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진 - 황제내경과 서양의학이 만났다
팽청화 지음, 이상룡.김종석 옮김 / 청홍(지상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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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께와 인체 면부 반영도가 디자인 된 표지에서 위엄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살면서 병원에 간 적이 거의 없지만 몇 번 갔던 것도 대부분 감기나 예방접종 때문이었다. 고1때 국어 보충수업 시간에 오른쪽 아랫배가 살살 아팠다. 쿡쿡 찌르는 게 나아지질 않고 맹장이 위치한 자리라 슬슬 겁이 났다. 옆에 있던 친구는 맹장염 수술 경험까지 이야기하니 안절부절못했다. 결국 조퇴하고 동네 병원에 갔다. 누운 자세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배를 누르시는데 아무렇지도 않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도대체 왜 아팠던 것일까. 학교 다닐 적에는 아무 이유 없이 배가 아팠던 적이 많다. 병원에서 자세히 검진해본 적도 없거니와 병원 가는 것 자체가 겁이 난다. 고3 올라가기 전에는 장염이었는지 보약지어 먹을 겸해서 한약방에 갔었다. 한의사 선생님께서 진맥을 짚고 약을 지어 주셨다. 진맥만으로 진단한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생활하면서 신체에 변화가 생기거나 병의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책 한 권으로 조기진단은 물론이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팁 또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말 그대로 가정의학 백과사전이다. 머리카락부터 발바닥까지 목차만 해도 여덟 장이다.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읽어나간다면 금새 지루해질 것이다. 목차를 보고 필요한 부분부터 골라 보는 쪽이 좋겠다. 

얼굴의 형태에 따른 사람의 특징은 재미있었고, 얼굴형과 걸리기 쉬운 질환의 소개는 걱정스러웠다. 특수한 얼굴의 종류가 엄청나다는 사실에 놀랐다. 눈이나 귀, 코, 입술, 혀뿐만 아니라 손톱과 피부 등 몸의 어느 한 부분도 빠지지 않았고, 심지어 체내의 분비물까지 나와 있어서 병을 진단하는 데 무척 유용한 책이 틀림없다. 제목이 병상(病狀)을 진단한다는 뜻의 망진(望診)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증상에 따른 치료법이 간략하게라도 소개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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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 무한한 창조의 샘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5
프란체스코 갈루치 지음, 김소라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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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자발적으로 처음 미술관을 찾아간 것은 2006년 여름이었다. 한젬마의 '화가의 집을 찾아서'를 읽고 휴가 동안에 미술관 투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세 지역의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자는 계획은 무너지고 할머니 댁에서 가까운 임립미술관 한 곳을 택했다. 무더운 날씨에 관람객 한 명도 없는 그 넓은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역시 미술관은 한산(閑散)할 때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이 제격인데, 같은 해 9월 3일 서울시립미술관은 피카소전 마지막 날인데다 주말이라서 무척이나 붐볐다. 

어릴 적에 엄마의 스크랩북을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 오린 어느 화가들의 그림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으셨다. 아마 피카소란 화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엄마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학창시절에 미술을 좋아했고 지금은 작품 감상하기를 좋아하는 게 엄마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피카소나 샤갈보다는 클림트나 렘브란트의 그림을 좋아한다. 작품의 주제를 난해하게 표현하거나 상상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희한한 기법을 사용한 것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그려낸 인물화나 풍경화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피카소의 그림을 감상하기보다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엿듣고 싶어서였다. 화가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신비로움 혹은 두근거림을 일대기를 통해 직접 맞닥뜨리고 싶었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훌륭한 작품을 남긴 화가는 과연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았는지 그의 삶은 특별했는지 궁금했다. 피카소의 일생을 시대별로 나누어 들려주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달리 삶의 이야기와 곁들여진 작품을 함께 읽는 것의 특별함이 좋았다. 

학교 교사이며 미술관 관리자인 아버지의 지도를 받으며 피카소는 재능을 드러낸다. 당시 전망 좋은 분야였던 종교화로 성공을 거두고, 근대적인 분리파 경향에 관심을 가졌다. 책에 나오는 작품을 하나씩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진지함이 보이기도 하고 간혹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초현실주의의 몽환적인 이미지가 나타나고 해독하기 어려운 작품도 많다.  

