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내가 영화에서 보기 싫어하는 것들을 참 두루 갖췄더라.
(영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기호다)
나는 영화에서 데모를 보는 거 별루다. 이 영화 남자주인공은 운동권이고, (아마 96년 연세대 범민족대회 관련 수배자가 아닌가 싶다 --) 파주철거투쟁이 배경으로 나온다. 그저 소재일뿐인데 그 투쟁이 어찌 결론날지 자명해서 차마 보기 싫었다. (그래 배경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딱보기에도 십여년이 넘게 데모질만 해왔는데 그런 진정은 손톱만큼도 안보인다고 짜증내면 안될라나 --;;)
나는 치기어린 사랑을 보는 거 별루다. 치기어린 사랑은 상대와 자신을 부순다. (내가 한 바보짓이 커다란 스크린에 펼쳐지는거 보기 좋을리 없지 않은가. 내 생각에 불륜녀들은 드라마 잘 안보지 싶다 --) 여주인공의 치기어린 감정과잉의 행태는 조마조마해서 차마 보기 싫었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정을 통하는 사이 그 여인의 아이가 크게 다친다. 그의 욕망이 그가 사랑하는 아이를 크게 상하게 한다. 그래서 그는 파주에 목회를 하는 선배네로 도망을 친다.
파주로 도망와 별 사랑없이 결혼한 여인의 동생. 그녀 역시 치기어린 행동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된다.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순간은 그때가 아닐까? 자신의 죄책감으로 안을수 없었던 아내와 달리 같은 죄를 진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불로 사랑하는 여인의 아이를 상하게 했고, 불로 집과 아내를 잃고서, 화염병(불)으로 집을 지키려는 그에게 철거현장에서 그녀는 묻는다. (이 때 처음으로 그녀는 그를 형부라고 부른다)
"이 일을 왜 하세요. 이 일이 형부한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처음엔 멋져보여서, 그 다음엔 내가 빚진게 많은 사람같아서 그랬던거 같아.
지금은 잘 모르겠네 나도.. 매일매일 할 일이 생겨"
(중략)
"나는요?"
"널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적이 없어.."
"저한테 하실 말씀이 그게 다예요? 저는 진실을 알아야 해요"
처음으로 그녀가 그를 형부라고 부른 날, 그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찾고자 하는 진실은 그녀의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인가, 그의 자신에 대한 마음일까?
그녀는 그 철대위라는 불구덩이에서 그를 빼내고, 그는 죄책감이라는 불구덩이에서 그녀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거기서 둘은 서로를 한우큼씩 가지고 영화는 끝이난다.
이 영화에서 하나 크게 공감할 점은 인간은 누구나 겸손하게 살아야할만큼 어리석은 짓들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이고, 그런데 그걸 자꾸 잊어먹는다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