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장장 4년간 부정기적으로 연재했던 알파벳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고작 이걸 이렇게나 오래 걸렸다니 확실히 추리소설 리뷰어로서는 집중력이 거의 사라졌나 보다ㅠ.,ㅠ 암튼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 가져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 또 이런 거대(?) 기획물을 쓸지 모르겠지만 곧 다시 만나요^.~

 

 

Villain - 악당

 

선정작 - <서른 개의 관> by 모리스 르블랑

 

 

 

 

 

 

 

 

 

 

 

 

 

최종 후보작 - <시티즌 빈스> by 제스 월터

 

 

 

 

 

 

 

 

 

 

 

 

 

처음 이 알파벳 시리즈를 쓸 때부터 단어 수가 적은 'V'부터 'Z'까지가 난관이 될 것을 직감했는데 예상대로였다. 특히 V는 '빅토리'부터 '빅팀'까지 별의별 단어를 다 떠올려보다가 문득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캐릭터 하나를 소개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다름 아닌 도둑의 왕이자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일단 뤼팽을 낙점하고 악당을 뜻하는 '빌런'이라는 단어를 나중에 끼워맞춘 셈인데, 사실 뤼팽은 쓰리꾼, 빈집털이, 들치기 등을 전문으로 하는 도둑임에 틀림없지만 진짜로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행을 저지른 적은 거의 없으니 본인이 악당으로 소개되는 걸 알았다면 조금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순수문학을 지향했으나 시쳇말로 영 뜨지를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작가 모리스 르블랑은 바다 건너 영국에서 매부리코에 날카로운 인상의 명탐정이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풍문을 듣자 그와 비슷한 추리소설로 한 재산 일굴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똑같이 탐정을 등장시키는 건 작가로서 자존심이 상하니까 정반대인 도둑을 주인공으로 삼아 전무후무한 대도 아르센 뤼팽 이야기들을 쓰는데, 순수문학으로 갈고 닦은 유려한 필력에 멋진 캐릭터, 처음 써본 것치곤 의외로 재능 있었던 추리소설 플롯 역량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조국 프랑스에서 셜록 홈스만큼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 후 르블랑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20여 편의 뤼팽 시리즈를 쓰면서 애초 꿈꿨던 순수문학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했지만 훈장도 타고, 영화 판권도 팔아서 백만장자도 되고, 세계적인 명사의 지위까지 얻었으니 펜 한 자루로 인생역전을 이룬, 개인적으로 참 부러운 양반이다ㅠ.,ㅠ 코난 도일보다 홈스가 더 유명하듯이 르블랑보다 더 유명한 인물은 당연히 아르센 뤼팽일 터. 범죄자이면서도 저열하지 않고, 바람둥이면서도 추잡하지 않은, 호쾌하고 낭만적인 괴도 이미지는 뤼팽을 삽시간에 문학계의 슈퍼스타로 만들어주었다. 개인적으로 2-3년 전에 모 출판사의 뤼팽 시리즈 출간의 감수 일을 한 적이 있다. 금전적으로는 어디 가서 말하기 민망한 금액을 받고 몇 달간 집에 틀어박혀 7,000페이지 이상을 읽었는데, 꼭 돈을 떠나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뤼팽 시리즈를 다 읽어볼까 싶어 기쁜 마음으로 일을 맡았었다. 그리고 얻은 깨달음은 다음부터는 절대로 돈을 떠나지 말자...가 아니고 생각보다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가 탁월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우리가 흔히 홈스는 추리, 뤼팽은 모험으로 거칠게 구분하기 일쑤였는데, 찬찬히 다시 보니까 플롯이나 트릭, 반전 등 추리소설로의 장치도 절대 홈스에 뒤떨어지지 않더라. 특히 내가 시리즈 최고작으로 꼽는 <서른 개의 관>은 신비한 섬에서 끔찍한 전설이 재현되어 무려 수십 명의 사람이 죽는 엄청난 사건에서 뤼팽이 천의무봉의 추리를 펼친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싶은, 다분히 환상적인 설정들도 전부 뤼팽의 명추리로 해결되는 걸 보면서 완전히 넉아웃 되는 기분이었다. 뤼팽 팬이라면 <수정마개>나 <기암성>의 모험소설 터치를 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추리소설 팬으로서는 역시 <서른 개의 관>이 최고 걸작이다. 으스스한 분위기도 일품이니 이번 여름에 꼭 읽어보시길...최종 후보작에 뽑힌 <시티즌 빈스>는 뤼팽보다 더 악당 같지 않은 인물이지만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고, 꼭 많은 독자들에게 진가를 알리고 싶은 작품이라 넣었다. 사실 주인공 빈스가 신용카드 사기꾼이니 악당이라면 악당이 아니겠는가. 물론 앞에 小자가 붙겠지만. 마피아와 일하던 조무래기 사기꾼 빈스는 어쩔 수 없이 법정에 서서 마피아를 고발하고 새로운 신분을 얻는다. 범죄자로서의 과거를 잊고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곧 마피아의 킬러가 그를 제거하기 위해 빈스의 마을에 나타난다. 생명의 위협을 받고 쫓기면서도 범죄자로서의 과거를 벗고, 온전한 시민으로서의 재생을 위해 대통령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빈스의 분투가 유쾌하면서도 눈물겹다. 민주사회에서 투표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올해 우리 국민들도 체감해봤으니 아직 안 읽어본 분들이 있다면 소악당 빈스의 시민으로서의 갱생기인 <시티즌 빈스>를 절대 놓치지 마시라.

