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잠에게
박새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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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
어릴 적 엄마가 생각이 났다.
저녁을 드시고 베개에 머리만 대면 코를 드르렁거리며
주무셨다.
부엌에서 뚝딱 뚝딱, 달그락 달르락 소리로
이른 아침을 여는 것이 몹시 짜증나게 여겨지던 그 시절.
나는 더 자고 싶은데 시끄러운 소리가 몹시 귀에 거슬렸다.
지금 내가 엄마 나이쯤 되니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점점 떨어지니 고단한 하루가 일찍
찾아오는 거였구나라고 말이다.

매일 밤 찾아오는 새카만 존재 '잠'.
온 세상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유일하게 깨어있는 존재다.

아니, 나는 왜 깨어 있지?
이렇게 문득 생각하며 잠은 누구에게라도
이유를 묻고 싶은데 모두 잠들어 있다.
아~ 어떡해야할까.
이런 저런 방법을 써보지만 쉬이 잠들지 못한다.
그러니 울고 싶을 것이다.
잠든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에 온 잠.
지친 잠은 드디어 지친 몸을 누이고 스르륵 잠이 든다.
정말 다행이다. '잠'이 끝까지 잠들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자게 되었으니 말이다.

잠이 무척 외롭고 슬프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이가 없다니.
불면의 밤을 보낸 잠이라니!
작가의 위트가 돋보인다.

누구나 고민이나 근심거리가 생기면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것처럼 잠도 자신이 왜 깨어있는지 모르니 잠 들기가 힘든가보다 생각하니 안스럽기도하다.
고민이나 근심은 느닷없이 찾아오는가보다.
어떤 이유로든 불면의 밤을 보내는 모든 이들이 평안히
잠이 들기를 기도해본다.

동글동글 세상에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이 반복되어 그려진 그림이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넓게 트인 시야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에서 오묘한 색이 마치 잉크가 서서히 번져가는 듯한 느낌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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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의 티타임 - 정소연 소설집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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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질문을 유도하며 사고를 확장시키는 SF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의 기초 위에 발을 딛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 허무맹랑해서 공감이 전혀 안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과 호기심은 세계를 넓혀나가는 원동력이자 과학의 발전의 밑거름이다. 과학의 발전은 상상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로 만들고 마찬가지로 문학적 상상 역시 세계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SF소설가들이 칭찬하는 이유다.
표제작 <앨리스와의 티타임>은 다중 세계를 여행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마치 우리가 어릴 적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다른 세계를 갈 수 있을 뿐 내가 그 세계를 바꾸거나 내 세계를 바꿀 수는 없다.
내가 서 있는 세계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에 유의미한 변화는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의 확장을 가져온다.
어디에서도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청소년 지영처럼 마치 잘못된 세계로 들어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비거스렁이>, 지구의 일상을 경험하러 온 그들이라 표현된 외계인과 옆집에 살게 된 <옆집의 영희씨>.
실재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 외계생명체가 어딘가에 어쩌면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존재하는 틈을 비집고 들어와 나를 흔든다.
경직된 사고를 파고들어 균열을 일으키고 깨뜨리는데 전혀 불편하거나 거북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면서 희망적인 마음을 품게되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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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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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1977년~1981년까지 초등학생 동구가 그린 가족과 주변인의 삶을 그린 이야기다.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동네 3층 집 아름다운 정원처럼 동구의 마음 속에서 존재하는 아름다운 정원. 그곳에는 사랑하는 귀엽고 재능 많은 천재 동생 영주가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같은 박영은 선생님이 계신다. 할머니께서 던지는 이유없는 구박과 욕설을 들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인내하는 상처받은 어머니도 계신다.
가족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가장이라는 권위에만 집착하는 권위적이고 무력한 아버지도 계신다. 고향을 떠나 친구 하나없이 외롭다고 이해해 드리고 싶은(여전히 힘들지만) 할머니도 계신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폭력적인 시대를 대변해주는
할머니, 아버지, 오 선생님.
폭력에 인내하고 희생하며 절망에 빠진 어머니.
가장 정확하고 간결한 언어들로 자신과 타인의 현재 상황과 생각을 잘 설명하는 박영은 선생님.
동구와 동구네 가족을 보살펴주는 따뜻한 마음을 품은
주리 삼촌, 상도형네 아줌마, 모실할머니.

인왕산 자락 동네 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에는 희노애락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생생한 묘사와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게 만드는 수려한
문장은 독자에게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영화을 보고 난 후 긴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오래 그자리에 머물러 만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곱씹으며 때때로 분노와 절망을, 때로는 웃음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인상깊은 문장들

오늘만 거지 같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계속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거지같은 날들이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사람들은 이런 걸 가지고 '절망' 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는 그 사람이 왜
저러는걸까 하는 생각을 해봐.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지
않겠니."

살다보면 아픔이 많지. 어려운 일을 겪다보면 서로 섭섭한 일도 많이 생기게 되고. 그런 걸 모두 네가 잘했다, 내가 잘했다, 따지면 안되는 거야. 무조건 서로 이해해 주면서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이다.

제발 아버지가 집착을 버리면 좋겠다. 이렇게 온 가족이 망신창이가 되어버렸는데도 아직도 아버지는 자신이 중앙에서 있는지 밀려났는지 그것부터 염려한다.

