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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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책 한 권에 푹 빠져들었다. 파스텔 톤 색상의 하늘과 땅, 갈색 싸인펜으로 쓱쓱 스케치한 듯 그려놓은 집이 보이는 겉표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 가벼운 책을 열어보기도 전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임을 나는 눈치챘다. 표지에서 저자의 나이와 여행지를 확인한 뒤, 그녀의 여행에 따라나섰다. 

마다가스카르, 그곳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엄청난 숫자의 초목이 모여 바람에 흔들리며 솟아오르고, 나뭇잎들이 뚝뚝 떨어지고, 자연의 혜택을 받은 영리한 짐승들이 나뭇가지에 뛰어오르고 미끄러지면서 살아가는 곳이다. 여우원숭이, 카멜레온, 바오밥나무, 알로에를 볼 수 있고, 수만년 동안 아프리카 본토에서 떨어져 있었으므로 마다가스카르의 풍부한 삼림은 자연주의자들의 꿈과 같은 곳이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여행을 하고 싶게끔 만든다. 사치스럽고 풍요로운 여행보다 자연과 자유와 여유로움을 만끽하고자 한다면 마다가스카르만큼 완벽한 여행지도 없을 것 같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삶이 아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껏 하고 살기에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는다. 자신감보다도 우선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 나는 학생이 아니니까 말이다. 한반도보다 크다는 마다가스카르, 처음에는 헷갈리던 이름이 마법의 주문을 외듯 어느 순간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중독성 있는 이름이다.

그녀가 마다가스카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여행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른 여행기보다 대화체도 꽤 있었고 직접 따라다니며 여행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여느 여행서보다 사진이 적은 편이었지만 무척 자세한 설명에 마다가스카르로의 여행은 지루할 틈 없이 즐거웠다. 그녀 덕분에 또 한 곳을 여행하는 마음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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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있었다 - 그리고 다시 한 사람...
김종선 지음 / 해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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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예뻐서 제목이 마음에 와닿아서 읽고 싶었다. 그냥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아팠다. 내가 겪었던 아픔이 군데군데 묻어났다. 대학 시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이별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느낌과 함께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과 이별했을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니, 시간이 그대로 멈추었으면, 이대로 생이 끝나버렸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만나면서 정도 많이 들었지만 다투기도 많이 다투었다. 장난으로 결혼하자는 말도 했었지만 크게 싸우고 나서는 한 번만 더 싸우면 헤어지자고도 했었다. 3년을 만나고 헤어졌을 때 한동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하나둘씩 선명하게 떠올랐고 길었던 시간이 아깝고 분하기도 했다. 이별했지만 이별할 때의 그의 눈빛은 악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도 아팠을 거라고 생각한다. 헤어지고서 사귀었던 시간만큼 흐른 지금까지 한번도 마주치지 않은 게 신기할 뿐이다. 같은 동아리였는데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소개팅을 할 때마다 그와 비교를 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는 건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아픔은 매한가지일테니.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다. 울음을 꾹 참았을 때처럼 머리가 멍하게 아파왔다. 그런데도 쉬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잠시 책을 덮는다면 이별의 아픔을 또 한번 펼쳐야 할 테니까.

파스텔 톤의 일러스트가 예쁘다. 동화책을 보는 느낌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인데 머리로 울어서 마음은 아팠다. 그와 함께 갔던 식당이나 극장, 공원에는 갈 수가 없었고, 휴대폰에서 그의 이름을 지웠는데 머릿속에는 그의 번호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가 항상 데려다주던 집 앞까지 혼자 걸어올 때는 외로웠고, 길을 가다 그와 뒷모습이 비슷한 사람을 보면 깜짝 놀랐다. 여러 사람들이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더욱 슬프고 아팠다. 지내면서 울고 싶을 때 다시 꺼내볼 것 같은 책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설 용기를 얻었다. 옛 사랑에 얽매여있던 끈이 그동안은 느슨해진 상태였다면 이제는 그 끈을 풀어버릴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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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파스타 - 상큼.발랄 그녀들을 위한 똑똑한 레시피
강경아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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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예쁘다. 제목도, 표지도, 파스타 사진도.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스파게티 전문점에 많이 가보았지만 파스타나 스파게티나 메뉴에서의 이름만 자주 접해보았을 뿐 정확한 차이는 알지 못했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어로 밀가루에 물을 섞어 만든 모든 국수의 종류를 말한다. 결국 스파게티도, 라자냐도 포함하고 있는 가장 큰 영역이 파스타라는 말이다. 여러 가지의 파스타 모양을 보며 이것이 펜네였구나, 이것이 푸실리였구나, 배낭여행을 할 때 기내에서 먹었던 나비모양의 파스타가 파르팔레였구나, 재미있는 모양의 파스타 이름을 작은 소리로 따라 말해본다.

파스타 삶기부터 이탈리아 요리에 대하여, 갖가지 파스타와 샐러드에 디저트까지 만드는 법을 알려 준다.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맛있는 쪽지'를 펼쳐보면 배낭 하나를 메고 이탈리아로 음식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친구와 그리스 배낭여행을 하면서 그리스 음식들을 맛보기로 했었는데 무더운 날씨에 갈증을 달래느라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만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한 나라뿐 아니라 한 지역을 여행하더라도 그 곳의 음식 문화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가보고 싶은 나라 목록에 바로 이탈리아가 추가되었다. 