 

 

Wife - 아내

 

선정작 - <레베카> by 대프니 듀 모리에

 

 

 

 

 

 

 

 

 

 

 

 

 

 

최종 후보작 - <나를 찾아줘> by 길리언 플린

 

 

 

 

 

 

 

 

 

 

 

 

 

원시시대에서 역사가 태동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가장 달라진 건 아마도 결혼제도가 아닐까 싶다. 원시시대에는 동굴이나 기초적인 촌락 같은 곳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남편과 아내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공동으로 육아를 했을 듯한데, 요즘 장가 가기가 너무 힘들어 마흔이 다 되도록 혼자 사는 필자 입장에선 역시 옛날이 좋았어, 하며 담배를 빼어물게 된다. 지금 무슨 얘기를-_-;; 아무튼 역사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서서히 결혼제도가 정착되면서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일부일처의 문화가 자리잡게 되는데, 덕분에 예전에는 하지 않아도 좋았던 고민도 생겨나고 말았다. 결혼이란 게 마치 복권 뽑는 것 같아서 배우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향후의 인생이 180도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결혼 전에 최대한 알아본다 한들 사람 속이 물 속처럼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도 아니니 배우자의 전모를 완벽하게 파악할 방법도 없다. 남녀를 통틀어 운 좋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배우자를 만나면 그런대로 한 세상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천성이 음탕하거나 사치스럽거나 무능력하다면 곧장 지옥으로 떨어지는 셈이니까 결혼만큼 신중해야 할 것도 세상에 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이 좋은 사람인줄 알고 결혼했지만 알고 보니 무서운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는 오래된 동화 '푸른 수염' 같은 이야기는 결혼으로 시작되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여성들의 무의식적인 공포를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난한 고아 처지의 여자가 우연히 매너 좋고 재력 빵빵한 미남 귀족에게 끌려 결혼에 골인했다가 죽은 전처 '레베카'의 그림자에 온갖 고생을 하면서 영혼까지 탈탈 털린다는 <레베카>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히치콕의 동명 영화와 60년대에 만들어진 <새>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프니 듀 모리에. 아무래도 여성 작가이기 때문인지 미묘한 심리 묘사가 일품인데, 보잘것없는 신분과 레베카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외모의 여주인공 '나(끝까지 이름이 안 나온다)'가 느끼는 전반부의 자격지심부터 서서히 레베카와 관련된 전모가 드러나는 후반부의 서스펜스까지 단 한순간도 독자들의 주의를 놓아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1930년대 작품답지 않은 레베카의 악녀 포스로 회상 장면조차 없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한 부부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놓는 대단히 지능적이고 현대적인 캐릭터다. 고딕 로망스처럼 시작하지만 한 구의 시체가 등장하면서부터 탁월한 범죄 추리소설로 전환하는 <레베카>에서 작가가 여주인공의 이름을 보여주지 않는 건 왜일까? 꼭 (이름이 있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그 어느 누구도 결혼으로 인한 고초를 겪을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여자가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고초를 겪는 소설을 소개했으니 공평하게 이번에는 남자 편으로. <나를 찾아줘>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본인 생각보다 아내가 훨씬 더 무시무시한 인물이었음을 점차 알게 되는 과정이 일품인 스릴러다. 소설도 꽤나 베스트셀러였으며, <레베카>처럼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단한 흥행을 기록했다. 가정생활에 얽힌 범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른바 '도메스틱 스릴러'의 선구자격인 작품으로 비슷비슷한 플롯의 유사작들이 쏟아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아내가 아니라 그 역전구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요즘 인기 있는 페미니즘의 영향을 타고 히트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독서시장의 주된 손님이 여성들이라 이러한 유행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X-file - 엑스파일

 

선정작 - <망량의 상자> by 교고쿠 나쓰히코

 

 

 

 

 

 

 

 

 

 

 

 

 

후보작 - <염매처럼 신들린 것> by 미쓰다 신조

 

 

 

 

 

 

 

 

 

 

 

 

 

