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있는 경우 가능한 책을 먼저 보려고 하는 편이라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나로서는 드물게 책보다 영상으로 먼저 접한 작품이다. 오래된 작품이고 워낙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 셀 수 없이 영상화 되었고, 작년만해도 미국, 일본에서 영상화 되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곱게 단장한 표지에 혹해 접하게 되었다. 


 정말 장르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차라는 배경은 용의자를 제한하는 동시에 우연히 한 공간에 있게된 사람들이라는 걸 암시한다. 살해된 자는 여러차례 아이를 유괴, 살해 돈만 챙겨 도주한 흉악범임이 밝혀지고, 탐정은 용의자를 한명한명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거짓말 속에서 살인의 이유를 찾는다. 추리소설의 원칙대로 독자가 모르는 증거는 없으며, 혹시나 놓칠까봐 여러차례 시간순으로 사건의 개요와 증언들을 정리해준다. 실재 미국에서 발생한 잔인한 미제 사건을 소재로 소설에서라도 범인을 심판함으로서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작가를 따라, 탐정이 되어 사건을 쫓는 옛스런 풍경속 추리소설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에게 진실을 들이대면 대개는 깜짝 놀라면서 인정을 합니다.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올바르게 추측하는 일이 꼭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이것만이 이 사건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난 승객들의 증언을 차례차례 생각해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도대체 무엇에 대해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 하고요. 만약, 이 '만약'이란 말에 유의하십시요. 만약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는 이런 이유로 이 거짓말을 한다는 답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난 그 방법을 안드레니 백작 부인에게 써서 만족할 만한 성공을 얻어냈습니다." - 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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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만나!
울리히 흄 지음, 유혜자 옮김, 요르그 뮬러 그림 / 현암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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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유머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알면 더 재미있지만, 몰라도 엉뚱한 세친구가 투닥투닥 서로에게 잔소리 해대는 모습이나, 부산스럽지만 은근 다정한 비둘기도 귀엽다. 동무보다 소중한 규칙따윈 없다! 딸아이는 나비를 죽인 벌을 펭귄이 받을지 내내 궁금해하며 재미있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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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자네한테 인간의 사악한 면모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소한 거짓말과 책임 회피가 어떤 식으로 엄청난 화마처럼 인간을 잡아먹을 수 있는지 말일세. - 161쪽


 내가 더 붙일 필요없이 작가가 정확히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뒀다.


그러나 나는 아마 이책을 다시 읽지 않지 싶다. 결말에 수전에게 생긴 불행이 마음에 들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호기심이 왕성한 것 말고는 - 그래, 이거야말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희생자가 될 제일 품성이라도 말이다- 잘못이 없는데 일도 건강도 엉망이 된 채 남친의 고향마을행이라니!)  나는 고전의 재현을 읽기보단 그 고전을 다시 찾아 읽고 싶으니까. (물론 더이상 나오지 않을 시리즈의 재림엔 다시 손이 가고야 말테지만)


케이티는 왜 항상 자기 기준에 맞춰서 나를 판단할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이 나에게는 필요가 없고 나는 지금 이대로도 완벽할 수 있다는 걸 왜 알지 못할까? 내가 짜증을 내는 것처럼 들린다면 그녀의 생각이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내 안 어딘가에서는 그녀와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평생 아이를 낳을 일이 없을 것이다. 내 남자 친구는 여름 방학 내내 곁에 없었고 학기 중에는 주말에만 나를 만나러 왔다. 그것도 축구 시합이나 학교 연극 예행 연습이나 토요일 테이트 박물관으로 견학을 가는 일이 없을 때 얘기였다. 나는 책과 서점과 서점 사장과 찰스나 앨런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평생을 바쳤다. 그 결과 책처럼 책꽂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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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3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4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 4
후지타 지음, 김진희 옮김 / 레진코믹스(레진엔터테인먼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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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다르게 오타쿠들이 매우 연애를 잘하고 있다. (하긴 어렵다고 했지 못한다곤 안했지) 상호 취향을 존중해주면서 알콩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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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건 판타지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마을에 오래 나를 마음에 담아뒀던 청년이 잘자라, 마을 사랑방처럼 편안한 책방을 열고 있다. 도시에 지친 내가 한 계절 쉬어가는 동안 그는 내 곁에 있어준다. 그는 한때는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아 떠돌다, 자신이 있는 곳을 머물 자리로 만든다. 서점을 하고 책을 만들면서. 


책에서 고통을 위안받는다는 건 고통을 너무 얕잡아 본 게 맞다. 작가는 그저 고통이 늘 거기 있고 거기 있음을 안다고 말해주기 위해 책을 읽고 위로를 전한다고 한다. 작가의 말대로 이 글은 판타지고, 예쁜 꿈이지만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작가의 전작을 읽지 않았지만, "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사랑도 무사하니까" 이라는 문장은 들어보았다. 고운 문장을 쓰는 작가다. 6년만에 신작이라니 꼭 소설이 아니라도 에세이를 쓰면 잘 쓰지 않을까? 조금은 더 자주 만나기를. 


문득 마음이 아파 차마 연락치 못했던 오랜 벗에게 엽서를 보내려 한다. 


※책에 나온 두 책도 장바구니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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