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있는 경우 가능한 책을 먼저 보려고 하는 편이라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나로서는 드물게 책보다 영상으로 먼저 접한 작품이다. 오래된 작품이고 워낙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 셀 수 없이 영상화 되었고, 작년만해도 미국, 일본에서 영상화 되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곱게 단장한 표지에 혹해 접하게 되었다.
정말 장르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차라는 배경은 용의자를 제한하는 동시에 우연히 한 공간에 있게된 사람들이라는 걸 암시한다. 살해된 자는 여러차례 아이를 유괴, 살해 돈만 챙겨 도주한 흉악범임이 밝혀지고, 탐정은 용의자를 한명한명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거짓말 속에서 살인의 이유를 찾는다. 추리소설의 원칙대로 독자가 모르는 증거는 없으며, 혹시나 놓칠까봐 여러차례 시간순으로 사건의 개요와 증언들을 정리해준다. 실재 미국에서 발생한 잔인한 미제 사건을 소재로 소설에서라도 범인을 심판함으로서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작가를 따라, 탐정이 되어 사건을 쫓는 옛스런 풍경속 추리소설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에게 진실을 들이대면 대개는 깜짝 놀라면서 인정을 합니다.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올바르게 추측하는 일이 꼭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이것만이 이 사건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난 승객들의 증언을 차례차례 생각해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도대체 무엇에 대해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 하고요. 만약, 이 '만약'이란 말에 유의하십시요. 만약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는 이런 이유로 이 거짓말을 한다는 답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난 그 방법을 안드레니 백작 부인에게 써서 만족할 만한 성공을 얻어냈습니다." - 3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