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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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스쳐가는 아픔, 가장 어리석은 순간도 지나갔다는 안도, 결론은 현재를 즐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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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소녀
로버트 F. 영 지음, 조현진 옮김 / 리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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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책이 그렇지만 이책은 오직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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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슐츠 작품집 을유세계문학전집 61
브루노 슐츠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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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므로트(그것이 우리가 붙여 중 자랑스럽고 용감한 이름이었으므로)는 삶을 더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의 유일한 급선무인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염원은 조금씩 다른 여러 가지 매력적인 일들에 자리를 내주었다.
세상은 그의 앞에 덫을 놓기 시작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몹시 감질나게 하는 온갖 음식의 맛, 안에 들어가 쉬면 너무나 기분 좋은 마룻바닥 위의 네모진 아침 햇살, 자기 사지의 움직임, 자기 발, 익살스럽게 놀자고 조르는 꼬리, 장난치고 싶게 만드는 쓰다듬어 주는 사람의 손, 난폭하고 위험하게 움직이고 싶을 때 그를 가득 채우는 완전히 새로운 기쁨 - 이 모든 것이 삶을 실험하고 받아들이고 거기에 순종하도록 그를 유혹하고 격려했다. -61쪽

하나 더 있었다. 네므로트는 자기가 경험하는 일이 새로워 보이긴 하지만, 전부터 - 훨씬 전부터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상호아, 인상과 대상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이것에 별로 크게 놀라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면 강아지는 기억의 근원, 깊숙이 자리잡은 몸속 기억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맹목적이고도 열정적으로 뒤져서 대부분 자기 안에 이미 준비된 적당한 반응을 발견해 냈다. 그것은 원형질에, 신경 속에 저장된 몇 세대에 걸친 지혜였다. 그는 전에 알아차리지는 못했디만 드러날 준비를 갖춘 채 기다리고 있던 동작과 결론들을 발견했다.-62쪽

그리고 아버지는 멀리서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손을 들어 뭔가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곧 하늘에 색색가지 발진, 점점 커져 퍼져 나가는 얼룩이 생겨났고, 거대한 십자형 나선을 이루어 순환하며 선회하는 신기한 새들이 가득 날아왔다. 높이 날고 있는 그들의 날갯짓은 침묵의 하늘을 채우는 장엄한 소용돌이를 만들었따. 몇 마리는 거대한 황새였는데, 날개를 조용히 펼친 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떠다녔다. 색색가지 깃들이나 야만의 기념비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었는데, 따뜻한 공기의 흐름 위에서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날개를 무겁고 서투르게 펄럭여야 했으며, 날개와 강력한 다리와 벌거벗은 부리의 형체 없는 덩어리인 다른 새들은 박제를 잘못하여 톱밥이 새어 나오는 독수리나 콘도르처럼 보였다.-123쪽

아버지는 깊은 감정을 느끼며 그들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아델라가 언젠가 사방의 하늘로 쫒아보냈던 새들 세대의 잊혀 버린 먼 자손들이었다. 이제 괴물과 불구의 핏줄, 새들의 황폐한 종족은 타락하거나 혹은 웃자라서 돌아오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크게 바보처럼 자란 새들의 몸 안은 공허하고 생명이 없었다. 그들의 모든 생명력은 깃털에, 외적인 치장에 쏠려 있었다. 그들은 마치 박물관에 있는 멸종된 종의 전시물, 새들의 천국 창곡 같았다.-124쪽

갑자기 공기 중에 돌딜이 휘파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멍청하고 생각없는 사람들이 새들로 가득한 환상적인 하늘에 장난 삼아 돌팔매질을 시작한 것이다.
(중략)
새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돌에 맞아서 그들은 공기 중에 뜬 채로 무겁게 늘어져 시들기 시작했다. 땅에 처박히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형체 없는 깃털 무더기가 되어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원은 이상하고 환상적인 짐승의 사체로 뒤덮였다. 아버지가 살육의 장소에 도달하기도 전에 한때 멋있었던 새들이 죽어서 바위 위에 온통 흩어져 있었다.-124쪽

이제야,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는 그 황폐한 세대의 기괴함을, 그 이류 몸체의 무의미함을 깨달았다. 그들은 단지 오래된 짐승의 사체로, 아무렇게나 채워 놓은 거대한 깃털 더미에 불과했다.
(중략)
나는 아버지의 불행한 귀환을 보았다. 인공의 날은 천천히 보통 아침의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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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3-09-1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므로트는 노아의 증손으로 사냥의 명수란다.(창세기 10:8~9) 자그마한 강아지한테 참으로 과한 이름을 주는 것이 유태인식 유머인지 모른겠다.

이 책은 문장이 아주 길고, 그 길고 긴 문장으로 위와 같이 밑도 끝도 없는 묘사, 설명이 이어진다. 어지럽다.

그래도 그가 묘사하는 장면만은 넘치게 기괴하고 환상적이다. 기괴하게 생긴 새들로 덮힌 하늘이라니.

언어를 인간이 배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말 어느 순간 꺼낸다는 느낌에 가깝다. 강아지의 쥐잡기 욕망처럼, 인간은 사물의 이름을 붙이고픈 욕망을 가지고 태어나나 보다. 딸은 끝도 없이 손가락질 하며 모든 것에 이름을 불러된다.

