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재산 은닉 기술 - 이명박 금고를 여는 네 개의 열쇠
백승우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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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MB의 기술], 다산지식하우스, 2018.

  그동안 TV에서 방영하는 탐사보도나 시사 고발 프로그램은 좋아해도 책으로는 찾아 읽지 않았다. 화면 영상의 편리함과 인터넷 검색의 효율성으로 굳이 책을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또한 오랫동안 각인되는 책의 효과가 싫었는지 모르겠다. 세상을 밝게 미래지향으로 보아야 하는데, 어떤 음모론이나 회의론에 빠져서 염세적으로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향한 지나친 욕망으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사는 오늘의 역사도 같은 양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인간의 추악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류는 절대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워왔다. 그래서 통치자의 힘을 분산하고 기간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도 안심할 수 없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감시와 견제를 하고 있다. 행정부 외에 입법부와 사법부, 이것을 지켜보는 시민단체와 언론... 지난 10년 동안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분이 꿈이라도 꿀 수 있었을까? 이명박의 금고를 여는 네 개의 열쇠... [MB의 재산 은닉 기술]을 읽었다.

  기자 한 사람이 모든 의혹에 대해 정답을 제시할 순 없다. 구석구석 빈 곳도 많다. 사실과 사실의 섬, 그 사이의 망망대해는 함께 건넜으면 한다. 여기 네 개의 열쇠가 있다. 이명박과 이명박 일가의 '돈' '땅' '다스' '동업자'가 열쇠다. 네 개의 열쇠는 결국 우리가 몰랐던 이명박의 재산으로 안내할 것이다.(p.9)

  은닉한 불법적인 재산을 찾기 위한 네 가지 열쇠는 돈-땅-다스-동업자이다. 대통령 아들의 전셋집, 청와대에서 나온 자금, 비밀금고, 돈줄, 친인척과 측근, 그리고 거짓말까지... 국격을 이야기하고 역대 가장 도덕적인 정권이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해온 그분이 구속되었다. 이 책은 그 이전에 나와서 그분의 실체를 까발린다. 14대와 15대 국회의원, 32대 서울특별시장,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 도곡동 땅, 다스, BBK...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의혹...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갖가지 의혹은 넘쳐난다.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취재 기자의 몸부림은 좋은(?) 결실을 보기 바란다. 이런 글이 왜 좀 더 빨리 나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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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예수, 예수 - 이 시대가 잃어버린 이름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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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윤종석 역, [예수, 예수], 두란노, 2017.

Timothy Keller, [Hidden Christmas], 2016.

  12월, 눈 내리는 계절하고 어울리는 책을 따뜻한 봄날에 읽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우리 주위에선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다. 찬송가와 성탄을 알리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세상의 평화를 기원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 이제는 연인의 사랑과 상업성을 배제하기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날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날이다.

  어둠 속의 불빛을 강조하는 풍조는 세상의 희망이 세상 바깥에서 온다는 기독교의 믿음에서 기원했다. 또 선물을 주는 행위는 자기 목숨까지 내어주신 예수님께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예수님은 모든 영광을 버리고 인간으로 오셨다.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향한 관심은 하나님의 아들이 사회 상류층이 아니라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셨음을 환기시켜 준다. 우주의 주인께서 인류의 가장 작고 소외된 이들과 같은 처지가 되신 것이다.(p.12-13)

  이 모두가 가슴 뭉클한 주제지만, 사실은 양날을 가진 검이다. 예수께서 빛으로 오신 것은 우리가 영적으로 너무 눈멀어 있어 스스로는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분이 인간이 되어 죽으신 것은 우리가 도덕적으로 너무 타락해 다른 식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자신을 주셨으니 우리도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드려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다(고전 6:19 참조). (하나님처럼) 크리스마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경이롭고 더 치명적이다.(p.13)

  여자의 후손으로 오신 예수님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창세기 3:15)

  선지자의 예언으로 오신 예수님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 그 정사와 평강의 더함이 무궁하며 또 다윗의 왕좌와 그의 나라에 군림하여 그 나라를 굳게 세우고 지금 이후로 영원히 정의와 공의로 그것을 보존하실 것이라 만군의 여호와의 열심이 이를 이루시리라"(이사야 9:6-7)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 예수님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마태복음 1:1)

  성령으로 잉태하신 예수님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그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그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 하여 이 일을 생각할 때에 주의 사자가 현몽하여 이르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그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마태복음 1:18-20)

  구원자이고, 임마누엘이신 예수님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이 모든 일이 된 것은 주께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 이르시되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태복음 1:21-23)

  성육신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한복음 1:14)

