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라이온의 정서는 꽤나 고독하다. 장기란 경기 자체도 그렇지만, 주인공인 고교생 장기기사는 가족이 없고, 가족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내쳐졌던 과거가 있다. 그를 따뜻하게 품어준 세자매는 아버지로 부터 버림받았고, 장녀가 어린 나이부터 있는 힘껏 동생들을 지키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쓸쓸해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버린 사람들을 끝내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을 버렸던 어른들과 달리 지금 내 곁에 소중한 사람들을 힘껏 지키려하는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이번권은남자 주인공 아이가 이미 충분히 밝아져서 장기라던가, 연애, 생활에서 변화하는 모습이 전처럼 크게 보이지 않아서 이야기 맛이 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 그런데 박모님은 왜 본인의 아버지에서 한발도 못나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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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유령신부

감독 더글러스 맥키넌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제작 2015 , 115분
평점

아침 7시 첫 상영이 끝나자 여기저기 불평이 쏟아진다.

팬들을 위한 보너스트랙이 아니라 제대로된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는 제작진의 변이 

무색하게도 어디로보나 이 시리즈 팬들을 위한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럽다. 닥터후 제작진이 참여한 만큼 이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죽은자가 살아나 살인을 한다는 추리소설적 요소만 즐기고 싶은 

관객에겐 꽤나 어수선한 전개다. 

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원작의 설정을 상당부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셜록의 기벽이라던가 왓슨부부, 형제 관계, 시대적 배경 뭐 이런 것들을 알면 알수록 

더 볼 것이 많다. 제작진은 오랜만에 만나는 팬들에게 보여줄게 많다. 

매니아들에게 여러 디테일이 변주되고 실사화되는 기쁨을 선물한다. 

(이 제작진이 셜록 덕후가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스토리가 어떻든 제작자의 말대로 사고기계인 셜록이 사건해결 과정에서 살짝 보여주는 

인간미가 이 셜록홈즈 시리즈의 최고의 즐길거리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원작과 같은 

19세기 공간에 셜록을 연기한 베네딕트가 영국식 영어로 대사를 읊고 있는걸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꽁깍지가 단단히 씌인 호구관객인 나야 그저 좋다.. 

그러니까 이건 절대 객관적 리뷰가 아니다. 


그러나 이 티비시리즈를 본적 없거나, 셜록홈즈에 별 관심이 없는 관객에겐 낯설고, 

지겨운 작품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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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럴드는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역플랫폼에 서 있는 신사의 모습. 다른 어떤 사람과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그려 보았다. 영국 전체가 마찬가지일 것이 틀림 없었다. 사람들은 우유를 사고 있거나, 차에 기름을 넣고 있거나, 심지어 편지를 부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내부에서 감당하고있는 무시무시한 무게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때로는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데도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쉽고 일상적으로 보이는것들의 한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 노력의 외로움. 해럴드는 감동을 받아 겸허해진 마음으로 종이 냅킨을 건냈다. -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118쪽

 

한해의 끝이니 시작이니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지 꽤 오래지만 2015년의 드라마로 오라기리 조가 출연한 <과자의 집>을 골라본다. (2014년엔 보더가 좋았다) 드라마속 오다기리조는 피터팬이고 어린왕자다. 할머니를 모시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물려준 돈벌이도 되지 않는 오래된 점방 뒷뜰에서 한평생을 함께 보낸 동네친구들과 하늘을 올려다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벗은 떠나고 소중한 장소는 사라지며,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오랜 가족과 이별한다. 그의 소년기는 끝이다. 그의 삶의 모든 것이었던 할머니에게 갈 시간조차 없는 일 자체가 목적인 어른의 생활이 그에게 온다.

 

아들을 꼭 안고 그가 운다. 언젠가 이 포옹을 꼭 기억하라고.

연말연시면 어디서나 나붓기는 꿈 희망 같은 반짝반짝이는 단어들.

이 시기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낡고 구깃해진 기억들이다.

엄마손을 잡고 시장나들이를 갔을 때의 두근거림,

벗꽃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실없이 낄낄거리던 동무들과의 웃음,

너를 처음 안았을 때 온몸으로 퍼지던 따스함.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언제나 같은 새해 각오를 적는다.

사람노릇 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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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아침마다 유행에(무려 이틀넘게 검색어 1위!!) 발맞춰 조성진군의 쇼팽 연주를 들었다. 소나타와 변주곡이 뭔지도 모르는 내가 그 연주에 이러쿵저러쿵 할 바도 아니고 애당초 아마추어 연주에도 언제나 즐거운 저렴귀 탑재중이라 굳이 찾아보지 않을텐데 즐겨듣는 방송에서 틀어줘서 듣게 되었다. 젊고 단단한 소리를 내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팽연주 말고 다른 곡이 들어보고 싶다. 게으른 내가 마음 먹는 언젠가.