후애(厚愛) 2013-09-1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셨죠?
안부가 많이 늦었네요.^^;;
다가오는 추석연휴 잘 보내시고 꽉 찬 한가위 되세요!*^^*
 
포기의 순간
필립 베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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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살면서 느끼는 고독, 그 감정이 뭔지 아십니까?"
그것은 버려진 것만도 못하다. 그것은 높고 높은 벽이다.-107쪽

"나중에는 서로를 더 참고 봐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상대를 참을 수 없었고, 상대의 존재를 참을 수 없었으며, 때로는 목소리조차 참기 힘들었다. 이런 감정은 서로의 시선과, 각자가 고집하는 침묵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침묵이 깨지면, 시비를 걸고 원망하는 말들이 폭발했다. 아이는 이 장면들의 관객이었다.-110쪽

구불구불한 길과 줄지어 늘어선 집들과 바람을 비롯한 온 세상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만이 있다. 세상이 그 한 사람으로 축소된다. 또다시.-231쪽

내게는 확신이 있었다. 설명할 수 없고, 선명하게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이루어진, 이 내밀한 직감이. 이런 믿음에 대한 아주 사소한 증거조차 갖고 있지 않았는데도.
그냥 알았다. 그게 전부다. 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우리에게는 예감을 초석으로 인생을 구축할 권리가 있다.-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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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7-1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티브이 드라마를 보니 아이를 살리는 대신 검객이 자신의 팔을 내놓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세상의 거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팔과 목숨이 등가로 이루어지는 거래는 거의 없다. 옛날 동화처럼 목숨엔 목숨이다. 뭔가를 얻기위해 그만큼 진귀한 어떤 것을 내놓아야한다. 가끔 포기한 것들에 더없이 소중한 무엇이 담겨있다. 책 내용과 상관없는 감상 ㅎㅎㅎ

카스피 2011-07-1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등가교환의 법칙인가요?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말이죠^^

무해한모리군 2011-07-19 16: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가치라는게 워낙 주관적이니 등가인지는 아무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요. 팔이랑 목숨이랑 바꿔줄거 같지는 않아요 --
 
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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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만에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김용원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여정남 우홍선 이수병 하재완 씨들은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다. 그러나 그들의 뼈는 결코 웃을 수가 없었다. 누가 그들에게 젊은 육신의 옷을 입혀줄 수 있단 말인가.

- [젊은 그들] 전문-80쪽

이해한다는 말, 이러지 말자는 말, 사랑한다는 말, 사랑했다는 말, 그런 거짓말을 할수록 사무치던 사람, 한 번 속으면 하루가 갔고, 한번 속이면 또 하루가 갔네, 날이 저물고 밥을 먹고, 날이 밝고 밥을 먹고, 서랍 속에 개켜 있던 남자와 여자의 나란한 속옷, 서로를 반쯤 삼키는 데 한 달이면 족했고, 다아 삼키는 데에 일 년이면 족했네, 서로의 뱃속에 들어앉아 푸욱푹, 이 거추장스러운 육신 모두 삭히는 데에는 일생이 걸린다지,

- [불귀 2] 중에서-86쪽

꽃이 지니 몰라보겠다.

용서해라,
蓮.

- [목련에게] 전문-131쪽

용산의 아침 작전은 서둘러 무리했고, 소방차 한 대 없이 무대비였습니다. 시너에 대한 정보 준비도 없어 무지하고, 좁은 데 병력을 밀어넣어 무모했습니다. 용산에서 벌어진 컨테이너형 트로이 목마 기습 작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졸속 그 자체였습니다. 법과 질서라는 목표에만 쫓긴 나머지 실행 프로그램이 없었고, 특히 철거민이건 경찰이건 사람이라는 요소가 송투리째 빠져 있었습니다.

-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2009년 1월 20일 신경민 앵커 클로징 멘트-164쪽

설사 유신 시절에 한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해도 그 부국강병의 이면에서 억울한 죽음의 피비린내가 조금이라도 난다면 우리는 조국을 향해 침을 뱉어야 한다.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협하는 발언들까지 껴안을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한계를 시험하지 마라. 문제는 좌편향이냐 우편향이냐가 아니라 상식이냐 몰상식이냐다.-240쪽

그가 "삶이라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21쪽)이라고, 그러기 위해서 모든 종류의 "선(先)해석의 커튼"(127쪽)을 찢는 것이 소설의 존재 이유라고 말할 때 이말은 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 밀란쿤데라의 [커튼]-314쪽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315쪽

사랑이 시작된 이유와 사랑이 끝난 이유가 같기 때문이다. 그녀의 순수함에 매혹되었는데 이제는 그 순수함이 지긋지긋해서 떠나고 싶어진다.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 동안 뽐므는 시종일관 뽐므였을 뿐이데 그녀는 선택되었고 또 버려졌다. 그러나 에므리를 비난할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또 당혹스럽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나면 존재, 만남, 소통, 파국 드으이 단어가 어지럽게 떠올라 뒤엉키다가 이윽고 자포자기의 슬픔으로 가라앉는다. 작가 자신이 '68세대'인 까닭도 있겠지만 이 소설에는 남녀의 사랑에서 계급적, 문화적 차이가 갖는 의미에 대한 섬세한 성찰이 있다.

- 레이스 뜨는 여자-317쪽

술 깨고 싶지 않은 것이고 계속 아프고 싶은 것이다. 술자리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극복과 위로와 깨달음이 아니라 그것들과의 애틋한 거리다. 서정이라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빤하고 애뜻한 수작이다.-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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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7-0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을 긋고 보니 우습게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그가 얘기한 대목이 좋았나보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고, 밀란 쿤데라의 커튼 역시 즐겁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