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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뵈르 박사의 상담 일지 - 햄스터와 저주 인형 ㅣ 반올림 63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2월
평점 :

심리학이나 심리상담에 대해서 평소에도 관심이 많이 있기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소뵈르 박사의 상담일지』라는 제목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 문학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먼저 들어서인지 학생들이 겪는 청소년기 문제들을 상담하시는 박사님의 일지라는 막연한 무지함의 추측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완벽한 오해였다.
물론 ‘소뵈르 박사’가 상담하는 내담자 중에는 청소년들도 있다.
학교에 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거나, 부모와의 사이가 좋지 않거나 여러 문제점을 갖고 상담을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아이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가 많은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소위 ‘금쪽이’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닌 것을 알지 않는가)
‘소뵈르 박사’에게는 많은 내담자가 있다.
초등학생부터 나이가 많으신 노부인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까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프랑스어로 《구원자(Sauveur)》의 뜻을 가진 소뵈르는 문 하나 사이로 상담하는 공적인 공간과 아들 ‘라자르’와 생활하는 사적인 공간인 「집」이 있다.
큰 키에 체격도 좋고 호남형에 미남인 소뵈르는 흑인이다. 아들 라자르는 백인인 ‘이자벨’이 엄마이기에 혼혈이다.
이 부분도 이 책의 내용에 큰 축이 된다.
여전히 겪고 있는 인종차별을 느끼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과거에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현재는 어떠한지, 라자르가 살아가야 할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담자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일부터 혹은 주말이며 새벽의 어느 시간을 내어주는 소뵈르의 모습에 내가 힘이 들 때 저런 상담자를 만난다면 정말 하늘이 내려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것 같다.
말 그대로 《구원자》다.
하지만, 과연 소뵈르와 나자르의 삶도 구원받고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우리 속담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홀로 키우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나자르’의 비밀이나 속상함의 상처까지 보듬어 주고 있지도 못하고, 물론 본인의 삶도 너무나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무모할 만큼의 희생만이 보여서 안타깝고 답답하기까지 한 마음에 책에서 끄집어내 주고 싶을정도였으니....
내담자들의 사연마다 공감이 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면서 소뵈르의 공감과 응원에 나 마저 격려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답답하다고, 안타깝다고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치유되고 있었나보다 싶은 마음이 생기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소뵈르’의 과거와 엄마 ‘이자벨’은 물론 고향과 가족까지 모든 것을 다 ‘라자르’에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진심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내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라자르’와 친구‘폴’의 너무나 귀엽고 예쁜 아이들 이야기, 폴의 엄마와 그의 가족들까지 모두다 너무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사랑스러운 그들이 모두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그들의 행복한 다음 이야기를 내가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45
“세상에, 바깥 날씨가 정말 춥구나. 아프리카 너희 집이 훨씬 낫겠어.”
니콜이 주방에 들어서며 말했다.
“전 아프리카 사람이 아니에요”
폴에게 줄 그림을 그리던 라자르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나? 넌 흑인이잖아.”
“맞아요. 그런데 전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났어요.”
“그래서” 거긴 태양이 없어?”
니콜은 항상 남의 말을 꺾어 누르는 버릇이 있었다.
P148
왜 라자르가 내 아들과 제일 친한 친구이고 가정교육을 잘 받은 아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집에 돌아와 다시 거울 앞에 앉은 루이즈가 자문했다. 다투기는 싫으니까. 하지만 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야.
「아내를 잃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임상심리상담가 소뵈르 박사
그의 상담소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
자해, 학교공포증, 성정체성 혼란, 망상장애 야뇨증……
마음을 다독이며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그러던 어느 날, 소뵈르의 집 앞에 놓인 수상한 물건들
소뵈르에게 악담과 저주를 보낸 이는 누구일까?
소뵈르는 그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