한국인 입맛에 가장 무난하다는 토마토소스, 2, 30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크림소스, 화이트와인으로 맛을 내는 화이트소스, 그윽하고 독특한 맛을 내는 올리브오일을 이용한 파스타 등 종류가 꽤 많다. 파스타를 먹으러 가면 매번 먹어보았던 내 입맛에 맞는 한 종류의 파스타를 주문하기보다는 먹어보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파스타를 고르는 편이다. 다른 소스이지만 각각의 맛과 향이 새롭게 다가오는 게 꼭 새로운 곳을 모험하는 느낌이다. 

책을 보면서 관심있게 보았던 것이 뇨끼였다. 감자를 삶아 으깨어 밀가루와 함께 섞어 만드는 파스타로 이탈리아인들이 주로 목요일에 즐기는 파스타라고 한다. 반죽을 뇨끼로 만드는 과정이 가래떡 모양을 자르는 모습과 비슷하여 재미있었다. 토마토소스 뇨끼나 단호박 뇨끼의 사진은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각 소스에 어울리는 와인 소개는 친절했고, 파스타를 돋보이게 하는 전채요리와 이탈리아에서는 식사 후 디저트 먹기 전에 먹는다는 샐러드, 단지 후식이 아닌 당분 섭취의 수단이기도 한 디저트 만드는 법까지 나와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특별한 날에 한 번쯤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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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 친구가 좋다 - 한 발 다가서면 한 발 물러서는 일본 사람 엿보기
박종현 지음 / 시공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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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말부터 일주일 정도 여유가 생겼다. 계획했던 호주 패키지 여행이 인원 미달로 취소되어 일본을 갈까 제주도를 갈까 고민하다가 혼자서 가기에 아직 용기가 부족한 것 같아 3박 4일 전라도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나는 일본 친구가 좋다'를 읽고 나니 혼자 여행해도 괜찮을 듯한 곳이 일본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버린 일본인데 막상 발을 떼기가 쉽지 않다. 한 발 다가가면 한 발 물러서는 일본 사람 엿보기, 스무 살에 일본 여자와 사랑에 빠지며 일본과 첫 인연을 맺었다는 저자 박종현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사람들 앞에서는 간을 빼줄 정도로 친절하고 상냥한 일본인이 혼자일 때는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쌀쌀맞고 고독감마저 감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타인에게 미움 받는 것을 무서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대인 관계의 긴장감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많은 일본인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니 무서울 정도이다. 일본인들은 차를 마실 때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실 때도 혼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주위의 시선이 신경쓰일 것이 분명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일본 여행을 혼자 해도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을 것 같다. 혼자서 길을 걸어도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이상한 눈으로 흘끗거리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한국 친구와 달리 서로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며 관계를 유지하는 일본 친구. 그것이 일본 사회에서 '친구 사귀기'의 기본이라지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친구의 형제와 부모님도 마치 내 가족같이 대하는 문화가 훨씬 보기 좋지 않은가. 이번 전라도 여행에서는 고등학교 친구 집에서 두 언니와 이야기도 나누고 남동생과 맥주 한 잔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학교 친구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옛날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도 해드렸다. 이렇듯 살갑게 대하는 우리 문화야말로 정겹고도 따뜻하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냄새강박증의 나라 일본, 회의를 좋아하는 일본인, 겸손을 넘어 걱정이 팔자인 그들, 자신감 없는 일본인들의 성격을 커버해 줄 수 있는 '명품', 야구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는 일본인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5장 그들만의 스타일 엿보기에서 음식이나 동네 책방, 거리나 산책로 부분이 재미있었다. 각 장의 뒷부분 '도쿄 스케치'에서 소개해주는 맛집도 일본을 여행하게 되면 꼭 가보고 싶다. 일본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의 문화에도 한 발짝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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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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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드디어 그를 만났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났던, 언뜻 보면 만화 주인공의 모습을 한 오기사를. 그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1년 전 보았던 프랑스 소설 '하느님의 이력서'에서 그의 그림을 접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기사의 여행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두툼한 책 한 권을 손에 잡았을 뿐인데 무언의 힘이 느껴졌다면 나 혼자의 착각일까.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기 때문에 모든 게 좋게만 느껴졌다.

스케치북을 들고 혼자 여행하며 떠도는 모습이 내게는 멋지게 보인다. 겉표지를 따로 분리하여 넓게 펼치면 오기사의 그림 속 사진이 확대되어 있다. 겉표지와 책표지 모두 마음에 든다. 사진과 그림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산뜻했다. 한 장면을 여러 컷으로 연속 촬영한 스타일의 사진도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색다르면서 하나의 작품 같았다. 만화 느낌의 그림도 재미있었고, 건축을 전공한 만큼 건축물뿐만 아니라 현장의 모습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표현한 것에 감탄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여행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글과 사진만으로 만들어진 책보다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작가의 손으로 그려낸 책들이 더 값어치 있어 보였다. 

글이 많지 않다. 글보다 사진과 그림이 더 많은 것 같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한 권의 멋진 사진집을 보는 느낌이다. 한 군데를 여행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의 사진 설명이 있고 직접 그린 지도 또한 친절하다. 배낭여행을 계획할 때 그리스 전도를 보며 커다란 달력 뒷부분에 따라 그렸었다. 어느 곳을 여행하려는 게 아니더라도 국내지도든 세계지도든 어떤 곳의 지리를 살핀다는 것이 내게는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여행 중에도 각 지역의 지도를 얻어 한참을 살펴보고는 했다. 

혹자는 많지 않은 내용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목이 '여행을 스케치하다'가 아닌가. 여행에 대한 기억을 스케치북 위에 표현한 것으로만 본다면 백 점 만점이다. 오기사의 사진집과 화첩을 한데 모은 작품집으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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