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가보가 있습니다.
결혼할 때 내 내자(內子)에게 해준 코트,
양장 투피스 한 벌과 신혼여행에 들고 갔던 가방,
그리고 보스턴백에 가득 찬 내가 띄운 연서(戀書)가 그것입니다.
그것들을 일 년에 한두 번 햇볕을 쏘이고, 손질도 하고,
한 동안 보다가 다시 가방 속에 다시 넣으면서
'우리가 결혼할 때처럼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 받습니다.
칠십에 글 모음집을 냈습니다.
그리고 내자도 이태면 칠순이 됩니다.
그 때 내자는 신혼 때 입은 양장을 입고,
나는 '초연처럼'이라는 연서 모음집을 선물할 생각입니다.
내자가 몸이 줄어 옷이 맞지 않을지라도 다시 입고 싶은 것은,
내가 내자에게 빛바랜 편지라도 다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우리는 아직 초연 때와 같이 초심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해석님, '초연(初戀)처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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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젊은날의 사랑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내자(옆지기)와의 순수하기만 했던 사랑이야기를
말하면 지금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부부가 인연을 맺은 후 10여년을 살았다는 것은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겠지만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함께 할 인생의 동지이기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칠십이 넘은 초로에 부부의 연을 맺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필자가 한없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30년이상을 살 수 있다고 할 때 필자처럼 칠십이 넘어서도 초연할 수 있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