본격적으로 억지를 부릴 순간이다. 도저히 X로 시작되는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해 연전에 대히트한 드라마 <엑스파일>을 가져왔다. 드라마가 하도 흥행해 '초자연적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일에 대한 문건'을 뜻하는 보통명사화됐기에 떳떳하게 사용한다. 우겨봐야 억지라고요-_-? 하여튼 초자연적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일이라면 UFO나 외계인, 초고대문명, 초능력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유령이나 요괴 등이 과연 실존할까 하는 것일 터.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넘어, 우리 주변에서 때로는 도움을 주고, 때로는 징벌도 가하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니 도깨비부터 갓파, 강시, 악마, 뱀파이어, 미이라 등 국적을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발견된다. 그래도 역시나 유령이나 요괴 이야기의 챔피언 나라는 뭐니뭐니 해도 일본이 아닐까 싶은데, 요괴의 나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수천 개의 요괴가 오늘도 아이들의 악몽 속에서 활약(?)하고 있단다. 이렇게 요괴가 인기 있는 나라이다 보니 아마추어 요괴 연구가도 많은 게 당연지사. 아무래도 뭐 하나에 꽂히면 상상을 초월하는 오타쿠의 나라답게 요괴 오타쿠도 없으면 이상할 텐데, <망량의 상자>의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가 바로 유명한 요괴 오타쿠이다. 원래는 책표지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지만 취미로 써서 투고한 <우부메의 여름>과 후속작 <망량의 상자>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지금은 요괴를 소재로 한 기묘한 추리소설의 1인자로 우뚝 섰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작품들은 국내에서도 워낙 인기가 있어 자세한 소개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만, 추젠지 아키히코라는 퇴마사(?), 범인의 과거가 그냥(!) 보이는 장미십자탐정 에노키즈, 화자 역할을 하는 괴기소설가 세키구치 등이 요괴의 소행으로만 보이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조사해나가는 절륜한 재미의 추리소설 시리즈다. 모든 시리즈의 제목에 그 책의 핵심 테마인 요괴 이름이 등장하며, 온갖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굴비 꿰듯 한 달음에 주르륵 꿰어지면서 진실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진상 풀이 장면이 트레이드마크. 특히 명작은 <망량의 상자>로 열차 사고 때문에 온 몸이 토막난 소녀와 머리를 들고 다니는 남자, 정체불명의 연구소가 독자들의 혼을 온통 빼놓는데, 거기 더해 주인공 추젠지는 요괴에 대한 잡설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 읽다 보면 대략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렵게어렵게 후반부까지 읽으면 추젠지의 사건 풀이가 보상처럼 주어지는데, 너무도 놀라운 진상이라 그야말로 압권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배경인 1950년대에 비해 지나치게 발달한 과학이나 여러 요소들을 볼 때 리얼리즘에 기반한 추리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캐릭터성이 강한 재패니메이션이나 전기소설 등의 요소가 짙다. 1990년대 후반부터의 라이트노벨 열풍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한 현대 일본 추리소설의 정점으로 저자의 건강 악화 때문에 후속작들의 출간이 더딘 게 아쉬울 따름이다...교고쿠 나쓰히코의 대성공으로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제법 나왔는데, 역시 요괴전문가 탐정을 등장시킨 미쓰다 신조만큼은 단순히 교고쿠 아류작이라고 부른다면 많이 섭섭할 것 같다.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가 교고쿠 시리즈와 비슷한 시대적 배경인 1950년대의 일본 오지를 돌아다니면서 <산마처럼 비웃는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등 제목마다 이름이 들어간 요괴와 관련된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 시리즈(쓰고 보니 교고쿠 판박이잖아-_-;;)도 교고쿠 못지않은 수준급의 추리소설들이기에. 밀실 강의나 추리소설에서 목 잘린 시체가 등장하는 이유에 대한 강의를 작중에 넣는 등 교고쿠보다는 정통적인 본격 추리소설에 가까우며, 저자도 캐릭터보다는 추리소설적인 트릭에 더욱 집중하는 눈치이다. 특히 교고쿠 나쓰히코 특유의 살인적인 수다가 없으니 교고쿠 '순한 맛'이라고나 할까, 추리소설 팬들이라면 읽기 훨씬 편하다. '염매'라는 귀신이 무려 십여 명 이상 등장하는 엄청나게 복잡한 추리소설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플롯이 복잡한 만큼 해결이 짜릿해 감히 일독을 권한다.

 

 

Yesterday - 과거

 

선정작 - <장미의 이름> by 움베르토 에코

 

 

 

 

 

 

 

 

 

 

 

 

 

 

 

 

최종 후보작 - <핑거스미스> by 세라 워터스

 

 

 

 

 

 

 

 

 

 

 

 

 

예스터데이라고 해서 '어제'라는 뜻보다는 좀 더 광의의 의미인 '과거'를 사용했다. 과거, 즉 역사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은 장르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쭉 인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고대 이집트나 당나라, 고대 로마 등 이국적이고 근사한 배경을 등장시키기도 좋고, 시저의 암살이나 십자군 전쟁 등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현장감 있게 묘사할 수도 있어 역사에 흥미가 깊고, 또 웬만큼 역사적 지식도 가진 추리소설가라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 또한 지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양반이라 돈도 벌고, 학식 자랑도 할 겸 역사 추리소설을 한 권 썼는데 이 작품이 그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다. 가톨릭의 위세가 정점에 달했던 중세시대, 가상의 수도원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배스커빌 사람 윌리엄과 제자 아드소. 그들은 (하느님이 천지창조에 걸린 시간인) 딱 일주일 동안 묵시록과 유사한 형태로 살해당한 네 수도사의 죽음을 밝혀낸다. 윌리엄이 '배스커빌' 사람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일종의 셜록 홈스 패스터시이기도 한데, 윌리엄은 당시 기준에서 과학수사를 신봉하며 무려 로저 베이컨의 제자답게 '귀납법'과 '삼단논법' 등의 추리법을 보여줘 완전히 과거판 셜록 홈스이다.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제자 아드소는 당연히 왓슨 역할을 맡는데, 사부 윌리엄은 홈스보다는 인간미가 더 있고 따뜻한 성품이라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제자에 대한 여러 배려들이 흐뭇하게 느껴진다. 추리소설로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단순히 추리소설로만 평가하기에는 들어간 노고가 좀 아깝다. 종합 지식인답게 교권과 속권이 충돌한 당시의 역사적 배경, 기독교파 사이의 이단 논쟁, 수도원의 세밀한 묘사와 중세인의 생활상 등 모든 부분에서 배울거리가 넘친다. 물론 추리소설의 플롯을 더 좋아하고 집중하는 나로서는 제발 수도원 기둥 묘사보다는 용의자에게 데려가달라고, 하면서 비명이 절로 나오긴 했다만 참고 읽으면 절로 지식이 늘어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긴 하다. 유독 소설책에서도 지식이나 지적인 느낌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독서시장에서는 이러한 점이 특히 잘 먹혀 이미 교양인 필독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기호학이나 중세사에 큰 관심이 없어 교양서로의 가치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한 역사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만큼은 보증한다...최종 후보작인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는 작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이다. <핑거스미스>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했다면, <아가씨>는 일제시대랄까. 주인 아씨와 하녀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라는 건 두 매체 다 비슷하고, 이야기 전개의 3분의 1까지는 완전히 똑같은 진행이다. 하지만 정신병원과 관련된 첫 번째 대반전이 펼쳐지는 순간부터 영화와 원작은 다른 길을 가는데, 내 기준으로는 원작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기함했던 반전과 같은 수준의 놀라운 반전이 두 번이나 더 펼쳐져 그야말로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물론 <아가씨>도 다른 부분에서 예술적 성취를 거둔 구석이 있겠지만 이야기의 재미만큼은 원작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영화만 보신 분들도 이참에 꼭 원작을 읽어보시길. 저자 세라 워터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레즈비언, 도색소설 등을 연구한 학자로서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을 주로 쓰고 있으며 매 작품마다 높은 완성도로 갈채를 받고 있는 주목할 만한 소설가이다. 