  그리스도인의 삶은 고상한 행위와 성취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행위로 시작된다. 바로 겸손히 구하는 일이다. 그러면 시간이 가면서 우리 안에 생명과 기쁨이 자라는데, 역시 평범하다 못해 거의 따분한 실천들을 통해 자란다. 매일 순종하는 것,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는 것, 예배에 참석하는 것, 그리스도 안의 형제자매와 이웃을 섬기는 것, 환난 중에 예수님을 의지하는 것 등이다. 이렇게 조금씩 믿음이 자라면서 우리 삶의 기초는 기쁨의 지하수 쪽으로 점점 더 다가간다.(p.214)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성경에서 찾다... 매년 묵상하는 말씀이지만, 올해는 집중적으로 몰아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영적인 성숙과 성장을 위해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이 시대가 잃어버린 이름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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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 하나님 자리를 훔치다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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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윤종석 역, [내가 만든 신], 두란노, 2017.

Timothy Keller, [Counterfeit gods], 2010.

  기독교 신앙에서 성경은 다른 신을 네게 두지 말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출애굽기 20:3-6)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십계명의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와 "우상을 만들지 말라"이다. 이집트에서 오랫동안 노예로 살다가 탈출한 후에 약속의 땅으로 가는 여정에서 이스라엘은 율법적인 체계를 갖추게 된다.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혹시 모를 원주민의 토착 종교를 하나님으로 여길까 하여 미리 단속(?)이라도 해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러한 신앙의 전통은 개혁교회에서 깊이 뿌리를 내려 오늘날 교회가 '배타적'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현대의 그리스도인 중에서 눈에 보이는 우상을 만들어 절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십계명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계명은 단순히 배타적이라는 비난 속에서 변명의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우상숭배는 여전히 우리에게 적용되는 큰 죄악 가운데 하나이다. 눈에 보이는 형상을 만들지는 않지만, 하나님을 외면하고... 평생소원, 사랑, 돈, 성취, 권력, 문화와 종교... 등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모두 우상이다.

  팀 켈러 목사님은 무엇이든 우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자리에 있다면, 우상이고 가짜 신이다. 또, 좋은 것이 우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건강, 가족, 학문, 심지어는 교회 사역까지도 우상이 될 수 있다. 하나님보다 앞세우는 것, 더 사랑하는 것은 전부 우상이다.

  절망에서 헤어나 전진하려면 우리 마음과 문화에 자리한 우상을 분별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짜 신들의 악영향에서 해방되는 길은 참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것뿐이다. 살아 계신 하나님은 시내 산과 십자가에서 자신을 계시하였다. 그분을 만나면 진정으로 당신을 채워 주신다. 당신이 실망시켜도 참으로 용서해 주신다. 능히 그러실 수 있는 분은 주님뿐이다.(p.31)

  대부분은 평생을 바쳐 마음의 가장 절실한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라면 웬만한 것은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러나 마음의 가장 깊은 소원을 이루는 것이 곧 자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일 수 있다. 오랫동안 간절히 바랄수록 우상이 되기 쉽다. 적절한 경계선을 벗어난다면, 그것이 좋은 것일지라도 이미 가짜 신으로 변질하였다는 증거이다. 승진이나 성취를 위해서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일하고 법률을 어긴다면, 그것은 우상화되었다는 뜻이다. 연인의 폭행과 가학 행위를 당하면서도 콩깍지가 씌어 병적인 관계를 보지 못한다면, 사랑이 우상화된 것이다.

  돈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사용을 위한 도구인가? 아니면 그 자체가 목적인가? 끝없는 욕망으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시대이다. 그러나 성취의 욕망은 '나는 누구인가?', '내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이것은 금방 사라지는 만족감이다. 정치 권력의 허황한 망상... 하나님 없는 권력에 대한 기대와 확신은 곧 허물어져 실망하게 된다.

  우상이란? 하나님이 주실 수 있는 것을 얻고자 의지하는 대상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교리의 우상에 빠질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보다 교리와 전통을 앞세운다면, 율법의 우상에 빠져있던 바리새인과 다르지 않다. 은사(재능, 능력, 행위, 성장)를 영적인 열매(사랑, 기쁨, 인내, 겸손, 용기, 온유)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우상숭배는 단지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것만이 아니라 온 마음을 하나님 아닌 다른 데 두는 것이다. 자신에게 우상이 있음을 회개하거나 의지력을 발휘해 다르게 살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우상에서 돌이키려면... 예수님이 당신을 위해 이루신 일을 올바로 알고 그 일을 기뻐하고 그 안에서 안식해야 한다...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기도하는 즐거운 예배도 거기에 포함된다. 우상보다 예수님이 당신의 머릿속에 더 아름다워지시고 당신의 마음속에 더 매력 있어지셔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가짜 신이 대체될 수 있다. 우상을 뿌리 뽑기만 하고 그 자리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심지'않으면 그 우상은 다시 자라난다... 기쁨과 회개가 함께 있어야 한다. 기쁨 없는 회개는 절망에 이르고, 회개 없는 기쁨은 얄팍해서 잠깐의 감동 외에 깊은 변화를 주지 못한다...(p.251-252)

  가짜들에게 결별을 선언하다!

