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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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IT업계 거물들은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했다고 한다. "테크놀로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약상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을 따르는 듯하다.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마라.'(p.15)" 그 기기들이 사용자들을 중독시킬 수 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엔 마약 같은 물질 중독이나 도박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인터넷 중독이나 드라마 몰아보기 같은 '행위 중독'이 문제다. 사람들은 휴대폰이 없으면 '노모포비아(모바일 결핍 공포증)'로 불안에 휩싸인다. 어린아이들은 아이패드를 보여줘야만 앉아서 밥을 먹고, 학생들은 SNS로 소통하며 자신의 존재와 친밀감을 확인한다. 기술 자체는 선하거나 악한 게 아니지만 인터넷, 스마트 기기와 콘텐츠는 중독을 유발하는 쪽으로 유도되어 왔다.

 

 

마케팅/심리학과 교수인 애덤 알터의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스마트기기, 게임 등이 어떻게 우리를 '낚는지' 설명하고, 낚이지 않는 방법과 낚였을 때 대처법을 알려준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행위 중독의 메커니즘, 중독에 관련된 심리 기제를 알려준다. 실제 우리가 빠져 있는 게임과 기기가 등장하니 더욱 적나라하다. 중독이 궁금한 독자는 물론 심리학,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 될 책이다.

 

 

#누구나중독될수있다

 

 

오랫동안 전문가들은 특정한 사람들이 중독에 더 취약할 거라 추측해왔지만, 중독 실험의 고전이라는 1950년대 '올즈와 밀너의 실험'을 통해 환경과 상황에 따라 누구나 중독자가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모든 이들은 적당한 여건이 갖춰지면 중독자가 될 수 있다. 중독은 학습의 한 유형이고, 특정한 행위를 매력적인 결과와 연관 짓는 것이다.

 

 

 

"중독은 단순한 신체적 반응이 아니라 신체적 체험에 심리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이다. (...) 누구에게 마약을 집요하게 주입하거나 어떤 행위를 하게끔 부추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사람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 그 체험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학습해야 중독이 된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p.98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은 뇌의 동일한 보상 중추를 활성화한다. 헤로인과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둘 다 뇌의 여러 곳에서 도파민을 분비시켜 강렬한 쾌감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묶어놓고 계속 헤로인을 주입하거나 게임을 시킨다고 해서 그 사람이 중독되는 건 아니다. 약물이나 게임이 우울, 불안, 외로움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해소할 때 중독이 된다. 한 학자는 "어떤 체험이든 그것이 심리적 고통을 덜어 준다고 여겨지면 중독된다(p.104)"고도 했다. 마약이나 행위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어려운 이유는, 과거에 심리적 욕구를 해소했던 경험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독 방지·치료에는 심리적인 요인을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

 

 

 

오늘날 행위 중독은 왜 생기고 누가 조장하는가? 제품 개발자와 설계자들은 사람을 움직이는 보상 체계를 더 면밀히 연구하고 사람들이 제품에 쉽게 중독되게 만든다. 제품이나 콘텐츠가 외로움, 무료함, 고통을 없애주는 결과와 엮여 이것이 반복 학습되면 중독이 된다. 중독 대상이 휴대용 기기로 바뀌는 추세는 매우 위험하다. 어디를 가든 갖고 다니는 기기는 더 중독되기 쉽기 때문이다.

 

 

#무엇이중독을일으키는가

 

 

중독을 일으키는 심리적 기제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행위 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는 모두 여섯 가지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그리고 강한 인간관계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오늘날 행위 중독은 적어도 이 여섯 가지 요소 가운데 한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p.23)." 전자기기와 앱, 각종 콘텐츠는 사회적 참여, 지지, 정신적 자극, 효용성 같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중독을 일으킨다.

 

 

옛날에는 목표 대부분이 생존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제 식량과 에너지가 풍족해졌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목표에 더 매달리고 있다. 이메일이 도착하는 족족 수신해서 '읽지 않은 메일 없음'이란 목표를 달성하고, 핏비트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하루 1만 보'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저자는 '목표 지향적 문화'가 부상했다고 표현한다. "수치는 강박에 빠지는 지름길이다(p.142)." 심장 박동 수, 걸음 수, 달린 기록, 팔로어 수, 좋아요 수. 수치 속에 사람들은 끝없는 실패 상태에 놓이거나, 목표를 추구하더라도 잠시 기뻐한 후 곧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수치화하거나 비교하지 말고, "목표 대신 체계를 세우고 살(p146)"아야 하는데 말이다.

