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책은 단숨에 무척 흥미롭게 읽고도 서평이 잘 써지지 않는다. 이 책이 그런 경우 였는데, 워낙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을 구매하기 전에 알라딘에 쟁쟁한 선수들이 쓴 서평을 읽은 영향도 있을 듯 싶다. 그래도 이 책의 선택을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될까해 짧게 몇자 남겨본다.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싶은 책이다. 흥미롭고, 논쟁적이다. 몇몇 부분은 '아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어찌 이리 잘 정리해 적어 주었을까' 싶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다소 생경함과 반발감을 느껴왔던지라, 정말 뜻밖의 곳에서 동지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많은 논쟁거리들을 제시해 주지만 자신의 주장을 크게 들어내지는 않는다. 다소 아쉬움이 남아 저자의 논문들을 찾아 읽어보았다. (얼마나 훌륭한가 관련분야에 관심을 확 높여주는 책이란!!) 그리고 남자친구와 직장동료들을 마구 읽혀서 이 책에 대해 토론해 보았다.

좋은 책이다. 가까운 사람 모두의 손에 사서라도 꼭 쥐어주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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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 - 충격과 공포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김태권 지음 / 길찾기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그림이 조악한 만화책은 절대 보지 않는 내가..

'로마인 이야기' 열댓권으로 풀어쓴 이야기를 단 스무장으로 압축해 버린 이 사람의 글솜씨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곳저곳에서 십자군 이야기를 조각조각 많이도 들어왔다. 나의 이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조각지식들을 풍부한 역사지식과 현재와 과거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대의식까지 두루 갖춘 이책을 읽고서야 한 가닥에 쭉 이어 붙일 수 있었다.

요즘은 사회과학 서적에서도 빼먹기 일수인 참고서적과 각주를 꼼꼼히 달아 놓은 점도 이책의 미덕이다. 이렇게 재미있게 새로운 지식의 길잡이 노릇을 해준 작가의 정성이 느껴져 고마웠다.

이라크 파병연장이 별다른 논란도 없이 진행되는 요즘,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천여년을 이어온 잔혹한 살해극의 가담자가 되는 듯해 한편 마음 무겁기도 하다.

이 작가의 다음권도,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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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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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해를 마감하면서, 또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서 행복했습니다.

저는 올해 스물 일곱입니다. 그래서 서른을 목전에 둔 여자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릅니다.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급변해온 한국사회에서도 부모와 자식간의 문화적 배경은 무척 다르고, 그 만큼 서로간의 대화부재도 흔한 일이지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제 부모님이 생각났고, 주류 사회에 적을 두지 않은,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제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어제 책을 다 읽고 무척이나 외로워져서 혼자 맥주 한잔을 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문장력이며, 구성력 모두 마음에 든 책입니다. 여러분들도 꼭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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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참으로 오랜만에 조영래 선생이 지은 전태일 평전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저는 몸과 마음이 아픈데 구멍내면 안되는 일이 있을 때, 이 책을 읽곤 합니다.
하도 많이 읽어서 손때에 빈곳을 찾기 힘들 만큼 줄이 쳐진 책은 눈빛만 봐도 척 아는 친구처럼 다정합니다.. 그렇지요.. 성경 비슷합니다. 겨우 스물두해를 살다한 한 청년의 삶 속에 원칙과 정답이 다 있습니다. 척 펴들고 유독 마음에 와 닿는 그 구절을 읽고 또 읽으면서 오늘도 저를 다잡아 보았습니다.

어떤 소설가가 티브에 나와서 자기의 애독서로 이 책을 소개하며, '전태일을 보면서 도대체 나는 책을 왜 읽고, 왜 쓰는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겨우 3년이 채 못되는 학력의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해설이라는 책 한권을 읽고 22살의 젊은 목숨을 바쳤는데 말이지요.. 진정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다바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청소년들이 꼭 읽었으면 합니다. 처절한 환경을 극복하고 누구보다 큰 이상을 향해 살았던 사람, 누구보다 큰 동정의 마음을 가졌던 사람, 우리 시대의 성자 전태일을 만나라고 말이지요..

여기 제가 줄쳐놓은 몇 구절을 가져와 봅니다.

오늘도 보람 없이 하루를 보내는구나. 하루를 보내면서 아쉬움이 없다니 내 정신이 이렇게 타락한 줄은 나 자신도 이때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하루 15시간의 노동과 그 이후의 공부, 어린 여공들에게 차비마저 주어버리고 밤새 걸어오곤했던 그의 이런 일기장을 보고는 스스로에 대해 관대한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해방동이의 느낌)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무엇부터 생각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희망과 윤리를? 아니면 그대 금전대의 부피를?

이러한 현실이 있습니다.
한아버지가 30명의 자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집에서는 의복을 만들어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데 몇 년이 지나는 동안에 장사가 점점 잘되어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되는 사람은 자녀들을 예전과 같이 일을 시킵니다. 그리고 아버지되는 사람은 호의호식하면서 자녀되는 사람들을 혹사합니다. 아버지는 한끼 점심값으로 2백원을 쓰면서 자녀들은 하루 세 끼 밥값이 50원, 이건 인간으로서 행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업주들은 한끼 점심값에 2백원을 쓰면서 어린 직공들은 하루 세끼 밥값이 50원, 이간 인간으로서는 행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중략-
인간 부한 환경에서 거부당하고, 사회라는 기구는 그들 연소자를 사회의 거름으로 쓰고 있습니다. 부한 자의 더 비대해지기 위한 거름으로.
선생님 그들도 인간인 고로 빵과 시간, 자유를 갈망합니다.

올해와 같은 내년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나는 결단코 투쟁하련다. 역사는 증명한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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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1
홍석중 지음 / 대훈닷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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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권으로 된 꽤 많은 분량의 소설을 이틀만에 단숨에 읽어내렸습니다. 이 소설은 꽤나 쉽고 친절합니다. 북한에서 인민들에게 두루 읽히려고 쓴 책이라 그런지 (북한 글은 처음이라 원래 구어체로 쓰는 것인지 분명치는 않습니다만) 등장인물 성장배경이며, 성격이며 세세히 알려줍니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것은 워낙 스토리 전개가 짜임새가 있기 때문이며, 작가의 문체가 수려하기 때문 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을 저는 두가지로 꼽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이 그 첫째 입니다. 일찍이 시대를 잘못만난 여류 호걸의 대명사가 황진이 였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저 아름다운 규방 아씨에서 천재적인 시인으로, 풍류객으로 각성해 가는 한 녀인을 생생히 되살려 냈습니다. 다음으로 남자주인공 격인 놈이 역시 그 존재자체가 계급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가장 순수한 사랑의 전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둘째로 아름답고 풍부한 우리말을 읽는 기쁨입니다. 양반들의 격조높은 말씨와 시조, 기생과 할멈의 입을 통해나오는 걸쭉한 상말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단어를 골라골라 쓴다는 시에서 조차 이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시를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참으로 귀하고 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끝으로 무척 재미있는 글이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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