  우상의 문제, 가짜 신의 문제... 나는 나도 모르게 하나님을 대신하여 다른 신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만든 가짜 신에 관한 인식, 성장하고 성숙한 신앙을 위하여 기독교 세계관의 인식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현재의 문제와 성경의 고찰...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 초점을 맞추는 전개는 복음적이며 은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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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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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 권영주 역,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비채, 2018.

Matsuie Masashi, [YUUGANANOKA DOUKA WAKARANI], 2014.

  2016년에 읽은 책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고 하면, 주저 없이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비채, 2016.)를 말한다. 건축 설계를 소재로 하는데,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매년 여름이면 초록이 우거진 여름별장으로 옮겨가 두 달을 지낸다. 시대의 유행을 따르거나 건축가의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주변 환경하고 어울리면서 용도에 적합한 설계를 원칙으로 한다. 국립현대도서관의 설계 경합에 참여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건축가의 열정과 사람을 배려하는 세심한 설계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덕분에 요미우리문학상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책을 좋아하는 몇몇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다른 소설하고 다르게 어떤 악인이나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매우 건전하다. 다툼이나 대립 없는 전개는 지루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는 줄 모르게 서서히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이러한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우아함에 관하여... 특히, 중년의 우아함이란 무엇인가? 안정적인 돈벌이로 물질의 자유로움... 교외에 마당이 딸린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가꾸는... 자녀를 키우고 부모를 봉양하는데 무슨 문제가 없는... 우리는 너나없이 내일의 우아함을 위해 오늘의 젊음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은 어떤 우아함을 추구하고 있을까? 이 책은 우아함에 관한 책이다...

  이혼을 했다.(p.7)

  자연림이 남아 있는 공원이 근처에 있을 것. 잔디밭이 환하게 펼쳐진 공원이 아니라, 나이를 많이 먹은 거목이 우뚝 솟았고 놀이기구 따위 없는 살풍경한 공원이 좋겠다.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할 수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일 것. 헤어진 아내가 들으면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며 당장 얼굴을 찡그릴 듯한 계획이다.(p.13)

  40대 후반의 오카다 다다시는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살던 아파트에서 이사해야 한다. 까다롭고 자기중심적이며 그러면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아내와 이혼했다. 고연봉의 전문 분석가는 가정에서의 삶을 피곤하게 했나 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 것은 그의 잘못이다. 다행히(?) 아들은 미국 유학 중이고... 그는 살던 아파트를 넘겨주고, 공원 근처의 오래된 집을 찾아 수리해서 사용하기를 원한다. 마치 중년의 우아함을 즐기려는 듯이...

  "낡았죠. 쇼와 33년(1958)에 지었다니까 오십 년 더 됐습니다. 이층 목조 주택이고요. 이노카시라 공원에 면했답니다."(p.15)

  나는 북쪽으로 난 이 창문이 좋았다. 옆집에서 보이지 않도록 사이에 가시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나무만 보인다. 창문에는 차양을 깊게 쳤다. 지붕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내뻗은 서까래가 차양을 지탱한다. 오랫동안 아파트에 살았더니 이층 어느 방에서나 창문으로 차양이 보인다는 게 생각 외로 신선했다. 서까래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집에 산다는 게 실감났다.(p.63)

  글 곳곳에서 오래된 집에 관한 서술을 한다. 서정적이면서 편안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건축 설계를 내용으로 하는 전작의 분위기도 떠오르고...), 아내와 살던 집을 나와서야 비로소 안식처를 얻은 기분이다. 집을 수리하고 가구를 배치하는 과정은 마치 우아함의 결정체인 것처럼 세밀하다. 세를 준 집 주인의 배려와 늙은 길고양이, 낡은 집을 수리하며 맞이하는 계절의 변화... 겨울에는 벽난로를 사용할 계획이다.

  "오카다는 아직 사십대잖나. 월급은 많이 받으면서 마음 편하게 혼자 살지. 이걸 우아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나. 아들이 있었지? 지금 몇 살이지?"

  "스물두 살입니다."

  "벌써 성인이군. 부양 의무도 좀 있으면 끝이야. 부모님은 어떠시지?"

  "칠십대 후반인데 뭐, 정정하시죠."

