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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2020-88 <신문기자(모치즈키 이소코 지음/동아시아)>
아베 정권과 싸우며 세상을 바꾸는 여성 기자의 기록
직업 선택의 기준은 여러 가지이다.
돈을 잘 버는 직업, 정년까지 오래 할 수 있는 직업, 나와 잘 맞는 직업,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 등등 조건을 여러 가지이다.
나의 경우는 나에게 맞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직업을 선택했고, 지금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
만족한다고 해서 항상 해피하게 즐겁게 힘 하나도 안 들고 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엄마 손에 이끌려 배우의 꿈을 키우던 소녀가 마주한 책 한 권.
포토저널리스트 요시다 루이코의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공화국>.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민중의 목탁’이라는 기자의 사명을 키우게 되었다.
게이오대학 법학부를 다니는 동안에도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우던 저자는 졸업 후 언론사 시험에서 전국구 대형 신문사에 낙방하게 된다.
지역 신문사인 도쿄신문에 합격하여 기자의 길을 걷게 된다.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로 입문한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
저자는 초임 기자 시절부터, 지방경찰청 형사부 감식반 베테랑 수사원에게 들었던 말을 명심하고 있다.
“머리가 얼마나 좋냐,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나는 기자가 그 사안에 얼마만큼 열정을 갖고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보고 정보를 이야기해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
열정 가득한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는 국민에게 감추었던 진실들 파헤치는 집요한 취재를 벌인다.
일본치과의사연맹 부정 헌금 스캔들을 보도.
정권 자체를 위협하는 스캔들로 번진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매각 스캔들’과 ‘가케 학원 사학 비리 스캔들’을 취재.
일본의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언론계 성폭력 피해자 인터뷰 및 집중 취재.
그리고 스가 관방장관 정례회견 참석.
일본의 관방장관은 내각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내각의 중요한 결정에 대한 조정을 하며 내각의 활동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
스가 관방장관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정례회견을 연다.
5분 내외로 형식적으로 끝나는 내각부 장관의 정례회견.
아베 정권의 대형 스캔들에 대한 답변은 ‘기억에 없다.’, ‘문서는 없다,’, ‘메모는 버렸다.’, ‘담당부서에 물어라.’, ‘내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 ‘사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이에 40분간 23개의 질문을 던지는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되풀이해서 묻고 있는 겁니다.”
정치적으로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연예 분야의 기사를 통해 덮으려 하는 사례.
권력층의 비리를 폭로한 사건에서 폭로자의 신상털기식 보도를 하는 사례.
우리 국민에게도 식상해진 방식이 이 책에도 등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일본과 우리나라의 언론 환경을 비교하게 되었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를 전달하고 그 이면과 원인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
언론의 더욱 중요한 기능이 바로 권력과 기득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다.
(2009년 한 차례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일본은 패전 이후 자민당이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하며 국가의 유지와 국민의 안전을 높은 가치에 두었다. 그러나 변화 없는 사회는 고속 성장이 멈춘 이후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권력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세력이 더욱 권력을 차지하며,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는 현상.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이 ‘잃어버린 30년’이 되고 있다.
언론은 자연스레 그 사회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언론마저 ‘고인 물’이 되었다.
이것은 일본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언론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수 정권 시절에 비판 기능을 상실하고 정권의 홍보에 치중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 잘못은 ‘기레기’라는 아픈 단어로 언론의 가슴에 꽂히고 있다.

언론이 고인 물이 되어 언론의 본질적인 기능을 상실할 때 선봉에 서서 ‘언론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라는 외침을 보여준 저자는 <뉴욕타임스>로부터 ‘일본 언론 자유의 상징’이라 불렸다.
저자의 스토리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우리나라 배우인 심은경 씨가 주연했고 일본 아카데미 3관왕을 달성하며 주목을 받았다.
나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취재원을 만난다. 기자로서 내가 가진 사명은 이것뿐이다. 앞으로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파고들 것이다. 집요하다는 말을 듣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준다 해도 상관없다. 그림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의문을 풀어가고 싶다. -p225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
기자란 어떤 직업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직’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나의 ‘직’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