 

 

Zonk - 취하다

 

선정작 - <800만 가지 죽는 방법> by 로렌스 블록

 

 

 

 

 

 

 

 

 

 

 

 

 

 

 

 

최종 후보작 - <밤의 파수꾼> by 켄 브루언

 

 

 

 

 

 

 

 

 

 

 

 

 

 

Z도 마땅한 게 없어서 영어사전을 뒤적였다. 'zonk'라는 듣도 보도 못한 단어가 술이나 약에 '취하다'라는 뜻이라 술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술은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중국 같은 곳에서도 곡주의 유적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 됐으며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의 충실한 친구로 늘 함께 해왔다. 특히 동서고금의 작가들은 거의 대부분 술을 좋아했는데, 글밥을 암만 먹어봐야 출세와는 큰 인연이 없으니 호의호식과도 거리가 멀기 마련. 그저 부실한 안주에 애꿎은 술병만 붙들고 고달픈 처지를 한탄하며 그나마 시름을 잊는 게 유일한 호사렷다. 만약 운이 좋아 돈푼이나 만지는 작가가 됐다면 그때는 괜찮은 안주에 맛 좋은 술로 대취해서 흥 깨나 누리며 살아갈 테니 역시 술이 빠질 수 있겠는가. 게다가 술에 취한 몽롱한 상태에서 보는 환상 같은 것들이 작품 아이디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그런 면에서도 술병을 놓을 수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작가만큼 술을 좋아하는 인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작가들이 이렇게 술을 좋아하니 작가들이 쓰는 소설에도 술이 많이 등장할 수밖에. 6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십 편의 추리소설을 쓴 로렌스 블록도 술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작가이다.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 캐릭터인 매트 스커더가 알코올중독으로 고통받으며 사건들을 해결하는 초창기 시리즈들이 특히 그러한데,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은 책장에서 술 냄새가 날 정도로 술 얘기가 넘쳐난다. 전직 경찰이었던 알코올중독의 사립탑정 매트 스커더는 술에 취하면 더욱 감상적이 돼서 뉴욕 시민 800만 명, 그 하나하나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오직 술병 하나만을 의지하며 고독하게 도시를 방랑하는 하드보일드 탐정 캐릭터는 매트 스커더 이후 하나의 원형으로 굳어졌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나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같은 인기 캐릭터에서도 비슷한 면모를 찾을 수 있다. 매트 스커더는 후기 작품들에서 술을 끊는데,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흥미가 좀 떨어지는 걸 어쩔 수 없더라...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술맛을 돋군 추리소설은 최종 후보작인 <밤의 파수꾼>이다. 아일랜드 추리소설가 켄 브루언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이 작가가 현재 알코올중독이거나 한때 중독이었다는 데 100만 원도 걸 수 있다. 그만큼 알코올중독자 특유의 기이한 언행이나 또다시 술에 취해 모든 걸 망치고 말았다는 자괴감, 버티고 버티다 끝내 술의 유혹에 무너지는 모습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사립탐정 잭 테일러가 여고생의 자살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인 <밤의 파수꾼>은 추리소설의 플롯보다는 알코올중독자의 내면에 더 집중했고, 흥겹게 술에 취한 아저씨의 어마어마한 유머들이 쏟아진다. 책장을 덮자마다 혼자서(!) 술집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진귀한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서는 술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애주가로서 따뜻하고 흥겨운 술자리 속에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는다거나 추리를 완성시키는 등 즐거운 알코올 미스터리를 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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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웃님들^^ 모처럼 인사드립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제가 저자세일 때는 책 팔러올 때밖에 없지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듯이 저 또한 죽지 않고 살아남아 또다시 신간을 냈습니다. 무려 네 번째 장편소설인 이번 책의 제목은 <낙원남녀>이고요. 소설의 장르는 미스터리입니다. 잘 팔리지도, 전혀 떠본 적도 없는 작가가 쓰는 족족 책을 낼 수 있다는 게 사실 진정한 미스터리이기도 합니다만-_-;; 암튼 살인 한 건에 살인미수 한 건이 등장하는 본격 추리소설이지만 유쾌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말랑말랑한 연애 수사극입니다. 나름대로 좌절한 30대 여성의 재생이라는 주제에도 힘을 많이 기울였으니 독서시장의 대다수인 30대 여성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웃님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요. 조만간 리뷰나 페이퍼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늘 관심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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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국의 성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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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 팬들이 가장 기다려왔던 선물이 드디어 도착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 제4편 <여왕국의 성>이 제3편 <쌍두의 악마>에 이어 6년 만에 출간된 것이다. 재미있는 건 일본에서도 <쌍두의 악마>는 1993년에 나왔고, <여왕국의 성>은 2008년에 출간되어 무려 15년 만의 후속작이었다는 것. 우리나라 출판사에서도 일본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 텀을 맞춰주느라 일부러 6년을 기다린 걸까? 잘은 모르지만 일본보다 9년 앞당긴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 개인적으로도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는 작은 인연이 있는데, 예전 출판사를 다닐 때 제2편 <외딴섬 퍼즐>을 담당 편집한 적이 있다. 그때가 2008년 봄이었지, 아마. 당시는 이미 <쌍두의 악마>는 일본에서 출간된 지 오래였고, <여왕국의 성>도 일본 출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외딴섬 퍼즐>은 물론 작품도 재미있었지만, 그전 출판사에서 이직하고 처음 작업한 책이라 꽤나 열의를 기울였는데 안타깝게도 판매가 썩 좋지 못했다. 게다가 <쌍두의 악마>와 <여왕국의 성>은 둘 다 2권으로 나와야 할 만큼 분량도 만만찮아 윗분들께서 시리즈 중단을 통보했었다. 편집자이기 전에 추리소설 마니아였기 때문에 내가 일을 잘 못해 학생 아리스 시리즈가 여기서 끝나는구나 죄송했는데, 웬걸 나보다 훨씬 훌륭한 편집자님이 3편과 4편을 뚝심 있게 출간해주셔서 그저 반갑고 기쁠 따름이다.

