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신부 홍성남의 웃음처방전
홍성남 지음 / 아니무스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홍성남, [꼰대 신부 홍성남의 웃음처방전], 아니무스, 2020.

  성탄절에는 아무래도 종교적인 책을 한 권 읽어야 제대로 된 독서 블로그가 아니겠는가... ㅎㅎ 기독교 신앙인이 아니면서 왜 우리 주님의 탄생일에 속세의 청춘 남녀가 난리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좋은 날, 어디 갈 데가 없어서가 아니라 코로나19 국가방역정책에 적극 협조할 뿐이다. '꼰대'라는 말이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은어로 '늙은이'를, 학생들이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ggondae는 한국에서 유래한 말, 자기 생각이나 방식이 항상 옳다고 여기는 권위적인 사람이라고 등재되어 있다. 꼰대 홍성남 신부의 [웃음처방전]은 유행병 시대에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작은 웃음을 주기 위해 썼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회사 사장님이 하면 안 웃기는데, 성당 신부님이 하니 참 웃기다...ㅋㅋ 반어, 해학과 풍자, 유쾌함과 발칙함이 있고, 현대인의 종교 병을 진단한다.

  진상 신부 넋두리 3

  난 옆 본당 신부가 싫다.

  사제관을 딱 한 번 들어갔는데 청년들이 득실댄다.

  시장판처럼 책꽂이에 꽂힌 책들도

  나처럼 수준 높은 것이 아니라, 맨 소설, 유머집 따위이다.

  원서가 가득한 내 방과는 천양지차.

  당연히 지적 수준도 다를 거로 생각한다.

  난 옆 본당 신부가 싫다.

  본당 신부란 자가 채신머리없이

  주머니에 사탕을 불룩이 넣고 다니면서 애들과 나누어 먹는다.

  그래서 수도원처럼 정갈한 나의 성당과는 달리

  도떼기시장이다.

  ...

  그런데 교구에서 설문조사 했더니

  가장 인기 좋은 사제 1번이 옆 본당 놈이란다.

  헐.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내가 최악의 사제란다.

  우이씨...(p.14-15)

  종교적 권위, 어떤 기대감을 깨는 파격적인 글이다. 진상 신부, 소통을 중시하는 신부, 자부심 있는 신부, 착한 신부, 정직한 신부, 우직한 신부, 영적인 신부, 깔끔한 신부, 이상한 신부, 자랑스러운 신부, 성질 급한 신부, 영성스러운 신부, 고상한 신부, 가난한 신부, 고지식한 신부, 앞날을 보는 신부, 정의로운 신부, 깔끔한 신부, 귀족 같은 신부, 영험한 신부, 복음적 신부, 신비를 추구하는 신부, 온유한 신부, 똑똑한 신부, 유머스러운 신부, 운전을 즐기는 신부, 충직한 신부, 법대로 사는 신부, 거룩한 신부, 겸손한 신부, 기품 있는 신부, 경건한 신부, 젊음을 자랑하는 신부, 열심히 하는 신부, 성인 신부가 되고픈 신부... 읽고 즐기기 위한 신부 시리즈는 아주 많다.

  정직한 신부 2

  난 정직한 신부이다.

  그래서 받은 만큼만 일한다.

  근데 신자들은 왜 불만일까?

  나의 정직함을 왜 왜곡하는 것일까?

  왜 애들까지 나를 개무시하는 것일까?

  ...(p.36)

  홍성남 신부는 현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이다. 가톨릭평화방송에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주요 일간지에 상담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세상과 소통하며 좌절과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책날개에 있는 내용을 요약한 것이고... 1954년생, 사제복을 입고, 점잖게 뒷짐을 지고, 남의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기 딱 좋은 자리에 있지만, 본인의 꼰대력을 유머로 승화했다. 절대 꼰대가 아니라고 하면서...

  고지식한 신부

  난 고지식한 신부이다.

  신자들이 날 보고 "신부님은 한 여인을 구하셨다"라고 하는데

  기분이 별로다.

  왜 한 여인이라고 했을까?

  ...(p.69)

  예수님 시대에 유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그랬겠지... 율법을 내밀어 정죄하고, 타인의 인생에 간섭하고, 왜곡된 거룩함과 잘못된 경건을 외치며... 오늘날 교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입으로만 외치는 거룩, 모양으로만 자리 잡은 경건... 이러한 시대에 꼰대 신부의 영험한(?) 글은 파격적이다. 신 앞에서 너와 나는 똑같은 인간이다. 나이 들어 꼰대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차이일 뿐...

  종교적 가학증

  가학증(psycho sadism)이란 성적 자극과 흥분, 만족을 얻기 위해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이나 수치감을 가하는 경향으로 성도착증 중의 하나이다.

  흔히 군대 같은 조직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독재 국가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인데 때로는 종교 안에서도 번번이 나타난다.

  일전에 어떤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전투적 신앙을 갖기 위한 극기 훈련으로 변을 먹이는 등의 행위를 한 것도 바로 그 실행자가 종교적 가학증자였기 때문이다.

  신도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권력 욕구가 주는 쾌감을 맛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하여 반발도 하지 못하고 복종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바로 피학증(masochism) 때문이다.

  학대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가학증자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피지에서 여목사에게 학대를 당했던 교인들이 항의는커녕, 그 여목사에게 매달렸던 모습은 전형적인 가학증자와 피학증자의 병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사이비 종교에서 나오지 못하거나 독재 정부 시절을 그리워하는 심리들은 피학증자들이 갖는 공통된 증상이다.

  신앙인들은 존중받고 존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 어떤 명분이라도 존중에서 벗어난다면, 허울만 종교이지 내면은 사이비인 것이다.(p.172-173)

  이런저런 우스갯소리로만 끝내면 그저 그런 유머집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데 홍성남 신부는 '나의 작은 전쟁'이라는 파트에서 현대인의 종교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잘못된 종교적 신념, 사이비 이단에 빠지는 이유, 종교적 망상과 잘못된 신앙생활, 삶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게 아니라 피폐하게 만드는 무지... 신은 우리를 노예로 부른 게 아니라 자녀로 부르셨다. 신의 자녀로 살아가는 방법... 어느 종교를 떠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홍성남 신부는 지금 전쟁 중이다.

  종교적 가학증과 피학증을 읽으며 한때 나는 가해자였고, 동시에 피해자였다. 그동안 만난 존중 없는 지도자들... 역겹다! 신은 우리에게 평화와 자유로움을 주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삶에서 종교의 바른 의미를 묵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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