지금 아버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절대적인 권위가 오늘날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힘이 되지 못하고, 아버지가 애써 생각해낸 위로의 말이 엄마의 병을 낫게 하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할머니가 저렇게 한심한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책임지지 못하는, 아버지가 한 번도 그러리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끔찍한 무력함일 것 같았다.

죽은 줄만 알았던 곤줄박이가 지치고 고단한 모습으로나마 살아 모습을 드러낸 것이, 나의 사랑하는 이들을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상서로운 조짐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나의 정원에도 온전히 같지 않지만 이런 모습이 있는 듯 하다.
앞으로 심어질 나의 정원에는 말그대로 아름다운 것들로 채우고 싶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독서모임지원이벤트에 당첨되어 5권의 도서지원을 받은 후 함께 읽고 나눈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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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찾아서 - 2024 칼데콧 영예상, 2024 아시아·태평양·미국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린어린이 그림책 32
줄리 렁 지음, 차호윤 그림, 장미란 옮김 / 열린어린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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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용은 상상 속 신성한 동물이자
판타지 모험 최고 캐릭터!
영화, 애니메이션, 책, 게임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죠.

엄마는 아이에게 소중한 비밀을 말해줍니다.
아이가 지닌 강력한 마법을 알려면 모험을 떠나야 한다고 말이죠.

먼저 아이는 빨간 망토와 튼튼한 장화를 신고 깊고 깊은 숲으로 들어갑니다.
작은 요정, 말하고 움직이는 듯한 나무, 도깨비불, 토롤들을 찾아보세요. 곳곳에서 서양의 판타지 모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죠.
늪지 한 가운데 오두막에 사는 지혜로운 할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용에 대해 말해줍니다.

아이는 이어 또 다른 숲으로 가는데요.
동양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숲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아이의 옷차림도 달라집니다.
구미호, 처녀귀신, 옥토끼, 달의 여신.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지혜로운 할머니는 국화차를 따라주며 용에 대해 말해줍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아이가 떠나는 판타지 모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으로 동서양 문화가 가지는 차이와 동시에 공존을 노래한 그림책입니다.
두 할머니를 통해 듣는 '용'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든지 동서양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만드는 힘이 느껴져 매우 인상적입니다.

서양의 붉은 용과 배경이 되는 숲은 수채화 붓과 펜촉을 활용해서 그리고 동양의 푸른 용은 민화 붓으로 그려서 동양화의 느낌이 굉장히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용이 책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은 생생함이 전해집니다.
두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과 할머니가 준비해둔 음식들도 동서양 차이를 잘 느낄 수 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잘 어울리도록 역동적이고 화려한 색의 조화가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그림책입니다.
한 권의 책 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니,
한 장의 그림 안에 숨어 있는 그림이 이렇게 많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문화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면,
동서양의 용이 어떻게 다른지 아이들과 함께 알고 싶다면, 흥미로운 모험과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꼭 읽어야할 그림책.
2024칼데콧영예상 & 2024아시아태평양미국문학상 대상 수상에 딱~ 맞는 그림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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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찾아서 - 2024 칼데콧 영예상, 2024 아시아·태평양·미국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린어린이 그림책 32
줄리 렁 지음, 차호윤 그림, 장미란 옮김 / 열린어린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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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용은 상상 속 신성한 동물이자
판타지 모험 최고 캐릭터!
영화, 애니메이션, 책, 게임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죠.

엄마는 아이에게 소중한 비밀을 말해줍니다.
아이가 지닌 강력한 마법을 알려면 모험을 떠나야 한다고 말이죠.

먼저 아이는 빨간 망토와 튼튼한 장화를 신고 깊고 깊은 숲으로 들어갑니다.
작은 요정, 말하고 움직이는 듯한 나무, 도깨비불, 토롤들을 찾아보세요. 곳곳에서 서양의 판타지 모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죠.
늪지 한 가운데 오두막에 사는 지혜로운 할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용에 대해 말해줍니다.

아이는 이어 또 다른 숲으로 가는데요.
동양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숲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아이의 옷차림도 달라집니다.
구미호, 처녀귀신, 옥토끼, 달의 여신.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지혜로운 할머니는 국화차를 따라주며 용에 대해 말해줍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아이가 떠나는 판타지 모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으로 동서양 문화가 가지는 차이와 동시에 공존을 노래한 그림책입니다.
두 할머니를 통해 듣는 '용'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든지 동서양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만드는 힘이 느껴져 매우 인상적입니다.

서양의 붉은 용과 배경이 되는 숲은 수채화 붓과 펜촉을 활용해서 그리고 동양의 푸른 용은 민화 붓으로 그려서 동양화의 느낌이 굉장히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용이 책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은 생생함이 전해집니다.
두 할머니가 살고 있는 집과 할머니가 준비해둔 음식들도 동서양 차이를 잘 느낄 수 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잘 어울리도록 역동적이고 화려한 색의 조화가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그림책입니다.
한 권의 책 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니,
한 장의 그림 안에 숨어 있는 그림이 이렇게 많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문화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면,
동서양의 용이 어떻게 다른지 아이들과 함께 알고 싶다면, 흥미로운 모험과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꼭 읽어야할 그림책.
2024칼데콧영예상 & 2024아시아태평양미국문학상 대상 수상에 딱~ 맞는 그림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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