 아직도 너무 인상적인 영화가 '해피 투게더' 이거든. 그래서 이 책과 영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어.요즘 읽은것 중 제일 좋았던 것은 서경식씨의 '소년의 눈물' 네게도 강추다. 서울 간 김에 사서 꼭 보렴. 나는 서준식씨의 책은 갖고 있는데 서승씨의 책은 없어서 이번에 사려고. 여름에 어머님 오신다니 그 편에 갖다달라고 하게. 정말 강추야. 우리는 언제 얼굴 보게 될까?
 

신랑이 아는 선배나 후배들과 과연 미국에서 자식을 교육시켜야 할까에 대해 얘기했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한테 선배는 한국에서 대학 다니다가 미국에 학부부터 유학와서 지금

박사까지 끝낸 사람으로서 자기 자식은 대학은 한국에서 보낼거라고 한답니다. 자기가 대학 다니며 보니

망가지는 애들이 너무 많다면서요. 한국은 그래도 대학까지 대체로 부모집에서 부모의 통제(?)하에 다니

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다른 후배1은 고교 2학년때 미국 사립학교로 유학와서 그 뒤부터 계속 미국에 거

주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미국교육이 낫다고 한답니다. 자기가 경험한 바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교

육에 돈 많이 쓰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한국은 대학 입학하면 여태까지 했던 사교육이 남는게 없는 반면 -

철저히 입시용 사교육이지요- 미국은 그렇지 않다네요. 그리고 사립학교는 수학수준이 한국에 비해 떨어

지지 않는답니다. -이 말은 잘 이해가 안가요. 공립용과 사립용이 수학 수준이 다르다? 사립은 더 깊은 내

용까지 커버해 준다는 소리인가?- 그리고 그런 사립고교 가면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대학 가는게 크게 어

렵지는 않다고 합니다. 자기가 보니 다른건 몰라도 창의력은 미국교육이 더 낫다고요. 다른 후배 2는 한

국서 연대 다니다가 미국 유학와서 박사하다가 다시 전공 바꿔 석사과정을 다시 하는 사람인데 미국이

좋아서 -이유는 모름- 아직 미혼이나 다시 한국에 갈 마음이 없는 사람이므로 뭐 교육을 논할 대상은 아

니지요.

 

신랑의 대학 선배 부인은 -일전에 카탈로그 주고 간 사람-  여기 온 지 3년 되었고, 2년 후 한국에 귀국 예

정인데 여기가 더 좋다고 합니다. 한국 가봐야 집도 없고 자기 나이 또래 다른 사람은 어느 정도 기반 잡

았는데 자기는 처음부터 다 해야하는 것도 좀 그렇고, 또 여기 있으면 시댁 식구들도 안봐도 되고, 아이

교육도 여기가 낫다고요 -그 집 아이는 한국 나이 7세-

 

근데 제가 또 들은 바로는 여기 남을 생각을 해도 다 자녀 한글 교육은 시킨다네요. 자기는 몰라도 자식은

다시 한국 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물론 한국도 예전같지 않아서 외국 살다 온 사람도 많고 영어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쨌건 그래도 여기보다 한국이 더 나을것 같으면 다시 들어가 살아야 할테니까요. 자기들

이야 다 박사고 하지만 자식은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한국 들어갈 생각 하는 사람은 지금도

수학 과외는 다 시킨다고 합니다.

 

사람 사는데는 어디나 다 마찬가지겠지요. 어디나 좋은 학교 가는건 힘들고, 사교육은 성행하고 -저는 대

학때 한 신문특파원의 자녀 프랑스교육기 책을 읽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프랑스 애들도 다 과외하

고 한국식으로 하면 명문대 가려고 (특수학교들. 사범학교, 행정학교등) 재수에 삼수하고 그러더라고요-남

들보다 더 잘먹고 잘 사려고 아둥바둥하겠지요. 대신 여기 애들이 한국처럼 밤 11시까지 학원다니고 하

진 않으니까요. 그건 더 좋겠지요. 그리고 한국 애들이 공부만 하는 대신 예체능도 하긴 하니까요. 물론 그

것이 다 대학가는데 반영되니까 하겠지만. -이 동네에는 한국인 피아노 선생도 있대요. 30분 레슨에 15달러-

 

남에게 들은 얘기라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제가 겪고 느낀 바도 올리도록 할께요.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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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7-04-21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당근 미국서 교육받길 원할 것 같은데요... 이것저것 생각하실 게 많으시죠... 그래도 틈틈이 소식 전해주시길

2007-04-21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