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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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마 실패할 거야. 이 책을 읽어도 너의 실패를 막지는 못하지. 단지 이 책은 실패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줄거야. 실패해도 너는 인간이고 여전히 존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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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십이국기 2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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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참 고통스럽기도 하고,아름답기도 하다.    

인간이란 위대하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다.


이 낯선 땅에는 기린이란 존재가 있어 하늘의 뜻을 받은 왕이 될 인간을 찾아내 왕으로 선포하는 역활을 하며, 그가 선택한 자가 왕으로 있는 동안 함께 곁을 지키다, 그 왕이 실정을 하거나 도에 벗어난 짓을 하면 시름시름 앓다 같이 죽고 만다. 이 세계는 왕이 하늘의 뜻을 받들면 나라가 서고, 아니면 백성이 죽는다. 인재의 등용이나 국가 경영같은 인간의 일부터 치수, 자연재해, 요마(요괴)의 출몰까지 어느하나 왕의 탓이 아닌것이 없으니, 그 왕을 선택하는 기린의 책임은 크다. 그런데 그 기린은 그저 하늘의 뜻을 전할 뿐이니(운명으로 정해지지 않은 짝에게는 고개를 숙일 수 없다) 만사 하늘의 뜻인 것인지.


하기사 원래부터 인간이란 터무니 없는 이유로 터무니 없는 짓을 벌인다. 원래 성정은 그렇지 않았으나 수백년 지내다보니(왕과 주요 신하들은 도에서 벗어나지 않는한 영생한다) 아주 작은 어리석음이나 오해가 싾여 커다란 미움이 되고, 이것이 돌아올 수 없는 실정의 길로 가게되기도 하는 것, 그래서 왕은 수백년을 살아도 신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하늘을 탓할 수만도 없다. 


이야기가 얼마나 길어지려는지 일권에 나왔던 여자주인공은 한두어줄 나오고 옆나라 기린 이야기로 옮겨갔다. 이번엔 반편이 기린이다. 나자마자 실수로 우리쪽 세상으로 흘러들어와 십년을 살다 이야기속 세상으로 돌아왔다. 인간의 탈을 쓴 이 기린은 기린이란 자각도, 심지어 기린의 모습으로 변하는 법도 모른다. 그런데 그에게 그나라 백성의 목숨이 걸려있는 왕을, 그것도 빨리 고르라는 기대가 걸린다. 


자신에게 다정히 대해주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니 반편 기린은 자꾸만 움츠러든다. 그러나 이 어리숙한 기린을 각성케 하는 것은 결국 운명의 짝, 왕 때문이니 결국 하늘의 뜻대로 이루어짐인가.


왕이 되는 것은 하늘의 뜻이나, 좋은 왕이 되는 것은 인간의 의지이니 이제 겨우 두국가의 왕을 세우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12국기는 도대체 얼마나 더 갈 길이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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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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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 지나치게 순종적이며 평범하던 십대 소녀는 이상한 존재에 이끌려 낯선 세계에 던져진다. 낯선 땅은 춘추전국 시대 만큼 혼란스럽다. 민중들은 온갖 괴수와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소녀가 믿을 것은 낯선 자가 준 검과 그녀가 검을 휘두를 수 있게 하는 그녀의 몸에 깃든 이형의 존재. 소녀는 싸우고, 배신당하며 끊없이 두려워한다. 죽지않기 위해 타인의 호의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목숨을 구해준 이를 버리고 도망치기도 한다. 그렇게 두려운데 포기하지는 않는다. 인간답기를 포기하지 않으며, 제대로 살지 못했던 일본에서의 삶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 돌아갈 기회를 찾아 헤맨다. 


이제 긴 이야기가 겨우 시작되려고 한다. 이야기속 세계에 갑자기 떨어진 자의 눈으로 그 세계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무협지풍으로 이야기는 거침없이 흘러가는데, 인물 묘사는 섬세하다. 긴 이야기가 이제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길수록 좋고, 그 속 세계는 정밀할수록 즐겁다. 오래도록 그 세계에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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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5-03-1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책이던데.. 재미있으려나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5-03-10 12:25   좋아요 0 | URL
2권까지 읽었는데 계속 서막이예요... 1권 주인공은 2권엔 몇줄 안나와요.. 시리즈가 60권도 문제 없을거 같은? 무려 십이국이 있잖아요 ㅋㄷㅋㄷㅋㄷ

2015-04-21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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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선생은 일어로 쓰고 나는 조선글로 읽는다. 때로 일본어로 쓰여진 그의 문장 느낌을 상상해 본다. 조선말을 할 때의 너무나 겸손한 그의 어투를 떠올리고 그의 글도 그럴지, 아니면 상까지 받은 에세이스트니 아주 유려할지 궁금하다. 언어라는 장벽을 넘고자 미술과 음악을 도구로 부리면서도 언제나 이물감을 남기고자 애쓰는 것도 번역전에는 어땠을지 궁금하다. 


  홍성담의 욕조


이 책을 읽고 이 그림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물고문을 당하고 끝내 거짓자백을 강요받았던 화가는 그를 고문하던 물을 밥이자 놀이였던 고향 바다로 바꾼다. 너무도 배고팠던 이중섭이 그렸던 소박한 낙원이 떠오른다. 인간다움을 모두 내려놓기를 강요받은 그때, 그들은 너무나 놀라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머, 상상, 낙관.