 

 

'관 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쓰지 유키토와 함께 일본 신본격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가 바로 <여왕국의 성>의 아리스가와 아리스이다. 특이한 이름이라 필명임을 짐작케 하는데, 본명은 우에하라 마사히데. 이 작가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와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두 가지 시리즈로 잉크밥을 먹고 산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화자이자 왓슨 역을 맡는 추리소설가 아리스(저자와 동명)가 범죄학 조교수 히무라 히데오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이고, <여왕국의 성>이 포함된 학생 아리스 시리즈는 화자이자 왓슨 역을 맡는 추리소설가 지망 대학생 아리스(저자와 동명)가 28살 늙다리 선배(이지만 명탐정) 에가미 지로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이다. '아리스'라는 이름이 많이 나와 처음 보시는 분들은 좀 헷갈릴 수도 있겠다. 아무튼 두 시리즈의 화자인 작가 아리스와 대학생 아리스는 둘 다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들이라 작가 아리스가 쓰는 추리소설이 '학생 아리스 시리즈', 학생 아리스가 쓰는 습작 추리소설이 '작가 아리스 시리즈'라는 재미있는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쉽게 설명하려 했으나 왠지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여왕국의 성>과 인연이 없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제일 독특한 특징이라면 주인공들이 전부 대학생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추리소설 연구회 대학생들이 엠티만 갔다 하면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김전일'스러운 전개의 원조 격이다. 화자 아리스가 신입생이었던 여름방학 엠티 때는 화산 분화로 고립된 산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월광게임>), 2학년 때는 신입 회원으로 들어온 어여쁜 여대생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소유한 섬에서 또 연쇄살인이 벌어지고(<외딴섬 퍼즐>), 2학년 2학기 때는 전작에 얽힌 모종의 사정으로 상심한 마리아가 틀어박힌 산중의 예술가 마을에서 또또 연쇄살인이 벌어진다(<쌍두의 악마>). 이쯤 되면 여행이라면 신물이 날 법도 한데 지치지도 않고 떠나는 녀석들이 더 대단할 지경이다. 아무튼 아리스가 3학년이 된 <여왕국의 성>에서는 UFO와 외계인을 숭상하는 신흥 종교 교단에서 또또또 발생하는 연쇄살인에 맞서는 추리소설 연구회의 경천동지할 활약이 펼쳐진다. 화자 아리스와 그가 짝사랑하는 마리아, 허당 선배 콤비 오다와 모치즈키, 부드럽고 섬세한 인품의 소유자이면서 뜻밖의 놀라운 추리력도 겸비한 에가미 지로. 멤버 모두가 대학생이다 보니 자연스레 경쾌한 분위기와 코믹한 만담, 미묘한 사랑 이야기 등 청춘소설로서의 싱그러움도 아울러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다른 추리소설들이 별로 가지지 못한 작가 아리스 시리즈만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의 진짜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학생 아리스 시리즈를 5편에서 끝낼 계획이라고 오래전부터 밝혔는데, 아마 평범한(?) 대학생들이 잇달아 연쇄살인에 휘말리는 이야기는 다섯 개까지가 한계라고 본 것 같다(나는 솔직히 두 개도 많다고 생각한다ㅎㅎ). 그렇다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 스타일은 어떨까? 그야말로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 등 고전적인 퍼즐 추리소설을 현대에 계승한 정통파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특히 엘러리 퀸의 영향을 많이 받아 논리를 강조하는 축이며 퀸의 전매특허인 소거법으로 추리를 전개해 나가는 점이 영락없이 퀸과 판박이이다. 아야쓰지 유키토도 그렇고, 요즘 인기 있는 마야 유타카 같은 추리소설가는 범인의 의외성 측면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완벽한 페어플레이어라서 용의자로 한정한 인물 외의 범인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 그러니 이 작가 책을 읽을 때는 마음을 편히 먹고 용의자 명단을 살펴가면서 하나하나씩 아닐 것 같은 사람을 지워나가라. 그러다 보면 (운이 좀 받쳐주면) 범인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고전적인 본격 추리소설의 난점이랄까, 예전만큼 오늘날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천편일률적인 단서 수집 장면과 용의자들과의 기나긴 탐문이 지루하게 느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려면 살해 현장을 오가면서 핵심 단서를 수집하고, 용의자들과 대화를 거듭하며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본격 추리소설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이 장면들이 액션과 스릴에 치중하는 요즘 독자들에겐 너무 느린 템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분량을 대폭 줄여 사건 해결과 직결되는 단서만 적는다면 단번에 답이 나오게 마련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결과 상관없는 가짜 단서와 쓸데없는 증언들 속에 진짜를 살짝 숨겨두어야 독자들이 속아 넘어갈 게 아닌가. 나는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바로 이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들을 대학생으로 설정했다고 생각한다. 같은 단서 수집과 탐문 장면이라도 대학생들이 찢고 까불고 만담을 하면 그래도 좀 더 유쾌하게 페이지가 넘어가며, 미묘한 연애 감정이나 20대 초반 순수한 젊은이가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단상 같은 내용들이 조사 중에 더해지면 꼭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품에 유독 책이나 영화 얘기, 지방의 역사, 음식 등 잡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추리소설을 웬만큼 읽은 나도 아리스가와 아리스만큼 흥미롭게 단서 수집과 탐문 대화를 전개해 나가는 본격 추리소설 작가를 본 적이 없다.