 

 

다음은 피드백 중독. 엘리베이터 버튼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 신기해서, 이것 저것 눌러 놓고 어른들에게 꾸중 들었던 어릴 적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여전히 빛과 소리 같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좋아하는데, 게임 업체는 이를 이용한다. 카지노 게임들은 보통 카지노 측이 이기게 되어 있고 슬롯머신 승률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게임을 중단하지 못한다. 놀랍게도 우리 뇌는 현란한 불빛과 경쾌한 음악에 감정적으로 몰입해 돈을 잃건 따건 같은 부위를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그러니까 돈을 잃고 있는데도 돈을 따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전의 히트를 친 <캔디 크러쉬 사가>같은 게임의 성공 비결 역시 '주스', 즉 뇌의 원시적인 부위를 자극하는 빛과 소리 등을 사용한 강렬한 피드백 덕분이었다고 한다. 가장 발전된 형태의 주스는 가상 현실이다. 디지털 세계의 감각과 실제 감각이 일치해 극도의 몰입을 느끼는 가상 현실이 완성되면 인간의 삶은 바뀔 것이다. 인간에게 기적이 될지, 위협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향상 중독과 난이도 중독도 우리를 낚는다. 처음에는 게임을 무료로 다운로드해 심심풀이로 해 본다. 플레이 방법도 단순해 진입장벽이 낮다. 하지만 레벨이 올라가면서 희열을 느끼고, 레벨을 향상시키려면 현금으로 무기나 부스터를 사면서 게임에 중독된다. 난이도 중독의 대표적인 예로는 전설적인 게임 <테트리스>를 든다. 게임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실력이 늘고 뇌도 효율적으로 기능하여 게이머들은 성취감을 얻는다. 게이머가 끝없이 게임하게 만들려면, 게이머의 실력과 게임의 난이도를 적절히 조절해 게이머를 몰입시키면 된다. 막판에 안타깝게 실패했다는 느낌을 주면 다음엔 성공하리라는 기대로 가득 찬다.

 

 

드라마 중독과 넷플릭스 몰아보기 뒤편엔 미결 욕구가 있다. 드라마던, 영화던 사람들은 완결된 내용을 좋아한다. 결말이 흐지부지 열려 있으면 사람들은 못 견딘다. 이런 미결 욕구를 충족하려 사람들은 몰아보기에 빠진다. 관계 욕구는 실시간 소통하는 온라인게임과 인스타그램으로 해소한다. 중독성 있는 게임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이 '사회적 요소'라는 의견도 있다.

 

 

#행위중독없애기

 

 

운동중독, 스마트 기기 중독, 일 중독 같은 행위 중독은 아직 학계에서 정식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인터넷 중독의 경우 사회에 책임이 있는 문제로 보는 학자도 있고, 질병이라 보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정도의 행위 중독은 병원 치료보다는 삶을 꾸리는 방식을 바꾸는 게 답이다. 마약과 알코올 없는 환경을 만드는 건 가능하겠지만, 인터넷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인터넷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중독에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 행동을 계속하는 심리 안에 무엇이 있는가? 그 심리를 다른 행위에서 충족시킬 수는 없을까? 스스로 중독자임을 인지하고, 중독에 빠지게 하는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인스타그램을 끊고 싶을 경우, 인스타그램을 하면 뭐가 좋은지를 스스로 살펴보고, '난 오프라인 친구는 만들지 못할 거야' 같은 생각을 바꾸고, 대안을 결정하고 동기부여하는 것이 좋다. 억누를수록 더 빠져든다.

 

 

아이들의 기기 사용에 있어서는 저자는 '리스타트 센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언한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될 때까지 상호 작용하는 쌍방향 기기가 아닌 TV만 보게 해야 합니다. (...) 아이들은 잠을 자고 신체 활동을 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상상력을 펼칠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p.297)" 부모는 자녀가 화면에서 보는 것과 실체 체험을 연관 짓도록 돕고, 적즉적으로 관여하고, 기기 자체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시청하는지 살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습관은 바뀐다. 습관은 세 단계로 형성된다.

행위를 촉발하는 단서 - 루틴(행위) - 보상(행위를 반복하도록 만드는)

여기서 루틴을 좀 덜 해로운 행위로 바꿔 볼 수 있다. '행위 설계' 기법도 있다. 간단히 말해서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싶지 않으면, 손이 닿지 않도록 멀리 치워두는 것이 행위 설계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 고안된 앱 중에는 고치고 싶은 행동을 하면 전기 충격을 주는 것도 있고, 처벌도 효과적이다. 수치 중독이라면 페이스북에서 수치를 제거해주는 앱을 사용해 볼 수도 있다.

 

 

#중독활용하기

 

 

중독 행위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독을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원리를 학습에 적용하거나, 노후 자금 마련 같은 건전한 목표를 세워 매진하도록 유도하는 등 중독을 다른 행위의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시험에 나오는 단어를 암기하는 게임, 규칙적으로 운동하도록 고안된 웹사이트, 2분을 꽉 채워 이를 닦도록 돕는 앱 , 게임처럼 디자인되어 동기 부여를 이끌어 내는 교실과 직장 등이 소개된다. 단, 중독과 유익한 습관은 종이 한 장 차이임을, 게임화는 행위의 진짜 목적을 잊고 재미에만 몰두하게 함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어떤 기술 발전은 행위 중독을 부추기지만 어떤 기술 발전은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낸다. 신중하게 고안해 만들면 중독성을 띠지 않을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독성은 없는 제품이나 체험을 만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p.284)." 더불어 우리는 중독에 빠지는 이유와, 무엇이 우리를 중독으로 이끄는지 를 알아야 한다. 앞으로도 사람들을 낚으려는 수많은 제품들이 출시될 테니 말이다.

 

 

"중독은 무섭다. "기억하세요. 싱싱한 오이 같은 여러분의 뇌가 절여져 오이지가 되면 절대 오이로 원상 복구되지 않습니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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