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노동자가 돌아왔다.

그래도 그들의 세월과 그간의 고초는 보상받을 수 없다.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대학생이 된 세월.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의 이름을 불러본다.

 

거의 2년만에 돌아온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최종권과, 역시 1년만에 출간된 브래드앤버터를 구매한다. 어플 알림이 없던 시절엔 어떻게 다음권 출간소식을 알았나싶다. (생각해보니 토지의 마지막 두권은 잊고있다 한참 후에 읽었구나) 도서관에 콕 쳐박히기 좋은 날씨다. 카의 러시아혁명사는 그닥 재미가 없어서 느릿느릿 읽고 있다. 그래도 가벼운 책이라서 이렇게 들고다니다보면 왠지 다 읽을거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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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벗들 사이에 이 책이 이슈다. 작가는 하나 감성적으로 쓰는거 같지 않은데 나는 주구장창 울먹이며 본다. 그녀들의 기구한 삶을 알아서인지(허정숙을 제외하고 사실 이책을 읽기 전까지 잘몰랐다.) 그녀들이 집을 나서도, 사내를 만나도, 사내들이 모임할때 국수를 말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언제나 시선이 머무는 장면이 있다. 로자가 스위스로 유학을 가 스스로 자신의 긴머리카락를 자르는 장면, 허정숙이 상해 유학을 떠난 기차안에서 붉은 댕기를 푸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인습에 종속된 여성으로 살지않겠다는 자기선언.


 솔직히 말하면 나는 허정숙이 비난한 선거캠프나 모임에 가면 밥상차리는 위치가 편한 종류의 인간인데, (뭐 요즘에야 보통 사먹지만) 그렇게 길러졌기 때문이야 하며 핑계를 되기엔 여기 세여자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저 내가 혁신에 뜻없이 게으른 탓이다. 


지금으로치면 겨우 중고교생 나이에 세죽은 길거리에 만세를 하고, 일제순경에 고초를 겪고,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나이에 홀로 유학길에 오른다. 정숙은 아버지가 넣은 기독교기숙학교를 박차고 나와 상해로 온다. 고명자는 어떤가. 지주의 외동딸로 자수나 두던 처자가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다. 


지인에게 책 설명을 하다, 주세죽과 김조이를 박헌영의 아내, 조봉암의 아내로 설명할 수 밖에 없어 마음이 아프다. 그들 스스로 번듯한 혁명가인데, 하기야 주세죽 부부는 아이를 러시아 보육원에 맡기고 혁명길에 올랐다 투옥된 끝에 생이별하는데, 그 딸조차 엄마의 삶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원망이 깊으리라. 100년가까운 시간을 넘어 그녀들의 삶이 내 마음을 친다. 내가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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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7-08-17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 지인들에게 꼭 읽어 볼 소설로 열심히 권장하고 있어요... 모리님은 읽으셨군요...^^
 

<시대의 소음 : 듣는 자, 기억하는 자, 그리고 술마시는 자 - 나는 술마시는 자>


기사단장 죽이기를 다읽었다. 통신사 음악앱에 하루키가 좋아하는 클래식이라고 모아둔걸 들으며 읽다 도저히 취향이 아니라 집어치우고, 컨츄리송과 함께 슬렁슬렁 읽어냈다.

어느 음악가는 공간에 들리는 소리를 잡아채 기록한다했고, 어느 조각가는 덩어리에서 필요없는 부분을 깍을 뿐이라 했으며, 작가는 시작하면 스스로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했다.

그소리를 듣고, 그형상이 보이는 것을 재능이라고 하나보다. 낡은 산꼭대기 가옥, 오페라가 흐르고 물감냄새가 나는 작업실에 독자를 데려가 창작 활동이라는게 이런거야라며 하루키가 한켠 보여준다.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온갖 주제를 자기방식으로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대단한 작가다. (무려 타국 음악어플에 본인이름으로 된 클래식모음이 있는 작가라니! 그런데 개인적 취향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째즈 였으면 더 좋았겠다)

언제나 소설과 비소설을 함께 읽는 편이라 이걸 마치고 시대의 소음과 러시아혁명을 읽는다. 그다음엔 아마 세여자를 읽지싶다. 세 조선 혁명가에게도 지향이었을 러시아혁명은 어쩌다 시대의 소음과 같은 경직된 통제사회로 가게되었을까.