 

 

이 소설의 번역자 또한 자타 공인 아리스가와 아리스 마니아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설에도 참 공을 들였는데, 결정적인 트릭에서 살짝 문제가 되는 부분까지 양심적으로(?) 밝혀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나도 읽으면서 이 부분은 조금 그렇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본에서도 조금 말이 나왔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트릭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치명적인 결함까지는 아니고 살짝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고만 보면 될 것 같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몇몇 단어가 있다. 여행, 동아리, 사랑, 우정 등등... 이런 멋진 테마들을 본격 추리소설에 잘 녹여내 즐거운 읽을거리를 만들어낸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감탄해 개인적으로도 살짝 흉내내본 바가 있다. 물론 결과물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신작 <여왕국의 성>을 읽으면서 또다시 한 수 배운 느낌이다. 특히 조연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그러한데, 에가미 지로와 마리아, 아리스 등의 주연 캐릭터는 당연히 핵심적인 내용을 담당하지만 개그를 담당하는 오다와 모치즈키는 어디 그런가. 조금만 시선을 거두면 병풍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두 개그 캐릭터를 위해 멋진 탈출 장면까지 만들어주면서 조연들도 충분히 뛰어놀 여지를 만들어준 수법은 정말 교묘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여왕국의 성>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에게 있어 여러 추억과 과제, 배울 점 등을 떠올리게 만든, 영감을 주는 멋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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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12-2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잘 읽었습니다.
이 작가의 책은 아직 읽어본적은 없지만 잘 정리해주셔서 도움이 많이되네요 참고하겠습니다.



jedai2000 2016-12-27 17:20   좋아요 0 | URL
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가 장난도 좋아하고, 설정도 복잡해 설명이 넘 어려워진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도움이 됐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1권의 핵심 트릭이 일본어의 특징을 이용한 다잉메시지라 1권은 저희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2권부터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기회되시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쭈니 2016-12-2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일미 막 읽기 시작했을때
제다이님 추천도서 보고 구입하기도하고 읽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알게됐습니다.
늦었지만 감사인사라도 드려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뻑 ^^

jedai2000 2017-01-13 01:20   좋아요 0 | URL
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쓴 리뷰가 266편이 넘는데 문득 그걸 쓴 시간을 생각해보니 편당 1시간만 걸렸다고 쳐도 266시간이더라고요(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걸립니다ㅠ.ㅠ). 인생의 많은 부분을 투자한 셈인데 쭈니님처럼 제 추천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그만한 보람이 없습니다. 큰 힘과 용기 얻고 내년에도 더욱 리뷰에 매진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리카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선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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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크리피> 이후 오랜만에 읽은 공포소설이다. 코미디만큼이나 호러도 각 나라의 문화적인 토양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서양에서 날고 긴다는 공포물을 봐도 뜨뜻미지근할 때가 많다. 그런데 전설적인 <링>이나 <검은 집>, 영화 <주온> 등 일본의 공포물은 비교적 한국에서도 잘 먹히는 것 같다. 같은 동북아시아권이라 생활상이나 동양적인 사고방식이 비슷해서일까? 아무튼 이번에 소개할 <리카>라는 작품이 제2회 일본 호러 서스펜스 대상작이라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았다. 일본산 호러에다 문학상 수상작이라면 아무래도 기본 이상은 할 확률은 높으니까. 무심코 한밤에 반쯤 읽다가 도저히 더 읽을 수 없어 책장을 덮고 말았다. 모든 게 잠든 한밤중에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괴이한 잡음들이 왜 이리 많은지 무서워서 버틸 수가 없었다. 실체를 알고 나면 고작 전자제품이나 바람소리 등에 불과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공포가 최고조에 달해 예사 소리로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다음 날 환한 오전에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국가대표 쫄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작품을 새벽 2시경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야밤에 공동묘지로 느긋하게 산보도 갈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소감을 말하기 전에 무심코 공포소설은 참으로 권선징악적(?)이고, 체제수호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리카>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공포물은 주인공이 꼭 하지 말라는 짓을 하거나 비도덕적인 일을 할 때 단죄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남녀 대학생들이 놀러갔을 때 몰래 얼레리꼴레리를 하는 커플이나 만취할 정도로 술을 먹고 마약을 하는 녀석들은 저승에 이미 한 발짝을 걸친 셈이다. 그 밖에 외딴 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낯선 자를 태워주거나 절대 열지 말라고 써 있는 책을 펼쳤다면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빌어라. 하긴 어렸을 때도 엄마가 곱게 방 치우라고 하면 어디 말을 듣는가. 몽둥이를 들고 와서 눈에 불을 켜며 소리소리 질러야 겨우 말을 듣지. 그런 의미에서 공포소설 작가들은 본질적으로 몽둥이를 든 엄마와 마찬가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쁜 짓하면 흉악한 꼴을 당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공포소설 주인공들은 꼭 나쁜 짓을 해서 벌받는 사람만 나와야 할까? 뭐 아닌 경우도 없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도 밟아 죽이지 않는 훌륭한 인격자가 원인도 모른 채 희생양이 되면 읽는 독자들의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는 당할 만한 놈이 당해야 보는 독자들도 마음 편히 책장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작가들이 그렇게 쓰는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리카>에서 주인공이 당하는 이유는 인터넷 채팅 때문이다. 사랑스런 외동딸을 두고 아내와도 큰 문제가 없는 40대의 중년 가장이 우연히 인터넷 채팅에 발을 들이면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채팅에 빠져들면서 낯선 여자들을 꼬시는 도입부가 전체 360페이지 중에서 1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제법 분량이 긴데, 이 부분은 대단히 정교하면서도 흥겹게 묘사되어 있어 책장이 바람개비처럼 훌훌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채팅으로 여자 꼬득여본 일이 한 번도 없어 한 수 배우는 느낌으로 묘하게 정독이 되더라. 아무튼 주인공은 채팅으로 십 수 명의 여자와 교류하며 그중 한 명과는 얼레리꼴레리도 성사시키는데 내가 정말 부러워서...흠흠. 작가가 도입부를 이렇게 밝게(?) 처리한 이유는 당연히 주인공의 도덕적 타락을 고발하는 면도 있을 테고, 또 중반부터 그가 겪는 지옥도와의 대비를 강렬하게 부각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전반부가 즐거우면 즐거울수록 후반부의 고통을 겪으면서 주인공이 느끼는 심리적인 낙폭이 훨씬 클 테니까. 절찬리에 채팅을 하던 주인공이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한 명만 더 얼레리꼴레리(이 표현이 이상하게 남발되네)를 하고 이 짓을 접자, 하고 마지막으로 공을 들이던 상대가 있다. 조금 소심해 보이지만 따뜻하고, 다른 여자들보다 좀 의존적인 성격 같지만 천성적인 상냥함이 있는 간호사의 이름이 바로 '리카'. 그런데 막상 만나서 얼레리꼴레리(또!)를 하기 직전, 리카가 조금 이상하다. 하룻밤 새 전화를 20통 이상 하는가 하면 집으로 괴이한 팩스를 보내고 몰래 사무실에 잠입해 스크린세이버를 바꿔놓는다. 짐작하겠지만 주인공이 이 여자, 이상하구나 싶어 연락을 딱 끊으려 했을 때가 바로 지옥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리카는 역대 어느 소설에도 나온 적 없는 최강의 스토커였으니 말이다.

