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은 놀랍게도 두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는데, 땀을 흘리며 버스에서 읽다보니 맥파이살인사건이 제법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탈출한 예리한 나이든 천재 탐정과 명랑한 조수, 언제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살집있는 형사라니 너무하다 싶게 정석인 조합이 아닌가.


 한편 퇴근하고 목욕후 침대에 뒹굴거리며 몇장 뒤적여본 죽음을선택한남자는 너무나 헐리우드 영화스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헐리우드 영화스러운 작품은 그냥 영화로 보면 되겠다. 헐리우드의 기술은 이미 내 상상력을 뛰어넘는 영상을 내놓는 마당이니. 그래도 오늘 또 경솔해지기 싫음으로 좀 더 읽을 때까지 판단 유보.


내일은 필립로스의 사실들을 한번 뒤적여 봐야겠다. 일주일전에 읽다 쳐박아둔 춤추는식물도 읽어야되는데 풀은 내 취향이 아닌거 같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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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8-09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책 많이 읽으시는 군요!! 시은이도 혼자 책 읽죠?? ㅎ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8-08-09 15:50   좋아요 0 | URL
시은이는 여전히 제가 읽어줘야해요. 단어만 읽을수 있어요 ㅋㅋㅋㅋㅋ 저는 요즘은 인내력이 무척 짧아(?)졌어요. 한 두챕터 정도 읽고 안내키면 던져버려요. 서울은 더워요. 더워서 도서관으로 피난을 가니 거기도 저같은 사람 많아서 덥고요. 주말엔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이예요.
 

 크리미널마인드에 이런 문구가 인용된 적이 있다. '사람은 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이 선이라고 믿을 뿐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리커버 컬렉션을 보다 읽지 않은 이야기가 있어 골라봤다. 짧고 꽤나 오래된 책이지만 미스 마블은 사랑스럽고 이야기는 촌스럽지 않다. 딱히 누구에게도 폐를 끼칠 것 없어보이던 사소한 탈선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낡지 않는 건 인간은 참 어떤 면에서는 비슷해서인듯. 내가 한 사소한 잘못들과, 도덕적 선이 흐려졌던 순간들과 뉴스에 나온 그보다 못한 이유로 발생한 죽음들이 떠올랐다. 


어제 모처럼 하이볼을 만들어 먹으려고 무더위를 뚫고 마트에서 제임슨이라는 만원짜리 아이리쉬 위스키와 얼음, 토닉을 사들고 퇴근했는데, 이럴수가! 각얼음인줄 알았던 얼음이 커피얼음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커피를 얼린 상품일 줄이야. 부주의한 내 탓이니 스트레이트로 싸구려 위스키를 먹으며 선풍기바람에 의지해 살인을 예고합니다를 읽는다.


아 짧다, 취흥이 오르기도 전에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길고 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 

오늘은 맥파이 살인사건을 들고나왔는데 앞쪽이 그저그렇다. 죽음을선택한남자를 가져올걸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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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 4
후지타 지음, 김진희 옮김 / 레진코믹스(레진엔터테인먼트)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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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다르게 오타쿠들이 매우 연애를 잘하고 있다. (하긴 어렵다고 했지 못한다곤 안했지) 상호 취향을 존중해주면서 알콩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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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그러니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기예매기간이다.

(웹사이트 ; http://www.sidance.org )

무대공연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무용에 조금더 애정이 있는 편이라, 

가능하면 해마다 한두공연쯤 가서 본다.  

비싸고 엄청난 설비가 없어도 사람 몸 만으로 무대가 꽉차는, 새로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아동극에 너무 실망해서, 학생들이 오히려 이런걸 보면 좋을텐데라는 꼰대스러운 생각을 하며, 

무용가들에게 존경을.

올해의 주제는 난민.


나는 두작품을 일단 예약했다. 핀란드의 테로사 리넨 무용단이 아코디언 연주자 키모 코요넨이랑 협연하는 ,<숨>. 'Dance first, think later, it's the natural order' - 베케트. 아코디언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 점도 기대가 된다. 


두번째는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의 <바쿠스-제거의 전주곡>, 2년전엔가 그녀의 작품을 본적이 있는데 우리말로 '난장'으로 표현하면 될까, 무대가 어디까진지, 극의 시작이 언젠지 모를, 규정하기 어려운, 설명이 힘든 어떤 그런 것이었다. 나를 당황시키는 예술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그 자신이 시리아 난민인 미트칼 알즈가이르의 <추방>이나 개막작인 피에트로 마룰로의 <난파선-멸종생물 목록>도 보고싶지만 서강대는 너무 멀고, 나는 가난하고.  


알라딘 장바구니엔 놀랍게도 어느덧 열권도 넘는 책이, 5만원을 채우기 위해 연연하지 않고 마구 보관함에 넣고 장바구니를 정리한다.


살아남은건

<우먼카인드 3권-우리는 존엄하다> 화면가득한 티베트 여인의 모습에 홀린다. 녹색평론 161호에 기재된 멕시코 후치탄 여성들의 단단한 모습이 떠오르며 장바구니에 담는다. 


어제 드라마 보슈(그 해리보슈의 실사 맞음, 왜 때문인지 나는 늘 보슈를 책에 실린 작가인 코넬리의 모습으로 연상하곤해서 약간 드라마에 적응이 어려웠지만)를 보고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홀로 째즈를 들으며 사건파일을 보는 그의 모습에 감화받아 모처럼 전형적인 추리소설 <맥파이 살인사건> 하나를 골라보고, 마지막으로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라는 만화를 담는다. 그러나 우리 오타쿠들이여, 우리가 연애까지 잘해버리면, 범인들은 어쩌겠는가. 절대 5만원에 연연해서 이렇게 고른건 아니다 암.


※작가가 재즈매니아인지라 드라마의 음악도 매력적인데, LA의 외로운 형사 해리 보슈의 재즈그래피를 정리해둔 포스트를 발견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053223&memberNo=3768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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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건 판타지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마을에 오래 나를 마음에 담아뒀던 청년이 잘자라, 마을 사랑방처럼 편안한 책방을 열고 있다. 도시에 지친 내가 한 계절 쉬어가는 동안 그는 내 곁에 있어준다. 그는 한때는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아 떠돌다, 자신이 있는 곳을 머물 자리로 만든다. 서점을 하고 책을 만들면서. 


책에서 고통을 위안받는다는 건 고통을 너무 얕잡아 본 게 맞다. 작가는 그저 고통이 늘 거기 있고 거기 있음을 안다고 말해주기 위해 책을 읽고 위로를 전한다고 한다. 작가의 말대로 이 글은 판타지고, 예쁜 꿈이지만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작가의 전작을 읽지 않았지만, "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사랑도 무사하니까" 이라는 문장은 들어보았다. 고운 문장을 쓰는 작가다. 6년만에 신작이라니 꼭 소설이 아니라도 에세이를 쓰면 잘 쓰지 않을까? 조금은 더 자주 만나기를. 


문득 마음이 아파 차마 연락치 못했던 오랜 벗에게 엽서를 보내려 한다. 


※책에 나온 두 책도 장바구니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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