때로 걸개그림이나 다수의 대중이 모여서 작업한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은 직접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그 물질감에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 농악을 실내에서 듣고 절대 그 진가를 알 수 없고, 걸개는 사진으로 봐서는 그 박력이 전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긴시간을 들여 만든 작품 앞에 서면 나는 언제나 심박이 빠르게 뛴다. 내 입에 밥을 넣어주는 것이 무수한 이들의 노동임을 알면서도 떡허니 걸린 걸개를 보고 새삼 인간의 힘에 놀라는 것이다. 


정연두 - 내사랑지니


정연두의 내사랑지니를 보자. 오늘과 꿈을 찍는다. 아이스크림 가게 알바생인 그녀는 언젠가 알래스카를 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들 다수의 꿈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허망하다. 헛된 꿈과 어쩔 수 없이 살아하는 현실에서 '우리'를 본다. 


나는 근대를 지나온 우리 다수가 디아스포라라고 느낀다. 우리 다수는 고향에서 쫓겨났으며, 원치않는 오늘을 강요받고 허망한 꿈을 꾸다 느닷없이 죽음을 맞는다. 아니 이미 죽은 오늘을 산다.


허망한 꿈과 절망 사이에서 민중을, 서경식이 결코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를 본다. 


서경식 선생은 글의 말미에 지쳤다고 말한다. 팟캐스트에서 최근 일본의 상황이 한가하게 미술이야기를 한다고 누가 듣겠는가 하는 낙담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아니면 누가 이런 조선을 이야기하고 우리를 이야기해주겠는가. 월북작가들과 중국 조선족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후기에 이렇게 짧게 언급해서 잔뜩 궁금하게 한다음 끝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생이 더 많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오기를 촉구한다. 


무엇이 민중예술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속에서 나는 이 비인간적인 세상에 절망하면서도 살아남겠다고, 그것도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어쩔수 없다면 인간답게 죽어버리겠다고 다짐할 수 있는 희미한 무엇을 본다. 그렇게 살아낸 서경식 선생을 본다. 그리고 그의 소식을 계속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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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1-12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서경식 선생은 나같은 독자의 맞춤형 스승이다. 나는 경상도 꼴촌 성씨 집성촌에 시조창을 하는 할아버지를 두고, 할아버지의 친구에게 한문서예를 배우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나역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인식의 날을 날카롭게 갈고 있어야 한다.

라로 2015-01-12 14:49   좋아요 0 | URL
우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휘모리님과 매치가 안 되지만 그렇다시니 괜히 더 멋져보이십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01-12 15:33   좋아요 0 | URL
명절엔 허리가 꺽이게 인사도 다녔습니다 ㅎㅎㅎ 촌년이예요. 촌년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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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오지 않는 버스를 한참을 기다리며 눈물이 범벅인 채로 책을 덮는다.


서경식 선생의 신간 '나의 조선미술 순례'에서 다루는 첫번째 화가는 신경호다. 신경호는 518의 진정한 증언자의 예술작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진정한 증언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죽었기에 자신처럼 그저 언저리를 배회하던 자의 증언이 '얼마만큼 그순간의 진실'을 증언하는 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생사를 갈랐든 생존자들은 프리모 레비처럼 끝없이 증언하다 지쳐 죽거나,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내가 인간이라는 치욕"을 견디는데 온 힘을 소진해버린다.


한강은 무수한 자료를 살피고 증언을 듣고 글을 쓴다. 자신을 야만의 현장에 두고 글을 쓴다. 작가는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뇌수냄새와 써근내가 진동하는 거리에 서 있는데. 


왜 그들은 도청에 남았을까. 어리디 어린 중학생 부터 직장인 노동자 그들이 죽기 위해 그곳에 남았을까. 아니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가지는 '존엄'에 대한 갈구가, 희망이 그들을 그곳에 남게 했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야만적인 시대에 아주 작은 흔적만 남기고 그들은 사그라든다. 


아직도 518 광주를 빨갱이폭동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겠다는 이들이 있다. (부끄러워 그런 것이라면 이해해봄직도 하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왜곡된 진실로 덮으러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여전히 우리사회의 지배층이다. 


아이를 품고 십수년을 소중히 키워왔는데, 이제 그 아이를 잃은지 채 반년남짓 되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가족이 아홉인데 포기하라고 잊으라고 한다. 갈무리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 시작조차 못했는데 잊으라고만 한다. 


여기 또다른 남겨진 이들의 삶을 기어코 장례식이 되게 해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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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4-12-2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덮고 느끼는건 역시 살아남은 자의 자괴감, 그리고 25년전 그날 이후로도 한치도 변하지 않은 세상이라는 것, 그래서 아무말도 하기 힘든 먹먹함이었습니다. 아 우리는 그자리에서 아직도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구나 싶은....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무해한모리군 2014-12-29 14:20   좋아요 0 | URL
읽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참담한 날들이라 조금 각오를 하고 읽었는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제는 쌍용차 후원달력을 또 받아보았습니다. 한해만 받고 말 줄 알았던 이 달력을 계속받다니 가슴이 답답하네요. 이곳을 도망치지 않을수 있을지요.

fiore 2015-01-0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518에 관한 소설인가요. 읽어봐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5-01-06 09:19   좋아요 0 | URL
작품 자체로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