피카소전에서 보았던 노년의 모습 사진과 책 겉표지의 젊었을 적 사진을 새삼스레 비교해본다. 머리숱의 차이만 날 뿐 이목구비는 변함없다. 강렬한 빨강의 표지가 왠일인지 튀지 않고 위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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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능력시험 1급 단번에 격파하기 (책 + 모의고사 2회분 + 단어장 + CD 3장)
마츠오카 타츠미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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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접한 일어책은 중3 올라가기 전 겨울 방학에 엄마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일본어 회화 첫걸음이다. 히라가나 위에 소리나는 대로 한글이 적혀 있다. 외국어라면 영어밖에 배운 적이 없어서 둥그스름하게 쓰여진 글씨체가 신기하여 따라 읽곤 했었다. 고등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일어를 배웠지만 이과를 선택하여 일어와 멀어졌던 나는 대학 2학년 가을부터 매학기 일어를 수강했다. 공부하는 게 어찌나 재미있던지. 자연스레 일어 시험에도 관심을 가졌다. 독학도 하고 휴학한 동안에는 학원도 다니고 열심히 공부해서 JLPT 2급에 합격했다. 1급은 준비 기간도 짧았고 열심히 파고들지 못한 까닭인지 작년 시험에 불합격했다. 올해는 일어책 한번 넘겨보지 못했는데 마침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 학원 교재나 스터디 교재를 제외하고 직접 구입한 교재는 JPT와 JLPT 관련하여 네 권 정도이다. 그 중에 '단번에 격파하기'라는 제목과 아울러 이 책이 단연 돋보인다.

빨간색 테두리의 봉투에 얌전히 들어있는 06년도 기출문제가 너무 반가웠다. 항상 전년도 문제를 확인하러 서점에 가곤 했었는데 친절하게도 책 사이에 넣어두었으니 말이다. 16년간의 기출어휘와 앞으로 출제될 어휘가 정리되어 있고 문제와 해설이 나온다. 해설이 바로 다음 페이지에 있어 학습하는데 더욱 편리하다. 일어 공부하면서 가장 어렵고 자신 없었던 영역이 청해였다. 청해 마지막 부분에 나온 '선택지와 정답의 포인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CD 세 장으로 꾸준히 귀를 뚫고 꼭 격파하고픈 심정이다. 2급과 다르게 1급 독해의 장벽에도 부딪혔다. 연습문제를 풀며 많은 지문을 빠르게 읽는 연습을 한다면 좋을 것이다. 2급 문법을 공부할 때는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1급 문법의 양도 늘어나고 쓰이는 한자나 단어가 어려워서인지 조금 힘들었다. 문법별로 기출 문장을 깔끔하게 정리했기 때문에 여러 예문을 접할 수 있다는 게 좋다. 2회분의 모의고사는 시험 전에 풀어본다면 제 실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만족한 교재다. 1급 격파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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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 이탈리아 여자 마리안나와 보스턴에서 만나 나폴리에서 결혼한 어느 한국인 생물학자의 달콤쌉쌀한 이탈리아 문화 원샷하기
천종태 지음 / 샘터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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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는 어릴 때 보았던 명작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고, 제목에서는 달콤쌉싸름한 커피향이 나는 듯하다. 한국 남자가 이탈리아 문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엔 여행 이야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읽으면서 기대했던 내용과 달라서 적잖이 당황했지만 표지와 편집 디자인은 마음에 꼭 든다. 

   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저자는 낡은 아파트에서 외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외로운 땅 미국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완벽하다는 나라 미국을 잠시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보스턴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자 馬 여사와 복잡한 절차 끝에 결혼식을 마친다. 책의 앞부분은 저자가 馬 여사를 만나고 가정을 이루는 사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 다음에 이탈리아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탈리아하면 피자와 파스타가 제일 먼저 생각났지만 책을 덮고난 후에는 달라졌다. 

   이탈리아의 건물 층수는 0층에서 출발하며 한 층의 높이가 4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생각만 해도 진땀이 난다. 전에 그리스 배낭여행 중 크레타섬에서 숙소를 잡았는데 가정집이었다. 긴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의 넓은 방은 지금까지 살면서 본 것 중에 가장 높은 천장의 방이었다. 방 안에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왠지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나폴리 사람들은 교통 법규를 어기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차들은 빨간 불을 무시하고 교차로를 지나간다.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 앞의 횡단보도는 꽤 길었다. 신호등의 변화를 느끼지도 못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횡단보도 길목을 막고 널브러져 있던 커다란 개들이 생각난다.