 

 

대략 이런 줄거리이다. 본격적으로 리카가 활동하는 시점부터는 비교적 여성 스토커가 나오는 공포소설의 정석대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으나 템포도 빠르고 순간순간 섬찟한 장면들이 연속되어 단숨에 책장을 덮게 만든다. 편집자 출신이라는 작가는 배경 묘사나 분위기보다 사건 위주로 휙휙 이야기를 전개시켜 요즘 인기 있는 인터넷소설 같이 가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것 같다. 데뷔작 <리카>가 대단히 히트해 10년 만에 속편 <리턴>도 나왔다는데, 아마 <리카>에서 10년 동안 성장한 누군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비주얼적인 면에서나 성격적인 면에서나 '리카'라는 존재가 주는 압도감이 있어 <링>의 '사다코'처럼 속편 및 영상화도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는 괜찮은 상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박력과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충격적인 공포 장면들이 공포소설 애호가들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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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14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저요! 야밤에 공동묘지가 무섭지않은 1인!^^
근데 얼레리꼴레리가 뭘까요~^^ 대따 궁금해!!^^

jedai2000 2016-12-14 15:40   좋아요 1 | URL
막상 야밤에 공동묘지 가시면 무서우실 걸요ㅋㅋ 솔직히 끝까지 못 다녀오신다에 만 원 걸겠습니다ㅎㅎ

얼레리꼴레리는 참 남자에게 좋은 건데...뭐라 설명할 말이 없네요^^;;;

[그장소] 2016-12-14 21:41   좋아요 0 | URL
음..그럼 제가 만원 벌었네요! 확실히 공동묘지를 저는 밤에 가는게 좋거든요! ㅎㅎㅎ
사람도 없고..적요하고 얼마나 편안한데요! ^^

남자한테 좋은 , 마늘입니까? ( 아닌가? 그 무슨 광고가...퍼뜩!!)

jedai2000 2016-12-15 02:50   좋아요 1 | URL
헐, 진심이신가요? 혹시 공동묘지 근처에 사세요? 국가대표 쫄보인 저는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꼭 만 원 드리겠습니다ㅎㅎ

남자한테 참 좋은 건...그 광고에서는 아마 산수유였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적다고 합니다만 얼레리꼴레리가 잘만 되면 남녀 모두 좋은 경우도 있긴 할 겁니다^^;;

[그장소] 2016-12-15 04:29   좋아요 0 | URL
어릴때 공동묘지를 거쳐 학교를 다녀 그런가봐요. 거기 분위기 전 좋아해요. 겨울엔 특히 ~^^ 여름엔 반디불이도 잔뜩보고요!^^
제가 미스터리 심령썰렁물을 상당히 애호하거든요!^^ ㅎㅎㅎ

산유수 ㅡ 아! 핫!^^ㅋㅋ

jedai2000 2016-12-19 17:45   좋아요 1 | URL
낮에도 공동묘지 가면 무서운데 어렸을 때부터 단련하셔서 겁이 없어진 거로군요. 그장소님 학교 친구들은 전부 귀신 잡는 해병대이겠어요ㅎㅎ 귀신들도 먹고살려면 좀 겁에 질려줘야 하는데, 그장소님 만나면 걔네들도 당혹스럽겠는데요^^

기회가 되면 제가 꼭 미스터리 심령썰렁물을 써보겠습니다!!!