삶이 힘에 부쳐서 조금은 뜨거웠던 이들의 글을 읽는다. 주말에는 장장 6시간짜리 에니어그램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듣기로 했다. 조금, 조금더 우울과 힘을 내서 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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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 예약구매한 기사단장죽이기가 도착해 '참 하루키스러운 소설이네' 하며 퇴근후 몇 챕터쯤 읽고 있는데, JTBC뉴스에서 기사단장죽이기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데 박장대소 했다. '우리나라 소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부분이었는데, 둘 사이에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하루키책을 사느라 우리나라 소설을 못산다 이런 뜻일까? 하루키책 사는김에 다른책을 왕창 산 나로서는 글쎄, 잘모르는 이야기. 


그러고 보니 나로서는 드물게도 유행하는걸 또하나 했다. 무려 3D 상영관에서 스파이더맨 : 홈커밍 을 봤다. 영화를 보고나니 '스파이더맨 피터가 귀엽다(그전 스파이더맨인 앤드류도 귀엽지만, 무려 빌리엘리어트 출신인 톰 홀랜드도 귀엽다)' '음악이 좋다' 음... 그리고... 그리고... 여러 인종이 나오고 피터는 이민자가정(미국은 모두 이민자 출신인가????) 노동계급출신이라는 거 정도. 그러나 오락영화와 B급영화에 대한 애정이 넘치며, 철컹철컹 소리말고는 남는게 없다던 퍼스픽림도 재밌게 본 나조차 재미가 없었다. 딱히 볼거리도 이렇다할 줄거리도 없이,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팀에 합류합니다라는 선언 끝. 그래도 시리즈를 한번더 볼 의향이 있다, 피터가 귀여우니까.









스파이더맨: 홈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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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re 2017-09-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장대소! ㅎㅎ 1권 막 읽었어요. 1권은 빌려 읽었는데 읽은 김에 읽고파서 2권 살까 하는데 어쩔까 싶어요.
 

동무의 아이가 세상을 떠난날

울지도 못하는 동무를 붙잡고 꺼이꺼이 내가 운다


차마 아이의 영정사진을 보지도 못하고

독하디 독한 항암치료에 안지도 눕지도 못하며 괴로웠던 아이보다

그걸 보던 어미의 마음이 부서진 것에

산다는게 너무 잔인하구나 생각한다.


 사는 건 끊임없이 잃는 과정이다. 나날이 시들어가는 스스로도 매일 봐야한다. 시력말고는 모든 감각을 잃고, 가족을 잃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남들의 적의마저 봐가며 살아가던 타비토가 6권에 이르러 이 모든 것을 잃은 끝에도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다.


 죽고 싶던 많은 순간에 함께 있어준 동무에게 머저리처럼 아무말도 못하고 서성이는데, 동무가 내게 "맨날 잠수타고"라고 다정히 등을 쓸어준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 사내는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삼십년 해왔다. 검열의 시대엔 엄청난 책들이 그의 작업장에 밀려왔고, 그속에서 그는 지혜를 발견했다. 우연히 소중한 책들을 만나고, 구출해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 그것만이 그의 삶에 유일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의 압축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속도와 능력을 자랑하는 엄청난 기계와 산뜻한 유니폼과 미소를 지닌 청년들의 등장과 함께, 그는 더이상 책을 만날수도 구출할수도 없다. 


문자를 혐오하던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펼친 집을 만드는 동안, 집이 내려앉게 책을 싾아온 이 사내는 새로운 작업장인 백지 작업장에서 빼돌린 종이에 자기 세계를 그리기보다, 오래된 압축기 속에 자신의 역사를 마감한다.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만큼 딱떨어지는 단편인데 리뷰를 쓰기는 쉽지 않다.


그저, 나도 싾아둔 책은 버리고, 우리는 살자 살자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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