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다치아라이가 등장하는 이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언론의 역할을 되짚는다.

지난 보수정권과 촛불집회를 거치며 우리사회는 기레기라는 말로 거대언론을 조롱했고, 팟캐스트, 유투브, 페이스북등 1인 미디어가 그 자리를 메워갔다.

위키토피아식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진 1인 미디어가 대신할 수 없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미디어의 공적 의무는 상충하는 여러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한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하는데 있다.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온갖 소식이 전해져오는 데 왜 뒤늦게 신문을 읽고 뉴스를 볼까.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기사는 언론인이라는 필터를 거친다. 이 필터가 사리사욕으로 채워진 것을 기레기라 칭한다.

소설 속 노부부는 산사태로 단전단수된 상태에서 살고자 콘프레이크를 먹기위해 파묻힌 이웃의 냉장고를 이용한다. 이사실이 밝혀지면 대중은 두노인의 힘으로 이웃을 구할수 없을게 분명했어도 죽어가는 이웃을 두고 그 이웃의 냉장고를 이용했다고 비난할 것이다. 더구나 이 사실을 묻어둔다하여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노부부를 찾아가 질문한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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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실 건가요? 도나미씨 이야기, 기사로 쓰실 겁니까?˝
(중략)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하지만 두 사람이 콘플레이크를 먹고 사흘을 버틴 사실은 텔레비전에 나가고 말았어. 실수로 그런건지, 아니면 죄의식 때문에 우회적인 고백을 한건지 모르겠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텔레비젼을 본 사람들 가운데 몇 퍼센트는 나하고 똑같은 의문을 품었을 거라는 사실이야.˝
˝의문에 답하기 위해 기사를 쓰는 건가요?˝
(중략)
˝그런 직업이니까˝
˝어디에도 정보가 없으면 소문은 한없이 무책임하게 불어나. 내가 기사를 써봤자 영향력은 뻔하지만 어딘가에는 정보가 있다는 상황을 만들 수 있어. 조금은 다를거야.˝
(중략)
기사로 쓰면 논점은 기사의 신뢰 여부로 옮겨간다. 생산적인 논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방적인 비방보다는 훨씬 낫다.
(중략)
˝내 질문으로 누군가가 고통받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고민했다고 생각해도 마지막에는 역시 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 나는 언제나 줄타기를 하고 있어. 특별한 요소는 아무것도 없어. 이번 일은 그저 운 좋은 성공 사례일 뿐이야. 언젠가 떨어지겠지.˝
- 360~36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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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을 길러준 누이의 죄를 짊어지려던 소년의 마음을 헤아려 기사를 쓰려는 주인공처럼, 자극적 사실이 아니라 공정하고 사려깊은 시선이 그립다.
사람을 죽일수도 있는 자신의 질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그 무게를 질 각오가 된 사람이 기자이길 기대한다.

보수정권 십년에 승승장구한 언론인들 중 몇이나 있을까.

용산을, 쌍용차를, 세월호를 기억하며, 모두가 말할 자유를 주면 진리도 거기 있으리라던 밀턴은 틀렸다고, 돈있고 힘있는 놈 소리만 크게 들린다고.

진실을 추구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때때로 오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권력자의 책임을 물어줄 언론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해야 가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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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낙원을 찾아 필사적으로 계속 걷는다. 하지만 만인의 낙원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조차 추구하는 것이 어긋나고, 엇갈려 간다. 노력은 허무하고, 행복은 환영처럼 사라지고, 걸어도 걸어도 낙원은 언제나 저 멀리 있다. -357쪽


나 같은 탐정은, 그 지진으로 세상의 달라진 점, 달라지지 않은 점, 달라져야 하는데 달라지지 못한 점, 달라지고 싶지 않은데 달라져버리고 만 점 - 그런 것들의 대립에서 생겨난 일그러짐이 안건이 되어 나타나 이를 취급하게 될 것이다. -390쪽


"앞으로 당분간 일본은 키를 잃고 폭주할 겁니다. 나침반이 망가지고, 선체에 구멍이 뚫리고, 기관실에서는 원전 사고라는 화재가 일어나고 있어요. 그 상태에서 망망대해를 떠돌 수밖에 없죠."

우리는 모두 그 배에 타고 있다. -458쪽


가끔 생각하는 것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가깝다고 느낄때가 있다. 주로 추락하는 비행기안에 무력하게 함께 타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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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걸 이고지고 살아가는 무게감과
싾여있는 책등을 때로보며 아름답던 그속의 세상을 되새기는 작은 행복

어느쪽이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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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나이트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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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중 베스트는 아니다. 사건과 별개로 기상천외한 고객의 요구를 호텔리어 나오미가 어찌대응할까가 주요 볼거리다. 작가는 엘리트에 세련된 닛타형사보단 평소 우직하지만 자신에 일엔 틀림없는 노세형사같은 타입을 더잘그린다. 각각의 사건이 이어져 모두의 가면이 벗겨지는 것은 작가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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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지 않기로 한 둘.


남자는 자신을 위해 언제나 빵을 굽고 기다려주던 과거의 그녀가 떠나자,

내가 함께 살아온 그녀를 사랑한걸까? 밥한끼 나누지 못한면서?

그런 띠끌만한 의심이 들자 그는 그녀를 잡지 못한다.

더이상 동료를 믿으라는 말 조차 할 수 없어 만화를 그릴 수 없다.

그저 자신을 기다리며 빵을 구웠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빵을 구워본다.

이렇게 고집스러운 사내는 왜 어느날 자기 가게로 뛰어든 그녀에게 '결혼 하자'고 했을까.


그녀는 그와 자신이 달라서 좋고,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도닥여준다.

서로를 안쓰럽고 다정하게 생각하는마음.


그들은 함께 있기로 결심을 할까?

그것도 사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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