[그장소] 2016-12-19 23:03   좋아요 0 | URL
ㅎㅎ그러게요. 귀신이 무서워야 하는데, 사실 사람이 더 무서우니 신기하죠?

꼭 꼭 심령썰렁물 ㅡ부탁드려요!^^
 
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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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에서 이 책을 샀는데, 마침 계산대에 젊은 아가씨가 서 있어 책을 내미는 손이 무지 부끄러웠다. 모르는 사람이 <유곽 안내서>라는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어디 유곽이 괜찮고, 어디 아가씨가 예쁘고 잘해준다(?)는 걸 알려주는 안내서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인터넷으로 살 걸 그랬다는 후회를 하며 서점을 나왔다. 그런데 사실 요즘 우리나라 전통(?) 유곽은 거의 멸종 단계라서 굳이 안내서가 필요하진 않을 듯하다. 내가 쭉 살아왔던 인천에도 전국구로 유명한 곳이 두 군데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진작에, 나머지 하나는 동네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영업이 원활하지 않다고 한다(난 도대체 이런 걸 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_-??). 아무튼 전성기 때는 대단했다던 파주나 평택도 최근에는 끝물이라 하니 몸 파는 여인들을 쇼윈도 아래에 전시하다시피 해서 손님을 맞는 속칭 '정육점' 방식의 유곽은 이미 시효를 다한 것 같다. 다만 밑천이 안 드는 이 장사(?)는 유사 이래 인간사회에서 없어져본 적이 없으니 사라진 유곽 대신 오피나 안마방 같은 신종 성매매로 대체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렷다.

 

 

마쓰이 게사코가 지은 이 책의 원제는 <요시와라 유곽 안내서>이다. 지금 제목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요시와라'가 일본 에도시대(1603-1867)에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허용했던 대규모 유곽을 이르는 말이므로 제목만 봐도 시대소설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요시와라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었는지, 유녀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세하게 '안내'하는 일종의 교양서 기능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접대나 청년 성공과는 큰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아왔기에 유흥을 접해본 일이 거의 없어 솔직히 이쪽 풍경에 제법 흥미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 다 흥미로워하지 않는가(개인적인 호기심을 남성 일반으로 확대하여 면죄부를 꾸미는 중). 뭐 그런 이유로 대단히 몰입하며 읽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대히트했던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처럼 인터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인터뷰어가 요시와라에 직접 찾아가 관련자들을 하나씩 인터뷰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터뷰를 받는 사람 중에는 요시와라의 일급 기루 사장도 있고, 손님으로 찾아간 사람도 있고, 심지어 유곽에 손님들을 실어나르는 뱃사공도 있다. 모종의 일로 이번에 최초로 요시와라에 발길을 들인 인터뷰어는 이곳에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대변하는 존재라서 처음에는 요시와라의 운영 방식이나 유녀들의 등급 체계, 유녀들의 생활상, 손님을 받는 시스템 등 보편적인 정보를 얻는 일부터 시작한다. 한마디로 독자들과 스텝을 맞춰주는 것이다. 책이 중반쯤 지나 인터뷰어와 독자들이 어느 정도 요시와라에 익숙해졌을 때 저자는 얼마 전 이곳에 일어났던 '대사건'을 언급하며 슬그머니 분위기를 띄운다. 요시와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녀들을 부르는 명칭 '오이란'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가쓰라기가 무언가 대단한 일을 벌인 것 같은데, 시원하게 다뤄주지 않으니 독자들은 애가 탄다. 이쯤 되면 요즘 아이돌같이 어마어마한 인기에 카리스마도 대단했던 가쓰라기와 그녀가 벌인 대사건이 알고 싶은 나머지 단숨에 끝까지 독파하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남자로서의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한 일등 동기지만 막상 다 읽고 나서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대개 집안이 가난해 6-8세에 팔려온 소녀들이 유녀로 키워져 운 좋게 낙적(부잣집에 팔려가는 일)되지 않는 한 살아서 나가기 힘든 곳이 요시와라였으니 말이다사실 당시나 지금이나 마음속 깊이 원해서 그런 일을 할 여자는 하나도 없을 텐데 오죽 현실이 녹녹치 않으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포기하겠는가. 아무튼 요시와라는 철저하게 여성들을 착취하는 공간. 인기 있는 오이란이 금방 돈을 모으면 나갈 게 뻔하니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놓는데, 그건 요즘도 절찬리에 통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이래저래 한숨과 눈물로 얼룩진 요시와라를 비판하는 것만은 아니고, 하룻밤 인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녀와 손님 사이의 야릇한 풍정 등 풍속소설로서의 맛도 충분히 주고 있다. 짧은 분량에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점층시키는 기법을 잘 활용해 가독성이 높으며 무엇보다 재미가 있으니 꼭 일독해보시라. 마지막으로 <유곽 안내서>가 남자들에게 농락당하기만 하는 불쌍한 유녀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독서를 포기할 여성분들이 있을까 봐 노파심에 한마디 덧붙이지면 가쓰라기는 그렇게 만만한 여자가 아니다. 그만큼 그녀가 벌인 '대사건'은 남성 위주의 에도사회에 던진 통쾌하고 장렬한 한 방이었다!

 

 

세상은 유곽이 거짓말투성이라고 하네만, 사실 이곳만큼 남자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도 없지. 아하하, 그거야말로 이 세상의 진실인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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