여튼 미술에 대한 대부분의 것은 진중권 교수(+ 약간의 서경식 선생)에게, 음악에 대한 대부분은 일본 만화에서 배운 바, 쇼팽 콩쿨의 위상과 그 어려움은 일찍히 <피아노의 숲>이라는 만화에서 읽은 바 있다. 한달이 넘게 거의 쇼팽 전곡을 쳐야하고 스테이지마다 평가를 받고 어느정도 성적을 받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세계 각국의 뛰어난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격전의 장이라는 것. 어린 시절 발굴해 그에게 많은 기회를 준 금호재단에게 박수를! (기업들 이런걸 하란말이얏, 아니면 나라에서 하든가!!!)


여튼 연주를 들으며 서경식 선생이 신문에 연재한 것을 엮어 낸 [내 서재 속 고전]을 넘겨본다. 순전히 얇아서 선택된 책 서문에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데 필요한게 인문학이라는 문장을 보고 반성한다, 유행과 우연으로 점철된 나의 아침 시간을. 


선생이 고른 책중에 세권은 읽었고 우리나라에 출간 안된 것을 제외하고 읽어볼 책 두권을 뽑아본다. 


 가토 슈이치가 수호하려했던 평화헌법이 일본에서는 무너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친일친미 제국주의의 종복으로 제 국민을 사지로 몰던 자들이 애국지사였노라는 주장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제나라 공수부대에 국민들이 학살당한 518은 폭동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고, 군대를 끌고와 정부를 차지한 516은 혁명이었다는 해괴한 역사조작도 매일처럼 들어야 한다. 


내 서재 속 고전의 서문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장 폴 사르트르는 명저 [유대인 문제에 대한 성찰]에서 반유대주의(넓게는 인종차별주의)는 사상이 아니라 "하나의 정열이다"라고 썼다. 그렇다. 이것은 실증성이나 논리적 적합성과는 무관한 하나의 위험한 정열인 것이다. 그런 정열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지성이나 이성을 전제로 말을 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야당은 선거구와 예산안 확정 때문에 국회로 돌아갔다는데, 이쯤되면 '민생회복' '반공'은 우리사회에서 하나의 정열임이 틀림없다. 눈앞에서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갈때도 그렇게 바쁠것 없던 인간들이 무슨 그깟 선거니 예산이니는 그렇게 다급하단 말인가. 


어찌된 영문인지 오래된 책들이 조금도 낡지 않고 현재진행중이다.

저항하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뒤로 떠밀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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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비해 생각보다 담담했다.


남자는 얼굴 뿐 아니라 몸이 자고 나면 바뀌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것 치고는

제법 번듯한 일도 하고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수다떨 오랜 벗도 있다.

그런 그에게 언제나 함께 하고픈 여자가 생긴다.

(원래 병이란 할 수 없는 것을 깔끔하게 포기하게 하는 법이다.

이 놈의 사랑만 빼고는...)


이 남자를 사랑하면서 여자는 복잡하다.

누구에게도 그와의 관계를 말하지 못하고

그와 함께 하는 미래를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고 싶지만

가족 친지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그녀에겐 힘겹다.


나는 좀더 그 남자의 사정이 듣고 싶었지만

이야기는 그 여자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꽤나 평범한 로맨스 이야기다.


여자는 두렵고,

두려운 이유가 그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될까봐 말할 수 없다. 

그녀가 두려움으로 스스로를 잃을 만큼 앓자, 그는 그녀를 위해 헤어진다. 

그가 떠나자 미녀는 야수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용기를 낸다.

그야 말로 그녀가 함께 하고픈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끝에 주인공이 시작보다 나은 인간이 된걸 보는건 언제나 즐겁다.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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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1-10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는 참 좋았어요.
미녀가 앓고 있으면서도 그의 옆에 있으려던 것, 그러나 헤어지잔 말을 듣고 안도한 것. 그 모두가 솔직하고 마음쓰임이 느껴졌어요.
그 장면이 아팠어요.
여자가 남자를 기다리는데, 남자가 전화하잖아요, 날 찾아보라고. 그거, 너무 잔인했어요. 저였어도 속상하고 화났을 것 같아요. 그런 상태에서 남자가 잡는 손을 뿌리쳤을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5-11-10 18:03   좋아요 0 | URL
저는 더 좋을 수 있었을듯해 좀 아쉬웠습니다. 그는 직업도 학교도 친구도 모두 포기하며 살았는데, 딱하나 그녀를 욕심낸 것이잖아요. 이 세상에서 그가 원한 단하나가 나라고 생각하면 너무 감동적인거 같아요. 그리고 그 사람이 그 단하나 마저 나를 위해 포기하려했다는 걸 생각하면 곁에 있어주고 싶을거 같아요.