   그리스 여행을 마치면서 그리스어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리스어 교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 터키 여행계획서를 쓰면서는 터키어를 공부하고 싶었고, 저자의 짤막한 이태리어 강좌를 들으면서는 한번쯤 배워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왠지 영어 공부는 끌리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꽤 매력적이다.

   그리스는 안전했다. 아테네에서는 광장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늦은 밤까지도 비어 있는 벤치가 거의 없었다. 이탈리아에는 도둑이 많다고 한다. 여행자들에게는 가장 민감하고 걱정되는 부분일 것이다. 소지품을 조심하는 것이 제일원칙.

   '이탈리아노 이탈리아나 이탈리아니'의 이야기가 가장 이탈리아적이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의 일상을 경험하고 사람들을 말하고 의식주에 축구 이야기까지 곁들여졌으니 말이다. '이탈리아노처럼 숨쉬기 꼬레아노처럼 꿈꾸기' 역시 이탈리아스러웠다. 몇 년전에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적이 있다. 메뉴판만 보고 선택했는데 약간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한입에 마실 정도의 잔에 진한 커피가 나왔다. 다른 나라 이야기를 읽을 때는 음식이나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마치 여행중인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한다. 낙서가 가득한 동상과 웅장한 건물의 사진보다는 나폴리 구시가의 좁은 길목, 알록달록 식료품, 음식, 그리고 햇살 아래 여유로운 모습의 사진이 더욱 가슴 설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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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여행, 길 위에서 꿈을 찾다
이시가와 나오키 지음, 양억관 옮김 / 터치아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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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여행, 길, 꿈.
제목을 이루는 단어들이다.
단지 제목만으로 선택한 이 책이 내 마음속의 열정을 불타게 했다.

저자는 등산이나 강타기나 항해를 한 것만으로 '대단한 모험가'라 불리는 게 부끄럽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학창 시절 난 왜 크나큰 꿈을 꾸지 못했을까. 속으로만 세계여행을 바라고 실천해보고자 노력하지 못했을까. 친구들은 입시와 취직을 생각할 때 저자는 세계사 선생님의 매력적인 인도 여행 이야기를 듣고 인도 여행을 다짐한다. 그리고 스스로 돈을 모아 배낭 하나를 메고 떠난다. 고2 때였다. 난 학교에서 교과서를 들여다 보고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고 이성친구를 좋아하고 시험에 얽매여 있었을 그 시절에 말이다. 이런 저런 수식어도 필요 없이 그냥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넓은 세계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의 생활은 아르바이트와 여행의 반복이었다. 지금의 내 일상이 대학에 입학하고 휴학하고 졸업하기까지 많은 돈 들인 것과 상관 없다면 나 또한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껏 하는 쪽이 나았을텐데. 책을 읽으면서 용기, 열정, 모험, 인내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누군가 이루었다는 생각에 직접 경험해본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카누로 유콘 강을 여행하고, 겨울에 후지산에서 트레이닝을 하고 알래스카로 향한다. 고산병을 이겨내며 정상에 서고,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여행한다. 그리고 지구 종단 여행에 참가한다. 일 년에 걸쳐 여행하는 국제 프로젝트는 세계 7개국의 젊은이 8명으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일본 대표로 선발된다. 한국 대표는 열아홉 최연소다. 북극에서 흰곰을 만나고 얼음 위를 걷고 자전거로 달리고 국경을 넘는다. 정글을 지나고 요트를 타고 남극 대륙에 들어선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21세기를 맞이한다. 얼마나 멋지고 대단하고 엄청난 일인가.

세계 최고봉을 오르고, 사이판의 항해사 마우를 만나 한 달간 항해술의 기본을 배우고 사타왈 섬으로 향한다. 그렇게 바다, 산, 강, 극지, 사막, 정글을 여행하고 마침내 하늘로 눈을 돌린다. 열기구 모험의 일인자 간다 씨를 만나 태평양을 횡단한다. 
 
도전. 위대하고 아름다운 단어가 아닐까.  
그는 꿈꿔온 여행을 통해 청춘을 열정적으로 보낸다.
그가 걸었을 지구의 여러 갈래 길 위를 천천히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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