  "하여간 부러울 따름이군. 이걸 우아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나."(p.77)

  "오래된 걸 이것저것 손보는 게 즐겁거든.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정원도 업자를 부르면 되살아나고, 다다미도 이불도 손질하면 새것이 되고, 장지도 덧문도 마찬가지야. 부엌 공사도 그랬어. 어둡지, 간장 냄새 나지, 전체적으로 기름때가 묻어 있었지만, 물론 그건 그것대로 운치가 있었지만, 싹 고쳤더니 몰라보게 좋아졌어. 수명이 다해가던 게 되살아나는 게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쁜 거야."(p.85)

  다른 이들이 원하는 우아함이란? 자유로움인가 보다. 직장 상사는 이혼하고 혼자 살며 부양의 의무가 없는 것에서 우아함을 말한다. 하지만 오카다는 오래된 것을 손보며 수명이 다해 가는 것을 되살리는 것에서 우아함을 찾는다. 그런데 퇴근해서 장을 보고, 음식을 요리하고, 라디오로 뉴스와 일기예보를 들으며 목욕하고, 12시면 잠자리에 드는 일상은 심심하다. 우아함의 이면에는 남이 모르는 쓰라림이 있다.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난다. 우아함이란 빈틈없는 생활이다. 그는 우아함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게 우아한, 빈틈없는 생활에 여자가 끼어드는 건 쉽지 않아. 자기가 잡음이랄지, 이물질이 되지 않을까 싶으니까. 연애에 푹 빠져 있을 수 있는 건 처음 석 달, 길어봤자 반년이잖아? 그 뒤로는 점점 냉정해져서 거기서부턴 서로가 상대방을 어떻게 인정하느냐야."(p.216)

  죽을 때는 어차피 혼자라도, 살아 있는 동안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가나의 아버지를 보고 그런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p.234-235)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이전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처럼 서정적인 묘사와 특유의 잔잔함으로 재미를 주는 소설이다. 오십 년이 더 된 고택에서 우아함을 말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우아함을 다루고 있어서... 인생의 의미를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남의 눈을 의식하며 빈틈없는 생활로 심심함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것을 적당히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천박하지는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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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1
김남미 지음 / 나무의철학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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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①], 나무의철학, 2013.

  블로그를 하면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만큼 신경 쓰는 것은 맞춤법이다. 다행히 검사기가 있어서 어느 정도 고민을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런데도 약간의 강박증으로 쓴 글을 자세히 살핀다. 영어권의 외국인이 수능 영어 시험을 치르면, 절반을 맞추기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검정 시험을 보면, 좋은 점수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말에는 실제로 언어의 규칙이 있고... 때로는 잘못 사용하는 어휘가 많다.

  전자책으로 출, 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휘리릭~ 읽었다.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이라는 제목 그대로 저자는 국어의 맞춤법 체계를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문법적인 설명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살짝 지루하다. 좀 더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콩트나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하면 어땠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함은 피로함으로 상당한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저자의 성실함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어법과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꼭 집어내고 있어서 글쟁이(?)라면, 한번 읽어두면 두루 도움이 될 것이다.

  품사와 조사, 합성과 파생... 비슷한 발음으로 헷갈리는 말... 낫다와 낳다, 넘어와 너머, 어떻게와 어떡해, 붙이다와 부치다, 그러므로와 그럼으로, 반드시와 반듯이, 지긋이와 지그시, 바치다와 받치다, 받히다와 밭치다, 맞추다와 맞히다, 비치다와 비추다, 로서와 로써, 채와 체, -든지와 -던지, 바라다와 바래다, 안치다와 앉히다, 늘이다와 늘리다, 야위다와 여위다, 띄다와 띠다, 네와 예... 품위 있는 우리 말... 모양이 미슷해서 헷갈리는 말... 왠지와 웬지, 되다와 돼다, 며칠과 몇일, 알맞은과 알맞는, 예스럽다와 옛스럽다, 아무튼과 아뭏든, 퉁퉁 불은 라면과 퉁퉁 분 라면, 나는 슈퍼맨과 날으는 슈퍼맨, 재떨이와 재털이, 모둠 회와 모듬 회, 담그다와 담구다, 마라와 말라, 웃어른과 윗어른, 물러나거라와 앉거라... 띄어쓰기의 핵심은 단어... 공부하다와 공부 하다, 뿐과 만큼과 대로, 만, 먹는데와 먹는 데, 나랑 같이와 나같이, 못하다와 못 하다, 책인걸과 책인 걸, 이외에와 이 외에... 한자어... 결재와 결제, 안일하다와 안이하다, 결단과 결딴, 사단과 사달, 계발과 개발, 이용과 사용, 삼촌과 삼춘, 파투와 파토, 댓갈과 답글과 덧글, 곤혹과 곤욕과 고역, 역할과 역활, 유례와 유래... 고유어와 한자어...

  저자의 풍부하고도 해박한 학식은 단 한 권으로 부족했으리라... 이 책은 시리즈로 구성되어 3권까지 출간하고 있다. 충실한 내용, 부담스러운 가격... 전자책의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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